카페 의자를 독차지했던 그들을 떠올리며   

2024. 5.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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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연희동에 새로 생긴 베이커리 카페에 간 적이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니 손님 4명만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죠. 분명 4명인데 그 테이블 주위엔 여섯 개의 의자가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4개의 의자에는 한 사람씩 앉았고 나머지 2개의 의자엔 사람이 아니라 가방이 대신 ‘앉아’ 있었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테이블이 세 개뿐이고 테이블당 2개씩 의자가 배치된 곳인데, 그 손님들은 옆 테이블에 있는 의자 4개를 모두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2개의 테이블은 의자를 ‘빼앗긴 채’ 비어진 상태였고요.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 일행은 그녀들이 앉은 테이블(의자 6개를 모두 독차지한)을 바라보며 눈짓으로 ‘의자를 좀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분명 그들 중 하나가 우리의 메시지를 수신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마자 외면하면서 자기네들끼리의 대화에 몰두하는 척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팔뚝에서 자신의 ‘귀한’ 가방이 놓여져 있는 의자를 줄 생각이 없다는 강한 의지가 읽혔습니다. ‘말을 해야 의자를 내 주실 모양이로군.’ 다행히 제가 말을 꺼내려 할 때 다행히 점원이 다가와 대신 의자를 양보 받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옆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그녀들의 테이블에 내내 눈총을 쐈습니다. 자신들 때문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이는 다른 손님들이 과연 눈에 보이지 않은 걸까요? 얼마나 귀한 가방인지 모르겠지만 왜 타인의 곤란함을 보고도 외면하는 걸까요? 왜 자신이 남들(다른 손님들과 까페 주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자신들이 먼저 왔으니 그럴 만한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걸까요?

 

 


그녀들이 나의 곤란함을 보고도 모른 척 했던 건 아닐지 모릅니다. 대화에 몰입한 나머지 점원이 와서 언질을 하기 전까지는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애초에 자기네들이 매장의 모든 의자를 끌고 와 사용하면 그 테이블에 누군가가 앉지 못하겠다는 생각은 왜 진작에 하지 못했던 걸까요? 사람이 앉을 것도 아니고 그저 가방을 올려두기 위해서? 처음부터 의자를 모두 끌고 온 것과, 우리를 보고도 모른 척 했던 것이 모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행동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닙니다.

무의식적인 행동은 평소 그 사람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 거울을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조직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어떤 갈등을 보일지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독차지로 인해 누군가가 곤경에 처할지 모른다는 점을 미리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 타인이 자신 때문에 곤란을 겪어도 ‘그건 네가 늦게 온 탓이야. 좀 일찍 와서 자리를 잡지 그랬어?’라는 식으로 자신이 독차지한 것을 내어줄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 누군가의 언질로 그때서야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단 소리 한 마디 없이 내어놓는 사람. 

여러분이라면 이런 무의식적 행동을 보이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습니까? 저라면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할 겁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라고.

태도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태도는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래 게으른 사람은 여전히 게으릅니다. 본디 여러 개의 떡을 쥐고도 남의 떡을 기웃거리는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입니다. 타인의 배려에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시하는 사람은 주변사람들에게 늘 그런 대접 받기를 당연시합니다. 편법과 임기응변에 기대는 사람은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 같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합니다.

오래 전에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며 저를 찾아온 30대 초반의 남자가 있었다. 면접 중에는 그를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90% 이상이었지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저는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일어나는 충격 때문에 바퀴 달린 의자가 뒤로 밀렸는데, 벽에 부딪힐 정도로 밀린 의자를 보고도 그는 의자를 제자리로 돌려두지 않고 사무실을 나갔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태도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태도는 무방비 상태에서 무의식의 그림자에서 의식의 거울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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