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해도 된다'라는 말의 힘   

2024. 6. 3. 08:00
반응형

 

직원이나 동료에게 무언가를 '급히'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그걸 같이할 사람이 그 사람 밖에 없을 때, 그리고 그 사람도 원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이 "예, 제가 같이 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할까요?

그런데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요청을 승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그 사람의 상사이거나 고객이라면 그 사람은 여러분의 요청을 압박이라 여길 수 있고 만약 요청을 거절한다면 비난섞인 소리를 듣거나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겠죠. 

여러분이 가하는 압박에 못이겨 상대방이 요청을 '마지못해' 수락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충 하는척 하면서 질낮은 결과물을 들고 오거나 마감일이 나중에 가서 "저, 못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그 사람이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자발적으로 여러분의 요청을 수락해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가지고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에 의하면, 상대방에게 '요청을 거절해도 된다'라는 것을 인식시킬 때 압박감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상대방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저의 부탁을 거절해도 됩니다."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알려줘도 실제로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신기하죠? 

그런데 문제는 '거절해도 좋아요'란 뜻을 어떤 식으로 전달하냐는 것입니다. 요청을 해놓고 바로 "제 요청을 거절해도 됩니다."라고 말하기가 좀 그렇잖습니까? 혹여 상대방이 이 말을 듣자마자 "그러면, 저는 안 할래요."라고 대답하면 분위기가 상당히 뻘쭘해지고 두 사람 사이가 미묘하게 틀어질 테니까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두 방법 모두 '거절할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첫째,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입니다. "부탁을 거절해도 좋아요."란 말을 듣고 바로 "안 하겠습니다."라고 냉정하게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은 분위기에 휩쓸려 마지못해 수락하고 말겠죠. 그러니 이렇게 요청하는 게 좋아요. "이것을 부탁 드리는데요, 거절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바로 결정하지 말고요, 내일까지 고민해 보고 알려 주시겠습니까?"라고 말입니다. 물론, 상황이 급박하다면 상대방에게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1시간 후에 대답해 주겠습니까?"라고는 할 수 있겠죠.

둘째, 이메일로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메일로 여러분의 요청을 상세하게 써서 보내면 상대방은 그걸 읽고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거절하겠다는 이메일을 쓰려다가도 생각을 고쳐먹고 요청을 수락할 수도 있죠. 요청사항을 숙고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요청을 압박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고, 수락한 후에는 자발적으로 일을 수행할 겁니다.

오늘은 요청을 압박이나 명령으로 느끼게 하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으로 그 일을 수행하도록 하는 팁을 알아봤는데요, 기본적으로 '존중'의 미덕이 여기에도 깔려 있습니다. '내가 막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동반하는 사람'이라는 존중과 상호신뢰가 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최대한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Sommers, R., & Bohns, V. K. (2018). The voluntariness of voluntary consent: Consent searches and the psychology of compliance. Yale LJ, 128, 1962.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