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블로그의 적일까?   

2010. 8. 24. 09:00
반응형


트위터가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제법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이 되어서야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여 올해에는 사용자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에 무지하던 제가 트위터를 알게 된 것으로 미루어봐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트위터 사용자수가 얼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대략 100만 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추산합니다. 아직 전 세계 사용자수에 비해 얼마되지 않은 숫자이나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 앞으로 폭발적으로 사용자수가 증가하리라 예상된다고 합니다.

트위터가 이렇게 인터넷 세상에 '소셜'이라는 영토를 확장하는 동안, 거대한 영역을 차지하던 블로고스피어의 위력이 쇠퇴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140자의 짧은 단문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에 재미를 느껴서인지 하나의 주제를 '길게' 써야 하는 블로그 포스팅의 발행 수가 줄어든 듯 보입니다. 메타 블로그나 RSS사이트의 트래픽도 예전만 못해 보이구요(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블로그 vs

트위터

트위터든 블로그든 사람들과의 '연결'과 '소통', 혹은 '영향력'에 목적을 둔 네티즌이라면, 140자의 단문만 가지고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트위터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겠죠. 그도 그럴 것이 트위터를 하느라 블로그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푸념 섞인 트윗을 트위터에서 가끔 발견합니다. 

컨텐츠 생성의 용이성, 커뮤니케이션의 즉시성, 그리고 RT를 통한 컨텐츠의 확산성이 트위터의 강점일 겁니다. 하지만 트위터의 약점들 또한 강점들 속에 내재합니다. 컨텐츠 생성의 용이성은 컨텐츠의 '단편화'를 가중시키고, 커뮤니케이션의 즉시성이란 강점은 채팅 창처럼 휙휙 지나가버리는 컨텐츠의 '휘발(또는 일회성)'을 야기하며, 컨텐츠의 확산성은 일정 부분 '팔로워 수'의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트위터의 강점                     트위터의 약점
컨텐츠 생성의 용이성      ↔     컨텐츠의 단편화
커뮤니케이션의 즉시성    ↔     컨텐츠의 휘발성
컨텐츠의 확산성            ↔     팔로워 수라는 한계

트위터가 블로그의 세력을 약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 약점들을 보니 블로그가 트위터의 약점을 보완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컨텐츠의 밀도', 컨텐츠의 '아카이브'화, 메타블로그나 포탈사이트를 통해 '느리지만 상대적으로 영속적인' 컨텐츠의 공유성이 블로그의 강점이기 때문입니다.

트위터의 강점                     트위터의 약점             블로그의 강점
컨텐츠 생성의 용이성      ↔     컨텐츠의 단편화         ↔   컨텐츠의 밀도
커뮤니케이션의 즉시성    ↔     컨텐츠의 휘발성         ↔   아카이브화
컨텐츠의 확산성            ↔     팔로워 수라는 한계      ↔   공유성

트위터가 블로그를 위협하는 적이라고 느끼기보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끌어 가는 두 개의 커다란 축으로 여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개인들은 트위터를 통해 블로그의 컨텐츠를 '확산, 공유, 소비'시키고, 휘발되고 단편화되기 쉬운 트윗들을 하나의 주제로 모와 블로그를 통해 밀도 있게 아카이브화하는 것이 두 개의 이질적인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방법일 겁니다.

블로그
블로그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에서도 트위터와 블로그를 연계시킬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블로그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전략이겠죠. 사람들이 블로그에 댓글을 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의견이 널리 확산되고 공유되지 못한다는 느낌일 겁니다. 자신의 의견을 누군가가 보려면 해당 포스트에 접속을 해야만 하죠. 

때문에, 포스팅의 본문 뿐만 아니라 댓글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쪽으로 발행되도록 하는 장치를 서비스한다면, 좀더 많은 댓글을 유도하고 블로그 운영자가 컨텐츠를 생산할 강한 동기를 부여할 겁니다.  다행히 트위터와의 연계를 모색하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들이 속속 출현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Disqus란 소셜 댓글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블로그 템플릿과 일체화되지 못하고 기존 댓글 창과 이원화되는 문제점도 있어서 아직 크게 끌리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티스토리에도 '소셜 댓글' 기능이 추가되기를 기대합니다.

'블로그는 죽었다'라는 말이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일지 모릅니다. 그 주범이 트위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때이른 예단은 아닐까요? 사람들이 트위터에 일시 몰려 간 현상을 보고 블로그에게 너무 일찍 사망진단을 내린 건 아닐까요? 

IT나 소셜 네트워크에 문외한이지만, 블로그와 트위터 사이에 다리만 잘 놓아준다면(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어도) 소셜 네트워크를 이끌어 가는 두 개의 바퀴 역할을 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너무 큰 희망일까요? ^^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반응형

  
,

할일 목록으로 3개월 후의 인생을 바꾸다   

2010. 8. 23. 09:00
반응형


찰스 마이클 슈웝(Charles M. Schuwab)이라는 기업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자본금이 10억 달러가 넘는 철강회사인 '베들레헴 철강'의 사장이었죠. 그는 무엇보다도 생산의 효율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슈웝이 현장 관리자에게 자기가 부여한 목표를 달성하면 주택 융자금을 갚아 주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 그 관리자는 크게 반발했지만 결국 슈웝이 요구한 목표를 달성해서 '상금'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입니다.

효율에 집착한 사람이었으니 아이비 리(Ivy Lee)라는 사람이 회사의 매출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아주 기가 막힌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을 때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겠죠. 아이비 리는 슈웝의 홍보 담당자로 일한 사람이었는데, 현대적인 기업 PR의 기초를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죠.

그는 어느 파티장에서 슈웝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저에게 임원 한 사람당 15분 정도 대화할 시간만 주세요.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효과가 없다면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만일 3개월 후에 저의 제안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합당한 금액을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찰스 M. 슈웝

효과가 있을 때만 보너스를 주면 되기 때문에 슈웝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 들였습니다. 아이비 리의 제안은 효과가 있었던 건지 그는 3개월 뒤에 슈웝으로부터 3만 5천 달러 짜리 수표를 보너스로 받았습니다. 요즘 물가로 따지면 7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이었습니다. 슈웝은 "하찮게 보이는 방법이었지만 아주 효과가 컸다"라는 메모를 동봉해 보냈다고 합니다.

아이비 리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임원 한 사람씩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눈 걸까요? 그가 슈웝을 포함하여 모든 임원들에게 요구한 내용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을 꼭 지켜야 합니다. 하루 일을 마치면 퇴근하기 전에 내일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6가지를 수첩에 적으세요. 그런 다음에 각각의 일에 우선순위를 1부터 6까지 매겨야 합니다."

"그게 전부인가요?"라며 의아해 하는 슈웝과 임원들에게 아이비 리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간단한 일이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제일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끝내면  두 번째로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하세요. 6가지의 일을 하루에 모두 끝내지 못했다면 남은 일은 다음 날로 넘겨서 다시 중요도를 매기면 됩니다."

그는 중요한 일을 일깨우고 하나씩 지워 나가는 단순한 방법이 개인에게도 회사 전체로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파했던 겁니다. 요컨데 아이비 리의 제안은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입니다. 여러분도 익히 알고있는 자기계발의 단골 테마죠. 아마도 시간관리를 다루는 수많은 책들에서 다루는 갖가지 방법들은 모두 아이비 리의 방법에서 파생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그의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아이비 리

전 개인적으로 아웃룩의 '작업' 기능을 애용합니다. 아침에 깨어 오늘 할일을 모두 아웃룩에 입력합니다. 그런 다음에 숫자를 붙여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표시하죠. 수시로 그 목록을 들여다 보면서 가능한 한 그날에 일들을 모두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하나의 일을 끝내고 '완료'를 클릭할 때의 느낌이 나름대로 짜릿합니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크고 복잡한 방법이 필요하지는 않음을 아이비 리의 일화가 일깨웁니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가 보람 있는 삶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 전체를 바꾸기도 합니다. 디테일이 강한 사람이 최후에 웃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좋은 습관을 시도하기 좋은 요일이죠. 3개월 후에 여러분의 인생은 어떻게 변할까요?



(*사례 출처 : '버스트')
(*위 일화가 유명하다보니 여러 책에서 장면이나 대회가 조금씩 다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비 리가 제안한 방법의 '작은 위대함'은 변하지 않습니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그날 88층과 89층에선 무슨 일이?   

2010. 8. 20. 09:00
반응형


여러분은 자신의 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인간의 뇌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까? 우리의 뇌가 '충분히'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사실은 신경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우리 뇌에 숨어 있는 '도마뱀의 뇌(또는 파충류의 뇌)'의 은밀한 작용에 대한 많은 연구와 사례로 증명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 '히든 브레인'은 풍부한 사례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여러분의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서점의 '과학' 코너에 자리를 잡았더군요. 그래서 뇌과학에 관한 책인 줄 알았지만, 책 어디에도 뇌에 대한 해부학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용어 몇 개가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간의 판단이 얼마나 오류 투성이인지를 주제로 한 심리학 책이더군요.


혹시 과학책인 줄 알고 이 책을 피했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 바랍니다. 물론 책의 주제에 대해서 여러 책들이 이미 다룬 바 있지만,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참신한 사례를 습득하는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가 글을 풀어가는 솜씨도 좋고 번역도 매끄러워서 글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9.11 사태 때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있던 88층 사람들과 89층 사람들의 상반된 판단 때문에 서로 생사가 갈렸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합니다. 88층 사람들은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살고 89층 사람들은 거의 사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좋은 내용이나 문구가 나타나면 그걸 요약하거나 인용해서 트위터에 하나씩 올렸습니다. 아래의 박스에 정리해 두었으니, 책의 내용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단, 문맥이 생략되어 자칫 오해가 생길지 모르니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기 바랍니다.


"구직 면접을 할 때 뚱뚱한 지원자 옆에 같이 있으면, 단지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되기가 어렵다."

"쉽게 발음되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발음이 어려운 회사들보다 상장 첫날 주가가 11.2퍼센트 높다. 1년 후에는 33퍼센트까지 벌어진다." 

"사람들은 흐린 날보다 맑은 날에 더 많은 팁을 주고, 더 과감하게 투자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일때 아들이 성공하면 부모자식 관계가 소원해진다. 다른 분야를 연구할 때 아들이 성공하면 부모자식은 친밀해진다."

"윤리와 도덕의 대부분은 종교나 법률에 의해 우리에게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숨겨진 뇌'에 의해 우리에게 전승되는 것이다. 윤리와 도덕은 뇌의 영역에서 기인한다"

"아이들은 10-11세가 되면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강한 정체성(사실은 편향)이 형성된다"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는 데 오래 걸린다. 집단이 클수록 의견 일치를 보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집단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자율성을 위축시킨다."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모르는 2명이 있을 때 한 사람이 물건을 떨어뜨리면 도와줄 가능성이 40%다. 6명이 있을 땐 도와줄 가능성이 불과 16%이다"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이 편견을 밖으로 표현 못하게 막는 의식적인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편견이 더 심하게 보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편견은 있다"

"어떤 사람이 망언을 하고 나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숨겨진 뇌가 의식적인 뇌를 압도한 순간에 일어난 일일지 모른다"

"망언을 내뱉은 사람에게 '미친 놈'이라 욕하기 전에, 자신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

"여성 지도자들은 실제보다 더 격하고 더 거칠고 더 무자비하고 온화함과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여자로 성전환한 사람은 원래보다 수입이 12퍼센트 감소하고, 남자로 성전환한 사람은 원래보다 수입이 7.5퍼센트 증가한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조류를 거꾸로 거슬러 헤엄치는 일과 같다"

"사람들은 재난 상황에 처하면 집단에게 결정권을 넘겨버린다. 불행은 그럴 때 찾아온다"

"병사들이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이유는 조국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참호 속의 동료나 전우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덜 검은 피부의 흑인 피고가 사형선고를 확률은 24.4%, 더 검은 피부의 흑인 피고가 사형선고를 받을 확률은 57.5%이다"

"인간이 집단적 수난과 떼죽음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정확히 그 고통이 대량 규모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살하는 경찰관의 수가 살해되는 경찰관의 수보다 2배가 넘는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반응형

  
,

빠른 의사결정이 때론 독(毒)이다   

2010. 8. 19. 09:00
반응형


당신은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의 차를 가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드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엔진에 이상이 생겨 버렸습니다. 다른 차들이 쌩쌩거리며 달리는 중이라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천만다행으로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당신은 곤란에 빠집니다. 참석하기로 한 회의는 그룹의 전략을 논의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인데다가 당신이 직접 중장기전략을 회장님을 포함한 사장단에게 발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회의장까지 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데, 지금 남은 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라고 해보죠.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해법이 있겠으나, 아래에서 1가지만 선택해 보세요.

(1) 차를 움직이게 하려고 이것저것 해본다.
(2) 긴급견인 서비스를 호출한다.
(3)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다.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면 분명 (3)번을 선택했을 겁니다. 차를 가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본래의' 목표는 회의장으로 가서 중요한 발표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1)번과 (2)번은 자신의 목표를 망각한 채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는 시도입니다. 혹시 (1)번이나 (2)번을 선택하지 않았나요?

가상의 상황일 때는 자신있게 (3)번을 택하겠다고 해도, 이처럼 위급한 상황이 여러분에게 '실제로' 닥치면 제법 많은 사람이 (1)번과 (2)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결정해야 하는 목표는 '어떻게 회의장까지 가야 하나?'인데, 긴박한 상황일수록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의사결정의 목표로 둔갑하기 때문에 바로 가까이에 놓인 문제('차가 고장났다')를 해결하는 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버리죠.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이 의사결정의 목표가 돼 버린다." 말이 좀 이상하고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싶지만, 기업에서 많이들 벌어지는 행태입니다. 원래의 목표를 망각하고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을 해결하려는 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객들이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해지하고 경쟁사로 대거 이동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고객 담당자라면 이와 같은 상황은 회사의 입장에서나 자신의 입장('잘릴 수 있으니')에서나 대단히 위험합니다. 이때 고객 담당자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고객들이 경쟁사로 대거 이동한다')만을 해결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예컨데, 이탈하려는 고객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회유하자는 방침을 정했다면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함정에 빠진 겁니다. 

고객 담당자의 원래 목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죠. 그러므로 고객 담당자가 이러한 상황에서 내려야 할 의사결정의 목표 역시 '고객들이 왜 우리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은 의사결정의 위급함 때문에 인식되지 못하거나 철저히 묵살되고 맙니다. 

그래서 뭐든지 빨리 조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도망가려는 고객의 옷자락을 잡는 방법 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잘못된 의사결정의 목표에 딱 들어맞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떠나려는 고객을 잡을 수 있을까요? 설령 회유책으로 고객을 붙들었다 해도 언제든 고객은 달아날 겁니다. 혜택은 누릴대로 누리고서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비용만 낭비하는 꼴이 되죠.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의사결정의 목표로 둔갑하지 않았는지 주의해야 합니다. 빠른 의사결정이 때론 독일지 모릅니다. 급할수록 의사결정의 목표는 '내가 하는 일의 목표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함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은 항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잘 하면 그만큼 큰 이득이 됩니다.


(*참고도서 : '의사결정의 함정)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반응형

  
,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더 문제다   

2010. 8. 18. 09:00
반응형

러시아와 일본이 서로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던 '러일 전쟁(1904~1905)'때의 일입니다. 전투에서도 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지만, '각기병'으로 허무하게 죽는 병사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전투력 손실을 염려한 군의관들은 각기병의 원인을 규명해서 해법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요.

하지만 러일전쟁 전이 일어나기 한참 전(1884년)에 이미 각기병의 원인이 특별한 영양소의 결핍 때문에 발생하리라 짐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카기 가네히로하는 해군의 군의관이었습니다. 그는 해군 병사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가능한 한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도록 백미에 보리를 섞어 '혼식'을 제공한 것이었죠. 이 조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해군 병사들에게서 각기병이 거의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러일전쟁의 전투 장면을 그린 '일노혼전화도'


하지만 일본 육군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던 군의부장 모리 린타로(필명인 모리 오가이로도 불림)는 해군의 사례에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각기병이 영양소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병원균'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모리 린타로(모리 오가이)

모리가 이런 가설을 신봉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에 첨단과학으로 여겨진 세균학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탄저균, 결핵균, 콜레라균을 발견한 근대 세균학의 창시자 로베르트 코흐가 한창 이름을 날릴 때 모리는 도쿄제국대학 의학부 학생이었던 것이 그가 병원균에 그토록 집착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모리의 가설은 문제가 있는 가설이었습니다. 모리가 소위 '각기균' 발견을 통해 각기병을 치료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모리가 각기균 발견에 열을 올리는 동안  21만여 명의 병사들이 각기병을 앓았고 2만 7천여 명의 육군 병사들이 각기병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전투에서 숨진 병사가 4만 7천 명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사망자 수였죠.

각기균이 모리의 머릿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은 4~5년 후(1910년)에 스즈키 우메타로가 비타민 B1을 발견하면서 분명해졌습니다. 비타민 B1의 결핍이 각기병의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해군 군의관이었던 다카기의 가설이 옳았던 거죠. 

하지만 모리의 생각은 매우 완강했습니다. "쌀겨 따위로 각기병이 낫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죽을 때까지 각기균에 대한 가설을 접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마부대끼리의 접전을 그린 그림


이 사례에서 우리는 2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가설을 향한 '사랑'은 문제해결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모리가 처음부터 각기균이 각기병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 자체는 문제해결사로서 올바른 행동이었습니다. 문제해결에 가설로 접근했던 모리의 방법은 문제해결사가 따라야 할 규범 중 하나죠. 모리가 틀렸고(그래서 그는 멍청하고) 다카기는 옳았다(그래서 그는 현명하다고)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우리가 상황을 다 알기 때문에 내리는 결과론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문제해결사로서 모리에게 비타민 B1 부족만큼이나 치명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의 가설을 가설 그대로 두지 않고 '사실(fact)'이라 믿기를 원했다는 점입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이런 맹신은 해군의 성공 사례를 무시하고 전투력의 손실을 좌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죠.

가설은 어디까지나 임시로 설정한 하나의 명제에 불과합니다. 가설로 세워졌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힘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코흐의 성공이 모리가 '각기균 가설'을 세운 간접적 배경이었다 해도 코흐의 명성 자체가 입증의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모리는 코흐의 권위를 각기균 가설의 권위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가설은 그저 가설일 뿐임을 망각했던 겁니다.

두 번째 교훈은, 가설에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해도 그것을 증명하는 일에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카기(해군의 군의관)는 사실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각기병을 일으킨다'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가설은 나중에 스즈키 우메타로가 비타민 B1을 발견하고서야 비로소 입증됐지요.

다카기 가네히로

다카이는 현명했습니다. 특정 영양소가 없다는 가설이 옳다면 가능한 한 여러 음식을 골고루 구성한 식사를 병사들에게 제공하면 된다고,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특정 영양소가 무엇인지 꼭 알아야 할까요? 주변 열강과 치열하게 힘을 다퉈야 할 상황에서 꼭 특정 영양소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일이 그토록 중요하고 위급한 일일까요?

다카이는 특정 영양소의 정체를 규명하지 않았지만 즉각 시도가 가능한 '혼식 식사 제공'이라는 해법이 각기병 치료와 예방에 꽤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그저 우연이거나 '비과학적'이라는 의심이 들었겠지만, 전쟁 와중에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었습니다. "특정 영양소의 정체를 꼭 알아야만 각기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고집하지 않은 채, 즉 가설의 증명에만 목매달지 않은 채 해법을 적용했던 까닭에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죠.

원인을 꼭 알아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설의 증명 없이도 우연하게 해법을 알게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가설의 증명을 거치지 않았으니 그런 해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매우 '교조주의적'이고 형식에 매몰된 태도입니다. 특히 전쟁처럼 위급한 상황일 땐 더욱 그러합니다.

정리하면, 모리와 다카기의 서로 대비되는 사례는 가설을 사랑하지 말고, 가설의 증명에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교훈을 시사합니다. 문제 자체보다도 문제해결사의 고집과 몰이해가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문제를 접하고 가설을 세워 증명하는 순간, '내가 가설과 사랑에 빠지진 않았는지', '가설 증명에 집중하느라 이미 곁에 있는 해법을 보진 못하는지' 살펴보고 점검한다면 그런 위험을 어느 정도는 예방하지는 않을까요?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사례 출처 : '동적평형')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