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써 본 '비주류 경영'   

2012. 5.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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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가끔식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비주류 경영'이라는 꼬릿말을 붙여 제가 주장하거나 동의하는 경영의 방향, 관점, 방식을 적어 보았습니다. 여기에 모두 모아 올려 봅니다. '비주류'라는 말은 기존에 통용되는 경영의 방식과 반대되거나 현재의 경영 관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간혹 급진적인 주장도 몇 개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것은 기존의 경영 관점이 얼마나 굳어져 있고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뜻하는 반증일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비주류적'인 경영 관점,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영의 방식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조직문화에 대하여]
- 직원들을 자기 앞가림할 줄 아는 성인(成人)으로만 간주해도 대부분의 제도, 지침, 규정, 시스템은 필요가 없다.

- 가계부 쓴다고 수입이 느는 건 아니다. 직원들에 대해 통제를 강화한다고 매출이 느는 건 아니다. 위기일수록 통제를 풀라.

- 경영자들이 자신들이 채용한 직원들에게 각종 통제 시스템(평가, 지침, 상벌 규정 등)을 강화시켜 적용하는 것은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신뢰하지 않겠다는 신호이며,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직원들을 뽑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예산을 절감한 관리자에게는 내년도에 적은 예산이, 예산을 다 소진한 관리자에게는 많은 예산이 배정된다. 그러니 예산을 다 소진하려고 한다. 예산을 절감한 관리자에게는 더 많은 예산을, 예산을 다 써버린 관리자에게는 적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 직원들이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은 따지고 보면 '직원들이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칭찬은 질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된다.

-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목적으로 행해지는 외부 활동(위크숍 등)들은 그 인위적 의도 때문에 오히려 사기를 저하시키고 만다.

- 회의 도중에 누구나 회의실을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관심 없는 사람들을 붙잡아 둘 이유가 없으니까. 

- 회사에서 행해지는 모든 회의 시간을 선택사항(optional)으로 하라. 회의가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참석한다. 



[평가에 대하여]
- 조직의 구성원들은 모두 평가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 평가자도, 피평가자도 그렇다. 그러면서 평가를 없애려고는 하지 않는다. 평가를 왜 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생각하지 않는다.

- 직원들의 성과를 바로바로 피드백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인사평가 따위는 필요 없다. 

- 직원들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직원을 보기 전에 그 직원을 둘러싼 업무 환경을 먼저 살펴라. 

- 80%의 직원들은 자신이 상위 20%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다. 그래서 평가의 불만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데도 평가를 해야 할까?

- 키(신장)의 분포는 대략 정규분포를 따른다. 하지만 직원들의 성과는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규분포처럼 상대배분율(예를 들어, S:A:B:C:D=10:20:40:20:10)을 정하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엄청난 오류다. 

- CEO나 HR담당자들은 팀장들이 직원들에게 S등급이나 A등급을 많이 준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팀장(평가자) 잘못이 아니다. 채용하면서 좋은 사람을 뽑아서 그런 것이다.

- 직원들을 뽑을 때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을 정규분포처럼 뽑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규분포인 양 서열을 매긴다는 것은 경영진의 채용 능력이 빵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다.

- 직원들의 역량을 5점 척도로 측정하는 평가제도는 직원들을 한 사람의 성인으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그런 측정 없이도 얼마든지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보상에 대하여]
-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을 때, 임금을 인상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올려 주면 회사 욕을 더 많이 할 뿐이다. 


- 유급휴가나 유연시간제 등은 보상이 아니다. 직원들이 자기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보상이다. 

- 일 잘하는 사람을 보상해주는 도구로서 승진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가 자기 일을 계속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다. 

- 차등보상은 내부 경쟁을 야기하고 협력을 저하시킨다. 내부경쟁은 절대로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


[우수인재에 대하여]
우수인재보다 일반인재가 먼저다. 우수인재를 관리하겠다는 조치는 일반인재를 참담케 한다. 일반인재 없이는 우수인재도 없다. 

- 우수인재가 우리 회사에 없어서 문제일까? 왜 평가 관행은 우수인재가 회사 내에 극소수라고 간주하는 걸까? 지금까지 잘 굴러왔다면 이미 우리 회사에는 우수인재가 많다는 증거 아닌가? 


[리더십에 대하여]
-
상사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일보다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현실에서는 이 우선순위가 거꾸로여서 문제다. 

- 직원들을 평등하게 대할 수 없으며 평등하게 대해서도 안 된다. 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선호하는 방법, 팀장에 대한 요구 사항 등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불평등하게 대하라.

- 팀 내에는 일 잘하는 직원과 일 못하는 직원이 있다. 팀장은 누구에게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할까? 평범한 팀장은 일 못하는 직원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일 잘하는 직원들은 말 안 해도 잘 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우수한 팀장은 일 잘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 형편없는 상사와 같이 일한다면 당장 그곳을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 상사나 부하직원이 서로를 신뢰할 수 없으면, 외부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그 신뢰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다. 반드시 당사자가 풀어야 할 문제다.

- 소질을 가르칠 수는 없다. 교육으로 소질이 생기지 않는다. 뽑아서 소질을 갖추도록 만들 것이 아니라, 소질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

- '능력이 뛰어나지만 성질이 못된 자'와 '능력은 그저 그렇지만 인덕이 있는 자'가 있다면, 후자를 관리자로 승진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자가 더 많이 승진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 경영자는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터프하게 다루길 바라는 반면, 직원들은 관리자들이 자신들을 부드럽게 배려해 주길 원한다. 그래서인지 위기에 처하면 덕장들은 짤리고 용장들이 득세한다.


[경영의 민주화에 대하여]
이사회는 주주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외이사보다는 직원 대표가 이사회 멤버가 되어야 한다. 

- 회사가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의사결정을 한 경영자가 제일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어려움을 타개하겠다고 의사결정권이 없는 직원들을 감축하는 일은 가장 졸렬한 짓이다. 

- 많은 기업에서 행해지는 혁신활동은 직원의 변화만을 요구할 뿐 경영자의 변화는 요구하지 않는다. 경영자의 변화가 필요한 혁신은 애초부터 시도되지 않는다. 

- 누군가를 채용할 때 어떤 방식이든 그 사람과 같이 일할 팀원 모두가 참여하여 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입사원이든 경력사원이든 마찬가지이다. 새로 들어온 직원은 인사팀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므로. 

- 직원이 맡은 임무만 제대로 수행한다면 몇시에 출근하든 몇시에 퇴근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얼굴 보여주는 시간'으로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지 말라. 

- 하루의 일을 일찍 끝내면 일이 더 주어진다. 그래서 일 속도를 늦추거나 필요 없는 일을 중요한 일인 양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일 끝나면 집에 가게 하라.

- 지각했다고 사유서를 쓰라고 하는 회사가 있다. 그렇다면, 늦게 퇴근할 때도 사유서 쓰도록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왜 지각만 뭐라 하는가?

- 직장인들에게 일요일 밤은 출근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제일 짜증나는 시간이다. 정보통신 시대에 왜 꼭 물리적인 장소로 출근을 해야 하는 걸까?

- 사람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르며 아침 9시까지 출근한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며 30분 가량을 그냥 흘려 보낸다. 이럴려면 왜 정시 출근을 요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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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이 성과를 높인다는 말은 뻥이다   

2012. 5. 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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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의 증감에 따라 생산성과 직원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험을 위해 기존의 보상을 줄이겠다면 직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을뿐더러, 보상 수준을 높여 봤다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해서 다시 원상으로 복귀하면 역시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보상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생산성이 보상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는 실험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험의 편의를 위해서 조건을 단순화시킨 모델에 쉽게 조달 가능한 학생들(회사에서 아직 일해보지 않은)을 참가자로 참여시켰기 때문에 현실을 과연 올바르게 반영한 결과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죠.

실험적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실제하는 기업에서 보상의 수준과 방식에 변화를 주기 전과 변화가 일어난 후의 차이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까닭은 처음부터 연구자들이 보상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으면 사전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후적인 데이터만 가지고 추론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구성원들과 합의하여 초기부터 보상의 전후 효과를 분석한 몇 안 되는 연구 중 하나가 잔느 라메르(Jeanne M. LaMere)와 동료들이 '미시건 폐기물 서비스'라고 불리는 폐기물 수거업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이 회사의 CEO는 폐기물 수거 차량을 모는 운전수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라메르에게는 새로운 보상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전과 실행된 이후의 변화를 분석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죠. 

이 회사에는 여러 부서가 있었지만, '수거 부문'에 속한 22명의 트럭 운전수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라메르는 제비뽑기를 통해 운전수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1그룹에게는 20주 동안 기본적인 보상을 받다가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적용 받게 했고, 2그룹에게는 1그룹보다 14주 늦게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적용했습니다. 인센티브는 전체 보상 금액의 3% 정도가 되었죠. 이렇게 3~5개월 정도 진행하다가 경영진은 새로운 회계년도의 시작(1990년 9월 30일)과 함께 인센티브의 크기를 94% 증가시켰습니다. 단 기본급은 인상하지 않았죠. 그리고 39주가 흐른 1991년 7월 1일에 다시 인센티브의 크기를 57% 인상하는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이때도 역시 기본급은 동결시켰습니다. 기본급을 그대로 유지했기에 인센티브(성과급)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만을 따로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라메르는 이 기간 동안 트럭 운전수들의 생산성, 성과 포인트, 직무만족도, 사고 발생건수, 순노무비 절감액, 투자수익률 등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제비뽑기를 해서 그룹을 나눴음에도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전에 1그룹의 성과는 2그룹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도입되자 두 그룹 모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그룹의 성과 차이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번의 인센티브 인상과 생산성 증가는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 크기를 94% 증가시켜 전체 보상 금액의 6%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2그룹의 생산성은 첫 번째 인상이 이뤄진 후에 약간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인센티브 크기를 57% 증가시켜 전체 보상 금액의 9%가 되도록 해도 생산성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전에 측정한 보상 만족도는 26.10점이었는데, 인센티브가 주어진 후의 보상 만족도는 24.21점 밖에 안 됐습니다. 업무 만족도 역시 종전에 32.47점이었는데 30.37점 밖에 나오지     않았죠. 통계적으로 따져보니 만족도 상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보상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가 틀렸음을 일러주는 결과입니다.

요약하면, 기본급은 그대로 유지하고 인센티브가 전체 보상 금액에서 차지하는 금액을 0%, 3%, 6%, 9%로 증가시켰기에 전보다 돈을 더 받을 수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과 성과는 그에 비례하여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인센티브가 운전수들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처음 인센티브를 도입할 때는 생산성과 성과가 현저하게 높아지지만,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인센티브의 추가 확대는 별로 이로울 것이 없음을 거의 4년에 걸친 라메르의 관찰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인센티브(성과급) 비중을 늘리면 개인의 성과가 향상되고 종국에 조직 전체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치라 생각합니다. 초기에 인센티브를 작게 도입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기업들은 회사가 위기에 빠지거나 직원들을 채근할 필요가 있을 때 인센티브의 비중 확대가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센티브를 점점 확대해 나가기로 계획된 회사들이 꽤 많다는 것을 보고 듣는 중입니다. 하지만 인센티브 확대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라메르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소폭의 인센티브 도입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연봉이 성과가 연동된다는 신호를 주기에 어느 정도의 '당근 효과(혹은 반대로 채찍 효과)'가 있으나 그보다 더 큰 인센티브 비중은 의미가 별로 없을지 모른다는 점(노력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라메르의 실험이 모든 산업과 모든 직무를 포괄하는 연구는 아니지만, 인사정책의 실행은 이론이나 기대가 아니라 엄정한 증거에 기반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인센티브를 확대하면 좋아지겠지'와 같은 통념과 기대에 근거하여 인사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 진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한 이후에 천천히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보상과 관련된 정책은 한번 실행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인센티브 확대가 생산성과 성과를 향상시킬 거란 말은 뻥일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과연 효과가 있을까?'란 질문과 고민 없이 다른 회사도 하니까, 트렌드가 그러하니까, 금년도에는 이거나 해볼까, 하면서 실행하는 제도가 참 많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도 그렇지는 않습니까?


(*참고논문)
Effects of a Multicomponent Monetary Incentive Program on the Performance of Truck Dr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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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직원을 승진시키면 안 되는 이유   

2012. 5. 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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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법칙'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는 자신의 경험적 관찰을 통해 "조직의 서열 구조 속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승진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을 좀더 쉽게 서술하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무능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결국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가 이런 결론을 내린 까닭은 어떤 직급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한 단계 위의 직급에서 필요한 역량이 서로 독립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피터의 관점이 맞는다면, 어떤 사람이 현재의 직급에서 아무리 높은 수준의 역량을 보이더라도 그가 상위 직급에 오른 후에도 높은 역량 수준을 나타내리라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그는 구성원들이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무능함이 드러난다고 생각한 겁니다. 



물론 하위 직급의 역량과 상위 직급의 역량이 독립적이라는 피터의 가정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조직의 특성상 피터의 가정처럼 직급의 역할이 설정된 곳도 있고, 하위 직급과 상위 직급 간의 요구역량이 서로 의존적인 조직도 있을 테니까요.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플루치노(Alessandro Pluchino)와 동료들은 컴퓨터를 통해 피터의 가정 하에서 어떤 식으로 구성원을 승진시키는 것이 좋은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직관과 반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들은 이 공로(?)로 2010년에 '이그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플루치노는 컴퓨터 상에 6단계 직급을 가진 피라미드형 조직을 만들어 놓고 160명의 가상직원을 배치했습니다. 가장 높은 레벨에 1명(사장을 의미), 두 번째로 높은 레벨에는 5명... 이런 식으로 가장 낮은 레벨에는 81명을 배치했죠. 플루치는 각 구성원에게 역량 수준과 연령이라는 두 개의 속성을 부여하고, 정규분포를 따르도록 무작위로 1에서 10까지의 역량 값을, 18세에서 60세까지의 연령을 지정했습니다. 윗 직급으로 승진시킬 포지션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의 역량이 4보다 낮거나 60세를 넘어서면 퇴직시켰습니다. 또한 공석이 발생하면 바로 아랫직급에 있는 구성원들 중에 한 명을 승진시켜서 채우고, 제일 낮은 직급에 공석이 발생하면 새로운 구성원을 채용하기로 정했죠. 

플루치노는 아랫직급의 직원을 윗직급의 공석으로 승진시키는 방식을 세 가지 로직으로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베스트 승진'은 아랫직급에서 가장 높은 역량을 보이는 구성원을 승진시킨다는 것이고, 반대로 '워스트 승진'은 가장 역량 수준이 낮은 구성원을 승진시킨다는 것이었죠. '무작위 승진'은 아랫직급에서의 역량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한 사람을 뽑아 올리는 로직이었습니다.

플루치노는 아랫직급의 역량과 윗직급의 역량이 서로 의존적('윗직급의 역량은 아랫직급 역량에서 10% 이내의 변동을 가진다')이라는 '상식적인 가정' 하에서 세 가지 승진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초기의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은 69.68%이었는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베스트 승진'은 9%가 높은 79%로 수렴된 반면, '워스트 승진'은 5%가 떨어져 65%로 수렴되었습니다. 아랫직급에서 일 잘하면 윗직급에서도 일 잘할 거라는 가정 하에서 출발한 시뮬레이션이었기에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헌데 아무나 뽑아 올리는 '무작위 승진' 방식도 초기 역량 수준을 2%P 끌어올렸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결과였습니다.

이번엔 피터의 가정 하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로 했습니다. 즉, 아랫직급의 역량과 윗직급의 역량은 서로 독립적('아랫직급에서 일 잘한다는 것이 윗직급에서의 성공적 수행을 담보하지 못한다')이라는 조건 하에서 세 가지 승진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베스트 승진'보다 '워스트 승진'이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을 높이는 데에 훨씬 좋았으니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스트 승진'은 조직의 역량을 10%P 까먹는 반면, '워스트 승진'은 12%P 향상시켰습니다. 피터의 가정 하에서는 아랫직급에서 제일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을 승진시킬 때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이 높아졌던 겁니다. 아랫직급에서 역량 수준이 가장 높은 직원을 뽑아 올리면 종국에 조직 전체의 역량이 떨어진다는 결과는 참으로 당혹스러웠습니다. 한편  '무작위 승진'은 1%P의 역량 향상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직급의 역할과 요구역량이 '상식적인 가정'에 들어맞을지 '피터의 가정'에 들어맞을지 모르는 상태라면, 아랫직급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윗직급으로 뽑아올리는 승진 방식('베스트 승진')이 항상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피터의 가정이 들어맞을 경우 '베스트 승진'은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무작위로 뽑아올리는 것이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을 보호하는 안전한 전략임을 플루치노의 시뮬레이션은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승진심사 없이 공석이 생기면 아무나 뽑아올려서는 안 되겠죠. 절차와 형식도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랫직급에서 기록한 역량평가 결과에 높은 비중을 주어서는 안 되겠죠.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 운영 등을 통해 윗직급에서 얼마나 일을 잘할지 평가하여 승진을 결정하기도 하나, 여전히 아랫직급에서의 역량에 높은 비중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역량평가에서 '죽을 쑨' 직원에게는 승진심사 자격 자체가 박탈되거나 기회가 늦게 주어지니까 말입니다. 허나 아랫직급에서 죽을 쒀도 윗직급에서는 일을 훌륭히 수행할지 모릅니다. 반대로 아랫직급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도 윗직급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일이죠. 

물론 플루치노의 시뮬레이션은 현실을 단순화한 모델에 근거합니다. 그러나 윗직급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사람을 제로 베이스에서 뽑아올려야 하지, 아랫직급에서 일 잘한다고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거나 우선순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운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것은 피터의 법칙이 강조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피터의 법칙에서 얼마나 자유롭습니까? 만약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랫직급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올리는 일이 결국 조직의 역량을 떨어뜨리는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그냥 무작위로 승진시키는 게 나을지 모릅니다. 직관에 반하는 일이지만, (현 직급에서) 일 잘하는 직원을 승진시키면 안 됩니다.


(*참고논문)
The Peter Principle Revisited- A Computational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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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평가를 강화하면 직원들이 덜 놀까?   

2012. 5.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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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속에서 개인들은 각자 최대한 낼 수 있는 노력을 경감한다는 링겔만 효과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100의 능력이 있는데도 집단에 속하면 50이나 60 정도 밖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개인의 기여가 구분되어 측정되지 않기에 설령 집단의 성과에 무임승차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비난 받지 않을 거라는 심리 때문에 링겔만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집단 속에서 개인의 기여가 구분되어 평가되거나 각 개인의 성과가 비교되는 조건이라면 링겔만 효과가 약화되리란 가설을 세울 수 있겠죠. 각자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일러주고 그 결과를 각자 구분해 평가한다면 집단에 '묻어가려는' 사회적 태만을 줄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마 여러분도 지난 번 글('집단에 속한 당신은 분명 게으르다')에서 이 가설을 떠올렸을 것 같네요.



스테판 하킨스(Stephen G. Harkins)와 제프리 잭슨(Jeffrey M. Jackson)은 이런 가설 하에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들은 160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어떤 물건의 이름을 제시하고 그것을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지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해 보라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벽돌이라면 담을 쌓는 데 쓰는 일반적인 용도 이외에 못을 박는다든지, 변기 물통 속에 집어넣어 물을 절약한다든지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죠. 

하킨스와 잭슨은 두 가지 실험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하나는 용도의 개수를 개인별로 구분하느냐, 아니면 4명으로 이뤄진 팀 단위로 합산하느냐의 여부였습니다. 즉 개인의 기여가 구분되어 측정되느냐, 집단의 성과로 희석되느냐였죠. 나머지 하나의 조건은 팀 멤버들이 모두 동일한 물건의 용도를 생각하느냐, 아니면 각자 다른 물건의 용도를 생각하느냐의 여부였죠. 멤버들이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면 서로 누가 더 많은 용도를 생각해냈는지 비교 가능한 반면, 사로 다른 물건의 용도를 고민하면 비교하기가 곤란할 겁니다. 하킨스와 잭슨은 학생들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눠 이 두 가지 실험 조건에 따라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어떤 조건의 학생들이 가장 성과가 좋았을까요? 여러분도 예상했겠지만, '개인별 측정 - 비교 가능' 팀이 평균 24.9개의 용도를 생각해냄으로써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즉 개인별 기여가 측정되고 팀원들이 동일한 과제를 수행할 때 가장 성과가 높았다는 뜻이죠. '개인별 측정 - 비교 불가능' 팀은 19.7개, '집단 측정 - 비교 가능' 팀은 19.8개, '집단 측정 - 비교 불가능' 팀은 19.3개로 성과가 서로 고만고만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성과가 비록 개인별로 측정된다 하더라도 각자 다른 과제를 부여 받을 때(즉 서로 비교하기 어려울 때)는 개인의 노력이 집단 속으로 뭉뚱그려질 때와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집단에 속한 개인의 기여가 정확하게 구분되어 평가되고 동시에 집단의 멤버들이 모두 동일한 과제를 수행할 때 링겔만 효과가 약화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실험의 결과를 기업에 반영할 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설정된 상황과 기업 내의 팀이라는 단위조직의 상황이 그다지 비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팀으로 묶여 있다 해도 팀원들은 각자 서로 다른 내용의 업무를 담당하기에 성과를 비교하기 어렵고 비교해서도 안 됩니다. 위 실험의 결과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서로 다른 내용의 성과들을 비교하여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방식이 직원들의 사회적 태만을 줄인다고 믿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입니다. 설령 링겔만 효과가 줄어든다고 해도 상대평가 방식은 직원들이 협력하려는 동기를 소멸시키고 마니까요. 이에 대해선 그동안 다른 포스팅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를 유의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반 조직에서 팀원들의 성과를 개인 단위로 구분하여 측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비록 팀원들이 각자 다른 업무를 수행한다고 해도 어느 한 팀원의 업무가 다른 팀원의 인풋이나 아웃풋이 되고 하나의 업무를 둘 이상의 직원이 협업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A의 성과이고 나머지가 B의 성과인지 구분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실험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개인별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어서 링겔만 효과를 없애겠다고 생각한다면 실패가 자명합니다. 개인별 지표의 강화 역시 직원들의 협력 동기를 크게 약화시키고 맙니다. 

더욱이 이 실험은 '누가 얼마나 많은 개수의 용도를 생각해냈느냐?'와 같이 누구나 인정하는 정량지표로 평가했다는 것에 또한 유의해야 할 점입니다. 직원들의 업무 내용이 정성적이며 그 성과 또한 정성적으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조직에서는 이 실험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업무가 분명 정성적인데 정량적으로 평가해야겠다며 우스꽝스러운 정량지표(예 : 전략 보고서 제출 건수)를 만들어내면 곤란하겠죠.

따라서 이 실험은 콜센터나 영업조직과 같이 구성원들이 모두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가 동일한 지표로 정량적으로 측정되어 서로 비교 가능한 조직에서나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이런 조직은 이미 사회적 태만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장치를 가동 중이기에 이 실험이 추가적인 방법을 시사하지는 못할 겁니다. 사실 지난 번의 글('집단에 속한 당신은 분명 게으르다')에서 설명한 실험의 조건도 조직 내의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한번은 걸러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오늘 글에서 소개한 실험은 태만과 무임승차를 없애는 데에 개인별 성과 측정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방법이 과연 통할까, 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시사합니다. One-size-fits-all 솔루션은 없습니다. 어쨌든 집단이 어떤 특성을 가지느냐와 상관없이 일정 정도의 사회적 태만과 무임승차자가 존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애석하지만, 어느 정도는 떠안고 가야 할 필요악일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The role of evaluation in eliminating social loa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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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비만이면 밥 먹고 결재 받아라   

2012. 4. 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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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플 때와 부를 때 내리는 의사결정의 결과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지난 번에 올린 글('밥 먹고 합시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관들이 새참을 먹기 바로 직전에는 가석방 승인율이 9~27% 밖에 안 됐지만, 새참을 먹은 후에는 승인율이 52~61%로 크게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객관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신체적인 한계를 이야기했었죠. 

오늘 글에서는 밥을 먹기 전과 먹은 후에 리스크에 대한 수용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배가 고플수록 리스크가 큰 선택을 할까요, 아니면 리스크를 꺼려 할까요? 반대로 배가 부를 땐 어떤 결정을 할까요? 동물 실험에서는 통상적으로 배가 고프면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배가 부를 땐 리스크가 높은 행위를 더 많이 한다고 하는데,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요?



므카엘 사이몬즈(Mkael Symmonds)와 동료들은 19명의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3주에 걸쳐 포만감과 리스크 수용도의 관계를 실험했습니다. 학생들은 네 개씩 한 묶음으로 된 두 개의 복권 세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세트를 선택하는 작업을 해야 했죠. 5가지 상금을 가진 복권(0파운드, 20파운드, 40파운드, 60파운드, 80파운드)을 (60, 60, 40, 40)으로 구성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세트이고, (80, 20, 80, 20)으로 이뤄진 세트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성이 좋은 선택이겠죠. 학생들은 3주 동안 1주일에 한번씩 연구실에 찾아와 모두 3차례씩(식사 전에, 식사 직후에, 식사하고 1시간 후에) 이 게임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이 느끼는 배고픔과 배부름은 공복감을 자극하는 그렐린(Ghrelin)과 포만감을 나타내는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의 양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포만감을 느끼는 정도와 리스크 수용도 사이에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하였습니다. 포만감을 늦게 느끼는 사람(즉 렙틴의 기준치가 높은 사람, 보통 뚱뚱한 사람)의 경우, 식사 전에는 리스크 수용도가 낮았으나 식사 직후에는 리스크 수용도가 높아졌습니다. 반면, 포만감을 빨리 느끼는 사람(보통 마른 사람)은 식사 전에는 리스크 수용도가 높았으나 식사를 하고나서는 리스크 수용도가 낮아졌죠. 식사하고 나서 1시간이 흐른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요? 1시간이 지난 후에 배가 덜 고프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리스크가 적은 복권 세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니다. 비만인 사람은 식사하기 전보다 식사 직후에 좀더 리스크가 큰 의사결정을 내리고, 반대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원래 많이 먹지 않는 사람들은 식사 전보다 밥을 먹고난 후에 좀더 리스크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풀어 말하면, 비만인 사람은 식사 후에 관대해지고 마른 사람은 밥을 먹은 후에는 깐깐해진다는 뜻입니다. 신진대사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신체의 본능적인 반응이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여러분이 중요하지만 리스크 부담이 큰 결재를 받아야 할 때 상사가 뚱뚱하다면 식사 후에 결재를 받고, 평소에 별로 많이 먹지 않는 상사라면 식사 전에 결재를 받는 게 유리합니다.(100% 보장은 못하지만...). 또한 주식을 파고 사는 의사결정을 할 때도 여러분 자신의 몸 상태와 공복감을 유의해야겠죠. 어쨌든 이 실험의 결과는 지난 번에 올린 글과 함께 객관적 의사결정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환상일지 모른다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참고논문)
Metabolic State Alters Economic Decision Making under Risk in Hu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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