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트는 부정을 저지르고 잘못을 모른다   

2012. 4. 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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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블로그를 통해 나르시스트적인 리더는 조직의 정보 흐름을 막고 독창적이지 않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성원들에게 수용토록 함으로써 조직 성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번엔 나르시스트들의 도덕성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학자들이 정의하기를, 나르시스트는 권력을 추구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과시하려 들고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르시스트의 특징들은 부정(dishonesty)을 저지르려는 동기와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르시스트적인 성향이 강할수록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오클라호마 대학의 라이언 브라운(Ryan P. Brown) 등은 비록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하긴 했지만, 이런 가설이 옳음을 밝혔습니다. 브라운은 심리학 강의를 수강하는 93명의 학생들에게 연구의 목적이 수학 방정식으로 인지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습니다. 학생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10개씩 두 세트로 이뤄진 문제를 풀어야 했는데 정답을 말할 때까지 문제 풀기를 반복해야 했죠. 브라운은 경쟁심을 유발하기 위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학생들에게 30달러의 상금을 주겠노라고 알렸습니다.



헌데 이 프로그램에는 연구자들에 의해 의도된 '버그'가 있었습니다. 바로 모니터 상에 정답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브라운은 이런 버그가 다른 연구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가져다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고 학생들에게 거짓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제시된 후에 10초 안에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답을 쓸 수 있는 칸이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답이 화면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자세히 일러줬습니다. 브라운은 학생들이 스페이스바를 누를 수 있는 10초라는 긴 시간 동안 정답을 보고자 하는 욕구를 억누르고 정직하게 문제를 푸는지를 보려한 것이었죠.

10개의 문제를 다 풀고 나서 브라운은 학생들에게 또다른 10개의 문제를 제시하면서 이번엔 스페이스바를 1초 안에 눌러야 정답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가 나오자마자 순발력 있게 스페이스바를 눌러야 했던 거죠. '10초 조건'과 '1초 조건' 중 어떤 조건 하에서 학생들은 스페이스바를 누르지 않는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를까요? 당연하게도 1초 조건에서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이는 부정행위를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스페이스바를 누를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초 조건에서 스페이스바를 누르지 않은 것은 고의적인 부정행위라고 간주할 수 있겠죠.

학생들은 이 실험에 참여하기 3주 전에 나르시스트적 성향이 얼마나 되는지 이미 측정 받았습니다. 나르시스트적 성향 중 대표적인 것은 '떠벌리기'와 '명예욕(entitlement)'인데, 이 중 학생들의 명예욕과 고의적인 부정행위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이 있음이 나타났습니다. 나르시스트들은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나르시스트들은 이런 부정행위를 계획하거나 고의적으로 저지를 때 죄책감을 느끼긴 할까요? 만일 나르시스트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게 부정행위를 감행하는 것이라면 과연 남들이 저지르는 부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런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해 이번엔 에이미 브루넬(Amy B. Brunell) 등이 연구에 나섰습니다. 브루넬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시험을 보면서 부정행위를 저지를 때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느낄 것 같은지를 물었습니다. 어려운 시험을 치를 때, 친구가 강의노트를 빌려주기를 거부할 때, 친구가 '컨닝을 하자고' 부추길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며 답하도록 했죠. 또한 학생들은 최근에 자신이 몇 번이나 부정행위를 저질렀으며, 앞으로 30일 동안  한 번 이상의 부정행위를 저지를 것 같은지도 응답해야 했습니다. 

분석 결과, 나르시시즘은 부정행위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나르시스트의 성향 중 과시욕과 권력욕이 부정행위와 관련이 있었고, 특히 과시욕이 클수록 자기 자신의 부정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덜 느끼는, 자신을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과시욕이 큰 나르시스트일수록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시욕이 큰 사람은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 부정행위를 고의적으로 저지르고 또한 자신을 합리화함으로써 죄책감을 덜 느낀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브루넬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과시욕의 정도는 부정행위의 빈도와 관련이 없었고 죄책감과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나르시스트들은 나르시스트가 아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는 동일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로써 나르시스트들이 고의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도덕적 기준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부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나르시스트들은 부정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잘못한 줄 잘 알지 못합니다. 나르시스트가 리더이든 아니면 팔로워(부하직원)이든, 권력욕과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죄책감을 덜 느끼면서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것, 그 부정이 크건 작건 조직의 성과와 건강한 문화에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을 위의 두 연구를 통해 헤아릴 수 있습니다. 비록 합법적이라 해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그들을 누르고 올라서려 하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비도덕적인 행위는 나르시스트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자신을 과장해 내보이는 나르시스트 특유의 능력으로 인해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의사결정자에 의해 나르시스트가 리더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나르시스트가 장악한 조직의 의사결정 성향은 어떨까요? 나르시스트가 조직의 중요한 위치에 올랐을 때, 그가 내리는 결정은 과연 얼마나 합리적일까요? 이 주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참고논문)
On the Meaning andMeasure of Narcissism
Narcissism and academic dishonesty: The exhibitionism dimension and the lack of gui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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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트적인 리더는 과연 창의적일까?   

2012. 4. 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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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올린 글('스티브 잡스는 좋은 리더가 아니다')에서 나르시스트적인 관리자가 자신의 정보와 지식을 크게 강조함으로써 조직 내의 정보 공유를 억제하고 결국 조직의 성과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비록 성공한 리더 중에 나르시스트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들의 성공은 나르시스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다른 특성이나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조건들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다시 말해, 나르시시즘은 개인의 성공이나 조직의 발전과는 인과관계는 갖지 못합니다.

헌데, 정보 공유의 측면에서 나르시스트적 관리자가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아이디어나 해법은 남들보다 참신하고 독창적이진 않을까요? 스스로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했던 피카소처럼, 나르시스트적인 관리자들은 나르시시즘에 젖을 만큼 똑똑하고 창의적인 것은 아닐까요? 왜냐하면 나르시스트들은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참신하고 획기적인 것을 창조하려 하는 동기가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충만한 그런 동기는 그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창조물의 독창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여러분 주위에 나르시스트가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의 창의력과 참신성을 떠올려 본다면,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겠습니까?



잭 곤칼로(Jack A. Goncalo) 등의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추론이 옳은지를 검증하고자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곤칼로 등은 244명의 학부생에게 'NPI 16'이라는 평가지를 돌려 나르시시즘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2주 후에 학생들을 다시 불러서 2가지 과제를 수행하게 했는데, 첫 번째 것은 한 장의 벽돌을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하여 10분 내에 모두 써내는 과제였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다른 은하계의 행성을 방문했다고 가정하고 그곳에 사는 거주민의 모습을 7분 이내에 그려보라는 것이었죠.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수행한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것이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스스로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두 명의 심사자를 고용하여 학생들이 벽돌의 용도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는지(양적 측면), 그리고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유연한지(질적 측면)를 측정하도록 했습니다. 심사자들은 학생들이 그린 외계인 그림에서 남들과 다른 비전형적인 모습이 얼마나 발견되는지도 심사했습니다.


나르시스트적인 학생일수록 자신의 아이디어와 그림이 창의적이라고 스스로 자부했지만, 심사자의 심사 결과를 통해 회귀분석을 해보니 나르시시즘의 정도는 아이디어의 질적 양적 측면 모두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벽돌 과제'와 '외계인 그림 과제' 모두 동일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를 가리켜 '잘났다. 창의적이다. 참신하다'라 자부하는 사람이라 해도 그를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나르시스트의 창의성이 그저 그렇다면, 나르시스트 주변의 사람들은 그의 창의성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위 실험에서 증명된 바와 마찬가지로 나르시스트적인 사람의 아이디어는 그리 뛰어나지 않다고 느끼고 있을까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나르시스트의 창의력을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이 곤칼로의 후속 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곤칼로는 76명의 학생들을 두 명씩 짝을 이루게 하고 한 명에게는 '제안자'의 역할을, 다른 한 명에게는 '평가자'의 역할을 무작위로 부여했습니다. '제안자'에게는 영화 제작 아이디어를 구상한 다음 10분 동안의 설명으로 '평가자'를 설득시키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평가자'는 '제안자'의 아이디어를 묵묵히 듣고서 영화 제작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제안자'로부터 받은 인상을 각각 평가해야 했죠.

실험이 끝나고 분석을 해보니, '제안자'의 나르시시즘의 정도와 '평가자'들의 창의성 평가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습니다. 즉 제안자가 나르시스트일수록 평가자들은 제안자의 영화 제작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독창적이라 평가한 겁니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인간상을 머리에 떠올릴 때 그 모습을 나르시스트의 특징과 등치시킨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두 나르시스트가 아닌데도, 나르시스트이면 창의적일 것이라는 인상을 갖는다는 것이죠. 이 실험에서도 두 명의 심사자를 따로 고용해 학생들 모르게 평가한 결과, 나르시스트가 내놓은 영화 제작 아이디어는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나르시스트가 창의적이지 않은데도 스스로를 창의적이라고 자부하고 또 남들도 그를 창의적으로 여긴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입니다.

나르시스트가 조직의 리더가 되면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정보의 흐름을 막아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창의력을 과대평가하여 직원들에게 강하게 푸시하고 또한 직원들도 그런 아이디어를 참신한 것인양 수용하는 바람에 역시 조직 성과를 저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르시스트적인 사람들이 조직에서 관리자의 위치로 승진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생각한다면, 리더의 나르시시즘은 그저 개인의 성격적 결함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리더를 선발할 때 나르시스트의 과시 효과(showoff effect)에 영향 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진정한 리더를 통해 조직의 성과 향상을 꾀하는 조직관리의 지혜입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에리카 칼슨(Erika N. Carlson)이 수행한 연구에서 나르시스트들은 본인이 나르시스트라는 점, 자신에게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 그래서 남들에게 첫인상을 좋게 남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상이 나빠진다는 점을 모두 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해법이나 전략이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자신만만하기 전에, 자신이 가진 정보와 지식이 남들보다 우수하다고 자동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기 위해 '부드러운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습니다. 카리스마는 내면의 치열한 자기성찰을 근본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Are Two Narcissists Better Than One? The Link Between Narcissism, Perceived Creativity, and Creative Performance 
You probably think this paper's about you: narcissists' perceptions of their personality and repu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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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으면 보수적이 된다   

2012. 4. 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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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죠. 고객의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다가 우리가 가진 제품으로는 그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갑니다. 게다가 기존 경쟁사는 미리 그런 변화를 감지했는지 적절한 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해서 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지금까지 누리던 경쟁력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험에 처했습니다.

회사는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합니다. 헌데 임원들이 오랜 시간 머리를 싸매고 만들어낸 전략은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듯 느껴집니다. 매년 의례적으로 수립하는 사업계획서의 내용에 긴급함과 위기감을 강조하는 형용사와 부사가 여기저기 경고를 나타내는 빨간 딱지처럼 덧붙여진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듭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고 기존의 사업을 기존의 방식대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말 밖에는 없습니다. 다들 CEO의 입만 쳐다 보며 말입니다. 사실 이 상황은 가상의 사례가 아니라 모 회사에서 직접 목격한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은 이렇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루도록 요구 받으면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지만 결국 기존의 것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기존의 제품, 기존의 방식, 그리고 기존의 구조 속에서 용인되던 기득권을 밑바닥에서부터 파괴하고 혁신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긴급 대책 전략은 현상(status quo)을 '열심히 유지'할 것임을 강하게 드러낼 뿐입니다. '더 열심히 영업 활동을 하겠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하겠다', '시장 조사를 지금보다 더 자주 하겠다', 'KPI 타겟을 더 높이겠다' 등 열심히 하겠다는 말처럼 보수적인 것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위급하고 시간이 별로 없을 때 이렇게 보수적인 전략에 머물고 마는 걸까요? 그 근본적인 이유는 스콧 아이델만(Scott Eidelman) 등이 수행한 실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모니터 상에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50개의 용어를 떠오르게 하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것을 지지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 시간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550밀리초) 용어를 보여주고 빠른 시간 내(1550밀리초)에 답하도록 한 것이죠. 반면 다른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용어를 스크린 상에 오래 보여 주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 답하게 했습니다. 이 과제를 수행한 후 연구자들은 보수주의를 뜻하는 단어 25개와 자유주의를 나타내는 25개 단어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지지 여부를 7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분석 결과, 시간의 압박을 받은 참가자들의 '보수주의적 성향'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한 참가자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시간에 쫓기면서 버튼을 눌러야 했던 참가자들이 보수주의적인 단어를 더욱 지지했습니다. 반면 '자유주의적 성향'은 시간의 압박 여부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시간적인 여유 없이 중요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들이 혁신적으로 사고하기가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아이델만 등은 시간적인 압박 조건 뿐만 아니라 '인지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조건 하에서도 사람들이 보수적인 성향이 높아짐을 또 다른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15분 동안 사회적 인식에 관한 자료를 완성해야 했는데, 참가자 중 절반은 자료를 완성하는 동안 테이프에서 재생되는 소리의 톤(tone) 변화가 몇 번 있었는지를 동시에 세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인지적인 압박을 받아야 했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보수주의적인 성향이 높아지고 자유주의적인 성향은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대처해야 할 과제들이 한꺼번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조직의 전략이 혁신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지고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쪽으로 경도된다는 경험적인 사실이 실험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아이델만의 실험을 요약하면 시간적 압박과 인지적 부담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덜 하도록 만들고 생각을 덜 하게 되면  보수주의적 성향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생각이 없으면 보수주의자가 된다는 말로 간단히 정리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델만은 이 실험의 결과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면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즉 '보수주의자들은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라고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죠. 아이델만은 이 실험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짧은 생각이 사람들을 현상에 머무르도록 만든다는 것으로 실험의 의미를 제한합니다. 자유주의자들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가 시간적 압박과 인지적 부담에 의해 쉽게 손상된다는 의미로 이 실험을 해석하면 곤란하겠죠. 아이델만의 말처럼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경험, 역사, 가치 등을 통해 이루워진 다차원적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기고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때 조직의 브레인들은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고, 그런 조급함은 보수적인 성향을 자극하여 그저 더 많이 더 열심히 하겠다는 전략에 머물게 만듭니다. 혁신에 힘을 쏟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려 합니다. 하지만 끄려고 할 때마다 발등의 불은 몸 전체로 번지고 맙니다. 위급하고 대처해야 할 과제가 많을 때 오히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려고 혁신의 기회를 탐색해야 합니다. 시장의 구조가 변하고 고객의 취향이 예전과 판이하게 다른 마당에, 경쟁자와 고객이 모두 떠난 빈 터에서 더 많이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직의 경영자와 직원들이 아무 생각 없으면 보수주의자가 되어 스스로 현상에 머무르려는 보수주의적 경영의 피해자가 됩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내놓는 전략이 풀빵 찍어내듯 매번 비슷하다면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에 의해 아무 생각없이 조직이 흘러간다는 의미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지금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Low-Effort Thought Promotes Political Conserva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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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이 잦으면 낮에 딴짓을 많이 한다   

2012. 3. 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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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잠을 덜 잔 실험 참가자가 돈이 걸린 게임에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적('야근을 많이 하면 남을 속이게 된다')이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었는데, 그만큼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야근이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그리고 야근이 얼마나 당연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근이 이렇게 직원들의 비윤리적인 동기를 은연 중 자극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야근을 하면 그만큼 오래 일하니까 생산성도 높아지고 성과도 높아지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최근에 나온 또 다른 연구 결과는 야근과 생산성 사이에는 긍정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부정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와그너(David T. Wagner)와 크리스토퍼 반스(Christopher M. Barnes) 등의 연구진들은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낮에 회사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에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잠을 덜 잔 사람일수록 연예인 가십 기사나 스포츠 기사 등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을 보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서머타임이 시작되기 전 날에 사람들이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설정하고 잠을 자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고 그때문에 예전보다 평균 40분 정도 잠을 덜 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영리하게도 이때를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시점으로 삼았죠.



연구진은 2003년에서 2009년 사이 미국의 203개 도시에서 일어난 인터넷 트래픽 정보를 확보하여 연예 오락과 관련된 접속건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서머타임이 시작되고나서 첫 번째 월요일의 접속건수가 직전 월요일에 비해 평균 3.1% 정도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서머타임 시작 후 두 번째 월요일의 접속건수와 비교하면 첫 번째 월요일의 접속건수는 6.4%가 더 많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서머타임에 적응한 다음에는 연예 오락 사이트에 접속하는 양이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허나 이것만 가지고는 낮에 사람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않은 채 인터넷을 보면서 빈둥거린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서머타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퇴근 후의 여가시간이 1시간 늘어난 것인양 느끼고 그 덕에 밤에 인터넷 서핑을 더 많이 하는 것일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와그너 등은 실험실 내의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96명의 학부생들에게 실험 전 날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팔찌를 찬 채 잠을 자도록 요청한 연구진은 실험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교수직을 희망하는 사람의 42분짜리 시범 강의 동영상을 본 후 컴퓨터 상에서 강의능력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 평가에 사용한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영상을 보면서 슬쩍 인터넷에 곁눈질을 할 수 있었죠. 수면 팔찌로부터 얻은 정보와 학생들의 인터넷 접속 시간을 따져 보니, 전날 밤에 잠을 덜 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강의 동영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딴짓을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수면 부족은 두뇌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인지적 부담이 덜 가는 쪽으로 사람들을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업무량이 많이 야근이 잦고 그로 인해 수면의 질과 양이 저하되면 다음날 낮의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좀더 추론의 깊이를 더하면, 어제 야근한 사람은 특별히 일이 많지 않아도 오늘 야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젯밤 야근으로 의지력이 저하되는 바람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여 오전 내내 인터넷 가십 기사나 SNS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서서히 업무를 챙기기 시작하면 오늘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근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맙니다. 

물론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야근하는 사람도 있고, 야근하고나서도 다음날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야근으로 인해 저하된 생산성을 야근을 통해 메우려는, '야근이 야근을 부르는' 악순환의 양상은 조직 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야근이 '생활화'된 사람들은 아침 9시부터 밤늦게까지 가열차게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할 겁니다(물론 예외는 있겠죠). 이는 야근이 습관화된 개인은 나태하고 비난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의지력은 유한하고 한번 고갈되면 휴식과 영양소 공급을 통해 다시 차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관리자와 직원들이 모두 인식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야근이 잦은 직원들이 낮에 딴짓을 하는 이유는 의지력을 회복하기 전까지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야근하면 당장의 생산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그 후에 발생하는 비생산성으로 인한 비용은 엄청납니다. 야근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얻은 생산성은 그 다음날 낮에 고스란히 빠져나갑니다. 업무가 많더라도 직원들에게 하루 8시간 열심히 일한 다음 저녁 6시에 칼같이 퇴근하여 잠을 푹 자게 해주는 것이 생산성에 훨씬 득이 됩니다. 저녁 6시에 퇴근하는 것을 꼬깝게 보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직원이라 낙인 찍는 것은 어리석은 관리자의 단적인 모습이겠죠. 야근이 야근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조치와 이를 통해 생산성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몇백 억원 짜리 시스템을 들여오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행동입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합니까?


(*참고 논문)
Lost Sleep and Cyberloafing: Evidence From the Laboratory and a Daylight Saving Time Quasi-Experi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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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법인 '(주)인퓨처넷'을 설립했습니다.   

2012. 3.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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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유정식입니다.


오늘은 인퓨처컨설팅의 대표 컨설턴트가 아니라 지난 3월 1일부로 설립한 '(주)인퓨처넷'의 대표이사로 인사를 드립니다. 설립해 놓고 그간 경황이 없어 이제야 여러분께 소개를 드립니다.

인퓨처넷(inFuture NET)은 크게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과 웹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사업영역으로 하고, 자세히 들어가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및 솔루션 개발을 주종목으로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조만간 인퓨처넷이 개발 중인
 '모바일 기반 조직관리 솔루션' 개발이 완료된 이후에, 시스템 판매와 함께 부가서비스로 HR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아직 사업영역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사업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처음부터 완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시장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기업성장모델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인퓨처넷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infuturenet.com 또는 www.infuturenet.co.kr 이나, 아직 초기라 홈페이지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가 만들어질 때까지 당분간은 이 인퓨처컨설팅 블로그를 통해 인퓨처넷의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상기 홈페이지 주소를 클릭하면 인퓨처컨설팅 블로그로 포워딩됩니다. 곧 깔끔한 홈페이지를 선보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회사 위치는 경북 포항시입니다. 개인적으로 제 모교가 있는 곳이죠. 산학 협동을 위해 회사를 포항에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초기에는 서울과 포항의 이원체계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입니다.

인퓨처넷(inFuture NET)이 설립 후에도 인퓨처컨설팅(inFuture Consulting)은 기존의 사업영역인 경영전략, 시나리오 플래닝, HR 분야의 컨설팅과 교육 서비스를 계속해서 고객 여러분께 제공합니다. 인퓨처넷은 IT 개발 부문을, 인퓨처컨설팅은 경영컨설팅 부문을 각각 맡게 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기대를 바라며, 좋은 제안이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아래의 연락처로 전화나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주주를 대표하여
(주)인퓨처넷
대표이사  유정식  올림

(cell) 010-8998-8868
(email) jsyu@infu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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