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2008~2009년의 금융 위기 때 다른 소비재들은 판매가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사탕은 판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1) 사탕과 초콜릿 제조업체인 캐드버리(Cadbury)는 2008년에 이익이 30퍼센트나 증가했고, 여러모로 힘들었던 허쉬(Hershey)도 8.5퍼센트 정도 이익이 증가했으니 말입니다.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린트 & 스프륑글리(Lindt & Sprungli)도 불황 때문에 몇몇 럭셔리 매장을 철수시켜야 했지만 월마트와 같은 할인점에서의 초콜릿 판매는 꾸준히 늘었습니다.
워튼 스쿨의 캐서린 밀크만(Kathering L. Milkman)은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스트레스와 자아 고갈(Ego Depletion)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음식보다는 손쉽게 당분을 섭취할 수 있는 사탕에 탐닉하게 된다고 추측했습니다.2) 밀크만은 이런 추측을 확장하여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 노출되면 여러 옵션 중에서 '해야 하는 것'보다는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선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몸에 좋은 것보다는 맛이 좋은 것, 장기적인 것보다는 즉각적인 것, 노력이 요구되는 것보다는 편안한 것을 택하게 된다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밀크만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달러 짜리 복권을 한 장씩 나눠준 다음에 64개의 세자리수 더하기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문제를 풀기 전에 복권을 긁어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20분이 지나기 전에는 복권의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밀크만은 참가자들에게 원한다면 언제든지 문제 풀이를 도중에 그만 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복권의 당첨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이미 복권의 결과를 아는 참가자들보다 더 빨리 문제 풀이를 중단했습니다(361초 대 412초). 복권의 당첨 여부를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문제 풀이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고갈시켰던 겁니다.
후속실험에서 밀크만은 참가자들에게 각자의 룸메이트가 저녁거리로 피자를 사가지고 오는 상황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룸메이트가 '까르네 아사다 피자'를 사올지 아니면 '페스토 치킨 피자'를 사올지 알 수 없다는 말('50 대 50이다!')을 들은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룸메이트가 두 피자 중에서 어느 하나를 확실하게 사가지고 온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밀크만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과일 샐러드와 브라우니 중에서 피자와 함께 먹을 디저트를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룸메이트가 어떤 피자를 사올지 확신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과일 샐러드보다 브라우니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과일 샐러드 18%, 브라우니 82%). 반면 피자 종류를 확실히 아는 참가자들 중 브라우니를 선택한 사람은 58~59퍼센트였습니다. 불확실한 조건의 참가자들은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should)' 과일 샐러드보다는 달콤하기 때문에 당장 입에 '당기는(want)' 브라우니에 끌렸던 겁니다.
후속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불확실했던 과거 일을 떠올리게 했더니 뉴욕 타임즈의 추천도서보다는 네셔널 인콰이어러(The National Enquirer)와 같은 주간지를 읽을거리로 더 많이 골랐고, 교육 다큐멘터리보다는 액션 영화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 노출되면 '해야 하는 것(the should)'보다는 '원하는 것(the want)'에 탐닉한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결과였습니다.
밀크만이 수행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불확실성이 사람들에게 의지력의 고갈 상태를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룸메이트가 어떤 피자를 사가지고 올지 모르는, 아주 사소한 불확실성조차 의지력을 감소시켜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대안보다는 즉각적이고 이로움이 덜한 대안으로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이죠. 이는 불확실성이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 내린 의사결정이 '과일 샐러드'가 아니라 '사탕'일지 모릅니다. 여기에 집단사고가 개입되면 바람직하지 못한 대안이 이의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최고의 대안으로 스스로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기업은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거나 줄일 수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보다 '당장 원하는 것'에 빠져들지 않는지 매순간 경계의 끈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안이 사실은 '사탕'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죠.
그러나 조직 내부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합니다. 상사는 직원들이 언제 어느 프로젝트에 투입될지, 언제 어떤 회의를 시작할지, 앞으로 누구와 일하게 될지 등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쉽고 편안한 업무가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려면 말입니다. 직원들이 위에서 떨어지는 일만 수동적으로 수행하려 하고 장기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아예 무감하거나 냉소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원들 자체의 역량 문제라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불확실성을 방치한 채 전혀 해소시켜주지 않는 관리자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1) When economy sours, tootsie rolls soothe souls, The New York Times Online, March 23, 2009
2) Katherine L. Milkman(2012), Unsure What the Future Will Bring? You May Overindulge:Uncertainty Increases the Appeal of Wants over Should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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