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빠지면 다시 찌는 또 하나의 이유   

2012. 9. 2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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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에일렛 피쉬바흐(Ayelet Fishbach)는 45명의 여대생들에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무게와 현재의 몸무게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물으면서 수직선을 제시했습니다. 수직선 가운데에 위치한 빈칸에 현재의 몸무게를 쓰게 하고 이상적인 몸무게를 수직선 상에 표시하게 하고 두 점 사이를 색칠하도록 했죠. 그런데 피쉬바흐는 여대생의 절반에게는 양 끝점이 각각 -5파운드와 +5파운드인 수직선(좁은 수직선)을 주고, 나머지 여대생들에게는 -25파운드와 +25파운드인 수직선(넓은 수직선)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몸무게가 125파운드(약 57킬로그램)이고 이상적으로 여기는 몸무게가 120파운드(약 54킬로그램)이라고 가정하면, 좁은 수직선을 받은 학생은 넓은 수직선을 받은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더 넓은 범위를 색칠해야 합니다. 색칠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하는구나. 아직 멀었네.'란 생각을 갖게 되는 반면, 색칠을 적게 하면 '목표 체중과 현재 체중이 그리 차이 나지 않네? 내가 살을 많이 뺀 모양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쉬바흐는 목표 달성도를 인식하는 차이가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여대생들에게 실험과 관계 없는 설문에 응답하게 하고는 고마움의 의미로 초콜릿바와 사과를 주겠다고 했죠. 단, 초콜릿바와 사과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실험의 핵심이었죠. 넓은 수직선을 받은 여대생들 중 85퍼센트가 초콜릿바를 선택한 반면, 좁은 수직선 조건의 여대생들은 58퍼센트만 초콜릿바를 골랐습니다. '목표와 차이가 크지 않다.'라고 느낄수록 초콜릿바처럼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음식을 선택하는 등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에 반(反)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결과였죠. '나는 충분히 살을 뺐으니 이제 좀 즐겨도 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목표 몸무게처럼 자신이 정한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인 기준에 얼마나 도달했는가를 인식하는 차이도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피쉬바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지난 주에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했는지 적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적어야 할 종이에는 이미 다른 학생의 공부시간이 고의로 적혀져 있었습니다. 피쉬바흐는 그 값이 30분인 경우(낮은 사회적 기준)와 5시간인 경우(높은 사회적 기준)로 나누어 참가자들에게 제시해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공부시간을 적은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외출하기', 'TV 시청하기', '재미있게 놀기'와 같이 비학업적 활동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통계를 내보니 낮은 사회적 기준 조건의 학생들이 비학업적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했습니다. 다른 학생이 적게(30분) 공부한다는 것을 본 참가자들이 '나는 충분히 공부했어.'라는 생각으로 인해 공부에 반하는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된 것입니다. 이 실험 역시 목표와 현재 상태 사이의 차이를 적게 인식할수록 목표와 일치하지 않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보여줍니다.


위의 두 실험 결과는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는가를 확인하는 행동이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추론케 합니다. 피쉬바흐는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학업, 저축, 건강 유지라는 목표 각각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고 있는지를 묻었고(몰입도 조건), 두 번째 그룹에게는 동일한 목표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지를 질문했습니다(달성도 조건). 그런 다음, 밤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죠. 달성도 조건의 참가자들은 목표에 부적절한 행동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반면, 몰입도 조건의 참가자들은 그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점검하기보다는 얼마나 노력하고 몰입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피쉬바흐는 체육관에 운동하러 들어가는 학생들과 운동을 끝내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각각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 다음 저녁식사로 맛있지만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얼마나 먹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운동을 끝낸 후의 학생들보다 운동하기 전의 학생들이 운동의 효과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운동하기 전의 학생들이 운동 후의 학생들에 비해 느끼한 음식을 더 많은 관심을 보였죠. 따라서 운동 효과를 높게 인식할수록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에 더 많이 끌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목표에 더 많이 다가갔다고 느낄수록 목표에 반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실험에서도 드러난 것이죠.


이처럼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목표에 많이 도달했다고 생각할수록 그 목표로부터 벗어나려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됩니다. 저울에 체중을 달아보고 '2킬로그램이나 빠졌네. 목표까지 5킬로그램 밖에 안 남았어.'라고 기뻐하면 무의식은 우리에게 기름기 많고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면허증'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빠졌던 2킬로그램이 다시 불어버린 몸무게를 보고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죠.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느냐를 확인하는 행동이 오히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피쉬바흐의 실험을 조직에서의 MBO 목표 달성에 바로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수치를 정해두고 목표 달성도를 강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방식이 오히려 목표에 반하는 행동, 목표 도달을 유보하려는 행동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코칭하는 관리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타겟을 정해두는 MBO가 과연 옳은지도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피쉬바흐의 세 번째 실험이 시사하듯이, 목표 달성도보다는 목표에 얼마나 몰입하는지를 점검해 나가는 방식이 목표에 일치하도록 직원들의 행동을 유지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MBO에서 정해놓은 타겟이 절대적으로 '옳은' 값일까요? 100이란 타겟을 달성한 직원에게 '이제 할 만큼은 다 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타겟을 정해둠으로써 목표 달성도에 관심을 두도록 만들면 100을 넘어선 성과가 진짜로 도달해야 할 수치인데도 불구하고 100 언저리에서 멈춰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타겟을 정해놓은 관행이 이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겠습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표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자주 확인하는 것보다 목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집중할 때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피쉬바흐의 연구가 주는 시사점입니다. 타겟에 근접했다 해도 목표 달성에 몰입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목표에 반하는 행동에 면허증을 발부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제어해야겠습니다.



(*참고논문)

Ayelet Fishbach, Ravi Dhar(2005), Goals as Excuses or Guides: The Liberating Effect of Perceived Goal Progress on Choic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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