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이케아 매장은 어떻게 생겼을까?   

2015. 7. 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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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가 올린 글(이케아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은 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글 중 하나입니다. 경기도 광명시에 처음으로 생긴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여 느낀 소감을 경영의 관점에서 풀어 썼는데, 당시에 이케아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인지 덩달아 제 글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업무로 독일에 출장을 오니 독일의 이케아 매장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독일에 있는 동안 출판사로부터 의뢰 받은 책 번역을 완료해야 하는데, 숙소의 책상이 빈약해서 한달 정도 쓰고 버릴 만한(남에게 그냥 줘도 될 만한) 저렴한 책상을 하나 사야 했습니다. 겸사겸사 차를 몰아 이케아에 도착하니 파란색 바탕에 노랗게 쓰인 선명한 로고가 나를 반깁니다. 독일의 여느 쇼핑몰이 그러하듯 이곳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손님이 적은데 과연 장사가 될까 싶었죠. 아마 평일 낮이라 그랬을 겁니다.




이곳에도 소품을 담을 때 쓰라는 노란 가방이 보입니다. 광명점에서는 가방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데, 이곳에서는 가지런히 개어져 있더군요. 별로 사용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대부분 카트를 이용).




코너의 컨셉트에 맞게 가구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없군요.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들과 의자들. 




광명점에는 주방시설과 주방 가전제품(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이 다양하지 않은데, 여기엔 꽤나 제품이 각양각색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었던 연필이 보입니다. 손님들이 주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연필을 이용할 일은 별로 없죠. 스마트폰을 위한 안내문과 함께 있는 연필 더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필은 언제까지 이케아의 상징처럼 존속할까요?




강아지 얼굴 모양의 '강아지용 도시락'. 생김새가 재미있어 찍었습니다. 광명점에도 있을까 모르겠네요.




매장 동선의 중간쯤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메뉴가 다르기 때문에 광명점과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그다지 비싸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식사를 하고 온 터라 '당을 보충하기' 위해 애플 크런치 파이와 커피를 골랐습니다.




소프트 드링크 디스펜서




한산해서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광명점에서 길게 줄을 섰던 경험이 몇 번 있던 터라 이 광경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식당 테이블들.




물건을 계산하고 나가는 곳에 이렇게 먹을 거리를 파는군요.



이케아는 세계 곳곳에 여러 매장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지 독일의 이케아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광명점에서 판매하는 것들 대부분을 이곳에서 발견하면서 이케아의 핵심역량은 '매장 운영의 표준화'에 있고, 매장 운영을 표준화할 수 있는 힘은 '물류'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언론이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경계하는면서 이케아의 제품 품질과 가격 문제 등을 기사 거리로 올리곤 했는데, 이케아 성공의 근원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적 운영'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독일의 이케아를 방문하고 나니 이케아의 본국인 스웨덴의 매장은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그곳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제품, 동일한 동선, 동일한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하는 이케아이니 말입니다. 가구라는 카테고리, 특히 이케아가 타겟으로 삼는 저가 가구는 더 이상 '현지화'할 대상이 아닌 모양입니다. 이것이 이번 방문으로 얻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깨달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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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직원들이 많을수록 회사 성과가 좋다?   

2015. 6. 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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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말을 합니다. 실제의 나이보다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나이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도 하곤 합니다. 나이보다 젋게 사는 어느 연예인은 누가 봐도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남들에게는 늘 자기는 서른 아홉살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활력 있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구성원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주관적인 나이를 실제보다 젊게 여기는 조직이라면, 그 조직의 성과는 어떨까요? 젊게 살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젊게 운영되는’ 기업일수록 다른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두는 게 아닐까요?


콘스탄츠 대학교의 플로리안 쿤제(Florian Kunze)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설로 설정한 후에 제조업, 도매 유통업, 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하는 107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쿤제는 모두 15,164명의 직원들에게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본인의 나이가 얼마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의 응답 결과와 직원들이 각자 달성한 개인 성과를 비교해 보니 ‘부(-)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직원들이 실제보다 젊다고 느낄수록 개인의 성과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추가적으로 면밀한 통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직원 개인들의 성과 달성도가 높을수록 회사 전체의 성과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두 결과를 연결시키면, 직원 각자가 ‘나는 실제보다 젊다’라고 느낄수록 회사 성과는 높아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쿤제는 제품이나 서비스 차원의 변화를 자주 시도하는 회사일수록 직원들이 느끼는 젊은 나이와 개인 성과 달성 간의 관계는 더욱 강해진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회사일수록 직원들의 주관적 나이가 젊어야 좋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직원들이 자신의 주관적 나이가 실제보다 어리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쿤제는 ‘일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직원일수록 주관적인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또한 채용, 승진, 보상 등의 인사제도를 운영할 때 ‘나이가 적냐 많냐’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인사정책을 펴는 조직일수록 역시나 직원들은 자신의 주관적 나이를 어리게 보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일의 의미와 인사정책의 방향이 주관적 나이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었던 겁니다.


이 연구 결과가 여러분의 조직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쿤제의 연구가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서 ‘직원들을 실제보다 젊다고 느끼게 해야 회사의 성과가 올라간다’라고 결론 내리기는 곤란합니다. 사실 ‘회사 성과가 뛰어나서 조직 분위기가 좋고 그에 따라 직원들이 활력있게 지내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업들이 직원들의 고령화 문제, 그리고 그에 따른 활력의 저하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고령 인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퇴직을 유도하거나 가혹한 평가를 가해서 힘들게 만드는 방법을 쓰곤 합니다. 쿤제의 연구는 조직의 성과나 활력에 있어 직원들의 실제 나이보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나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인사정책의 방향이 연공에 맞춰져 있다면(어느 직급이 돼야 팀장이 될 수 있다, 각 직급에서 몇 년은 체류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니 리더로서 부적합하다는 식의 제도나 분위기) 모든 연령을 아울러 연령과 상관없이 ‘사람을 쓰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조직의 활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죠.


여러분은 스스로를 몇 살이라고 생각합니까? 다른 직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조직의 활력과 성과는 어쩌면 마음 먹기에 달렸을지 모릅니다. ‘어리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제도와 분위기가 중요할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Kunze, F., Raes, A., & Bruch, H. (2015). It Matters How Old You Feel: Antecedents and Performance Consequences of Average Relative Subjective Age in Organization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DOI: 10.1037/a0038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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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은 몇 분 안에 채용 결정을 내릴까?   

2015. 6. 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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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의 착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력과 지식을 쌓고 인터뷰 경험도 많은 면접관들이 심사숙고하여 결정했다고 말하면서도 처음 몇 분 안에 얻은 인상만으로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구글에서는 면접관의 착각으로 인해 좋은 인재를 떨어뜨리고 원치 않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천천히 뽑고’ 여러 면접관들이 공통된 의견을 이야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채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면접관의 착각’이 실제보다 과장됐을지도 모름을 주장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라첼 프리더(Rachel E. Frieder)와 동료 연구자들은 면접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면접관의 착각은 어느 정도는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면접관들이 처음 3~5분 만에 합격 여부를 직감적으로 결정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모 대학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166명에게 어떤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할지를 면접 전에 질문했습니다. 또한 각 면접이 끝난 다음에는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물었죠. 





평균 13년 가량의 면접 경력을 지닌 그들 중 오직 4.9퍼센트만이 1분 안에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고, 5분 내에 결정했다는 면접관은 3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70퍼센트의 면접관들은 그보다 오랜 시간을 채용 결정에 들인다고 답했죠. 15분 이상 걸렸다는 면접관들은 17.7퍼센트, 인터뷰가 다 끝나고 나서야 결정을 내렸다는 면접관들도 22.5퍼센트나 됐습니다. 이것은 대다수의 면접관들이 첫인상만 가지고 5분 이내에 채용 결정을 한다는 면접관의 착각이 실제보다 과장됐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채용 결정에 소요되는 시간(decision making time)과 관련이 있을까요? 프리더의 조사에 따르면,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지원자와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친밀함을 조성하는 면접관일수록 채용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경험이 많고 본인의 채용 능력에 자신만만한 면접관들 역시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인터뷰를 진행해 온 면접관일수록 지원자와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기 마련이겠죠. 하지만 ‘구조화된 면접’과 같은 방식을 훈련 받은 면접관일 경우에는 친밀함 형성과 성급한 결정과의 관련성이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면접관의 오랜 인터뷰 경력과 자신감은 채용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예전에 올린 글에서 가석방을 결정하는 심사관의 ‘혈당 수치’가 수감자의 가석방 여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식사 시간 전에 심사 받은 수감자들은 다른 시간에 심사 받은 수감자들보다 유독 가석방 불가 판정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었죠. 프리더의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채용 박람회에서 여러 지원자들을 인터뷰하던 면접관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점차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고 나면 채용 결정 시간이 점점 짧아졌습니다. 막바지에 이를수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서 객관적 근거보다는 직감에 의존하여 빠르게 결정 내리기 마련이겠죠. 하루에 면접관들이 담당하는 인터뷰 회수가 많으면 채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 결과로 재차 알 수 있습니다.





프리더의 연구가 면접관의 착각이 실제보다 과장되었을지 모른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면접관들의 설문에 의존했기에 그 결과를 신뢰하기는 곤란합니다. 면접관들이 무의식적으로 채용 결정을 5분 이내에 결정내렸으면서도 심사숙고한 결정이라고 잘못 답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5분 이상 숙고했다고 답한 70퍼센트의 면접자들은 본인이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자기자신을 ‘속이는’ 일종의 ‘자신감 착각’에 빠졌을 수 있습니다. 만일 설문이 아닌 다른 측정 방법, 예를 들어 fMRI를 써서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보이는 뇌의 패턴을 관찰했다면 신빙성이 높아졌을 겁니다. 오히려 프리더의 연구는 면접관들의 착각을 줄이고 채용의 질을 높이려면 소위 ‘라포르(rapport)’형성 시간을 줄이고 인터뷰 질문과 지원자의 대답에 집중하는 ‘구조화된 면접’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한번 더 일깨웁니다.


인사(HR)의 시작과 끝은 평가도 보상도 경력개발도 아니라, 채용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누가 맡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Frieder, R. E., Van Iddekinge, C. H., & Raymark, P. H. (2015). How quickly do interviewers reach decisions? An examination of interviewers' decision‐making time across applicants. Journal of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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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멘토가 된 책 <착각하는 CEO>   

2015. 6.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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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오유경 아나운서가 제 책 <착각하는 CEO>를 유익한 책이라고 소개해 주셨네요. 관련 기사를 여기에 링크해 봅니다. 오유경 아나운서를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추천해 주신 것에 대해 이 블로그를 빌어 감사 말씀 드립니다.


기사 전문을 보려면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148117 이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기사 캡쳐(이투데이)



[기사에서 발췌한 일부 내용]


지적인 외모와 편안한 목소리로 사랑받아온 아나운서 오유경(吳維景·45)의 명함에 생소한 단어가 눈에 띈다. 바로 ‘CEO’다. 지난 5월부로 KBS 사내기업 KBSAVE의 어엿한 CEO가 된 것. 20년 가까이 천직으로 삼았던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KBS 한류추진단이 만드는 라는 잡지의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기분 좋은 성과를 낸 덕분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기 시작한 CEO 오유경에게 <착각하는 CEO (유정식 저)>는 멘토와도 같다. 


CEO 오유경으로서의 삶을 결정했을 때, 그녀의 남편은 <착각하는 CEO>라는 책을 건네며 묵묵히 격려해주었다. 


“남편은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였는데 5년 전에 벤처 창업을 했어요. 교수에서 CEO로 변신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 남편이 먼저 <착각하는 CEO>를 읽고는 그동안의 시행착오에 대해 깨달았다며 이번에 CEO가 됐으니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줬어요. 때마침 회사를 출범하는 시점에 있던 터라 급여나 휴가 등과 같은 매뉴얼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됐죠.”



기사 전문을 보려면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148117 이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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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의뢰하지 말고 내부에서 하라   

2015. 6. 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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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을 위해 컨설팅을 받아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컨설턴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부직원들끼리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먼저 판단해 보길 바랍니다. 즉 내부컨설팅팀을 운영해 보라는 말입니다. 제가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란 책에서 밝혔듯이, 컨설팅사의 보이지 않는 전횡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고객들보다 실력이 못한 컨설턴트들에게 회사의 존망을 맡기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일단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 컨설팅사로부터 이미 여러 건의 컨설팅을 받아 본 회사라면, 그 동안 옆에서 컨설팅사의 일하는 방식과 보고서 형식들을 보고 들었을 것이므로 시행착오를 별로 거치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내부컨설팅팀을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아 본 경험이 전혀 없을뿐더러 내부컨설팅팀에 투입시킬 만한 인력도 없는 회사(보통은 중소기업)라면, 스스로 자기네 조직을 컨설팅 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를 필요로 하는 모험일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내부컨설팅팀을 구성할 것을 조언합니다.





내부컨설팅 팀원의 계층은 크게 프로젝트매니저, 시니어 컨설턴트, 주니어 컨설턴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프로젝트의 주제에 가장 적합한 인력들로 팀을 조직하십시오. 프로젝트매니저는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명확히 이해하고 진행과정을 철저히 관리하며 경영진과 원활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자로 임명하면 됩니다. 시니어는 컨설팅 실무를 담당할 자인데, 문제의 근본원인을 꿰뚫을 수 있을 만큼의 경력과 지식을 가진 자로 선정합니다. 주니어는 프로젝트매니저와 시니어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기본적으로 ‘생각할 줄 알고’ 잠재력이 있는 2~4년차 사원 및 대리급으로 구성하면 됩니다.


매니저 1명, 시니어 1명, 주니어 1명은 내부컨설팅팀의 최소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사안의 중요성과 파급효과의 크기에 따라 시니어와 주니어 인력을 증가시키면 되는데, 주니어가 시니어보다 많아지는 상황은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인력의 보강은 컨설팅 실무를 주로 담당할 시니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프로젝트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좋습니다. 


그런데  내부컨설팅팀을 구성한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으면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는 지루한 회의만 열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을 도와 한 발자국씩 발을 떼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가 누구겠습니까? 바로 컨설턴트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컨설팅을 진행해 봤던 컨설턴트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략적으로 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문제 해결의 주체가 컨설팅사가 돼 버리도록 그들에게 100% 위임하는 예전의 방식(즉 프로젝트 방식)도 아닙니다. 이 방식은 문제 해결은 어디까지나 내부컨설팅팀이 맡도록 하고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방법론, 도구, 노하우 등은 전문 컨설턴트로부터 도움을 받자는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컨설턴트를 섭외하여 어드바이저(Advisor)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십시오. 그들에게 프로젝트 절차, 방법론, 돌발상황 대처 등에 관하여 폭넓은 자문을 구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컨설팅사에게 100% 위임했을 때보다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내부구성원들의 학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때 강의보다는 체험학습이 더욱 효과적인 것처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여러 제약조건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들을 ‘맨 땅에 헤딩하듯’ 섭렵하면 어느새 실력이 향상된 걸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번 내부컨설팅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면 나중에 다른 문제 해결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훈련이 된 만큼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비슷한 중요도를 갖는 문제라면, 처음에는 6개월 걸렸던 일을 경험 축적 후에는 3~4개월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해결코자 하는 문제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갈피를 제대로 못 잡아 허송세월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어드바이저 역할을 할 컨설턴트는 몇 명이면 될까요? 컨설팅사에게 모든 걸 맡겨 버리는 소위 ‘빅뱅(Big Bang)’ 프로젝트에서는 적어도 3~6명의 컨설턴트가 투입됩니다. 그러나 어드바이저는 1명이면 족합니다. 자문하는 사람이 그보다 많을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어드바이저가 매일 고객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프로젝트 경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정계획을 잘 세운다면 일주일에 1 ~ 2회 정도 만나서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필요한 자문을 얻으면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셋째,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방안에 좀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외부인인 컨설턴트들은 고객사의 미묘한 상황이나 처지를 모두 알지 못합니다. 현실보다는 이론에 치우쳐 컨설팅을 하는 경우가 매우 잦고 바로 실행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실행방안을 만들어내는 건 고객에게 미루고 말죠. 그러나 내부컨설팅팀이 문제 해결을 맡게 되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절대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컨설팅 결과물을 낸 내부컨설팅팀이 그대로 실행에 옮길 책임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다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못할 단점은 있습니다. 실행을 염두에 두다 보니까 여기저기 제약조건(특히 회사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들)을 깨지 못한 채 두루뭉실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프로젝트의 원래 목적과 기대효과가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고, 그것과 배치되거나 미흡한 결과물이 나오면 아무리 즉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라 할지라도 기각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지, 빨리만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컨설팅사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기간이 정해져 있고, 끝나고 나서 바로 다른 회사 프로젝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넷째, 어드바이저를 활용할 때의 장점이 되겠는데, 내부의 다른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을 무마시키고 결과물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내부사람이 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명 맞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알지 못하는 의도나 속임수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부모 말은 잘 듣지 않으면서 친구 말은 철썩 같이 믿어버리는 철없는 아이처럼 말입니다.


내부컨설팅팀에 공식적으로 어드바이저로 컨설턴트를 참여시킨다면, 결과물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인 컨설턴트가 결과물을 검증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구성원들을 설득시키기가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컨설팅사의 저급한 컨설팅 서비스 질에 질려버린 회사이거나, 터무니 없이 비싼 수수료 때문에 컨설팅을 엄두도 못 내는 고객이라면, 내부직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조언합니다. 만일 어렵다면,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자문 역할을 할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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