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까페의 흔들리는 테이블을 보며   

2017. 6. 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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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5일(월) 유정식의 경영일기


“오늘 아침 브런치나 먹으러 갈래요?”

“오, 좋아요! 어디로 갈 건데요?”

“홍대 근처에 있는 F카페, 어때요?”

“어, 거기요? 거긴 별론데…”

“왜요? 거기 12시까지 브런치를 뷔페로 먹을 수 있고 커피도 무제한인데.”

“음식은 좋은데요, 거기 테이블이 문제에요. 테이블이 너무 흔들려서 가기가 싫어졌어요.”


며칠 전에 동료와 나눴던 대화다. 동료가 가기가 싫다고 댄 이유를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내가 지난 번에 찾았을 때 테이블이 출렁거려서 도저히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기 어려웠다. 2~4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상판이 기둥 하나에 붙어있는 구조였는데, 그 결합이 느슨한 탓에 모든 테이블이 죄다 시소처럼 상판이 아래 위로 1~2센티미터 가량 흔들렸다. ‘이러다 뜨거운 커피를 엎는 거 아냐? 테이블에 팔을 올려 놓을 수도 없고, 영 불편해.’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안 흔들리는 테이블은 없나요?”

종업원은 미안한 듯 대답했다.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테이블이 문제라는 걸 모르는 표정은 아니었다. 나는 물었다. “저번에도 테이블이 이렇게 흔들렸는데 왜 안 고치나요?”

종업원은 연신 미안한지 손을 마주 비비며 말했다. “이게 구조상 고치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힘없는 종업원을 탓해서 뭐하랴. 나는 정장을 차려입고 로스팅 기계 앞에서 커피콩에 코를 갖다대는, 사장인 듯 보이는 사람(아닐 수도 있다)을 쏘아 보았다. 저렇게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생각 말고 테이블이나 고치든지, 고치는 게 불가능하면 매몰비용을 아까워 말고 바로 교체나 할 것일지! 본인이 이렇게 흔들리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매일 마셔야 한다면 과연 그냥 놔둘까?




혹시 F까페의 대표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리고 매장 매출이 점차 감소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바로 테이블을 교체할 것을 권한다.  흔들리는 테이블은 고객이 매장에서 느끼는 안정성에 꽤나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니까 말이다. 그냥 상식선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험으로 증명된 바다. 워털루 대학교의 데이비드 킬리(David R. Kille)는 대학생 47명(남 25명, 여 2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약간씩 흔들리는 의자와 테이블에 앉혔고 나머지 그룹은 안정적인 의자와 테이블에 앉게 했다. 그런 다음,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 등과 같이 널리 알려진 네 커플이 5년 내에 헤어질 가능성을 7점 척도로 평가해 달라고 했다. 


분석해 보니, 흔들리는 의자와 테이블에 앉은 참가자들이 안정적인 의자와 테이블에 앉은 참가자들에 비해 네 커플이 깨질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들리는 테이블에서 불안하게 커피와 음식을 먹은 손님의 마음 속에는 커피향이나 음식맛보다는 그 매장에 주는 불안정성 때문에 다시 찾기를 꺼려할 것이 분명하다. 특별히 맛있거나 특별히 저렴하지 않으면 말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테이블을 바꿀 것을 권하는 것이다.


사소하게 보이는 가구의 안정성이 인간의 심리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은 비단 F까페와 같은 음식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매일 살을 붙이고 앉아 있는 의자와 책상이 과연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는지, 열심히 일하도록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따져 보는 것도 경영자의 관심사항이 되어야 한다. 




내가 아는 컨설턴트 A는 과거에 유명 가구회사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가 전혀 통일돼 있지 않을 뿐더러 낡아 빠졌었다고 털어 놓았다. 명색이 가구회사가 직원들의 업무용 가구에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는다니, 듣는 나도 어이가 없었다. 작년인가, 그 회사를 업무 협의를 위해 찾은 적이 있었다. A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옆눈으로 직원들의 책상과 의자를 살펴보고 전체적인 인테리어 분위기를 둘러보았다. 애석하게도 십 몇 년 전의 상태가 별로 개선된 것 같지 않았다. 가구 회사가 왜 이 모양이지, 싶었다. 회사 직원들의 자존감이 얼마나 낮을지 짐작이 됐다.


A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나 더 추가하면, 고객 대상의 매장 인테리어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데 판매직원들을 위한 휴식공간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다 해도 매우 '후지다'고 한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영업사원들이 휴식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건의하니까 경영진은 그럴 공간이 없다는 소리만 하더란다. 직원들을 사람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다.


업무환경을 구글이나 에어비앤비처럼 돈을 쏟아부어 화려하고 멋있게 하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잘 열리지 않는 책상서랍을 열다가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결국에 부서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든지, 얼룩지고 뜯긴 의자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떨어지는 자존감 때문에 업무에 몰입하지 못한다든지 해서 잃어버리는 이익과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회사 물품 관리를 책임지는 총무부서도 이제는 이런 전략적이고 심리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책상 하나도 내 몸 하나를 의탁할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데 어떻게 서로 신뢰할 수 있겠는가?


흔들리는 테이블 때문에 F끼페를 포기한 나와 동료는 바로 메밀국수집으로 향했다. 그곳의 테이블은 소박하기 그지없고 촌스러웠지만 팔뚝을 얹고 몸을 기대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했다. 아무렴, 테이블은 모름지기 이래야지! 그게 테이블의 기본 아닌가?



(* F까페에 그 후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글은 F까페가 아직 테이블을 고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서 쓰여졌습니다.)



(*참고논문)

Kille, D. R., Forest, A. L., & Wood, J. V. (2013). Tall, dark, and stable: Embodiment motivates mate selection preferences. Psychological Science, 24(1), 1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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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가면 마음이 편안한 이유는?   

2017. 6. 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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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일(금) 경영일기


연희동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던 날, 나는 소박하면서도 격이 있는 주택가까지 거대 다국적 기업의 자본이 손을 뻗은 것 같아서 마음이 꽤 불편했다. 연희동 곳곳에 자리를 잡은 아기자기한 까페들이 스타벅스의 진입으로 손님들을 빼앗기게 되고, 외국 자본까지 들어왔으니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욕구가 고개를 들 것이고, 급기야 연희동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염려가 앞섰다. 개점 첫날부터 그 넓은 공간을 빼곡히 메운 손님들을 보니 더 심난해졌고 ‘나는 이곳을 이용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웬걸? 그렇게 마음까지 굳게 먹었지만 목이 말라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끌려 어느새 점원에게 주문하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게다가 자리에 앉으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뻥 뚫린 공간에 여러 테이블이 가득한 터라 처음에는 번잡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막상 테이블에 앉아 1시간 정도 있어 보니 연희동의 다른 까페들보다 안정되고 쾌적했다. 나와 비슷하게 처음엔 거부감을 보였던 지인들도 ‘염탐’을 핑계로 몇 번 가보더니만 역시나 장소의 매력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게 뭘까? 지인들과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합의에 이른 결론은 ‘스타벅스는 손님들에게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심지어 1잔만 시켜놓고 여럿이 앉아 있어도, 도서관처럼 노트북을 펼쳐 놓고 공부를 해도 카운터의 직원들은 개별 손님들에게 눈치를 주지 않는다는 게 스타벅스가 주는 편안함이라는 것이다.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까페에서 달랑 1잔을 시켜놓은 채 오래 앉아 테이블을 독차지한다면 주인은 주인대로 심기가 불편하고 손님은 손님대로 자신에게 쏘아보는 주인의 레이저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물론 아랑곳하지 않는 손님은 논외로 하자).


(내가 자주 가던 스타벅스를 그려봤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스타벅스는 모든 지점이 직영이고 종업원들의 교육과 관리는 본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종업원들은 매출을 갉아먹는 ‘죽돌이 손님’에게 눈치를 주지 않아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덜 팔아도 급여를 받는 데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소위 ‘돈 많은 거대 다국적 기업’이지 않은가? 영세 사업자가 운영하는 까페와 달리 당당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다.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여기저기 전원 콘센트도 많아서 오히려 오래 앉아 있기를 바라는 듯 한 분위기도 편안함을 배가하는 요소다.


물론 같은 손님 입장에서 이런 스타벅스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주변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주말이면 여기가 대학교 도서관인지 착각할 정도로 자리를 펼쳐 놓은 학생들이 많아서 정작 커피를 즐기러 찾은 손님들이 앉을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1인용 자리도 많건만 4인 테이블에 떡 하니 휴대용 스탠드와 독서대를 세워두고 커다란 노트북을 두드려대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이런 ‘죽돌이 손님’은 점원들이 좀 통제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스타벅스에서 심심해서 그린 그림



그럼에도 ‘남들에게 주목 받지 않을 권리’를 갖게 하는 스타벅스의 매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탁 트인 공간에서 만끽하는 ‘익명성’이 스타벅스의 진짜 매력은 아닐까? 앉아서 무얼 하든 관여치 않는 자유로움이 스타벅스의 또다른 힘은 아닐까? 작은 까페에 주인과 단 둘이 있는 상황은 어색하기 그지 없다. 커피맛이 특별하지 않거나 주인과의 친밀함 없이는 매일 가기 어렵다. 온라인 상의 교류가 더 편한 세대들에게 각자가 섬처럼 앉아 있는 스타벅스야말로 비록 물리적으로는 오프라인이지만 가상세계의 연장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스타벅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침에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앞 스타벅스에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앉아 책도 쓰거나 고객에게 줄 보고서를 작성하곤 했다. 나는 그곳에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간 세 권의 책을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 보니 내가 그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제와 생각하니 바로 스타벅스가 보장하는 ‘익명성’ 덕분이었을 게다. 이 또한 물리적인 공간의 힘일 게다. 그리고 이것이 죽돌이 손님 때문에 잃어버리는 매출 기회를 충분히 보상 받는, 눈에 보이지 않는 스타벅스의 경쟁력일 게다. 스타벅스를 보니 커피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은 너무 순진해 보인다. 커피를 팔지 않고 공간을 파는 게 스타벅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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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이론적인 내용과 학술적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사건이나 경험을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록하는 것이 경영일기의 취지입니다. 말 그대로 일기인 탓에 다소 두서가 없고 덜 체계적이라 해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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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자와 함께 일하는 직원의 속마음은?   

2017. 6. 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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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일(목) 경영일기


“시스템이 없다고 하더군요. 주먹구구로 운영되는 것 같대요.”

어젯밤에 자주 가는 연희동의 작은 술집에서 지인은 이렇게 털어 놓았다. 그는 직원이 대여섯 명 되는 점포를 운영하는, 그쪽 분야에서는 젊은 시절부터 꽤 잔뼈가 굵은 실력자다. 나는 “그 직원(이하, A라고 함)은 저번 회식 때 안 보이던데요?”라고 물었다. 직원들과 함께 벌인 바베큐 파티에 초대되어 갔더니 A가 보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라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A는 얼마 전에 그만뒀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주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직원인데 회사를 나가는 마당에 경영방식이 주먹구구 같다는 소리를 쏟아내고 나간 데에 지인은 퍽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저런 규칙을 가하면 부담스러워 하고 힘들어 할 거 같아서 매출 목표도 안 정하고 직원들을 채근하거나 다그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자유로움은 다 누리고서 이제와서 시스템이 없다는 둥 이야기를 하니까 당황스럽고 속상하네요. A랑 같이 일했던 시간이 10년이나 되는데…”


나는 그의 말에 동감하며 A가 바라던 조직의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생각에 잠시 빠졌다. 지인의 말을 계속 들어보니, 아마도 A가 원하는 시스템은 ‘직원 교육’인 듯 했다. 직원관리라는 시스템에는 교육 뿐만 아니라 성과관리, 평가와 보상, 직무 활용 등이 있지만, 조직의 경영이 주먹구구식이라는 A의 말은 직원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 달성를 위해 노력을 요하는 일반적인 경영방식은 직원들이 힘들어 하길래 본인은 판을 깔아주고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직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자유롭게 세우고 일하도록 했는데, 그런 배려는 몰라주고 오로지 체계적인 교육이 없다는 것을 탓하는 듯 했다. 나라도 속상할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회가 생긴다면 업계에서 소위 ‘잘 나가는 자’, 전문성과 경력이 뛰어난 실력자와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그의 옆에 있으면 남들에게서 얻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희망뿐만 아니라, 그의 명성과 실력이 자신에게 ‘낙수효과’를 일으켜 자신의 입지를 높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혹은, 그가 자신의 멘토가 되어 자신을 옆에 끼고 상세히 가르쳐 주기를 요구하는 마음이 든다. 솔직히 말해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곧바로 실망으로 이어진다. A처럼 ‘시스템이 없다’는 쓴소리를 하며 조직을 떠나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왜 그럴까? 자신을 체계적으로 이끌어주고 가르쳐 주기를 원하는 직원의 바람과는 달리, 실력자는 모르는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신에게 먼저 질문하고 실천하며 때로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성장해 가는 ‘적극성’과 ‘자발성’을 직원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업계의 실력자들은 본인이 입지를 높이는 과정에서 그렇게 좌충우돌했던 경우가 많아서 ‘잘 배우고 성장하려면 적극적이고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는 듯 하다.


고백하지만 나도 사실 그렇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나에게 실력자란 말을 스스로 붙이기가 면구스럽지만 ‘알아서 크는 거지, 내가 왜 일일이 알려주고 키워줘야 해? 어린아이도 아닌데. 나도 내 할 일로 머리가 복잡해. 물어보면 가르쳐줄 수 있어. 하지만 일일히 끼고 가르칠 수는 없어.’라는 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나를 비난하는 말을 우회적으로 쏟아내며 도망치듯 ‘없어졌고’ 나는 상당 기간 어이없음과 분함을 견뎌야 했다. 더욱이 그는 내가 공식적으로 고용한 직원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물론 직원에게도 할말은 있다. 실력자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채 ‘언젠가 나를 챙겨주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뭐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그냥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를 직원으로 뽑았으면 자세하게 가르쳐 줘야 하는 거 아냐? 자신의 노하우도 나눠주고? 그게 실력자의 도리지.’라며 당연하게 여기는, 약간은 뻔뻔하고 이기적인 직원들도 드물지만 있다.


쌍방간의 기대가 상충되는 탓에 리더는 직원에게, 직원은 리더에게 불만을 계속 쌓아간다. ‘소극적이고 비자발적’이라고 한번 찍힌 직원은 계속 그런 사람으로 리더의 눈에 비쳐지고, 직원은 자신을 돌보지 않는 리더를 직원관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자라고 탓한다. 이러한 ‘확신의 덫’ 혹은 ‘불신의 악순환’에 빠지면 리더는 잠재력 높은 직원을 성장시키지 못하거나 놓치고, 직원은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낼 기회를 상실하고 만다.


해결책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일방의 잘못은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지’ 혹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바람은 버려야 한다. 각자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바를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한 후에 중간점에서 타협해야 하지 않을까? 리더는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피드백도 시시때때로 주어야 한다. 알아서 직원들이 움직일 거란 생각은 접는 게 좋다. 반면, 직원은 리더에게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때로는 ‘깨지거나 야단 맞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실력자의 명성에 기대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그런 ‘비용’은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조직은 학교가 아니다. 학교의 시스템으로 조직이 굴러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알아서 가르쳐 주겠지, 라는 학생의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성인이라면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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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사건과 경험을 경영의 시각으로 플어보고 거기에서 얻은 경영의 시사점을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써볼 생각입니다. 가능하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올릴 생각입니다. 쓸게 없으면 짧게라도 올릴 겁니다. 많은 가대해 주시고, 출판사 편집자 분들도 관심 가져 주세요. 책으로 엮어서 매년 <2017년 유정식의 경영일기> 같은 제목으로 나오기를 막연히 희망해 봅니다. 물론 내용이 재미있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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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본질을 일러주는 피터 드러커의 5가지 질문   

2017. 5. 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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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 번역 출간한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이란 책에 '옮긴이의 글'로 올렸던 글을 여기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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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리더라면 피터 드러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만일 있다면 그는 한번도 경영의 본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2005년 11월에 96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경영학계의 ‘생불(生佛)’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가 리더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간명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경영의 본질을 다룬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나는 연일 쏟아지는 여러 경영 관련 책들에 관심을 두는데,  제각기 독창적인 경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지만 결국 드러커의 5가지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매번 느끼곤 한다.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손오공과 같다고 해야 할까? 


5가지 질문을 늘 상기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일은 경영자가 해야 할 최우선적인 업무이자 유일한 업무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5가지 질문을 우선하지 않고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타파하는 데 급급한 기업이나 눈 앞의 이득을 위해 황금거위의 배를 가르는 조직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나는 놀라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가을부터 2015년 봄에 이르기까지 제과업계를 달아오르게 한 허니 버터칩이다. 알다시피 사람들은 이 달달한 맛의 감자칩에 열광했다. 어렵게 하나를 구해 SNS에 올리면 온갖 부러움과 시샘마저 감수해야 할 열풍이었다. 어떤 이는 과연 현실에 존재하는 과자냐며 애써 부정하며 부러운 마음을 삭였다.




만들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과자의 생산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경영자의 머리 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언제 이런 기회가 생기겠는가? 기회를 놓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나는 2014년 12월에 호텔방에 앉아 그 회사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세워 보고는 증산은 하지 않는 것이 낫고 증산하더라도 소량을 늘리는 게 고객가치나 브랜드 가치 차원에서 좋다는 글을 블로그에 게시했다. 업체 직원 누군가가 열람하길 내심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2015년 4월에 나온 신문 기사는 허니 버터칩의 대대적인 증산을 알렸다. 누구나 부족함 없이 허니 버터칩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의도는 좋았지만 지금 이 브랜드는 어떠한가? 나는 이 과자만 먹는다는 열성팬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외면 받고 있다. 슈퍼마켓에 가면 다른 과자에 ‘업혀서’ 팔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한때 엄청난 부러움을 사던 브랜드로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나는 강의하다가 이 기업이 시나리오를 제대로 세워 대비를 했더라면 이런 굴욕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브랜드의 가치를 계속 유지했을 거라고 언급했다. 식품업계에서 온 교육생 한 명이 곧바로 반박을 해왔다. 비록 허니 버터칩이 브랜드 가치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 과자의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다면서 증산 전략이 실패이기는커녕 오히려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교육생들끼리 그 사람의 주장을 놓고 잠시 논쟁이 벌어졌다. 반대측에서는 고객의 마음 속에 그려져 있던 허니 버터칩의 위상이 지금은 존재감조차 없도록 추락했으니 실패라고 반론을 폈다.




여기에서 피터 드러커의 5가지 질문들을 간단하게 대입해 보자. 첫 번째 질문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미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거창한 말로 미션 선언문이 소개돼 있지만, 나라면 ‘맛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라고 이 회사의 미션을 정할 것 같다. ‘허니 버터향’이라는 맛은 증산에 열을 올린 나머지 금방 질려버렸다. 계속해서 이 맛을 개량해서 고객에게 궁극의 맛을 경험케 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두 번째 질문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고객은 누구인가’ 증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이 과자를 경험하고 소비하는지 분석을 게을리했다는 반증이라고 나는 본다. 세 번째 질문 ‘고객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고객이 허니 버터칩 구매에 열을 올린 이유는 이 과자의 맛이 특별해서이기도 하지만 희소성 그 자체 때문이기도 했다. 소위 ‘득템’의 즐거움과 선물의 기쁨이 이 과자의 독특한 가치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여기에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네 번째 질문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회사는 장부 상의 매출액 증가로 결과를 정의한 것이 틀림없다. 브랜드 가치나 고객 경험을 결과로 정의했더라면 증산 전략이 성공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질문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과자에 테이핑되어 판매되는 걸 보니 이 질문은 아예 던지지도 않은 것 같다.


이렇듯 피터 드러커의 5가지 질문은 조직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일뿐만 아니라 개별 사업과 브랜드에도 적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 일상적 경영의 본질이다. ‘뭐 좀 새로운 것 없어?’라고 트렌디한 방법과 성공사례를 찾기 전에 조직의 최상위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5가지 질문에 올바른 답을 할 수 있는지 또 일치된 답을 가지고 있는지 매번 살펴야 한다. 이 책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고루해 보여도 그게 경영의 근본이다. 


오래된 전통기업의 리더든, 이제 막 사업자등록을 한 스타트업의 경영자든 이 책을 옆에 끼고 하루에 한 번 이상 5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하는 습관을 들이길 기대한다. 언젠가 피터 드러커에게 감사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나 역시 번역하면서 다시금 그의 경영철학을 숙고할 수 있었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를 전하며 그의 영면을 빈다.



(옮긴이 소개)

유정식

경영 컨설턴트이자 인퓨처컨설팅 대표다.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아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LG CNS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과 왓슨와이어트에서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적 사고, 문제 해결력, 인사 전략 등을 주제로 국내 유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착각하는 CEO》《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전략가의 시나리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하버드 창업가 바이블》《디맨드》《당신은 사업가입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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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요즘 젊은 직원들을 업무에 몰입시키는 방법은?   

2017. 4. 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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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나 기업에서 주축(사원~차장급)을 이루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베이비붐 세대, X세대)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조직에서 바라는 개별적인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그들을 조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영의 구루들이 앞다투어 밀레니얼 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을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기존의 조직활성화 방법을 쓴다면 그것은 밀레니얼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활력를 크게 떨어뜨리는 지름길일 겁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조직문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조직과 업무에 몰입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 방법을 얻어가기 바랍니다. 




[강의 일정]

- 일시: 2017년 4월 26일(수) 저녁 19:30~21:30

- 장소: 인퓨처컨설팅 중요한학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88-71, 301호)

- 모집정원: 20명 

- 수강료 : 5만원 (현장납부시 6만원)

- 세금계산서를 원하시는 분은 부가세를 포함한 55,000원을 입금하신 후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theimportantschool@gmail.com)

- 입금처: 국민은행 816-24-0206-031 (예금주:유정식)

- 입금자명에 강의날짜를 붙여서 기입해 주세요.(예: 홍길동0426)

- 4월 24일(월)까지 취소 요청시 환불 가능. 그 이후나 no show의 경우 환불 불가.

- 문의처: 중요한학교 안정옥 실장 02-733-1568, 010-3227-7374


[강의 내용]

1. 몰입이란 무엇인가?

2. 몰입을 높이고 낮추는 방법

3. 밀레니얼 세대(직원)에 대한 오해

4. 밀레니얼 세대의 5가지 특성

5. 5가지 특성별 몰입제고 방안

6. 몰입에 관해 주의해야 할 것들


[강사 소개]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인사 및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 컨설턴트이자 경영서 저자/역자

저서: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착각하는 CEO>, <전략가의 시나리오>, <문제해결사> 등 다수

역서: <맨발의 엔지니어들>, <디멘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오시는 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ㅡ>마을버스 4번 탑승ㅡ>사러가 쇼핑센터 정류장에서 하차ㅡ>사러가 쇼핑센터 옆 베스킨 라빈스를 등지고 건너편 2시 방향에 있는 ‘현대 부동산’과 ‘띵동 부동산’ 사이 골목으로 들어오세요. 

‘연희살롱’ 간판이 보이는 건물의 3층에 인퓨처컨설팅<중요한 학교>가 있습니다. 주차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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