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강한 직원이 성과도 좋다   

2015. 8.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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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원들보다 유독 끈기와 인내심이 강한 직원이 팀내에 한 두 명 정도는 있을 겁니다. 그들이 평소 달성하는 성과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요? 또 그들이 비윤리적이고 비생산적인 행동(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s, CWB)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합니까? 이스라엘 아리엘 대학교의 하다샤 리트만-오바디아(Hadassah Littman-Ovadia)는 인간의 여러 가지 성격적 특성 중에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그리고 CWB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수립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이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두 686명의 응답자를 확보한 리트만-오바디아는 ‘VIA-IS’라 불리는 ‘성격적 강점’ 측정방법을 변형하여 120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VIA-120’이란 설문을 구성했습니다. 여러 가지 성격적 특성 중 ’창의력’을 측정하는 설문을 예로 들면, “새롭고 차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이 내 강점 중 하나다.”라는 항목에 5점 척도로 응답해야 했죠. 또한 리트만-오바디아는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적절하게 수행한다.”라는 식의 문항에 응답하게 해서 응답자 스스로 자신의 업무 성과를 드러내도록 했고, “아프지 않은데도 아프다고 전화해서 집에서 논 적이 있다.”라는 식의 문항을 통해 얼마나 자주 CWB를 범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피어슨 상관분석을 해보니, 인내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업무 성과가 좋고 CWB를 덜 범했는데, 이런 상관관계는 정직성, 열정, 호기심, 팀워크 등과 같은 성격적 강점보다 더 강했습니다.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CWB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성격적 특성임을 알 수 있죠. 응답자들 중에는 자신의 일을 그저 직업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경력으로 인식하는 사람과 ‘소명’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리트만-오바디아는 통계분석을 통해 자신의 일을 경력이나 소명으로 볼 때 인내심과 업무 성과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남을 규명했습니다. 일을 그저 직업으로 볼 경우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여러 가지 성격적 강점 중에서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가장 큰 관련이 있고, 일을 경력이나 소명으로 느낄 때 이런 연관성이 큽니다. 물론 리트만-오바디아의 연구가 자가진단을 통한 설문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거짓으로 답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조직에서 이루어진 평가 결과를 가지고 인내심과 업무 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하면 좀더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학습의욕, 통찰, 리더십, 희망적인 태도, 용기, 열정 등과 같이 업무 성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성격적 특성들을 제치고 의외로 인내심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성격적 강점임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리더는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직원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두기보다는 화려하진 않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가 주는 교훈입니다. ‘열정을 가져라’는 독려도 좋지만, 일의 의미, 일의 목적과 소명을 일깨우도록 돕는 것도 직원들의 인내심이 업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리더의 임무라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내심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성공적인 기업가와 그렇지 않은 기업가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순수한 인내심'이라고 확신한다."





오늘은 과묵하게 자신의 업무를 끈기 있게 수행하는 직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조직 성과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그들의 노고를 고마워하면서 말입니다.



(*참고논문)

Littman-Ovadia, H., & Lavy, S. (2015). Going the Extra Mile Perseverance as a Key Character Strength at Work. Journal of Career Assessment, 10690727155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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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풍력발전 사랑   

2015. 8. 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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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차 온 유럽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드넓은 들판이나 언덕에 서있는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다. 처음엔 장관이라는 생각에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지만 나중에는 심심치 않게 나타나서 무감해질 정도다. 지나는 길에 네덜란드의 잔세스칸스에 들른 나는 풍력 발전의 원류인 풍차를 만났다. 이곳은 무역과 어업이 번창하여 17~18세기 무렵 수백여 기의 풍차가 돌아가던 지역이었지만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조금씩 줄다가 내연기관이 일상이 된 지금은 관광용으로 10기 가량만 유지되고 있다. 


4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땅콩에서 기름을 짜고 염료 가루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이용한 요즘의 방식에 비하면 한없이 더딘 작업이지만 육지보다 바다가 높은 척박한 환경에서 삶을 일구어 가던 옛사람의 간난과 지혜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바람으로 맷돌을 돌릴 수 있다면 전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852년 미국에서 발전기와 축전지가 연결된 풍력 터빈이 최초로 제작되었고, 1891년에 덴마크의 기상학자 폴 라쿠르가 오랫동안 실험을 거듭해 풍력 발전기의 원형을 처음 건설하면서 풍력발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북해와 발트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자연스럽게 전기 생산의 자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후 네덜란드 엔지니어들이 날개를 유선형으로 만드는 등의 개선을 통해 3개의 날개가 돌아가는, 거대한 선풍기 모양의 풍력 발전기가 완성되었다.


바람의 힘으로 어떻게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어릴 적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에는 핸들 아래에 전구가 달려 있었고 전선을 따라가면 바퀴에 물려서 돌아가는 조그만 발전기가 있었다. 바퀴가 돌아갈 때 발전기를 갖다 대면 페달 밟는 속도에 따라 전구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풍력 발전의 원리는 그것과 동일하다. 풍력 발전기에서 선풍기 모터와 비슷하게 생긴 부분을 ‘나셀’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람의 힘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다.


풍력은 청정 에너지이지만, 풍력 발전의 확대를 논할 때마다 발전 효율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전기 생산의 주력인 화력 발전의 효율은 40~50%이고 수력 발전은 80~90%이지만, 풍력 발전은 효율이 30%이다.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또 다른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태양광 발전이 8~15%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행히 기술의 발달로 풍력 발전의 효율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IFAM이라 불리는 독일 연구소는 상어 비늘을 본뜬 구조를 날개에 적용하면 날개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상어 비늘은 헤엄칠 때 발생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밀어내는 역할을 해서 적은 힘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돕는다. 마이클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상어 비늘 수영복’을 입고 8개의 금메달을 따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IFAM은 나노 기술을 이용해 ‘상어 비늘 날개’의 실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유럽 여행을 한다면 관광뿐만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그들의 노력을 체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덴마크의 미델그룬덴을 추천할 만하다. 이곳은 바다 위에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 발전기로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놀랍게도 주민 8500여명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발전소 건설에 투자했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판매하여 정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관령 삼양목장 등에 풍력 발전기가 있지만 풍력으로 전기 수요의 140%를 생산한다는 덴마크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이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17개의 핵발전소 중 8개를 즉시 중단했고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풍력 발전기가 미관을 해치고 소음을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있으나 전기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산다면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강바닥에 쏟아부은 돈의 몇십 퍼센트만 풍력 발전에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답답함은 분명 더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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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이 클 때 최고의 성과를 내는 방법   

2015. 8.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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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보면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됩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시험을 치르거나, 큰 계약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회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할 때 압박감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일이 간혹 생기곤 합니다. 혹자는 압박감(특히 외부로부터)이 있어야 일이 잘 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저 느낌일 뿐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하게 되어 생산성은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일의 품질은 기대하기가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도 일을 잘 해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비결은 압박감을 유유히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헨드리 와이싱어(Hendrie Weisinger)와 J.P. 폴리브-프라이(J.P. Pawliw-Fry)는 <Performing Under Pressure: The Science of Doing Your Best When It Matters Most>란 책을 통해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효과를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 10가지만 여기에 소개하겠습니다.





1.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스스로를 상기시켜라

이번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면 실패할 경우의 상황이 머리속을 압도하는 바람에 말 그대로 ‘얼어 버리고’ 말 겁니다. 인생은 길고 그런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관점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말고,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도전 중 하나라고 여기는 게 좋습니다. 그 도전이 아주 중요하다 해도 말입니다.


2.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춰라

마라톤 선수가 레이스를 완주하는 비결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업무의 최종 결과가 아니라 내가 지금 작성하는 보고서, 내가 지금 검색하는 자료, 내가 지금 참여한 회의에 집중해야 압박감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높은 성과지표를 목표로 부여 받은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3.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

‘만약 이러면 어떻게 할까?’라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막연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실질적인 대비책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는 생각은 압박감 하에서 ‘일 못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일주일 안에 반드시 일을 끝내야 한다면, 그 기간 안에 일을 못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뭐가 있을까,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둬야 합니다.





4.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라

압박감이 큰 상황 하에서 사람들은 이런 저런 걱정이 많습니다. 헌데 그런 걱정들을 살펴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걱정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은 3번 항목과 같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5. 감각에 집중하라

압박감이 커지면 내가 지금 뭘 먹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냄새를 맡는지가 무뎌지기 쉽고 그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길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의 변하는 모양을 관찰한다든지, 들꽃의 향기를 맡아 본다든지, 감동을 자극하는 영화를 본다든지 하면서 자신의 오감이 항상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생한 오감을 가질 때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6. 음악을 들어라

이 조언은 5번과 연결되는데, 음악을 들으면 두려움과 초조함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수영선수 박태환이 경기 직전에 헤드폰을 끼고 나오는 이유가 있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직전에는 보고자료를 연신 넘기며 초조해 하기보다는(이미 보고자료는 숙지했을 터이니) 이어폰을 끼고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바로 실천해 보세요.





7. 속도를 늦춰라

두려움이 커지고 초조해지면 사람들은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 실험에서 압박감을 큰 상황을 조성하면 남들보다 과제를 더 빨리 완료하지만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른다고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곧바로 해법을 내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것’입니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현재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8. 고무공을 주물러라

말 그대로 고무공을 주무르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경감된다고 합니다. 고무공을 왼손에 쥐고 주무르면, 뇌에서 잘 하나 못 하나를 의식적으로 감시하는 부분의 활동을 무디게 만드는 반면 무의식적인 반응을 통제하는 부분은 자극한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적당한 고무공(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을 하나 두고 초조해질 때마다 쥐락펴락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9. 압박이 큰 상황을 친구와 이야기하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친구(혹은 친한 동료)에게 이야기하면 자기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유용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압박감 속에 있으면 판을 읽지 못하지만 바깥에서 볼 때는 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꿰뚫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혹은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상황을 정리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10. 성공했던 기억을 떠올려라

슬럼프에 빠진 농구선수들을 회복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선수가 보였던 최고의 플레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슬럼프는 역량의 저하 때문이 아니라 자신감의 저하 때문에 발생합니다.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일을 잘 해냈던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머리속에 그려보면(더 좋은 방법은 글로 써보면) 어떨까요? 지금의 상황도 잘 헤쳐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날 겁니다. 비록 금방은 아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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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니스'가 사랑스러운 심리학적 이유   

2015. 8. 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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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알다시피 이 만화영화는 기쁨, 슬픔, 역겨움, 소심함, 분노라는 5가지 감정이 사람의 말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만화영화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쁨(Joy)은 좋은 것이고 슬픔(Sadness)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과연 옳은지,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만화영화가 이토록 심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뒤통수를 가격 당하듯 저에게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항상 즐거운 ‘조이’가 ‘새드니스’가 바깥에 나오지 못하도록 원을 그리는 장면은 사람들이 ‘얼마나 슬픔을 부정적으로 여기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슬픔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감정이고, 슬픔을 비롯한 모든 감정이 어우려져 인생이 완성된다는 것으로 이 만화영화를 매듭지을 수 있습니다.



(source: 만화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가지 심리 연구를 통해 규명된 바 있습니다. 이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온 호주의 심리학자 조셉 P. 폴개스(Joseph P. Forgas)는 슬픔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59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10분짜리 코메디 동영상과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즐거운 감정과 슬픈 감정을 유도해 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 인상’과 ‘호주 원주민들의 권리 인정’이라는 이슈에 대해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으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문장을 적어 내도록 했습니다. 


실험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두 명의 평가자에게 학생들이 제출한 문장의 설득력과 구체성을 평가하게 했더니, 슬픈 감정으로 유도된 참가자들이 즐거운 감정에 젖은 참가자들보다 설득력과 구체성 모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슈에 대해 찬성 입장이든 반대 입장이든 일관되게 이런 결과가 나왔죠. 



(source: 만화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픈 감정이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폴개스의 두 번째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125명의 참가자 스스로 과거에 경험했던 사건을 적어 내도록 함으로써 즐거운 감정, 슬픈 감정, 중립적인 감정을 유도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리고 ‘호주는 공화국이어야 한다’ 등의 이슈에 찬성 입장이거나 반대 입장으로 역시 누군가를 설득하는 문장을 쓰도록 했죠. 설득력을 평가하니, 중립적인 감정의 참가자보다 슬픈 감정의 참가자들 점수가 더 높았고, 즐거운 감정의 참가자들 점수가 가장 낮았습니다. 문장의 구체성을 평가한 결과도 동일하게 나타났죠.


슬픈 감정이 문장의 설득력으로만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폴개스는 슬픈 감정에 싸인 사람이 실제로 타인의 입장을 더 크게 변화시킨다는 점을 후속 실험으로 규명했습니다. 폴개스는 ‘슬픔의 긍정성’을 주제로 여러 연구를 했는데, 행복감이 고양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슬픈 감정이 오히려 다른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게 만든다는 점을 밝혔죠. <인사이드 아웃>에서 ‘새드니스’에 의해 주인공의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풀리는 것이 영화적인 설정이 아니라 이렇게 심리적인 근거가 있었던 겁니다.


설득하기 위해 일부러 슬퍼질 필요는 없겠지만, 이제는 슬픔을 부정적으로 보지 마세요. 만화영화 속 새드니스란 캐릭터처럼 슬픈 감정을 우리는 귀엽게 볼 필요가 있답니다.



(*참고논문)

Forgas, J. P. (2007). When sad is better than happy: Negative affect can improve the quality and effectiveness of persuasive messages and social influence strategie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3(4), 5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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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야단 맞으면 동료에게 무례해진다?   

2015. 7. 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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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이란 말이 있습니다.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주사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붉게 된다는 뜻인데,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남의 행동이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행동은 전염된다’는 뜻이죠. 직장 내에서 많은 직원들이 상사나 동료의 무례한 언행(폭언, 경멸, 비웃음, 심한 장난, 왕따 등)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98%의 직원이 무례함을 경험하고, 50%의 직원들은 매주 한번꼴로 그런 일을 당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서로의 행동이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한다면 이토록 무례함이 조직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무례한 행동을 당했을 때 거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무례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 감기가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감기를 옮기는 것처럼, 무례함을 전염시키는 ‘숙주’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플로리다 대학교의 트레보 폴크(Trevor Foulk)와 동료 연구자들은 부정적인 행동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전염성이 높고, 감기처럼 쉽게 퍼진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주장합니다. 누군가에게 당한 무례함을 엉뚱한 타인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것이죠. 심하지 않은 부정적 행동 역시 그러하다고 폴크는 말합니다. 그는 90명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짝을 지어 11회의 협상 세션을 7주 동안 수행하게 하고, 매회마다 협상 파트너의 무례함 정도와 본인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분노, 불안, 혼돈스러움)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또한 그는 세 번째 협상 세션부터는 ‘협상 파트너에게 얼마의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를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파트너와 40씩 동일하게 나누는 옵션, 본인이 50을 갖고 파트너에겐 20을 주는 옵션, 본인이 30을 갖고 파트너는 아무것도 못 갖게 만드는 옵션 중 하나를 택하게 한 것이죠. 여기에서 마지막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 30밖에 못 갖기 때문에 가장 불리하지만 파트너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음으로써 앙갚음할 수 있는, 가장 적대적인 옵션입니다. 


분석 결과, ‘이전 파트너’에게서 무례함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 파트너’로부터 무례하다고 평가 받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다음 협상 파트너’는 그 사람에게 적대적인 옵션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전 파트너’와 ‘다음 파트너’ 사이에 상호작용이 없었음에도 말입니다. 7주 동안 이 실험이 이어졌기에 협상 세션들 사이의 공백기가 1주일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효과는 여전히 나타났습니다.


폴크는 후속실험에서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행동을 하는 모습을 경험하면 ‘무례함’에 대해 민감해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험실에 늦게 도착한 공모자를 인격적으로 모독하면서 혼을 내는 상황을 지켜보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옳은 단어와 틀린 단어(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빠르게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죠. 그랬더니, 무례한 상황을 본 참가자들은 무례함에 관련된 단어들(bluntly, boorish, brutish, infringe, obscene, surly, tactless, disturb, pushy, intrude)들을 특별히 빨리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례함을 경험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받고 결국 자기 자신의 행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폴크가 수행한 세 번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앞서 언급했듯이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무례한 언행들이 상대방 뿐만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을 시키고, 한번 전염이 되면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경멸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똑같이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꼬집고 있죠. 흔히 같은 회사에 다니면 ‘한솥밥을 먹는다’라고 표현하는데(저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말은 그만큼 나의 행동이 남을 전염시키기 쉽고 남에게 전염되기 쉬운 조건에 있다는 뜻으로 비틀어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사로부터 심한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동료에게 무례하게 행동할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Foulk, T., Woolum, A., & Erez, A. (2015). Catching Rudeness Is Like Catching a Cold: The Contagion Effects of Low-Intensity Negative Behavior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DOI: 10.1037/apl0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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