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수 있어 행복한 이유   

2015. 4. 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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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안면 근육이 마비된 희귀질환인 ‘뫼비우스 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기쁘거나 슬퍼도 아무런 표정을 짓지 못한다. 누구나 박장대소하는 코미디언을 보고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그들은 어떤 심정일까? 그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투명 테이프를 입 전체에 붙인 다음 ‘개그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해보라. 십중팔구 다른 때보다 그날 프로가 별로라고 평가할 것이다. 


만약 하루 종일 그렇게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로 지내야 한다고 해보자. 입에 음식을 넣을 수 없어 배고픈 것은 둘째 치고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행복감이 저하되고 급기야 우울한 상태로 빠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뫼비우스 증후군 환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행복감을 덜 느낄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맺기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친절한 표정으로 다가갔는데 상대방이 무표정할 경우에 얻는 마음의 상처를 떠올린다면, 뫼비우스 증후군 환자들이 사회 생활을 하며 남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항상 드러내놓고 다니는 얼굴은 상당히 민감한 신체기관 중 하나다. 신체에서 얼굴이 차지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은데도 불구하고 눈둘레근, 눈썹주름군, 입꼬리내림근 등 40여개의 근육들이 좁은 얼굴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런 안면 근육들은 뇌에서 수신 받는 감정을 복잡하고 미묘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거꾸로 뇌에게 ‘이런 감정 상태에 있다’란 메시지를 송신하는 역할도 한다. 


얼굴 표정이 감정으로 이어지고 그 감정이 판단에 거꾸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심리학자 프리츠 스트랙의 실험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스트랙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볼펜 끝을 치아로 물게 하거나 입술로 물게 했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치아만으로 볼펜 끝을 물 때는 어쩔 수 없이 입이 옆으로 벌어져서 웃는 표정되고 입술로만 물 때는 입이 앞으로 나오면서 볼이 홀쭉해지는 뚱한 표정이 된다. 참가자들에게 볼펜 끝을 문 채 만화 네 편을 보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평가하라고 했더니, 치아로 볼펜을 문 사람들이 입술로 볼펜을 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만화를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얼굴 표정이 만들어낸 감정은 뇌에 피드백되고 뇌가 감지한 감정은 판단 메커니즘에 피드백된다.


그래서 주름을 없애기 위해 인위적으로 시술하는 보톡스에 주의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뚜렷해지는 주름살은 노화라기보다 살면서 어떤 안면 근육을 자주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표식이다. 평소에 잘 웃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면 눈 꼬리에 방사형으로 주름이 뚜렷하고 입 주변에 소위 ‘팔자 주름’이라 불리는 주름이 깊다. 안동의 하회탈처럼 보는 사람을 함께 미소짓게 만드는 이런 ‘웃음 주름’을 없애고자 보톡스를 시술하면 비록 외모는 나아 보일지언정 웃고 싶은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할지 모른다. 이것은 보톡스를 맞아 ‘굳은 표정’을 갖게 된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지 못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다는 임상 간호사 헬렌 콜리어의 연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타인의 감정까지 잘 감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닐이 참가자들에게 사진 속 인물의 감정을 알아맞히도록 하니 보톡스를 맞은 참가자들의 정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우리의 뇌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동감하는 ‘거울 뉴런’이 존재한다. 아마도 보톡스는 상대방의 감정을 나의 표정으로 복제한 다음 거울 뉴런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훼방꾼 노릇을 하는 듯 하다.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를 시술한다면 웃음 주름보다는 찡그리거나 화를 낼 때 만들어지는 주름을 완화시키는 게 차라리 낫다. 눈썹 사이에 세로로 깊이 파인 주름이 대표적인 ‘짜증 주름’인데, 미국 피부외과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주름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우울증 환자 10명 중 9명이 차도를 보였다. 다른 약물이나 심리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들이었기에 의미가 더 컸다. 웃음 주름은 살리고 짜증 주름을 줄이는 방향이 보톡스를 올바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보톡스를 하든 말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뫼비우스 증후군 환자들의 고통을 안다면 ‘웃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사실만은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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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자기 수준을 잘 모른다?   

2015. 3. 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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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평가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평가자(상사)의 평가뿐만 아니라 피평가자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되돌아 보도록 ‘자기평가(Self Assessment)’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은 자기평가 결과를 평가점수에 일부 반영하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상사가 시스템 상에서 피평가자의 자기평가 결과를 참조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대하기 마련이라 평가점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기평가를 참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죠. 하지만 이런 ‘참조 방식’도 평가자의 최종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해야 합니다. 제가 실험적 증거를 들어 3년 전에 포스팅한 글(‘자기평가를 금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을 보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자기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까닭은 그 기저에 ‘자신의 능력 수준은 본인이 잘 인식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나뉩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에단 젤(Ethan Zell)은 즐라탄 크리잔(Zlatan Krizan)과 함께 1982년부터 2012년 사이에 발표된 22개의 논문을 가지고 ‘메타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자기평가의 정확도를 보다 넓은 분야에서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젤과 크리잔이 확보한 과거 논문들은 약 357,000명의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학업 능력, 지적 능력, 의학적 스킬, 언어 스킬, 기억력, 운동 스킬, 직업적 스킬 등 다양한 영역를 다루었습니다.


분석 결과, 전체적으로 자기평가와 객관적 평가 사이의 상관계수는 0.29로서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과제가 단순할수록, 과제가 익숙할수록,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과제일수록 상관계수는 이보다 높은 0.30~0.32의 상관계수를 나타냈지만, 이것도 그리 높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기억력과 비언어적 스킬에서는 상관계수가 각각 0.15와 0.09로서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했죠. 반면 어학 능력에서는 상관계수가 0.63으로 높은 편이었는데, 어학 능력은 피드백이 계속 이루어지고 스킬 수준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젤은 설명합니다. 언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대화’를 전제하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자신의 어학 수준을 어느 정도 잘 파악할뿐더러 자신의 어학 능력을 부풀려 인식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죠. 


하지만 타인의 몸짓과 표정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인 비언어적 스킬은 객관적인 피드백을 얻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정 표정을 짓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느낀다 해도 그 판단이 옳은지를 매번 확인 받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피드백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 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해 가도록 하려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방식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1년에 한 두 번 하는 면담만으로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인식시킬 수 없죠. 





피드백이 없다면 직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부풀려 인식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팀 성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자신이 타인에 비해 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팀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 올바로 깨닫을 수 있죠. 이런 올바른 인식이 결국 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스스로의 역량 수준을 잘 알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Zell, E., & Krizan, Z. (2014). Do people have insight into their abilities? A metasynthesis.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9(2), 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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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과 22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1박 2일간(교육시간 총 18시간) 진행된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 1기'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모두 8명이 이번 과정에 참여하셨는데, 인원이 적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붓한 분위기에서 보다 상세하게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법과 사례를 설명할 수 있어서 강의하기도 좋았고 참석자들의 몰입도도 훨씬 높았습니다. 꽃꽂이를 통해 전략가로서 자신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도 신선한 반응을 얻었답니다.


참석자 중 어떤 분은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한바탕 난리(?)였다고 하는군요. "자기 혼자만 교육을 받을 게 아니고 회사 임원들과 관리자들이 꼭 들어야 하는 과정이다."라고 말입니다. 이 분은 "식사가 너무 맛있었고 간식도 훌륭해서 다음날 점심까지 배가 꺼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는 후문입니다.


또 직원을 저희 과정에 보내셨던 모 회사 대표님은 저희 회사 직원에게 추천했는데 아주 만족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2기에도 다른 직원을 보낼 생각이예요."라는 멘트를 남기셨습니다.





아래의 슬라이드쇼를 누르면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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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과정을 수료한 '시나리오 플래너'들은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로서 기업체 등에서 요청하는 강의와 워크숍을 직접 진행(퍼실리테이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시나라오 플래너 분들의 강의와 워크숍 진행에 대해서 저희 인퓨처컨설팅은 조금의 로열티도 부과하지 않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여러 기업들과 개인들의 '전략적 의사결정 도구'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보수교육을 통해 본과정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이나 최신 사례 등을 전수하고 시나리오 플래너로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 2기는 5월말로 예정 중입니다. 곧 공지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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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2015. 3.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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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한 삶을 소망한다. 웰빙이니, 로하스(LOHAS)니, 하는 신종 용어가 어느덧 익숙해지더니 좀 비싸더라도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고,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방송에 나가면 다음날 아침부터 불티나게 팔린다.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을까? 잘 먹고 많이 운동하면 될까?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엄청 나게 받고 나서 좋은 식사를 하고 헬스 클럽에서 1시간 넘도록 운동한들 쌓인 스트레스 자체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텍의 김경태 교수가 그걸 증명했다. 그는 스트레스는 몸에 축적되기만 할 뿐 운동이나 여행 등으로 없앨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 세포 속에 ‘소포’라고 불리는 것의 양이 꾸준히 늘어나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좋은 식사와 격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의 원인 자체를 피하라는 소리다.



출처: www.maggiedinomemd.com



하지만 어떻게 스트레스를 피하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스트레스가 무엇 때문에 생기는지 먼저 알아보자. 제이 웨이스(Jay Weiss)라는 생물학자는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바닥에 깔린 전선으로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했다. A그룹의 우리에는 전기 충격을 차단할 수 있는 스위치가 달려 있었지만 B그룹의 우리에는 스위치가 없었다.


여러 날 전기 충격을 가했지만 A그룹의 쥐들은 토실토실하고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반면 B그룹의 쥐들은 대부분 위궤양에 걸렸고 어떤 쥐들은 체념한 채 누워서 전기 충격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두 그룹 모두 일정한 시간에 똑같은 양의 전기 충격을 받았음에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A그룹의 쥐들은 전기 충격을 차단할 수 있는 스위치, 즉 환경 변화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제력을 가진 쥐들이 더 많은 항체를 생산해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 웨이스의 실험은 통제력의 상실이 스트레스 발생과 면역력 약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통제력을 잃어버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건강이 상할 뿐 아니라 지적 능력도 흐리멍텅해진다. 이번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시끄러운 소음을 틀어 놓은 상황에서 피실험자들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는데, A그룹이 앉은 테이블에는 소음 차단 스위치가 달려 있었고, B그룹에게는 그런 스위치가 없었다. 실험 결과, 스위치를 가진 A그룹의 사람들이 문제를 5배나 많이 풀었고 또 틀린 개수도 적었다. 소음이 들릴 때마다 스위치를 껐기 때문에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었을까? 아니다. 실제로 실험에서 A그룹의 참가자들은 스위치를 한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스위치 사용 빈도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소음을 차단할 수 있어!’라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를 차단했던 것이다.



출처: www.businessnewsdaily.com



통제력은 스트레스 발생을 좌우하는 변수다. 정신적인 건강이든, 육체적인 건강이든 통제력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의 관건이다. 건강한 삶은 통제력으로부터 나온다. 힘겨운 날이 계속될 때 빈둥거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간절하겠지만, 그때도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괴감과 후회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나는 무얼 했나?”는 탄식은 ‘노는 동안’ 삶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후회이고, “일하고 싶은데 왜 일을 안 주는 거야?’라는 울분 섞인 항변은 그 말을 하는 순간 삶의 통제력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는 것과 같다.


통제력은 목표의식을 분명히 함으로써 유지할 수 있다. 어떤 일이 크건 작건 항상 목표를 두고 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일의 결과뿐만 아니라 일을 수행하면서 받게 될 스트레스의 양도 다르다. 일이 정말 어렵고 많아서 힘겨운 상황이라고 해도, 또 외부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 해도, 그 안에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목표 몇 가지를 찾는 것이 자신의 건강과 지적 능력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삶의 주인으로서 통제력을 유지하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켤 수 있는 당신만의 스위치를 발견하라.



(* 이 글은 월간 샘터 2015년 3월호 중 '과학에게 묻다'란 코너에 실렸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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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어촌편이 경영에 주는 시사점   

2015. 3. 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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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호기심이 일어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을 몇 편 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포맷은 남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해서 함께 모여 먹는 게 전부인데 대중의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알다시피 ‘차줌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척척 요리를 해내는 남자 차승원의 ‘능력’이 그간 터프한 마초로만 비춰졌던 그의 이미지와 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요리 실력 뿐만 아니라 재료와 기구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부여한 어려운 요리 과제를 뚝딱 해치우는 모습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탑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샀죠.


저는 ‘삼시세끼-어촌편’이 비록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시청하는 내내 느꼈습니다. 특별한 요리를 해먹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재도라는 상황은 기업이 비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시장에 맞서야 하는 입장을 나타내는 듯했고, 만재도에 들어가 차승원과 유해진 등이 한 팀이 되어 힘든 조건을 타파하며 ’생존’해가는 과정은 목표를 추진하고 달성해가는 수많은 조직의 수많은 팀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출처: tvN



가장 큰 시사점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성과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많이들 간과하는 교훈입니다. 다시 말해, ‘나’ 혹은 ‘우리 팀’이 만들어낸 성과는 다른 사람과 다른 팀이 일구어 놓은 성과가 없이는 창출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묵탕을 예로 들어보죠. 보통은 마트에 가서 어묵을 사와 냄비에 넣고 국물을 내면 끝나는 쉬운 요리지만, 누군가가 어묵을 만들어 주었기에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바다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 살을 발라내고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 튀겨내는,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밥상에 둘러앉아 어묵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죠. 빵도 마찬가지고 마지막 미션으로 주어진 회전초밥과 해물피자도 그랬습니다.


삼시세끼-어촌편은 누군가가 미리 만들어 놓은 성과가 없을 경우에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 내가 만든 성과는 온전히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점, 개인들의 성과를 칼로 자르듯이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나에게 높은 보상을 하라’는 요구는 옳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커피 한 잔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있을까요? 커피콩 재배, 연료와 식수 확보, 버너 제작, 그릇 제조 등등 커피 한 잔을 위해 많은 이들의 에너지가 투여됩니다. ‘내 성과가 뛰어나니 많은 보상을 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본인의 성과가 혼자만의 창조물일까요? 우리는 커피 한 잔조차 혼자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없습니다. 조직 내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성과 역시 다른 직원들의 성과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높은 개인성과에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 가서도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차승원과 유해진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호준'입니다. 그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캐릭터죠. 그의 '직무가치'를 평가한다면 차승원과 유해진보다 낮을 수밖에 없고, 만약 그 직무가치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면 가장 낮은 연봉을 받겠죠(이런 직무평가를 기업에선 아주 당연시합니다만). 하지만 호준이 묵묵히 잔심부름과 잡일을 했기 때문에 차승원과 유해진이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의 직무가치를 낮게만 봐서는 곤란합니다. 호준이라는 일꾼의 역할은 차승원이 열악한 조건에도 짜증을 내지 않고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소위 'B player'의 중요성, 이것이 두 번째 시사점입니다. 초기에 잠깐 나왔던 장근석이 탈세 문제 때문에 하차한 건 오히려 프로그램 인기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의 가치를 시청자들이 알게 모르게 느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tvN



삼시세끼-어촌편은 초반부터 ‘신기한’ 요리 실력을 뽑내는 차승원이 부각되어 인기몰이를 했지만 뒤로 갈수록 유해진의 매력이 돋보이더군요. 특히 만재도를 떠나는 마지막날까지 한 마리라도 자기 힘으로 잡아보려는 집념은 대단했습니다. 헌데 그의 실력을 ‘잡은 물고기수’로 측정한다고 하면 우리는 그를 무능한 낚시꾼이라 판단하고 말 겁니다. 집념, 인내심, 팀워크 등 그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측면은 ‘물고기수’라는 KPI가 들어서는 순간 싹 사라지고 맙니다. ‘성과로 말하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그 말 때문에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노력과 고뇌와 성찰이 숨어 있음을 삼시세끼-어촌편이 새삼 일깨워 줍니다. 조직의 리더는 성과 자체가 아니라 팀워크를 유지하고 촉진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프로그램이 조직 경영에 주는 세 번째 시사점입니다. 


존경스럽게도 팀장격인 차승원은 유해진의 노력을 알기에 물고기를 못 잡아와도 질책하거나 비꼬지 않습니다. 그가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고생할지를 알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수와 관계없이 먼곳까지 죽과 차를 날라주었죠. 이 점은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가 새겨야 할 대목이자 이 프로그램의 네 번째 시사점입니다. 리더는 성과를 책임지는 자리라기보다는 직원의 성과 창출을 돕는 자리입니다.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상과 벌을 주는 ‘높은 자리’가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늘 살피고 조력하는 자리입니다. 


혹시 아직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면 한 편이라도 구해서 보기를 권합니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물론 지금도 방영하고 있지만) ‘1박 2일’과는 사뭇 다른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보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차줌마처럼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덤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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