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포기할 권리가 있다   

2008. 9. 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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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조언을 구한다며 꺼낸 이야기는 진정한 포기란 용기이고 자기기만으로부터의 자유임을 깨닫게 했다. 그녀의 남편은 미국에서 수년 째 박사 후 과정(Post-Doc.)으로 실험실에 머물러 있다. 남들은 길어야 1 ~ 3년이면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교수나 연구원으로 임용되곤 하는데, 그가 여전히 그곳에 머무는 이유는 그가 설정한 목표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소위 ‘그냥 그렇고 그런’ 평범한 연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논문 여러 개를 충분히 쓰고도 남을 연구 결과를 폐기하면서까지 스스로를 독려하는 이유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얻어야 논문을 쓸 수 있다고 고집스럽게 믿기 때문인 듯하다.

(사진 : 유정식)


그의 집념은 그 자체로 존경스럽다. 좀 더 높은 목표로 다가가려는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수년 째 가족들과 떨어져서 그 같은 생활을 지속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연구에 매달리는 모습을 과연 아름다운 눈으로만 볼 수 있을까?

진심으로 그가 과학계를 뒤집어 놓을 연구 성과를 원한다면, 적절한 수준의 논문으로 대학 교수나 기업체 연구원에 임용된 다음에 해도 충분하지 아닐까? 혹시 그는 스스로 ‘결코 포기하지 말자’는 검은 안대를 쓴 채 자신을 기만하는 건 아닐까? 그가 학자로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때론 목표 자체를 포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이 세운 목표는 그 자체로 숭고하기 때문에 목표를 포기하라는 말이 어불성설로 들릴지 모르겠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원리를 발견하려는 목표를 포기해 버렸다면 어찌 됐겠는가? 다른 누군가가 후에 발견했겠지만 과학의 발전은 그만큼 지체됐을 것이다. 목표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거라면 인류의 번영을 이끈 수많은 업적이 과연 이룩됐겠는가?

그런데 목표를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 목표가 나의 눈을 멀게 하고 삶을 구속한다면 반드시 버리고 가야 한다. 자신이 쏟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으려면, ‘양질’의 노력이어야 한다.

당신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흰 종이 위에 그 목표를 써 보라. 그런 다음,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방법을 나열해 본다. 정리가 되면 한참 동안 그것을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욕망, 능력과 처지, 주변 사람들의 바람 등을 냉정하게 질문에 답해 보라. 능력보다는 욕망이 앞서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인 목표에 인생을 올-인하고 있는가?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변 사람의 기대 때문에 그 길을 걷고 있는가? 정말 그 길 밖에는 없는가?

다음의 표가 당신이 포기할 때를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세운 목표가 무엇이든 다음의 질문을 던지면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1.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가?

2. 그것 밖에는 달리 할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가?

3. 포기해서는 안돼라는 말이 인사치레처럼 느껴지는가?

4. 타인의 기대나 강요 때문에 세운 목표인가?

5. 남들 보기에 근사할 거라 생각되는 목표인가?

6. 실패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멈추는 경우가 잦은가?

7. 능력에 한계를 느껴 자주 좌절을 느끼는가?

8. 달성하고 싶은데, 마음만 그럴 뿐 몸이 따라 주지 않는가?

9. 포기할 경우 남들이 조롱할까 두려운가?

10.주변사람(가족 등)의 희생이 필요한가?

11.달성할 때 얻게 될 이익보다 지금껏 쏟은 노력이 더 큰가?


위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개수가 4개 이하이면, 목표 자체를 포기하지 말고 잘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라. 5 ~ 7개이면 진지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도움을 청하라. 만일 8개 이상이면, 당신은 반드시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당신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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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역사, 과학을 통해 경영을 해석하다   

2008. 9. 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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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발췌합니다.)

딱 1년 만이다. 기자이자 시인인 고두현씨가 ‘시 읽는 CEO’(21세기북스)에 이어 ‘옛시 읽는 CEO’를 냈다. 가을, 특히 9월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CEO에게도 한걸음 뒤로 나와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때. 전작 ‘시 읽는 CEO’는 시를 통해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깨우치고 창의적 생각과 굳건한 실천력을 쌓게 했던 새로운 개념의 자기계발서로 호평을 받았었다.

이번에는 옛 어른들의 시에서 골랐다. 은유와 상징, 함축과 교훈이 가득한 옛 시는 바쁜 일상에 오랜만의 여유와 여백을 공급한다. 옛 시 32수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네 번의 호흡에 나누어 담았고, 곳곳에 수묵화와 원문을 함께 넣어 시각적인 여유도 함께 실었다. 늘 들어왔던 잔소리, 판에 박힌 교훈들도 옛 어르신들의 입을 통하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 감동이 마음 깊이 박힌다. 몰아쳐서 읽기보다 한수 한수 음미하면서 읽으면 문장 깊이 녹아 있는 새로운 경영정신을 깨닫게 된다.

경제경영서와 다른 분야와의 퓨전은 예전에도 있었다. ‘옛 시 읽는 CEO’가 시와 경영을 접목한 경영서이지만 시집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 정진홍 교수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1, 2’(21세기북스)는 인문서 같은 경영서이다. 3년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인문학 조찬강의 ‘메디치21’을 진행하고 있는 정 교수는 “인문학이야말로 통찰의 힘을 길러주며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분명한 방향을 잡아준다”고 말한다. 인문 철학적 소양이야말로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경영할 수 있는 근간이 됨을 주장하며,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방대한 지식과 사고를 풀어놓고 있는데 이것만 다 챙겨보더라도 상당한 상식을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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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 지음, 위즈덤하우스)는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또 다른 경영 이야기이다. 과학의 원리 속에서 경영의 원칙을 찾아내는 대중서로 수학,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의 네트워크 과학이 어떻게 경영학과 접목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를 쉽게 설명한다.

늘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 빠르게 바뀌는 비즈니스 세계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항상 존재해 왔다. 옛 사람들의 시나 문장, 역사의 현장, 자연과학적 원리 속에서 뽑아내는 경영학의 원리나 자기개발의 힘은 오랜 시간만큼이나 강력하고도 오랜 메시지를 선사한다. 어제와 다른 나는 시 속에서도, 인문학, 자연과학 속에서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이윤과 매출을 좇아 자칫 척박해지기 쉬운 경영학에 시와 인문, 과학 등이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김병희 예스24 도서1팀장
출처 : 세계일보 2008년 9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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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전쟁 없는 삶이길...   

2008. 9. 20.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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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영화 '집결호'를 봤다. 전쟁영화답게 초반부터 전투 장면이 압도적이었다.
전쟁은 영화의 영원한 소재다. 그리고 나에겐 여전히 불편한 소재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쟁영화는 마음을 착하게 한다.
항상 이런 생각이 드니까...

- 전쟁 없는 시절에 태어나게 해주심을... 감사합니다.
- 처참하게 죽지 않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전쟁으로 잃지 않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포탄이 쏟아지는 벌판에서 홀로 남는 외로움을 주지 않으심을... 감사합니다.
- 오늘도 평화로운 꿈 꾸며 잠자리에 들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일도 오늘처럼 평범한 하루가 될 것임을... 감사합니다.

종교가 없지만, 전쟁은 나로 하여금 나의 생을 감사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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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지금까지 내 생에서 전쟁은 없었다.
아니, 나의 생이 전쟁의 역사를 피해 태어났다고 해야 옳을까?
내 아버지의 어린 삶은 전쟁과 함께였으니까...

지금 이 순간도 크고 작은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그 지역에서 피해 살고있다.
이기적인 마음일까? 이러한 비겁한 안심(安心)은.

앞으로의 나의 생에도 전쟁의 기억은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자식과 그 후손의 생도 전쟁으로 고통 받지 않기를 빈다.

언제나 전쟁 없는 삶을 주시길... 당신께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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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자   

2008. 9. 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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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닐 때는 일을 잘하건 못하건 간에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왔다. 그러나 알다시피 1인기업 컨설턴트의 캐시 플로(Cash Flow)는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하다. 어떨 때는 직장인의 월급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벌어들이다가도 어떨 때는 몇 달간 수입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아마도 많은 직장인들이 1인기업을 꿈꾸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고자 할 때 가장 큰 벽이 되는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사진 : 유정식)


돈을 버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라 할지라도, 1인기업 컨설턴트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일단 먹고 살만큼은 벌어야 1인기업을 계속할 기운이 나고 명분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고정적인 수입을 통해 기본적인 캐시 플로를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벌여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한동안 꽤나 잘 팔려나갔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라는 책에 의하면, 1인기업 형태의 컨설턴트는 사실 진정한 의미의 ‘사업’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책을 통해 ‘사업이란, 자산이 자산을 벌어들이는 흐름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가 담보대출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투기에 가까운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번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자산이 자산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바로 사업이다’ 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가 선택한 자산이 부동산이었을 뿐, 적어도 ‘사업’의 정의 하나는 제대로 내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사업’에 대한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의 노동력 투입으로 돈을 버는 전문서비스 사업자(컨설턴트와 같은)는 일반 직장인보다야 낫지만 사업을 한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1인기업 컨설턴트는 직장인보다도 훨씬 못하다.

직장인들은 소위 ‘땡땡이’를 쳐도 정해진 월급이 나오지만(물론 계속 그렇게 하면 '짤리지만'..), 1인기업 컨설턴트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몸을 혹사시킬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해서 수입이 생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로버트 기요사키가 말했듯, 1인기업 컨설턴트는 ‘사업가’가 결코 아님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여러분이 만약 사업가로서 인정받는 1인기업 컨설턴트가 되려면, 본인의 자산이 새로운 자산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고 유지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먼저, 본인의 자산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1인기업 컨설턴트가 가진 자산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과 경험, 노하우와 같은 것들이다. 좀 전문적인 용어로 이야기하면, ‘무형자산’ 내지는 ‘지식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동산을 자산으로 택했듯이, 여러분이 가진 무기인 본인의 지식을 자산으로 삼으면 된다. 물론 여러분의 지식자산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느냐는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 지식자산이 새로운 자산을 벌어들이는 구조로 만들어야 진정한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분이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멀리 남태평양의 휴양지에서 훌라댄스를 즐기는 동안에도 통장계좌에 착착 돈이 입금되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는 소리다. 이리저리 정신 없이 뛰어다녀야 돈을 벌 수 있다면, 말이 좋아 컨설팅이지 막노동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요약하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지식자산이 새로운 자산(돈)을 벌어들이도록 만들라. 단, 신경을 아예 끄고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뭔 말인지 알기는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란 의문이 드는가? 답은 여러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책을 쓰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려 파워 블로거가 됨으로써 수익을 벌어들이거나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다. 앞서 1인 기업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겠다. 찾으면 길이 보인다. 내가 주는 팁은 일반적인 것일 뿐, 여러분이 더 좋은 방법을 분명 찾아낼 테니까 말이다.

부디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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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2008년 3월에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실렸습니다. 그 시점에서 쓰여진 글이므로 세부 상황이 현재와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AIG의 구제금융 요청 등과 같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07년에 발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세계 경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이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었고, 파이낸셜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볼프강 문차우는 한술 더떠 그 피해액이 1조 달러를 훨씬 상회할 거라는 비관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여러 경제예측기관들은 나름의 근거를 토대로 각종 전망을 내리고 있지만 의견이 서로 다르거나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으킨 전세계적 경제 위기가 향후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정확히 예측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은 복잡한 자산 유동화 과정을 거치면서 연쇄적인 파생금융상품들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어서 잠재적 리스크가 매우 큰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마치 북경에서 펄럭인 나비의 날갯짓이 멕시코만에 허리케인을 일으키듯이, 서브프라임 사태에 의해 촉발된 경제 위기의 연쇄반응은 아주 미세한 변화 하나만으로 세계의 경제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거나 반대로 별 일 없었던 듯이 모든 문제를 깨끗이 일소할 수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 세계의 경제는 나빠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 있는, 상당히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 봉착해 있다.

상황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면 우리는 항상 정확한 예측을 시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예측은 항상 틀리며, 그것은 언제나 진리다. 따라서 우리는 예측하려는 만용을 버리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첫째, 서브프라임이 미래의 경제의 어떤 부분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는가? 둘째, 불확실한 요소들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셋째, 그렇다면 불확실한 여러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만일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 프로세스를 ‘시나리오 플래닝’이라 한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 플래닝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야기할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요인를 찾아낸 이후(첫번째 질문)에, 각 요인들이 취하게 될 미래 사건의 조합인 시나리오를 규명하고(두번째 질문), 기업이 각 시나리오별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는(세번째 질문) 일련의 과정인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음과 같이 5가지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원래는 7단계이나, 여기서는 축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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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에서는 외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한 다음 미국과 유럽에 내다 파는 전형적인 수출기업 A사를 가정하여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을 전개해 보려한다. 독자들은 이 칼럼을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 대안을 결정하고 이와 동시에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숙지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바란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첫 번째 단계는 ‘핵심이슈’를 정의하는 일이다. 핵심이슈 파악이란, 시나리오 플래닝에 의해서 우리 회사의 어떠한 문제를 의사결정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를 막연하게 그려보는 것은 경제예측가에게는 의미가 있는 행위일는지 모르지만 기업의 경영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해 놓은 다음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우리 회사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는 것이 실용적 접근이다.

여러분의 기업이 수출기업인 A사의 상황과 같다면, 서브프라임 사태 하에서 전략적으로 의사결정 해야 할 핵심이슈들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커버리지를 확산해야 하는지, 기존사업을 축소하고 신규사업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옳은 것인지, 혹은 경쟁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야 하는지 등이 모두 만만치 않은 핵심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본 칼럼에서는 수출기업에 있어 비교적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의사결정 사안인 “신규설비를 구축하여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가?”의 문제를 핵심이슈로 선정하고자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두 번째 단계는 변화동인(Change Driver)을 찾는 과정이다. 변화 동인이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가정할 수 있는 변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안을 가속화하는 대표적인 변화동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막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미국의 FRB는 급격하게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매력을 잃어 금, 곡물, 철강 등의 실물시장으로 이탈하도록 촉진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 때문에 원자재 사재기 등의 투기 수요가 몰려들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의 약세와 바이오원료 생산의 확대도 곡물과 같은 원자재 값 급등에 한몫을 하고 있다.

반면 금융시장에 비해 투기적 성격이 강한 실물시장의 리스크가 만만치 않고 수익률 또한 매력적이지 않다면 실물시장으로의 ‘골드 러쉬’는 단지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의 향후 추이는 시나리오를 형성하는 중요한 변화동인이 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민간소비가 위축될 것인지, 아니면 견고하게 유지될지의 여부도 중요한 변화 동인 중 하나다. 상식적으로 금융 위기가 확산되면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 수준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FRB의 금리 인하 정책으로 인한 효과, 미국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가구당 평균 1000~1500 달러 정도의 세금 환급 효과 등이 가처분소득의 하락분을 상쇄한다면, 민간소비 수준은 견고하게 유지될 거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 12월 말 대비 2008년 1월의 민간부문 고용이 3만 7천명에서 13만명으로 크게 증가함으로써 서브프라임 사태가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에 끼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민간소비 수준이 둔화되지 않을 거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확률이 정확히 반반인 상태, 즉 불확실성이 큰 변화 동인을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표는 여러 경제전망기관에서 서로 반대로 내놓은 의견을 종합한 6가지 변화동인들이다.


No.

변화 동인

변화 옵션

1

미국의 금리 인하책 성공

성공

실패

2

원자재 가격 상승

안정

급등

3

중국/인도의 경제 성장

성장

둔화 또는 하락

4

중국의 긴축정책 고수

고수

폐지

5

민간소비 수준 유지

유지

둔화 또는 하락

6

민간기업의 투자수준 유지

유지 또는 확대

둔화


어느 단계보다도 변화동인을 규명하는 과정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위주로 내놓는 기관이 있는 반면, 오히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해소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건전성 제고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양립해 있다. 따라서 어느 한 곳의 전망과 예측에 경도되지 않고 가능한 한 다양한 정보원(source)으로부터 정보를 탐색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변화동인 중에서 영향도가 큰 것들을 '핵심변화동인(Key Change Driver)'이라 한다. 아래의 Cross Impact 분석을 활용하면 핵심변화동인을 가려낼 수 있다. 변화동인을 가로축과 세로축에 각각 배열한 다음, 가로축의 변화동인이 세로축에 변화동인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그 영향은 강화시키는 방향인지 약화시키는 방향인지를 평가하여 숫자를 기입한다. 행과 열의 ‘절대값 합’을 구해 높은 값을 얻는 것이 핵심변화동인이다. (영향도 평가 결과는 필자의 판단에 따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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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축이 세로축을  2: 매우 강화  1:강화  0:관련없음   -1:약화   -2:매우 약화)

하나만 예를 든다면,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민간기업의 투자를 매우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그 기업이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 재료비의 상승 부담 때문에 투자확대 전략보다는 비용 절감 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 영향도는 ‘-2’가 된다.

위 표에서 가장 영향도가 큰 동인은 1번과 2번이고, 의존도가 큰 동인은 6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다시 아래의 매트릭스로 나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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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우하단에 1번과 2번이 매핑되었는데, 이 두 개의 변화동인이 바로 핵심변화동인이며 시나리오의 주축을 이루는 재료가 된다. 좌상단의 변화동인은 핵심변화동인에 의존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좌하단의 변화동인인 4번과 5번은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에서 무시해도 좋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세 번째 단계는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시나리오의 개수는 핵심변화동인의 개수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핵심변화동인이 4개라면, 2의 4제곱인 16개의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우리의 예시에서 핵심변화동인이 2개가 도출되었으므로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4가지가 된다.


시나리오

미국의 금리 인하책

성공한다

실패한다

원자재 가격

안정된다

scenario 1

scenario 2

급등한다

scenario 3

scenario 4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의 양상을 단 4가지의 시나리오로 압축하는 것에 불안한 마음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많은 시나리오는 오히려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혼동만을 가중시킨다. 미래학자들의 경험법칙(Rule of Thumb)에 의하면 효과적인 전략 실행을 위해서는 4~8개 정도의 시나리오가 적절하다고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4번째 단계는 ‘시나리오 쓰기(Scenario Writing)이다. 이 부분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과정에서 습득한 여러 재료들을 가지고 일종의 소설을 써보는 단계다. 이렇게 가상의 ’드라마‘를 써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항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좀더 정교화시킬 수 있고 내부 구성원들에게 시나리오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이 단계의 예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제 시나리오 플래닝의 마지막 과정으로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단계다. 앞에서 수출회사 A사의 핵심이슈가 ‘신규설비를 구축하여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가?’로 정해졌기 때문에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전략 대안은 바로 신규설비를 구축하는 ‘방법’에 관련된 것들이 된다. 신규설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관련된 전략대안은 여러 관점들의 조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관점의 숫자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무수히 많을 수 있으나, 전략의 초점을 명확히 하려면 A사가 전략을 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적용하는 관점이나 앞으로 중요하게 적용해야 할 관점을 추려내어 그 숫자를 줄여야 한다.

실제로 신규설비 구축의 전략대안 도출은 매우 집중적인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과정이지만, 본 예시에서는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하여, ‘구축 시점’과 ‘구축 규모’만을 고려하기로 한다. 아래는 이 두 가지 관점에 의해 전략대안을 도출한 결과이다. 신규설비를 구축하지 않는 것도 대안이기 때문에 전략대안은 모두 5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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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나리오와 각 전략대안 간의 적합성을 판단해야 한다. 먼저 아래와 같은 표를 사용하여 적합성을 평가해 보라.(평가 점수는 필자의 의견임) 이때 적합성은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리스크와 성과의 크기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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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Scenario 4(미국 금리인하책 실패 & 원자재 가격 급등) 하에서는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규모로 생산설비를 즉시 확충한다는 대안은 자금조달과 운용에 있어 리스크가 큰 전략 대안이며 증산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해 탄력적으로 증산할 것을 검토하거나, 아니면 아예 증설을 고려하지 않는 전략 대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각 시나리오별로 가장 적합한 전략대안이 무엇인지 밝혀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A사가 채택해야 할 '오직 하나의' 전략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각 시나리오 중 가장 일어날 법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그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전략대안을 최적대안으로 채택하면 된다. 만일 현시점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모든 시나리오에서 언제나 높은 적합성(3점)을 보이는 대안을 찾는다. 이런 대안을 절대우위전략이라고 부르는데, 위의 예에서는 이 조건을 만족하는 대안은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세번째 질문을 던져본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적합하면서 나머지 시나리오에서 평균적으로 적합도가 높은 전략대안은 무엇인가?” 우리의 예시에서는 미국의 금리인하책이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손실 회복에 실패하고 곡물과 같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여 일명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상황이 전개되는 Scenario 4가 최악의 시나리오다. Scenario 4에 3점을 기록한 전략대안은 대안4와 대안5인데, 나머지 시나리오에서도 동률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경영진은 이 두 개의 대안을 놓고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 된다.

만일 A사가 위험을 감수하며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지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적합하면서 나머지 시나리오에서 평균적으로 적합도가 높은 전략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우리의 예시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Scenario 1이 최상의 시나리오이며 이 시나리오에서 최적의 전략대안은 바로 대안1이 된다.

지금까지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사용하여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전략대안을 각 시나리오에 대응시키는 과정과 방법을 알아보았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수록 우리는 어떻게 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예측은 항상 틀린다. 따라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초점에 맞추고 여러 시나리오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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