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낮은 리더가 직원 의견을 묵살한다   

2024. 9.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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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그들의 팀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얼마나 잘 수용하는지 혹은 얼마나 독단적으로 행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관리자들과도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하는데요, 이때는 관리자가 팀의 리더로서 얼마나 자신의 리더십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어 가는지를 알 수 있죠.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팀장은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상사'인데, 직원들이 각자의 상사를 이렇게 평가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사가 자신들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묵살하거나 못들은 척 한다고 평가하죠. 

그런데, 인터뷰에서 제가 흥미롭다고 여긴 부분은 '리더로서 자신감이 약한 상사'라 해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참 이상하죠? 자신이 리더로 역할하기엔 부족하다고 느끼면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저는 ‘본인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리더일수록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놀랍게도 이 가설의 참/거짓을 가려줄 연구가 2014년에 이미 발표되었더군요. 짧게 연구 결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연구자는 유전 개발과 정유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모 다국적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였습니다. 관리자들에게는 본인이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 개인적으로 얼마나 자주 의견과 도움을 구하는지 물었고, 직원들에게는 얼마나 자주 상사에게 반대 의견과 이슈를 제기하는지, 상사가 직원들의 요구와 관심사항에 대해 얼마나 자주 목소리를 내는지 등을 질문했죠. 

또한 연구자는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감(Managerial Self-Efficacy)’을 측정하는 문항을 관리자들에게 따로 던졌습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관리자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역량을 본인이이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일수록 직원들로부터 의견과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어요. 또한 ‘직원들은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들에게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도출됐습니다. 정리하면, 본인이 리더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리더일수록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려 하지 않고, 직원들은 그런 리더와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죠.

왜 그럴까요? 후속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그 이유가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온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스스로 리더로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관리자일수록 주저 없이 의견을 제기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는커녕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니까요.

혹시나 여러분이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에 의하면 ‘자아 확인(self-affirm)’이 자기 방어적 행동을 줄일 수 있고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고 합니다. 자아 확인이란, 본인의 정체성을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단어를 고른 다음 그 이유를 써보는 과정을 말하죠. 

여러분이 자신감을 잃은 관리자라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자신이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적어보고 간단하게나마 에세이를 써보세요. 사랑, 평화, 정의, 예의, 희망, 긍정, 결단, 화합, 노력 등 어느것이든 좋습니다. 혼자만 보는 글이니 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받아야했던 모든 상처를 치유해내는 글쓰기가 될 겁니다. 

*참고논문
Fast, N., Burris, E., & Bartel, C. (2013). Managing to stay in the dark: managerial self-efficacy, ego defensiveness, and the aversion to employee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mj-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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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리더십의 적이다   

2024. 9.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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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까지 사회인으로서 일을 하면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나쁜 상사'를 만났을 겁니다.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거나 '억수로' 운이 좋은 것이겠죠. 사실, 여러분에게 나쁜 상사로 찍힌 그 사람은 본인이 원해서 그리 된 게 아닐 겁니다.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나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고 그게 계속 이어져 나쁜 상사라는 평판이 굳어진 것이겠죠.

그렇다면 왜 한때는 '나는 훌륭한 상사가 될 거야'라고 마음먹었던 자들이 직원들로부터 나쁜 상사라는 오명을 받는 걸까요? 다이내나 칸더(Diana Kander)는 50명 이상의 '나쁜 상사'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좋은 관리자가 나쁜 상사로 변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녀가 지적한 이유는 바로 '극도의 스트레스'입니다. 윗사람(경영자)들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라고 압박을 가한다든지, 경쟁사가 상도의를 무시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나온다든지, 한두 명의 '썩은 사과 직원'의 전횡에 골머리를 앓는다든지 하면 지금껏 온화했던 행동을 버리고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는 게 그녀의 설명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밖으로 터뜨리기 마련인데요, 마이크로매니징, 독단적 결정, 직장 내 갑질, 폭언 등의 형태로 표출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게 다 '일이 잘못될까 봐 너무나 두려워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요, 직원들의 호기심을 북돋우거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일 따위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맙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그런 아이디어는 세월 좋을 때나 하고, 지금은 내가 시킨 것이나 제대로 해!"라며 소리치고 말죠. 그러는 순간, 나쁜 상사 포인트 획득!

또한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일에 소홀히 하고 맙니다. 목표 달성하기에 바빠 죽겠는데 못따라오는 직원들에게 피드백할 여유가 있을까요? 방치하겠죠. 더 큰 문제는 일잘하는 직원에게 일을 몰아서 시킨다는 겁니다. 그러니 일잘하는 직원들은 번아웃되고 말겠죠. 저성과자나 고성과자나 그들의 상사에게 모두 '나쁜 상사'라는 포인트를 주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한번 일이 잘못 틀어져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빨리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못본 척'하거나 '그냥 저절로 해결되겠지'라는 스탠스를 취하고 맙니다.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다보니 자포자기의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거죠. 직원들은 문제해결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상사를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그 문제의 여파를 온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직원들은 또 무슨 죄입니까? 여기서도 엄청 높은 점수의 '나쁜 상사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라는 말에서 '수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스트레스 관리가 아닐까요? 스트레스로 인해 '수신'의 의지가 무너지는 순간, 좋은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는 꿈은 요원해집니다. 운동을 하든, 취미활동을 하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게 '리더십의 몇 가지 원칙' 따위보다 더 '기본'입니다.

*참고기사
https://www.fastcompany.com/90751217/this-is-how-you-are-inadvertently-being-a-bad-b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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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人災)의 원인은 '입틀막'이다   

2024. 9.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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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2011년 3월에 일본 동쪽 해안을 강타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막연한 공포에 떨던 기억이 납니다. 원전 폭발로 인해 누출된 방사능 물질이 공기와 조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면 끽 소리도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피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건 사고들이 그러하듯,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사전에 경고한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이시바시 카츠히코라는 고배 대학교 지질학 교수였죠. 그는 사고 발생 5년 전인 2006년, 조만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거라고 말하면서 후쿠시마 지역에 원전 건설을 허가한 정부를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내진성능 기준을 검토하는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자였지만 대부분이 도쿄 전력의 고문을 맡고 있는 위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습니다. 학자의 비판을 과학적 근거로 맞대응했다면 뭐라 할 것 없지만, 위원들은 카츠히코 교수가 위대하신 도쿄대 출신이 아니라며 “자격도 없는 사람이 근거없는 소리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참, 어이가 없죠. 이것이 “도쿄대가 망해야 일본이 산다”라고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말하는 단적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좋은 게 좋다”라는 문화, 다시 말해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화합을 도모하는 게 낫다, 주변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화 때문에 그의 양심적 경고는 철저히 묵살되고 말았습니다. 경고를 묵살했으니 그가 제시한 안전조치 역시 무시했겠지요. 

물론 2000년에 도쿄 전력은 자체 조사 보고서를 통해 쓰나미의 발생 가능성, 쓰나미의 위험성을 언급하긴 했어요.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은 보고서로만 끝났습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애써 대비했다가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괜히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고 비난 받기 딱 좋지 않겠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구성원의 의견을 간섭이나 방해로 치부했다는 데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참사 후의 복구비용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인 560억원을 들여서 방파제 시설을 강화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습니다.

작금의 의료대란이 벌어지기 전,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여 고언했을 테죠. 최소한의 '지적능력'이 있다면 한 사람쯤은 그랬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리고 그의 의견은 의료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히 묵살됐을 테고, 그는 지금 다른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의료대란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시나리오로 대비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역시나 인재(人災)입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인재는 '입틀막'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요?


(덧붙이는글)
'응급실 뺑뺑이'가 조금은 저와 먼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며칠 전에 지인이 당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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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은?   

2024. 9.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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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베라(Yogi Berra)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그는 뉴욕 양키즈의 전설적인 선수(포수)이자 감독이었는데요, 사는 동안 촌철살인의 명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한 사람입니다. 본명이 로렌스 피터 베라(Lawrence Peter Berra)이지만, 워낙 위트있고 철학적인 명언을 많이 남겨서 '요가의 고수'라는 뜻으로 '요기란 별명이 붙은 겁니다.

그가 남긴 명언들을 살펴보면 역설적인 표현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명언 15개를 '원문 - 번역 -저의 해석'의 순으로 소개합니다. 그 중 몇 개라도 여러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로 '인풋'되기를 기대합니다.



01. Slump? I ain't in no slump. I just ain't hitting
슬럼프라고? 난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니야. 그저 치지 않았을 뿐이라고. 
→ (나의 해석) 긍정적인 마인드가 슬럼프를 빨리 극복케 한다.

02. If you come to a fork in the road, take it.
갈림길(포크)에 이르면, 그 포크를 줏어라.
→ (나의 해석)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휩싸이지 말고 현명하게 판단하라.

03. It's not over until it's over.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 (나의 해석) 그의 명언 중 가장 유명한 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04. You can observe a lot by watching.
보기만 해도 많은 걸 알아낼 수 있다.
→ (나의 해석) 지식보다 자신의 '눈'으로 하는 관찰이 더 중요하다.

05. You've got to be very careful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because you might not get there.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 (나의 해석) 목표를 모르면 성과도 없다.

06. Nobody goes there anymore, it's too crowded.
아무도 거기에 더이상 가지 않아. 거긴 너무 붐빈다구.
→ (나의 해석) 남들 다 하는 것에 열광하지 말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라.

07. In theory there is no difference between theory and practice. In practice there is.
이론적으로 보면,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
→ (나의 해석) 이론의 아름다움에 혹하지 말고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라.

08. A nickel ain't worth a dime anymore.
5센트 짜리 동전은 절대 10센트 만큼의 가치가 없다.
→ (나의 해석)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라.

09. The future ain't what it used to be.
미래는 지금껏 보아온 것과는 분명 다르다.
→ (나의 해석) 과거에 매몰되어 미래를 간과하지 말라.

10. It is impossible to get a conversation going, everybody is talking too much.
모두 말이 너무 많으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 (나의 해석) 대화의 기본은 경청이다.

11. If you can't imitate him, don't copy him.
그를 모방할 수 없다면 그를 베끼지 마라.
→ (나의 해석) 기계적으로 답습하지 말고 자신에 맞게 창조적으로 모방하라.

12. You should always go to other people's funerals; otherwise, they won't come to yours.
다른 사람의 장례식에는 꼭 가라.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네 장례식 땐 오지 않을 테니까.
→ (나의 해석) 다른 사람이 슬퍼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다.

13. If you ask me anything I don't know, I'm not going to answer.
내가 모르는 걸 질문하면 난 대답하지 않겠다.
→ (나의 해석)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

14. If the world were perfect, it wouldn't be.
만일 세상이 완벽하다면, 완벽할 리가 없을거야.
→ (나의 해석) 완벽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히지 말라.

15. How can you say this and that when this and that hasn't happened yet?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러니 저러니 말할 수 있는 거요?
→ (나의 해석) 섣불리 단정짓거나 잘난 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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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수집'은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것   

2024. 9.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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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주변 사람들이나 유명인들 혹은 '선생님들'에게 얼마나 자주 조언을 구합니까? 여러분이 하는 일에 관한 조언, 어려운 결정에 관한 조언, 엉망이 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언 등 여러 가지 주제로 조언을 구할 겁니다. 하다못해 '나와 비교하여 더 나을 것도 없는 친구'에게도 조언을 구하는 게 우리들 습성입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조언을 자주 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능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엄정하게 실시된 연구의 결과로 나온 것이 믿어도 됩니다. 그리고 나보다 지위가 높거나 앞서간 사람들에게서 많은 조언을 받고 나면 마치 문제가 해결된 듯한 기분이 들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조언은 그저 조언일 뿐입니다. 이곳저곳에 조언을 '헌팅'하는 사람들은 유능해 보일 뿐이지 실제로 유능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조언을 받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직' 없으니까요. 이룬 것은 그저 '조언 목록' 뿐인 사람에게 실력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조언을 구할 시간에 '더 나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가 나중에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기 마련이죠.

제 경험상, 조언을 자주 구하는 사람일수록 '실천하는 꼴'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만 만나면 입버릇처럼 "책을 쓰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는데(지금은 만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글을 써봐라. 아무글이나 좋다. 블로그에나 페이스북 같은 곳에 그냥 써보라"라고 조언했지만 한두 번 끄적이다 말더군요. 

 



조언만 받으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그가 조언을 구할 때 '명사'를 원하는지 '동사'를 원하는지를 살피면 됩니다.

'명사'를 원하는 사람은 '책을 쓴 저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반면에 '동사'를 바라는 사람은 '글쓰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저는 각각을 '명사형 인간', '동사형 인간'이라 명명해 봤는데요, 명사형 인간은 어떤 지위나 상태, 타이틀을 추구하고, 동사형 인간은 그 지위나 상태로 가기 위한 방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몇 가지를 대조해서 예시해 볼게요.

[명사형 인간] 살을 빼고 싶다
[동사형 인간] 군것질을 줄일 방법이 궁금하다

[명사형 인간] 부자가 되고 싶다
[동사형 인간] 주식투자하는 요령을 알고 싶다

[명사형 인간] 사업을 하고 싶다(사업가가 되고 싶다)
[동사형 인간] 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방법을 알고 싶다

[명사형 인간] 남들처럼 멋진 집을 갖고 싶다
[동사형 인간] 공간을 멋있게 꾸미고 싶다

조언을 '쇼핑'하는 이들은 십중팔구 '명사형 인간'이더군요. 그들은 좋은 조언을 듣기만 할 뿐 마음에 새기지 않습니다. 좋은 조언은 모두 '원하는 지위나 상태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인내해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명사형 인간'이 애초에 마음에 들어할 조언은 아니죠. 겉으로는 "훌륭한 조언, 감사합니다."라고 하겠지만, 자신에게 '지름길'을 알려줄 또다른 사람을 찾아갑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으려고 '점집 쇼핑'을 하는 이들처럼 말입니다.

혹시나 여러분이 남들에게 버릇처럼 '명사형 조언'을 구하고 있다면 그 '콜렉팅'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조언 쇼핑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저 '해야 할 것을 마냥 미루는 것'일 뿐입니다. 조언 수집으로 게으름을 합리화하지 마세요.


*참고논문
Brooks, A. W., Gino, F., & Schweitzer, M. E. (2015). Smart people ask for (my) advice: Seeking advice boosts perceptions of competence. Management Science, 61(6), 142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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