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좀 하세요   

2024.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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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잘 하려면 암기하지 말고 공부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습과 관련한 책에서도 암기보다는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죠. 하지만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외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암기는 기본기와 기초를 다지는 필수 요소임을 그들은 알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를 말하기 전에 유명 예술가들을 떠올려 보세요.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아직 20세가 되지 않은 어린 제자들을 가르칠 때 절대로 붓과 물감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고 해요. 오직 거친 철필만을 써서 유명한 작품을 똑같이 따라서 그리게 했습니다. 몸으로 기술을 '암기'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이런 건 나도 그리겠다’라는 느낌이 들 텐데요, 하지만 피카소가 명작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힘든 훈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입체파 화풍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훨씬 전인 7살 때 그린 데생을 보면(아래 사진) 그가 얼마나 기본기가 탄탄한 화가였는지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손 끝으로 미술의 기법을 암기했습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장영주. 사람들은 그녀에게 천재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받아칩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매일매일 연습한다. 성공의 비밀은 끊임없는 연습이다”라고 말이죠.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나도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라고 다짐합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몸으로 기본기를 연마하는 스포츠 선수나 예술가들의 노력은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뭐 하러 힘들게 외워? 인터넷이나 책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 요즘엔 챗GPT도 있으니까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머리로 기초를 다지는 암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고의 폭을 좁히고 창의력을 저해한다는 이유 때문에 암기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것 참 이상하지 않나요? 모순 아닌가요?

암기해 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눈 앞에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 때 기본 지식을 외우고 있는 사람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화(發火)시킬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겁니다.

노벨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 사람들은 그가 천재인 줄 압니다. 하지만 그의 IQ 점수는 고작 125였어요. 천재의 아이큐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그럼에도 그는 중요한 논문이나 수학적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한 자 한 자 끝까지 파헤치고 암기했기에 나중에 양자 운동을 독창적으로 설명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선천적인 지능 때문에 위대한 업적을 세운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저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초심이라고 봅니다. 기본이 기교로 변질됨을 막는 것은 부단한 연습과 암기 이외에는 없어요.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느낌이 든다면 기본을 멀리하고 기교 높이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기교의 유혹을 뿌리치고 기본기가 되는 지식을 하나만이라도 암기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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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좋아하는 어른이십니까?   

2024. 8.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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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떽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옵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제일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그 분들은 "그 친구의 목소리가 어떠냐?" "무슨 장난을 제일 좋아하느냐?" "나비 같은 걸 채집하느냐?" 이렇게 묻는 일은 절대로 없다.
"나이가 몇이냐?"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느냐?" "그 애 아버지가 얼마나 버느냐?" 

이것이 그 분들의 묻는 말이다. 그제야 그 친구를 아는 줄로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문에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을 보았다" 고 말하면, 그 분들은 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 내질 못한다.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 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거 참 굉장하구나!"하고 감탄한다.

어느 날 모 회사의 신입사원 교육현장에 청중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임원과의 간담회 시간에 직장인으로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갔는데요, 임원은 말끝마다 “숫자로 이야기하지 않는 직원들의 보고는 받지 않는다. 신입사원 여러분은 항상 숫자로 이야기하라.” 라고 1시간 내내 강조하더군요. 도대체 숫자가 뭐기에?

 



물론 의사결정을 할 때 숫자가 주는 힘은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사안이 중요할수록 숫자는 위력을 발휘하죠. 그리고 숫자는 의사소통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수용성을 높이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숫자는 상대방에게 ‘생각의 고통’을 주지 않죠. 숫자로 얘기하면 다른 것을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맞는지 틀리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기법을 주제로 한 각종 책이나 강좌에서는 최대한 숫자화할 것을 제 1 규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숫자가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간편성을 높인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숫자에 대한 맹신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숫자는 지나치게 상황을 단순화합니다. 인력 채용에서 '우수인재 확보율'을 관리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데, 그 기준이 기껏해야 출신학교나 학점수준 등에 불과합니다. 명문대 출신을 몇 명 뽑았다는 그래프를 보고 인사담당자는 뿌듯해 하죠. 그러나 좋은 학교, 높은 학점이 직장 내에서의 우수한 성과를 보장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둘째, 숫자는 조작이 쉽습니다. 모 회사 공장은 납기단축을 목적으로 성과지표(KPI)로 ‘입고 후 출고시간’을 관리하더군요. 그 지표는 항상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있었기에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납품은 여전히 늑장이었어요. 알고 보니, ‘입고 후 출고시간’을 임시창고에 완성품을 갖다놓는 시점까지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납기의 문제는 물류에 있었으나 공장 측은 문제를 숨겨보려 출고 시점을 조작했던 겁니다.

셋째, 숫자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로 막습니다. 갓 생각해 낸 새로운 아이디어는 완벽한 논리를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그만큼 숫자로 덜 무장되어 있다는 뜻이죠.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인력과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아이디어의 결과로 나오는 산출물이 회사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숫자로 정확히 제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숫자에 집착하는 이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크겠죠. 상사가 ‘숫자 킬러’라면 부하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숫자의 기세에 눌려 세상에 나오지도 못합니다.

숫자는 강력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취약하기도 합니다. 숫자를 잘 관리하라는 말은 ‘뭐든지 숫자로 측정하고 표현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량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숫자로 잘 표현하고, 정성적 측면이 더 큰 의미가 있다면 숫자화시켜 의미를 상실케 하지 말고 그대로 수용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정나라 때 한 남자가 신발가게에 와서 자기 발 치수를 적은 종이쪽지를 집에 두고 온 사실을 알았다. 당황한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 쪽지를 가져왔지만, 신발가게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친구가 물었다. “아니, 발이 있는데 종이쪽지가 왜 필요한가?” 그러자 남자가 당연 하다는 듯 대답했다. “발보다야 숫자가 더 정확하지!”

숫자 좋아하다가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오류에 빠진다는 걸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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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란 누구인가?   

2024. 8.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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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수학 난제를 아십니까? 17세기 때 법학자이자 아마츄어 수학자인 피에르 페르마(Pierrede Fermat)가 자신이 읽던 책의 여백에 이런 메모를 남겼습니다. 

3 이상의 자연수 n 에 대해서  a^n + b^n = c^n 을 만족하는 0 이 아닌 정수 a, b, c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 명제에 대해 경이적인 증거를 발견했는데, 불행히도 이 책 여백은 그것을 다 적기에 너무 좁다.

그는 이 그 메모가 수백 년간 많은 수학자들을 엄청난 고민에 빠뜨릴 줄 몰랐을 겁니다. 한평생 이 문제에 골몰한 수학자들이 부지기수였고요, 너무 골몰한 나머지 자살을 하는 수학자도 여럿 있었다고 해요.

이 난제는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Andrew Wiles)에 의해 마침내 증명이 되는데요, 그는 1986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그는 논문 발표도 소홀히 하고 학회나 심포지엄에 나가지 않으면서 오로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7년째인 1993년 6월에 증명 완료를 선언하죠. 하지만 그의 증명에 조그만 오류가 발견되었고 20세기 최대의 수학적 사건이라고 칭송하던 언론은 그를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와일즈는 세계적인 천재에서 수학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자이자 동료 교수인 리처드 테일러와 공동작업을 하기로 했죠. 그리고 1년 여가 지난 1994년 9월 19일 월요일 아침, 마침내 그는 증명을 완료합니다. 와일즈는 1908년에 볼프 스켈이라는 사업가가 2007년 9월 13일을 기한으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자에게 수여하기로 약속한 10만 마르크(약 20억원)의 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엔드루 와일즈의 업적은 분명 놀랍고 위대합니다. 하지만 동료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가 연구 시작 6년차에 이르러 비로소 증명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던 계기는 동료인 닉 카츠 교수의 도움으로 '수론기하학'을 증명에 활용하면서부터였습니다. 

또한 증명에 오류가 발견되어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졌을 때 동료인 리처드 테일러 교수와의 공동작업이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와일즈는 테일러로부터 격려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 받으면서 언론와 주변 사람들의 비판을 견딜 수 있었고 기존 아이디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 테일러가 틀을 깨주지 않았다면 증명의 오류는 풀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와 발명가들 대부분은 외로운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심리학자 키스 사이먼턴(Keith Simonton)이 2,026명의 과학자와 발명가들의 경력을 조사해 보니, 그들에게는 사심 없는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때로는 문제를 제기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고 해요. 만일 그들에게 친구라는 '틀 파괴자'와 '증폭제'가 없었다면 창조적인 발상과 노력이 현실화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우리는 종종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유쾌한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면서 삶의 고독과 고단함을 친구들로부터 위안 받죠.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친구들 앞에서는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의미있는 만남입니다. 하지만 '술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왠지 모를 허전함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술친구들과의 행동과 대화는 판에 박혀 있고 너무 뻔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체로 모여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좋은 친구 관계란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를 함께 갖는 것"이라고 덧붙이죠. 진정한 친구는 껍질 속에서 안전하게 머물려는 '나'의 프레임을 깨뜨려 주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여러분에겐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습니까? 친구가 많다고 좋아할 일도, 친구가 적다고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나의 틀을 깨주는 친구 한 사람이면 족합니다. 그와 함께 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넓혀 성장할 수 있다면 단 한 사람의 친구라도 소중합니다. 여러분에겐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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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매번 진다고요?   

2024. 8.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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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가장 자주하는 게임은 무엇일까요? 아마 게임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할 듯 싶은데요, 바로 '가위바위보' 게임입니다. 점심 내기를 할 때나 하기 싫은 일을 할 사람을 정할 때 혹은 몇 개 없는 물건을 가져갈 사람을 정할 때 가위바위보 게임만큼 간편하고 즉각적인 것은 없습니다. 몇 초만에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니까요.

가위바위보는 워낙 실생활 밀착형 게임이기에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여러분의 명랑하고 안락한 삶에 큰 도움이 될 텐데요, 상대방보다 늦게 낸다는 속임수 말고 여러분이 이기는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재미삼아 '세계 가위바위보 협회'라는 단체가 소개하는 검증된 방법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상한 단체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꽤 근사한 홈페이지까지 버젓이 있는 믿을 만한 곳이에요(https://wrpsa.com/). 이들이 권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연습해 보세요. 적어도 손해 보는 경우는 줄어들 겁니다.

 



1. 상대방이 남자이고 초심자일 땐 '보'를 내라.
남자들은 게임에서 이기겠다는 자신의 의지와 힘을 자신도 모르게 표현하기 때문에 첫판에 '바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특히 가위바위보에 대해 '전문가'가 아닐 경우에 더 그렇다네요. 그래서 '보'를 내는 것이 이길 확률이 높습니다.

2. 상대방이 전문가일 땐 '가위'를 내라.
만일 상대방이 가위바위보를 잘하는 사람이고 그사람이 나를 초심자로 안다면, 위의 1번 전술을 거꾸로 적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사람은 내가 '바위'를 낼 줄 알고 '보'를 낼 테니, 내쪽에서 그걸 반격하여 '가위'를 내면 상대방을 이기겠죠?

3. 상대방이 연속해서 무엇을 두 번 내는지 살펴라.
만일 상대방이 가위를 연속적으로 낸다면(그래서 나와 두번 비겼다면) 그는 세 번째 판에는 가위를 내지 않고 보나 바위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 가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싫어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여러분은 다음 판에서는 '보'를 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상대방이...
가위를 연속 두 번 냈을 때 --> '보'를 내라
보를 연속 두 번 냈을 때 --> '바위'를 내라
바위를 연속 두 번 냈을 때 --> '가위'를 내라

자, 아시겠죠?

4. 무엇을 내겠다고 미리 알려라.
예컨데 '이번에 나는 가위를 낼 거야'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무엇을 낼까요? 아마도 그는 '바위'를 내지 않고 '보'를 낼 겁니다. 왜냐하면 그는 내가 말을 바꿔 '보'를 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선언한 대로 '가위'를 내면 상대방이 낸 '보'를 이길 수 있죠. 이긴 다음엔 "거 봐, 내가 가위 낸다고 했잖아."라고 덧붙이면 좋겠죠?

5. 잘 모를 땐 '보'를 내라.
사람들의 가위바위보 패턴을 분석해 보니, 가위를 낼 확률이 29.6%라고 합니다. 이론적인 확률치인 33.3%보다 조금 작지만, 그 작은 확률 차이가 상대방의 가위바위보 전술을 모를 땐 매우 유용합니다. 상대방이 '가위'보다는 '보'나 '바위'를 낼 확률이 조금 높기 때문에, 여러분의 최선의 전술은 '보'는 내는 것입니다. 이 확률은 세계가위바위보협회에 근거한 것입니다.

일본의 수학자 미츠이 요시자와가 725명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바위가 35%, 보가 33%, 가위가 31%였다고 해요(합쳐서 100%가 되지 않는 이유는 반올림 때문인듯).

이보다 많은 전술이 세계가위바위보 협회의 사이트에 있으니 읽어 보기 바랍니다. ( https://wrpsa.com/rock-paper-scissors-strategies/ )

가위바위보 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하는 게임에도 심리가 의외로 깊숙이 관여합니다. 그래서 게임은 심리 싸움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점심 내기로 동료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 보세요. 위의 전술을 이용한다면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 내용을 구독자 여러분만 알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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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가 높을수록 칭찬에 인색하다   

2024. 8.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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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사용하면 좀 촌스런 표현이라고 느끼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진리인 말이 있습니다. 바로 베스트셀러 제목이기도 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말입니다. 칭찬이 리더에게 아주 필요한 스킬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텐데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도 칭찬의 중요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직원들에게 동료의 칭찬할 거리를 생각하게 하면 나중에 동료의 아이디어를 보다 신중하게 고려함으로써 팀의 창의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어떤 직원이 칭찬 받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 직원을 좀더 친절하게 대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는 연구도 있죠.

이처럼 칭찬의 긍정적 효과를 많은 이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여전히 많은 직원들이 칭찬을 ‘고파 하고’ 있을까요? 분명 칭찬 받아 마땅한 성과를 거뒀는데도 리더가 별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든가,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월급 받으니까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성취감에 찬물을 확 끼얹는 리더들이 제법 많거든요. 어떤 리더는 칭찬을 하기는 하는데 영혼 없이 하는 바람에 오히려 직원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기도 하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경향이 존재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칭찬하는 법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조직 내에서 권력의 핵심(이너서클)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인데요, 이는 연구로 증명된 경향입니다.

 



연구자는 학술 논문 말미에 통상적으로 담기는 ‘감사의 말(Acknowledgements)’이란 섹션을 분석했는데요, 지위가 높은 저자(즉 정교수)가 지위가 낮은 저자(조교수급)에 비해 감사 표현을 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681명의 위키피디아(Wikipedia) 에디터들이 교환한 136,215개의 코멘트를 분석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키피디아 생태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레벨이 높은 편집자들이 페이지 편집 권한이 적은 편집자들에 비해 감사 표현을 덜 했으니까요.

실제 실험에서는 어땠을까요? 실험 조작을 통해 자신을 권력이 센 상사라고 여기는 참가자들은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에 비해 감사의 말을 덜 했다고 해요(3.98회 대 7.55회). 게다가 '권력자'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상대적으로 덜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뭔가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감사 표현을 덜 하고 감사하는 마음도 덜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는 응당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권력자들의 머리에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도움을 주겠다 제안한다면 고맙기는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나는 도움 받거나 혜택을 받아도 되는 위치에 있어.”라는 ‘당연함’이 자리하고 있기에 남들이 열 번 할 칭찬을 대여섯 번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죠. 

또한 권력자들은 이미 타인들과의 관계가 탄탄히 조성돼 있기에 관계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적습니다. 아쉬운 게 없다는 소리죠. 반면 권력이 적고 지위가 낮은 사람은 힘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동기가 작용하기에 대여섯 번 칭찬해도 충분할 일에 열 번, 스무 번씩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하죠. 감사할 일이 아닌데도, 또 미안해 할 일이 아닌데도 그리 합니다.

칭찬 문화가 조직에 뿌리를 내리려면 고위 리더가 행동으로서 직접 본을 보여야 합니다. “나는 그래도 돼”라는 마음을 버리고 “저 직원의 입장이 된다면 나는 어떤 칭찬의 말을 듣고 싶을까?”라는 역지사지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직원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연봉을 받아 간다고 해서 그들의 노고와 고투, 분전 끝에 이뤄낸 성과를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퉁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칭찬 잘하는 리더, 그로 인해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고 싶은 리더라면, '난 그래도 돼'라는 계급장부터 떼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Anicich, E. M., Lee, A. J., & Liu, S. (2021). Thanks, but No Thanks: Unpacking the Relationship Between Relative Power and Gratitud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1102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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