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많이 활용하면 외로워집니다   

2024. 7.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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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교육 시장을 들여다 보니 'AI'란 말이 들어가지 않는 과정이 별로 없더군요. AI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라 해도 'AI 시대의 무엇무엇'이라고 수식어만 붙이면 금세 수강신청이 몰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AI 시대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살짝 고민하기도 했으나, 고객을 기만하는 것 같아 마음을 바로 접었답니다.

이렇게 AI가 우리에게 급속히 침투하면서 AI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도 1~2년 전에 비해 무척 많아졌습니다. 특히 리서치 업무가 많은 전략, 기획, 마케팅 등이 그러합니다. 

제가 작년에 모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들과 함께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요, 그때 저는 그들이 AI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좀 놀랐습니다. 제가 "이런 이런 부분의 정보를 알아보세요."라고 조언하면 그들은 바로 ChatGPT를 켜고 검색 문장을 입력하더군요.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전문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다운로드할 것이라는 제 예상은 한번도 맞은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매번 자동적으로 AI 서비스를 사용했으니까요. 

옛날에 제가 일했을 때와는 다른 '사무실 풍경'에 격세지감을 느꼈달까요? 아직은 초보 단계인 AI 서비스인데도 이렇게 일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는 걸 보니 앞으로 5~10년 후는 어떨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갈수록 AI의존도가 높아질 직원들은 역량, 정서, 대인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어떻게 변화할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연구를 보니, 적어도 정서나 건강 측면에서 AI가 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을 짐작할 수 있더군요. 대만의 모 기업 직원들 166명을 인터뷰한 연구자들은 AI를 활용하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에 비해 '고립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합니다. 고립감이 크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잠도 적게 잔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결국에는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겠죠.

왜 그럴까요? 예전에는 좋으나 싫으나 동료들과 함께 해야했던 일을 AI 도구만 있으면 혼자서 뚝딱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물론 모든 업무 영역이 그런 건 아니지만). 굳이 동료들과 교류할 필요가 적어졌죠. 게다가 언젠가는 AI가 자신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AI보다 우월하다고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렵습니다. 그러니 술을 찾게 되고 고민하느라 잠을 설치기 십상이겠죠. 이런 부정적 영향은 AI를 도입함으로써 얻는 긍정적 효과를 제한하고 맙니다.

AI가 좋다고 재빨리 도입하고 확대했다가 직원들의 웰빙이 추락하는 바람에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악화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니 기업은 AI를 적극 활용하는 직원들의 웰빙을 모니터링해야 하고, 업무 흐름을 바꿔서 동료들과 교류하고 협업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AI를 업무에 크게 활용하는 직원들도 마인드셋을 확고히 다져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라는 점, 그 도구를 사용해 한 단계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주체는 자신이라는 점을 스스로에게 늘 강조해야 합니다.

작년에 저와 일했던 모 기업 직원은 "그 정보가 맞습니까?"라는 제 질문에 "ChatGPT가 그렇게 말하던데요?"라고 답하더군요. 몇 번이고 말이죠. 한번 더 검증하여 더 깊은 의미를 추출할 의도는 그에게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돌이켜 보니, 그는 고립감을 자초하는 직원인 듯합니다. 술은 늘지 않았는지, 잠은 제대로 자는지 궁금하군요.


*참고논문
Tang, P. M., Koopman, J., Mai, K. M., De Cremer, D., Zhang, J. H., Reynders, P., ... & Chen, I. (2023). No person is an island: Unpacking the work and after-work consequences of interacting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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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엉덩이에서 나옵니다   

2024. 7.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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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문제를 풀 때 두 개의 선택지 중에서 무엇이 답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합니까? 처음에 찍은 답을 고수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다른 답으로 바꿔 써야 할까요?

“처음의 답을 고수하는 게 낫다. 답을 바꾸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심리학자 저스틴 쿠르거(Justin Kruger)는 이런 통념이 ‘미신’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는 처음의 답을 포기하고 다른 답으로 바꾸는 경우가 2배나 유리하다는 점을 분석으로 알아냈습니다. 크루거는 처음의 답을 고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믿는 오류를 ‘최초 직감의 오류(Firtst Instinct Fallacy)’라고 불렀습니다.

‘창의성(creativity)’에도 동일한 관점을 갖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 낸 아이디어가 가장 창의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디어의 창의성은 떨어진다’고 믿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역시 착각이라는 게 연구 결과로 밝혀졌으니까요(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한 논문으로 대체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성은 떨어진다’라고 착각하는 것일까요? 구글에 ‘creativity’란 키워드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뇌에 전구가 반짝’하는 이미지입니다. 이런 이미지가 우리에게 선입견과 착각을 심어주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곧바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나는 창의력이 부족한가봐’라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빠른 시간 안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상해 내는 것’이 창의성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 시점에서 중단할 게 아니라 좀더 시간을 들여 아이디어를 갈고 닦아야 하죠. 

뛰어난 아이디어는 명석한 두뇌가 아니라 ‘엉덩이’로 찾는 것입니다. 설령 빠른 시간 안에 ‘전구처럼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해도 역시나 그 시점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도 안 됩니다. 불켜진 전구를 바라보고 있자면 눈부심 때문에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듯이,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혹해 버리면 그 너머에 있는 더 뛰어나고 더 큰 성공을 보장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아이디어의 창의성은 아이디어 발굴에 들인 시간에 비례합니다. 전구는 잊어야 합니다. creativity란 단어를 구글링하면 엉덩이 이미지가 더 많이 나와야 하죠. 창의성에서 엉덩이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끝)


*참고논문
Lucas, B. J., & Nordgren, L. F. (2020). The creative cliff illus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7(33), 19830-19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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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이 없다고요?   

2024. 7.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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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에 관심이 1도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다 그놈이 그놈이에요.”
누군가의 이 말이 제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정치 무관심을 '쿨한 취향'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그의 '난 정치에 관심없으니까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라는 태도는 더욱 껄끄러웠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그의 말은 무슨 뜻일까요? “위정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경영하든 나는 모르겠다, 알아서들 잘하겠지, 내 할일이 많아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정치는 그들이 할 일이야.”라는 의미라고 짐작합니다. 정치인들의 작태에 환멸과 염증을 느끼다가 급기야 그쪽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는 길로 들어섰다면야 그 심정은 이해 받을 만 합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쿨한 척 ‘정치는 내 알 바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것은 이 땅에 살며 투표권을 가진 성인이 해서는 안 될 소리죠. 알다시피 ‘정치는 생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정치인들이 어떻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가가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세금이 그러하고, 부동산 정책이 그러하며, 각종 복지 정책들이 그러하죠. 군 복무기간을 몇개월로 결정하는가가 (남성) 청년들의 학업과 경력개발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이 취업 성공률과 가처분소득 등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니 “정치에 난 1도 관심이 없어.”라는 말은 절대 쿨하지 않습니다. 그저 “난 자랑스러운 무임승차자야.”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죠. 혹은, 가만히 있으면서 정치로 인한 혜택은 모조리 누리겠지만 손해를 볼라치면 ‘공정’을 외치며 가만 안 두겠다는 의미, 즉 “나는 기회주의자”라는 뜻으로 들릴 뿐입니다.

정치 무관심은 사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 역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간혹 하곤 하지만, 그것은 “나는 피선거권에 관심이 없어.”라는 뜻입니다.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의미죠. ‘정치 무관심’은 이럴 때나 쓰는 말입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 일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라 치면, 혹은 그에게 어떤 정보를 알려줄라 치면 “전 그것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거의 반사적으로 말하던 자가 있었습니다. 가정사에 관련된 주제이었음에도 그는 관심없음을 즉각 표명하며 상대방의 '입틀막'했죠. 본인이 추구하는 아티스트적 삶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도 되는 양 “제가 그걸 알아야 돼요?”라며 상대에게 무안을 주었습니다. 그런 소리를 버릇처럼 말하는 게 영 마뜩찮았고, 그렇게 말하면 쿨해 보일 거라 착각하는 듯해서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가정사에 대한 무관심이 비판 받아 마땅하듯, 정치 무관심도 어디가서 떠벌릴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혹 그런 마음이더라도 속에 담아두는 게 좋습니다. 정치에 관심 많은 보통사람들을 질척이며 징징대는 자들로 낮춰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이니까요. 아니, 어디 자랑할 게 없어서 '아무 생각없는 두뇌'를 자랑하나 싶어 안쓰러울 뿐이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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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지 않아야 할 비밀   

2024. 7.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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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몇 개의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까? 알다시피 비밀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것, 남들이 알면 안되는 것, 알려지면 수치심, 갈등, 처벌 등을 유발할 만한 것을 말합니다. 2017년에 마이클 슬레피언(Michael Slepian)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저나 여러분이나 이런 비밀을 평균 13개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겁니다(17개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비밀이 자기 자신에게는 특별해 보이더라도 아주 독특한 것은 아닐 겁니다. 남에게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비밀 중 몇 개는 배우자(혹은 파트너)가 아닌 사람에 대한 성적 환상이나 혼자만 아는 본인의 성적 행동일 가능성이 크니까요(연구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 어떤 비밀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털어놨을 텐데요, 그래도 절대 밖으로 내뱉지 않은 비밀이 있을 겁니다. 슬레피언은 13개 중 5개가 그런 비밀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런 '비밀 중의 비밀'이 몇 개나 되는지 여러분도 한번 헤아려 보세요. 

이렇게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타인에 상처를 주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무언가를 훔쳤거나 하는 등 '죄책감을 유발시키는 비밀'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트라우마, 신체적으로 매우 불쾌했던 경험, 정신적 문제 등 '수치심을 일으키는 비밀'입니다. 여러분이 이 두 가지 비밀 중에서 무엇을 더 밝히기 어려운가요? 각 비밀의 경중에 따라 다를 테죠.

 



비밀을 남들에게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남들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가혹하게 평가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일 텐데요, 사실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만큼 가혹한 비난과 평가를 받지는 않을 겁니다. 이 또한 연구로 나온 결과인데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비밀을 말하는 자는 '내가 이 비밀을 고백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10점을 내릴 거야.'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 타인들은 '이 사람이 잘못한 것은 맞아. 그러니 -7점을 주겠어.'라고 한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입니다. 여러분의 비밀이 어쩌다 '폭로'된다고 해도 혹은 여러분 스스로 고백한다 해도 과도한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혹시 여러분이 가까운 사람에게 "너만 알고 있어."라고 말하며 털어놓은 비밀은 정말로 그 사람만 알고 있게 될까요? 살면서 많이들 경험하셨겠지만, 누군가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부터 그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연구 결과, 털어놓은 비밀의 3분의 1 가량이 주변인들에게 전파된다고 해요.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공공연한 비밀'로 주변인들이 수근거립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주목할 것은 비밀의 3분의 2는 퍼지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지인들에게 널리 퍼지는 비밀(털어놓은 비밀의 3분의 1)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여겨질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걔한테 들었는데, 걔가 이랬대."라고 제3자에게 몰래 전파함으로써 '걔'를 처벌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걸까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후련하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는 싶은데 주변인들에게는 널리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상대방에게 '부도덕하다고 평가 받을 가능성이 낮은 비밀'만 고백해야 할 겁니다. 부도덕하다, 처벌이 필요하다고 손가락질 받을 만한 비밀은 끝까지 마음에 담아두는 게 낫죠. 털어놔서 후련해봤자 입니다.

헤아려 보니 그런 비밀이 저에게도 두세 가지가 있네요. 무덤까지 가지고 갈 테니 제발 캐묻지 마세요.


*참고논문
Slepian, M. L., Chun, J. S., & Mason, M. F. (2017). The experience of secrec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3(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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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부터 할까, 어려운 일부터 할까?   

2024. 6.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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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할일 목록에 여러 개의 일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어떤 일은 며칠 동안 애를 써도 완료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고, 어떤 일은 머리를 쓸 필요없이 몇 분만에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일입니다. 주어진 시간에 모든 일을 완료하기가 힘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할일 목록에 적힌 일들 중에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어질까요?

개별 업무마다 중요성과 시급성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매긴 다음에 1순위의 일부터 행동에 옮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옳다는 걸 안다 하더라도 아마도 여러분은 그런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가장 쉬운 일부터 처리하려고 할 겁니다. 

‘OO에게 이메일 답장하기’나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증명서 떼기’, 아니면 ‘책상 정리하기’처럼 쉽지만 간단한 후순위 업무를 먼저 할 가능성이 크죠.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으나, 참고논문에서 제시한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관심 있으시면 구글에서 논문을 검색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어려운 일보다는 쉬운 일을 먼저 하려 할까요? 그 이유는 쉬운 일을 먼저 함으로써 잘 진척되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업무로드가 심한 상황에서는 일할 동기를 이어가기 위한 자기방어적 조치로 더욱 그렇게 행동하려 합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쉬운 일을 처리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해서 어려운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쉬운 일을 다 해놓고 뒤를 돌아보니 어려운 일들이 가득 쌓여 있다면 "에이, 나도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라고 포기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어려운 일부터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어려운 일을 붙잡고 있으면 ‘이게 언제 끝나나? 과연 끝낼 수 있는 일일까?’란 불안감이 쌓이고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쉬운 일부터 하는 것도 문제고 어려운 일부터 하는 것도 문제이니, 해결책은 두 가지 일을 적절하게 섞는 겁니다.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감안해서 쉬운 일을 한두 개 처리하고 어려운 일 하나를 그 다음에 수행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참 싱거운 해결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제 경험상 성취감과 일의 진척을 동시에 확보하는, 꽤 훌륭한 팁입니다. 

경영일기는 저에게 쉬운 일일까요, 아니면 어려운 일일까요? 미루고 미루다 밤 11시가 다 되어 쓰기 시작하는 걸 보니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내일에는 낮에 써둬야겠습니다.


*참고논문
KC, Diwas Singh and Staats, Bradley R. and Kouchaki, Maryam and Gino, Francesca (2019) Task Selection and Workload: A Focus on Completing Easy Tasks Hurts Performance. Harvard Business School NOM Unit Working Paper No. 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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