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자신들의 성과급을 결정한다면?   

2014. 3.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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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동안 이 블로그를 통해서 평가를 버리고 차등보상 역시 버리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차례 이야기했기에 다시 반복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평가와 차등보상을 없애면 ‘일 잘 하는 직원에게는 어떻게 보상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어김없이 나옵니다. 어떤 사람은 ‘일 잘 하든 못 하든 똑같은 보상을 주자는 것은 공산주의적인 마인드 아니냐?’라고 심하게 말하기도 하더군요(그런 분들께 공산주의의 의미를 제대로 아냐고 반문하고 싶지만…)


평가와 차등보상을 없앤다고 해서 우수한 직원들에게 남들과 똑같은 보상을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서열을 매겨서 평가등급을 강제 배분하는 현재의 방식은 오히려 우수직원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을 찾으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새로운 방식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평가를 하지 않아도(즉, 평가지표를 들이대지 않아도) 누가 일 잘 하는지 못 하는지 그냥 지켜보면 안다고 생각합니다. 지내다 보면 ‘아, 저 사람은 참 일 잘하는구나’, ‘내 일을 많이 도와주는구나’라고 알지 않습니까? 꼭 평가를 해야 할까요?


이렇게 평가를 하지 않고도 일 잘 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뉴스 코프(News Corp)의 자회사인 IGN엔터테인먼트는 상사가 직원의 성과급을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자기 동료의 성과급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해서 직원들의 만족을 얻고 있습니다.


이 방식의 이름은 ‘바이럴 페이(Viral Pay)’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성과급 결정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직원들 전체에게 동일한 개수의 토큰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어떤 직원이 동료의 일을 도와줬다라든지, 판매촉진 활동에서 남들보다 열성적으로 임했다든지 할 때 그 동료에게 주고 싶은 만큼 토큰을 줍니다. 자신이 보기에 일을 잘한다고 생각되는 동료, 고마움을 느끼는 동료, 아니면 생활고에 시달려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동료에게 자신의 판단 하에 토큰을 선사하면 됩니다.



출처: homegrownalabama.ua.edu



바이럴 페이는 오로지 3개의 룰 밖에 없습니다. 첫째 토큰을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없고, 둘째 반드시 모든 토큰을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며, 셋째 CEO에게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룰 외에는 모두 직원 개개인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했죠. 마음에 들면 한 동료에게 자신이 가진 토큰을 모두 몰아 줄 수 있죠(하지만 IGN에서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함). 각 직원들은 자기가 동료들로부터 몇 개의 토큰을 받았는지만 알 수 있고 누가 자기에게 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회사는 1년에 두 번(1월, 7월) 토큰 개수를 카운트하여 그에 따라 성과급을 나눠주죠. ‘직원 각자가 받은 평균 토큰 개수’와 상위에 랭크된 직원들이 토큰 몇 개를 받았는지 공개하면서 말입니다(이름은 밝히지 않음)


이 방식은 ‘누가 일을 잘 하는가?’에 대한 직원들의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보상 방법이고, 상사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실제적인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 방식은 우수인재에 대해 높은 보상을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IGN에서 바이럴 페이를 도입한 이유는 하이퍼포머에 대해 그 능력과 업적을 성과급으로 인정해 주자는 직원들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상사보다는 옆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하이퍼포머가 누군지 더 잘 안다는 요구도 있었다네요. 


IGN에 따르면 바이럴 페이는 저성과자들을 독려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몇 개의 토큰을 받았는지가 공개되기 때문에 다음 번에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고 말이죠(IGN에 따르면).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저성과자에 대한 독려 효과보다 하이퍼포머에 대한 인정 효과가 더 의미 있어 보입니다. 또, 상사의 눈에 잘 띠지 않는(대개 묵묵히 일하는 내향적인) 직원이 성과를 제대로 인정하는 ‘발굴 효과’도 바이럴 페이의 장점일 겁니다.


바이럴 페이가 인기투표로 흐르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직원들이 동료들의 성과급을 어린 아이들처럼 장난스럽게 결정할까요? 설령,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일을 못하는 직원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직원에게 토큰을 몰아준다 해도 그런 결정을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결정을 한 사람은 그 직원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는다는 뜻이니까요. 의심이 든다면, 바이럴 페이를 특정 부서에 실험적으로 도입하여 어떤 양상이 벌어지는지 관찰한 다음에 전면 실시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죠(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법이니까요).


바이럴 페이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신뢰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도입이 가능한 제도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 바이럴 페이를 도입한다면 어떨까요?



(*참고기사)

http://www.fastcompany.com/1801532/ign-employees-use-viral-pay-system-determine-each-others-bonuses


http://customerthink.com/new_meaning_to_the_phrase_a_token_bonus_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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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이 지저분하면 일 못한다?   

2014. 3. 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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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지저분한 책상이 창의력에 도움 된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데, 책상이 지저분한 분들의 호응(?) 때문이었는지 이 블로그의 인기글 중 하나가 되어 아직까지 블로그 대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지저분한 방에 있던 사람들이 깔끔한 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비해서 창의성 점수가 훨씬 높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 글에서 제가 결론을 내리기를, 규정 준수가 중요시되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에는 정리정돈된 책상이 도움이 되고, 창의성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업무에는 어질러진 책상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내 책상은 지저분하니까 난 창의적인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기분 좋은 오해’를 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책상을 깔끔하게 잘 정리하는 분들을 변호하는 논문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gracefullhome.net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인 보연 채(Boyoun Chae, 채보연?)과 중국 쳉콩 경영대학원 교수 루이 쭈(Rui Zhu)는 정리되지 않은 환경에 사람들이 처하면 자기조절 능력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주장합니다. 그들은 150명의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그룹은 아주 지저분한 하게 종이, 물병, 종이컵 등이 선반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환경에서 과제를 수행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같은 양의 물건들이 선반 위에 있었지만 반듯하게 정리된 환경이 주어졌습니다. 마지막 그룹은 대조군으로서 선반에 아무것도 없었죠.


참가자들은 한 명씩 방으로 들어와 진행자가 제시하는 10가지 제품의 그림을 한번에 하나씩 보면서 질문에 답했습니다. 진행자가 보여준 제품은 HDTV, 미니냉장고, 에어컨, 전자렌지 등이었죠.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각 제품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싶은지(최대 금액)를 제시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그 결과,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깔끔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그리고 대조군의 참가자)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환경이 어지럽고 정리가 되지 않으면 ‘충동 구매’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추측하게 합니다.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죠.



출처: www.telegraph.co.uk



이런 효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채와 쭈는 89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지저분한 방에는 신문이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었고 사무용품(펜, 보드펜, 컵 등)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던 반면, 정리된 방에는 같은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대조군을 위한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된 실험조건이 있었는데, 대조군의 조건과 동일했지만 방을 둘로 나누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죠.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각 방에 배정되어 역시 과제를 수행했는데, 이번에는 순발력과 집중력을 평가하는 ‘스트룹 과제(Stroop task)’가 주어졌습니다. 이 과제는 글씨의 의미와 글씨의 색깔이 동일할 때와 그 둘이 다를 때, 사람들이 얼마나 글씨의 색깔을 빨리 이야기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었죠. 만약 느리게 반응한다면 그만큼 자기조절 능력이 저하됨을 의미합니다.


모두 64개의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던지고 시간을 측정하자, 전체적으로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나머지 세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대답을 늦게 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1.72초 : 1.57 : 1.56 : 1.53) 또한 스트룹 과제를 끝내고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하느라 얼마나 지쳤는지’를 물었는데,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다른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지쳤다’, ‘힘들었다’는 반응이 높았습니다. 이는 깨끗하고 단정한 환경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과 통합니다.


지저분한 환경에 있는 것이 창의력 발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지난 번 글에서처럼), 이렇게 자기조절능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방해 조건이 되고 맙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가 창의력과 자기통제력 중 어느 것을 더 요구하는지에 따라 ‘책상의 지저분함 정도’를 조정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책상이 지저분하면 좋은 효과와 나쁜 효과가 둘 다 생기기 때문에 서로 상쇄되어 어쩌면 책상이 지저분하건 잘 정돈돼 있건 업무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업무가 창의력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자기조절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뭐든지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책상은 어떤 상태입니까?



(*참고논문)

Chae, B. G., & Zhu, R. J. (2014). Environmental Disorder Leads to Self-Regulatory Failur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0(6), 120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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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니즈, 알면서도 만족 못 시키는 이유   

2014. 3. 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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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기업이 고객들의 '반(反)정서'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이 회사가 왜 고객들로부터 비아냥을 받는 대상이 됐을까요? 표면적인 원인은 고객들의 니즈를 '무시'하고 어떤 경우에는 고객들을 깔보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또 왜 그렇게 됐을까요? 이렇게 된 이유에 관하여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문답식으로 간단하게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문) 이 회사는 과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을까요? 

(답) 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알면서도 왜 안 하는 겁니까?

(답) 바로 '부분 최적화' 때문입니다.


(문) 부분 최적화라고요? 왜죠?

(답) 회사 전체가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해도 여전히 각 사업부나 부서들은 부분 최적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문) 왜 부분 최적화를 할 수밖에 없나요?

(답) 그래야 성과를 인정 받을 수 있고, 성과급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문)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답) 고객 니즈가 '뛰어난 품질'이라고 해보죠. 품질 높이는 거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사실 품질을 높이려면 그만큼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가격을 높여야겠죠? 


(문) 가격 높아지면 고객들이 구매를 꺼리지 않을까요? 

(답) 그렇죠. 그러니 영업에서는 가격 올리는 걸 싫어합니다. 실적이 떨어지면 성과급도 덜 받게 될 테니까요.


(문) 다른 부서들은요?

(답) 원가관리 부서는 또 어떨까요? 눈에 안 보이는 부품을 싸게 만들어서 가격 상승분을 벌충하려고 하는 시도가 일어납니다. 이런 게 바로 풍선효과죠. 한쪽의 품질을 높이면 다른쪽의 품질이 나빠지는 가죠.


(문) 그렇다면 각 부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려면 어떤 부서는 실적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그 '목표'에 협조해야 합니다. 성과급 같은 것도 포기해야 하고요. 


(문) 하지만 어떤 부서가 그런 상황을 받아 들이겠습니까? 

(답) 당연히 그렇겠죠. 당장 해당 부서의 성과지표가 하락하면, 경영회의 때 CEO로부터 질책 받을 게 뻔하겠죠. 고객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서 전사 차원에서 노력을 하더라도, 그게 매번 공염불로 끝나는 '근본적' 이유는 부분 최적화를 용인하는(겉으로는 부분 최적화를 배격하자고 말은 하지만) '성과주의 제도' 때문입니다. 이런 성과주의 체계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한,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자는 목표는 요원할 겁니다.


(문) 성과주의 제도를 없애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까요?

(답) 당근과 채찍이 있어야만 직원들이 열심히 할 거라는 발상은 제발 버려야 합니다. 당근과 채찍은 짐승에나 쓰는 겁니다. 성과주의 제도 없이도 직원들은 잘 할 겁니다. 그렇게 믿는 것이 먼저입니다. 성과주의의 폐해는 너무나 말을 많이 했으니,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이 블로그의 글들을 참조하세요.



(정리) 고객 니즈가 뭔지 잘 알아도 조직이 그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알고보면 조직을 옥죄는 '성과주의 제도'입니다. 사업부별 평가, 부서별 평가... 이런 것이 부분 최적화를 정말로 최적화시키는 주범이고 고객이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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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의 3-3-3 법칙   

2014. 3.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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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단한 포스팅)


직원을 빨리 뽑는 기업은 그만큼 사람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매출 확보가 급해 사람을 급히 뽑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아무나 뽑아서 빈 자리에 꽂아 넣겠다는 생각은 

사람을 도구로 생각한다는 뜻이죠.


그렇게 들어온 직원들은 쉽게 나갑니다

기존 직원들이 그 직원의 적응(혹은 교육)을 위해 쏟아부은 시간이 무의미해지죠.

보이지 않지만 매우 커다란 비용입니다.



직원 채용을 빨리하는 경향이 있다면, 아래의 3-3-3법칙을 꼭 실천하기 바랍니다.


3 : 1명의 직원을 뽑으려면 적어도 3명 이상의 지원자를 만나라.


3 : 면접관은 1명의 지원자를 적어도 3번 이상 만나라.


3 : 1명의 지원자는 적어도 3명 이상의 면접관을 만나야 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3'을 더한다면,

"1명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라" 입니다.


'채용은 어렵게 결정하고 천천히 결정하라'

필히 새겨야 채용의 금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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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공개하는 게 좋다?   

2014. 3.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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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봉제를 실시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입사를 같은 시기에 했더라도 서로 조금씩(때로는 크게) 연봉 수준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동기가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 것 같습니까? 아마도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키면서(예를 들어 ‘쟤는 나보다 별로 일을 잘하는 것 같지 않은데 왜?) 상사에게 달려가 부당함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불평등에 대한 반감이 자라나면서 일하고 싶은 동기도 싹 사라져버리고 말입니다.


그래서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필히 ‘연봉 비밀주의’를 강조합니다. 술자리 등에서 동료에게 자신의 연봉을 슬쩍 흘리는 직원에 대해서는 ‘해고’나 그에 준하는 징계를 내리는 회사도 간혹 있지만, 비밀은 폭로되라고 존재하는 것인지 술자리에서 드러나거나, 아니면 인사팀의 친한 직원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거나 하는 바람에 연봉 비밀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렇듯 기업이 연봉 비밀주의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남의 연봉을 알아서 좋을 게 별로 없다’, ‘사기가 떨어지고 동기를 저하시킨다’는 이유이겠지요.


헌데, 연봉 비밀주의가 경우에 따라서는 직원의 성과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눈길을 끕니다. 코넬 대학교의 엘레나 벨로골로프스키(Elena Belogolovsky)와 텔 아비브 대학교의 피터 밤베르거(Peter Bamberger)는 ‘연봉 투명주의’가 특정 직원에게는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말합니다. 의심스러운 주장이지만, 어떻게 그들이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살펴보죠.



출처: www.quantrills.com



벨로골로프스키와 밤베르거는 실험에 참가한 144명의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은 ‘비밀주의 그룹’으로서 4명씩 한 팀이 되어 게임에 임한 다음 각자의 성적에 따라 보상이 주어졌지만 자신의 보상 수준만 통보 받았습니다. 이 그룹의 참가자들은 보상은 개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절대로 다른 팀원들과 보상에 관해 일절 대화하지 말라고 요청 받았죠(모든 대화는 감시됐음). 


반면 ‘투명주의 그룹’의 참가자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팀을 이뤄 게임을 한 다음에 자신의 성적과 보상액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보상액 정보까지 통보 받았습니다. 이 참가자들은 동료 참가자들과 이메일을 통해 제한없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도록 허용됐죠. 모든 참가자들은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설문지를 통해 ‘불평등에 대한 용인 수준’을 측정 받았습니다. 


게임을 진행하고 나서 두 그룹 간의 성적이 어떻게 나왔는지 분석하자 직관을 깨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의 ‘불평등 용인 정도’에 따라 성적이 판이하게 달랐으니까요. 불평등 용인 정도가 낮은 참가자들, 그러니까 불평등한 상황을 견디는 내성이 낮은 참가자들은 ‘비밀주의 그룹’에 있을 때보다 ‘투명주의 그룹’에 있을 때 성적이 높았습니다. 즉, 자신의 보상과 동료의 보상을 모두 알게 될 거라는 조건 하에서 성과가 좋았던 거죠. 


반면 ‘불평등 용인 정도’가 높아서 불평등한 상황을 잘 참아내는 참가자들은 ‘투명주의 그룹’일 때보다 ‘비밀주의 그룹’일 때에 더 높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이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의 연봉을 ‘몰라야 한다’, ‘알려고 하지 말라’는 조건일 때 성과가 좋았죠(아래 그래프 참조).


출처: 아래에 명기한 두 번째 논문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불평등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비밀주의’가 효과적일 거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뜨리는 결과가 아닐 수 없죠. 연구자들은 ‘불평등 용인 정도’가 높은 사람은 ‘비밀주의’ 조건 하에서 다른 사람이 얼마를 받게 될까를 추측하느라 열심히 하려는 동기가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차라리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얼마 받는다고 알려주겠다는 ‘투명주의’ 하에서는 오히려 남의 보상 수준에 관심을 덜 가지고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거라고 유추할 수 있겠죠.


이 실험 결과를 보고 무조건 ‘연봉 비밀주의’는 옳지 않다고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고,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금물입니다. ‘불평등 용인 정도’가 높은 참가자들은 ‘비밀주의’ 하에서 성적이 더 높았기 때문이죠. 불평등 용인 정도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성과가 보상에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다른 사람보다 더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성과와 보상 간의 관계를 좀더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상사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조언합니다. 


벨로골로프스키와 밤베르거는 개별적인 연봉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어려울 테니 연봉이 성과에 따라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로직’을 충분히 설명할 것을 제안합니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연봉이 결정되는 로직을 상세하게 알리고 있겠지만, 몇몇 기업의 경우 연봉 결정 과정이 ‘블랙 박스’(평가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경영자들이 임의적으로 결정하는 관행)이더군요. ‘연봉 비밀주의’를 한다고 해서 ‘연봉 결정 로직의 비밀주의’가 되어서는 곤란하겠죠. 숨겨야 할 게 무엇이고 알려야 할 게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시사점입니다.


동료의 연봉이 얼마인지 궁금합니까? 궁금한 거야 인간의 마음이지만 그런 궁금함이 지나치면 자신의 성과 달성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기 바랍니다. 본인이 불평등을 못참아내는 성격이라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Belogolovsky, E., & Bamberger, P. (2013). When Pay is Kept Secret, the Implications on Performance are Revealing.


Bamberger, P., & Belogolovsky, E. (2010). The impact of pay secrecy on individual task performance. Personnel Psychology, 63(4), 965-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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