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10대 판매한 영업사원과 100대 판매한 영업사원이 각각 있을 때, 누구에게 보너스를 더 많이 줘야 할까요? 너무나 뻔한 질문인가요? 대부분은 100대 판매한 영업사원이 더 많은 보너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그래야 하나고 물으면, ‘당연한 거지, 이유가 어디 있어?’라고 반응합니다. 그렇다면, “영업사원이 많이 팔든 적게 팔든 동일한(혹은 별 차이가 없는) 보상을 한다면 어떻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하겠습니까? “그러면 안 된다”라고 답하기 전에 한번쯤은 “동일한 보상을 해도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사실 고객들은 영업사원의 수완에 의해 구매 의사 결정을 하기보다는 영업사원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이미 구매 의사 결정 과정의 상당 부분을 완료합니다. 코포레이트 익그제큐티브 보드(Corporate Executive Board, CEB)라는 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업사원에게 전화하기 전 구매 의사 결정 과정의 57퍼센트가 완료된다고 합니다. 결제하는 시점을 100퍼센트라고 보면, 관심 상품을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하며 조사한 후에 ‘사겠다’라고 마음을 먹는 시점이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서 57퍼센트 지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지점에서 소비자들은 영업사원에게 전화하죠.
전화하는 이유는 ‘사겠다’라는 전제 하에 가격을 협상하기 위한 것이지, 영업사원의 말에 따라 ‘사겠다, 안 사겠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 결정이 이렇게 이루어지는데, 과연 영업사원의 판매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차등 지급하는 현재의 방식은 과연 옳은 것일까요?
출처: jobtrakr.com
CEB의 조사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영업사원의 가격 결정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결제하도록 끌어 당길 만한 무기가 별로 없겠죠. 결국 영업사원은 자기가 받기로 한 판매 수당의 일부를 고객에게 주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수입차 영업사원들이 회사의 공식적인 프로모션이 없는데도 몇십만원의 할인을 해주겠다, 틴팅과 블랙박스를 달아주겠다며 유혹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은 이미 상품을 사겠다고 마음 먹은 상태이니 영업사원은 그저 가격만 가지고 이리저리 협상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수입차의 경우, 겉으로는 할인해 준다면서 ‘공채 할인’ 등을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뒷통수를 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이처럼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영업사원의 ‘기여’가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판매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주는 방식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영업사원은 판매 수당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무리한 거래를 시도하거나 고객을 속이는 바람에 회사 이미지가 실추하기도 하는데, 회사 이익을 늘이기 위해 도입한 판매 실적 수당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영업사원은 판매를 늘이기 위해 존재하는 세일즈 포스(Salesforce)가 아니라, 고객이 매장을 찾거나 전화를 걸어올 때 상품의 재원, 기능, 가격 조건 등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요즘 필드에 나가서 뛰는 영업사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매장으로 걸어 들어온, 혹은 전화를 걸어온 고객들을 주로 상대하죠. 인사이드세일즈닷컴(InsideSales.com)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적인 필드 영업보다 ‘내부 영업(Inside Sales)’이 300%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합니다. 영업사원들은 자기 시간의 41퍼센트를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영업 활동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업사원에게 판매 실적에 따라 수당을 차등해서 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일반사원들과 비슷하게 ‘고정급+(약간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과 맞는 보상 방식은 아닐까요?
이런 보상 방식을 제안하면 영업사원이 물건을 많이 판매하려고 하겠느냐는 반문이 나옵니다. 판매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재미가 있어야지 더 많은 고객을 만나서 더 많은 물건을 팔려는 동기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하겠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많이 팔든 적게 팔든 고정급을 받으니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썩은 사과’짓을 할 사람은 극소수라고 믿습니다. 그런 직원은 빨리 해고하는 게 상책이겠죠. 대부분의 직원은 자기가 맡은 임무(‘고객에게 상품을 이해시킨다’, ‘고객의 구매를 돕는다’)를 성실하게 수행하리라 믿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뉴욕 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Thought Works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2012년부터 영업사원의 판매 실적 수당을 없앴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회사는 18~22퍼센트 성장했습니다. Royal Auto Group이라는 캐나다의 자동차 딜러사도 역시 판매 실적 수당을 없앴죠. 아래에 링크한 뉴욕 타임즈 기사에 몇몇 회사의 사례가 나오니 읽어보길 권합니다(물론 부작용을 경험한 회사도 있으니 같이 살펴보기 바랍니다).
영업사원의 판매 실적 수당을 과연 없애는 것이 좋을까요? 선택은 어디까지나 각 회사의 운영철학에 달렸고 영업사원이 고객의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는지에 달렸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참고기사)
http://www.inc.com/daniel-enthoven/the-case-for-ending-sales-commissions.html
http://www.executiveboard.com/exbd/sales-service/challenger/new-decision-timeline/index.page
http://www.nytimes.com/2013/11/21/business/smallbusiness/for-some-paying-sales-commissions-no-longer-makes-sense.html?smid=pl-share
'[경영] 컨텐츠 > 인사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원들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6가지 방법 (2) | 2014.03.21 |
---|---|
무임승차자, 그들은 누구인가? (0) | 2014.03.20 |
직원들이 자신들의 성과급을 결정한다면? (6) | 2014.03.18 |
고객 니즈, 알면서도 만족 못 시키는 이유 (0) | 2014.03.14 |
채용의 3-3-3 법칙 (0) | 2014.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