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높여달라 징징대는 직원, 연봉 올려주면 일 잘할까?
SNS상에서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간혹 ‘회사에서 돈이나 많이 받아 봤으면 좋겠다’란 이야기를 접합니다. 이 이야기는 두 가지 뜻이 있겠죠. 하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의 연봉이 다른 곳에 비해 형편 없다는 것일 테고, 다른 하나는 비록 현재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니지만 높은 연봉을 받으면 자신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 분명하는 말이겠죠. 돈에 대한 개인들의 이러한 생각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서 비난의 대상은 분명히 아닙니다. 저도 누군가가 돈을 엄청나게 준다면 그 유혹에 자칫 빠질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돈이라는 당근을 이용해서 직원들의 성과를 높여 보려는 조치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동안 이 블로그를 통해 거의 수십 차례에 걸쳐 돈과 성과 사이의 관련은 적다(오히려 돈은 성과를 저하시킨다)는 근거를 제시했는데, 오늘은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이 주제를 짧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제 주장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돈을 많이 줘서는 안 된다.’라고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돈으로 동기부여할 수 없다. 돈은 동기를 저하시킨다’가 정확한 제 생각이니까요.
출처: www.unifr.ch
금전적인 보너스를 약속하면 직원들의 동기와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성과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경영자들의 생각(너무나 직선적인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에 또 하나의 증거를 제시한 자들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의 에스더 아르츠(Esther Aarts)가 이끄는 과학자들입니다. 아르츠는 참가자들의 두뇌 촬영 이미지를 확보한 다음, 그들에게 게임을 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절반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게임 결과에 따라 높은 보상을 받기로 약속 받았지만, 다른 그룹은 받을 수 있는 보상은 푼돈 수준이었죠.
게임은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컴퓨터 모니터 상에 화살표가 나오고 그 안에 LEFT 혹은 RIGHT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데, 화살표의 방향과 단어가 일치하는 경우(불일치 조건)도 있었지만, 일치하지 않는 경우(불일치 조건)도 있었죠. 화살표는 오른쪽을 가리키는데 그 안에는 LEFT라는 단어가 나올 경우도 있었다는 뜻이죠. 참가자들은 화살표 내에 나온 단어의 뜻과 일치하도록 키보드의 왼쪽 혹은 오른쪽 버튼을 눌러야 했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옳은 응답을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험 결과는 예상한 대로 화살표의 방향과 단어의 의미가 일치할 때 참가자들의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수치와 게임 성적을 비교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먼저 높은 보상을 약속 받았을 때, 도파민 수치가 기준선보다 높은 참가자들은 ‘일치 조건’ 하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였지만 ‘불일치 조건’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했습니다. 이는 도파민 수치가 높은 참가자들이 나중에 받게 될 ‘높은 보상’ 때문에 정신을 뺏겨서 게임에 집중하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할지 모르겠네요. 도파민은 주로 보상을 추구하는 행동을 가속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보상을 기대하면 ‘황홀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도파민 수치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아르츠의 실험 결과는 원래부터 도파민 수치가 높은 직원에게 성과에 따라 많은 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하게 되면 그 직원의 뇌 속에서 보상에 반응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활성화됨을 시사하죠. 평소에 보상을 추구하는 성향이 큰 직원들, 다시 말해서 외부적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연봉을 적게 받는 것도 아니면서 연봉 수준에 불만이 많은 직원들에게 높은 보상을 주겠다고 하면 직원 본인의 장담과는 달리 성과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경영자들이 직원 뇌 속의 도파민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일일이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측정할 수 있다 해도 아마도 그건 개인 생체 정보 침해일지도), 적어도 높은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높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또 한번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돈을 많이 주면 정말 일을 잘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물론 현재의 보상이 터무니 없이 낮으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기준선 보상까지) 올리면 성과가 늘어나는 게 사실이지만, 남들이 받는 금액보다 훨씬 많이 받으면 그만큼 성과가 오를 거라고 자신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평소에 외부적 보상에 연연하는 사람일수록(나쁘게 말해, 스스로가 연봉 올려달라 징징대는 사람일수록) 말입니다. 오히려 그 ‘추가적인 보상 약속’ 때문에 성과가 낮아지거나 기대에 못 미쳐서 경영자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지 모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 말을 ‘돈을 적게 받아야 일을 잘한다’, '직원들에게 돈을 많이 주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로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Aarts, E., Wallace, D. L., Dang, L. C., Jagust, W. J., Cools, R., & D’Esposito, M. (2014). Dopamine and the Cognitive Downside of a Promised Bonus.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3517240.
'[경영] 컨텐츠 > 인사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공개하는 게 좋다? (0) | 2014.03.13 |
---|---|
상사들이 하면 안 되는 10가지 멍청한 말 (0) | 2014.03.10 |
피드백은 직원을 위한 최고의 선물 (0) | 2014.03.03 |
얼굴이 매력적인 직원이 일도 잘할까? (1) | 2014.02.25 |
어떤 직원을 가장 먼저 내보내야 할까? (1) | 2014.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