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일을 번복할 때 직원이 지켜야 할 것은?   

2020. 3. 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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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오후까지 PC 앞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팀장이 갑자기 부르더니 "지난 번에 말했던 보고서의 방향이 바뀌었어. 새로운 방향에 맞게 다시 만들어야겠어."라고 말한다. 혹은 "위에서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때 하라고 했던 일은 이제 그만해도 되겠어."라고 말한다. 이때 직원인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글에서는 일을 번복할 때 리더가 지켜야 할 룰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리더가 일을 번복할 때 직원이 가져야 할 3가지 마인드 혹은 룰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라. 일을 다시 해야겠다 혹은 했던 일은 없던 것으로 하자, 라는 팀장의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인간으로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다. 지금까지 몇날 며칠 고생을 했는데, 일을 번복하다니! 그 힘든 시간이 아무 소용이 없다니! 짜증과 분노가 명치 끝을 찌르고 얼굴이 붉게 변하면서 아무 일도 하기 싫은 심정이 된다. 이러쿵저러쿵 설명하는 팀장이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주 못마땅하다. 급기야 처음부터 일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다니, 리더의 지적 능력까지 의심스럽다. 또한, 윗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팀장이 '아주 쉽사리'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같아서 과연 팀장 본인의 생각은 있기나 한 것인지 또한 의심스럽다. 

감정이 이렇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일을 번복하지 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업무 로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을 번복하든 그렇지 않든 회사에 왔으면 업무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이 직원의 의무임을 서로 약속하지 않았는가? 일을 다른 방향으로 해야 한다면 앞으로 주어진 업무시간에 그 일을 '이어서' 하면 된다. 

 


일의 방향이 번복되지 않고 원래대로 진행될 때 10일이 걸린다고 해보자. 10일 후에 일을 끝마친다고 해서 그 후의 시간이 '노는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조직이라면 그 후에는 새로운 업무가 다시 부여되기 때문이다. 일의 방향이 새롭게 바뀌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그 일에 얼마의 시간을 투여했든지 앞으로 10일 간 변경된 그 일에 다시 몰두하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분명히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일을 번복하면서도 원래의 마감일을 지키라고 하면 어떻게 되죠? 그러면 야근을 하든지 주말 근무를 하면서 마감일을 맞추느라 엄청 고생을 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이야기하겠다.)

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엄청난 감정 노동이다(지난 글 참조) 그러니 직원은 일을 번복하려고 자신을 부른 팀장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을 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지시했던 일을 번복하는 것은 리더 자신에게도 엄청난 감정적 부담이 된다. 팀장 개인의 생각이 바뀌었든 위에서 다른 지시가 내려왔든, 보통의 팀장이라면 '직원에게 일이 바뀌었다고 어떻게 이야기할까?'라고 무척 고민했을 것이다. 윗사람-아랫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팀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팀장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수평적 조직문화 아니겠는가? 일의 번복은 팀장이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과를 내고자 하는 팀장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불필요한 감정 대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의 방향이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했던 일을 없던 것으로 하는 경우라면 어떤가? 이때도 직원 자신의 업무 로드가 늘어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다른 업무를 지시받을 때까지 약간의 휴지기를 가질 수도 있으니 업무 로드가 조금은 줄어든다. 기존 업무가 폐기되고 새로운 업무를 곧바로 부여 받는다 해도 업무 로드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직원의 의무는 퇴사하기 전까지는 업무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이지, 퇴사 전까지 반드시 '몇 포인트'를 따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일이 폐기 당하는 바람에 이번에 0포인트가 됐다고 해서 퇴사 시점이 강제적으로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퇴사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나는 지금 감정적 반응이 아닌 '매우 합리적'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껏 몇날 며칠을 고생해 만든 일을 자기 자신과 지나치게 일체화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팀장이 일의 방향을 바꾸거나 일을 폐기하는 것을 자존심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지 말라는 의미다. 어차피 업무시간에는 일을 하는 게 직원의 의무(자신이 연봉을 받는 이유)라 생각하면서 '욱'하는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덜하는 것이 스스로의 동기 저하와 번-아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일을 번복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말해 달라고 요구하라. 이것은 팀장에게 따지거나 반발하라는 소리가 아니라 일을 잘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번복하는 이유를 팀장이 흐릿하게 말하거나 아예 언급이 없을 경우라 해도 당당하게 요구하는 자세가 직원이 지켜야 할 룰이다(나는 이런 것이 진정한 팔로워십이라고 생각한다). 번복의 이유는 앞으로 다시 하게 될 일의 방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아웃풋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번복의 이유가 납득되는 수준을 넘어 '그래, 나도 번복해야 한다고 생각해'라며 스스로 '체득'되어야 일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일할 맛이 나야 좋은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팀장이 "까라면 까야지, 뭘 그리 이유를 따져?"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따지는 게 아니라 새롭게 만들 아웃풋의 방향을 올바로 이해하고 일에 몰두하기 위해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침착하게 대응하라. 그래도 팀장이 억지를 부리면? 직원 입장에서 당장에 어쩔 도리는 없다. '조용히' 그를 리더로 인정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리더가 아닌' 사람 때문에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라. 팀장이 어떻게 하든 '업무 시간에 일하는 게 내 의무니까'라고 생각하며 감정을 통제하라. 그리고 괜히 '오버'하지 말고 그런 팀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만 일을 끝내라(사실, 하지 말라고 해도 그런 팀장을 둔 직원은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이 정도로만 팀에 기여한다).

 


셋째, 팀장과 함께 일을 새롭게 계획하라. 일이 중간에 번복되었다는 것을 '작은 변경'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일을 계획해야 한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아웃풋 중에 살릴 수 있는 것, 앞으로 해야 할 세부업무와 소요시간 등을 다시 산정하여 새로운 일정을 수립하라. 이렇게 하면 당초의 마감일까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서 마감일이 뒤로 연장될 수도 있다. 팀장이든 직원이든 일의 번복은 '새로운 일의 부여(혹은 위임)'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지, 기존 일의 수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마감일을 연장해야 하는데 팀장이 주말근무나 야근을 은근히 요구하면서("월요일 아침까지 내 책상 위에 올려놔") 원래의 마감일을 강요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급한 일이라서 원래의 마감일을 지킬 수밖에 없다면, 동료 직원의 협력, 팀장 자신의 동참, 자료나 네트워크(인맥) 지원 등 팀장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팀장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기 바란다. 또한 원래의 마감일에 어렵사리 맞추느라 야근과 주말 근무를 했다면 (회사의 문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 휴가를 요청하거나 팀장 권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보상 방안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직원 자신도 본인이 언제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을 가능한 한 상세하게 기록에 남겨서 나중에 팀장과 평가 면담을 할 때 자기평가의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팀장이 여러 직원들의 기여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직원 역시 이런 기록을 평가 근거로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물론 직원이 이러한 세 가지 룰을 지킨다 하더라도 리더가 직원을 괴롭히기 위해 억지를 강요하거나 강압적으로 찍어 누르려고 한다면, 솔직히 직원으로서 할 수 있는 대응책은 별로 없다. 현명하고 '합리적 마인드'의 직원이라면 그런 리더와 거칠게 맞대응하면서까지 불필요한 갈등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부정적 감정이 자기 자신을 압도하려 할 때마다 어차피 주어진 업무시간에 일을 하는 것이 직원의 의무임을  스스로에게 주지시키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지 않을까? 못된 리더가 나의 일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 수는 있지만 나의 감정까지 침범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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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는 며칠 전에 직원에게 시켰던(위임했던) 일을 취소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시켜야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경영진으로부터 다른 지시가 내려왔거나, 경쟁사가 예상치 못한 전략으로 치고 나왔거나, 아니면 법적 이슈나 일본의 무역제재와 같은 돌발변수가 터져 그쪽부터 대응해야 하는 급박한 경우 등 그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혹은, 일을 시킨 리더 본인의 생각이 다르게 바뀌거나 관심이 바뀌었기 때문인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내외부 환경 혹은 리더 본인의 생각이 바뀌면 이미 지시했던 일을 폐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일을 시켜야 하는데, 이때 리더가 어떤 식으로 일을 '번복'하는지가 직원의 일할 동기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일을 번복하기 위해(일을 폐기 혹은 변경하기 위해) 직원을 만나기 전에 리더가 다짐해야 할 것은 '직원 입장에서 생각하기'이다. 다시 말해, 일이 번복되었을 때 직원은 어떤 감정이 들지 상상하고 직원의 감정을 헤아리고 도닥이려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시했던 일은 이제 그만해."라며 일을 번복하는 리더의 말을 들을 때 직원은 어떤 감정이 들까? 가장 먼저 발생하는 감정은 '그동안 '쓸데없는' 일을 했구나'라는 것이다. 자료를 수집하고, 유관부서나 기관에게 자문을 구하고, 보고서의 틀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은 채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리던 모든 시간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물론 '월급 받고 일하는' 직장인이니 내가 했던 일이 무의미한 것으로 변했든 그렇지 않든 또다른 일을 맡아서 하면 그만이라고 '쿨'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의미없이 폐기되는 것을 보며 급격한 동기 저하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렇게 '일의 의미'에 대해 회의감을 경험한 직원들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일의 의미'가 생산성과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인 하버드 대학 학부생들에게 바이오니클(Bionicle)이라 불리는 레고 블럭을 조립하도록 하고 처음 완성하면 2달러를 주고 그 다음 회부터는 매회 11센트씩 깎아서 지급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학생들을 몰래 두 그룹으로 나눴는데, '의미 그룹'의 학생들은 바이오니클 하나를 완성하면 책상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고 실험진행자로부터 새로운 세트를 건네 받았다. 이 학생들은 책상 위에 놓인 노동의 결과를 확인하면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반면 '시지푸스 그룹'에 속한 학생들은 말 그대로 시지푸스처럼 무의미한 반복 작업으로 느껴지는 상황에 처해야 했다. 바이오니클을 만들자마자 실험진행자가 냉정하게 그것을 바로 부수어버리고 다시 만들라고 했으니 말이다.

실험 결과, 의미 그룹의 학생들은 평균 10.6개의 바이오니클을 완성했지만, 시지푸스 그룹의 학생들은 7.2개 밖에 완성하지 못했다. 또한, 의미 그룹은 수고료가 1.01달러 이하가 될 때 그만하겠다고 말한 반면, 시지푸스 그룹은 1.40달러일 때 두 손을 들었다. 일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니 그만큼 빨리 포기를 선언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일의 번복으로 인한 직원의 동기 저하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일을 번복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가능한 한 육하원칙을 꼼꼼하게 적용하여 직원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직원을 만나기 전에 머리 속으로 설명의 흐름을 생각하고 간단하게 메모를 하면 중구난방하지 않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 지켜야 할 원칙은 '리더 본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그렇게 하래.", "사장님이 하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어?"라는 식으로 남의 탓을 하면서 '메신저'처럼 굴면 곤란하다.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의 주인공 리처드 윈터스가 훌륭한 리더라는 점은 그가 중대장 소블가 부적절한 지시를 내려도 소대원들에게는 소블을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위'에서 일을 번복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할지라도 윗사람이 일을 번복하게 된 이유를 파악한 다음(그러려면 리더는 윗사람에게 이유를 '용감'하게 물어야 한다), 자신을 '주어'로 하여 배경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위에서 그렇게 하래"라고 말하는 리더를 보며 직원들은 '그러면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데?'라며 반감을 가지며 리더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윗사람의 지시로 일을 번복하게 됐다는 말을 전해야 할지라도 최소한 본인의 생각을 더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직원이 일을 번복해야 하는 이유를 리더와 함께 알고 있다면, 배경과 이유 설명을 간략히 하거나 생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라도 직원에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으면 개의치 말고 물어보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똑같은 정보라도 각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수용하는 게 인간의 심리이니까. 

둘째, 미안한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배경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다고 해서 직원의 가라앉은 마음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짧게 말해도 된다. 리더 자신이 충분히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직원의 감정을 헤아리고 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짧은 말과 함께 잠깐의 침묵이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지금까지 했던 업무의 의미를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이것이 미안함을 진정으로 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애리얼리의 실험에서 봤듯이 고작 레고 블럭도 만들자마자 폐기 당하면 급격히 동기가 떨어지는데, 몇날 며칠 고생하여 만들어낸 보고서나 자료가 이제는 아주 소용이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면 누가 일할 맛이 나겠는가? 다른 업무를 할 때도 '혹시 이 일도 없던 일이 되어 몽땅 버려야 하는 것 아냐?'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일에 몰입하기가 어렵고 아웃풋 역시 그리 뛰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리더는 지금까지 했던 작업의 내용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말해야 하고 나중에 유사한 일이 생기면 그때 사용할 수 있다고 직원을 안심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무역제재로 일본 협력업체와의 제휴방안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면 "나중에 일본과 관계가 개선되면 그때 자네가 마련한 방안이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조만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팀에서 관리하는 '자료 라이브러리'가 있다면 그곳에 적절한 네이밍으로 저장해 달라고 한다든지, 자신에게 이메일로 지금까지의 작업 결과를 보내 달라든지, 아니면 팀 회의 때 간략한 내용을 공유케 한다든지 해야 한다. 그저 "그거 이제 그만하고 다른 일을 해"라고 말하며 지금까지의 고생을 인정하지 않거나 "지금까지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수고 많았네"라고 '쓸데없음'을 리더가 앞장서서 꼬리표를 달아서는 절대 안 된다. 

넷째, 동일한 업무를 다른 방향으로 다시 해야 할 경우에는 일정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미 시켰던 일을 폐기하는 경우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해야 할 경우라면 아웃풋이 나오는 마감일을 새로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리더가 먼저 마감일을 제시하지 말고 직원의 의견을 물어보고 최대한 직원에게 맞춰 주려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렇게 바꿔서 하려면 10일이 더 필요하겠는데요?"라고 한다면, 리더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발휘해 직원의 의견을 받아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많은 리더들이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필요해? 주말이 있잖아", "야근을 좀 해야겠어"라며 마감일을 원래대로 고수할 것을 직원에게 강요한다. 남쪽으로 열심히 가던 중에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가야 한다면 그만큼 시간이 더 드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원점까지 와야 하고 또 원하는 만큼 북쪽으로 가야하니까) 직원의 'work & life balance'를 깨 가면서까지 마감 준수를 강조한다. 물론 상황이 급박하면 마감일 준수가 필수적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직원에게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 리더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정말로 급한 일이라면 여유가 있는 동료직원들에게 협력하여 일을 진행할 것을 지시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직원의 양해를 최대한 구하고 직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산이 아닌가봐'라며 일을 번복할 때 보통의 리더는 어떻게서든 직원에게 책임 추궁을 받지 않으려는 쪽으로 행동한다. 일을 번복하면 직원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 분노와 짜증이 리더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직원에게 욕을 먹지 않고 '착한' 리더로, '존경 받는' 리더로 남고자 하여 일의 번복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그건 현명하기는커녕 무능하다는 뜻이다.

일의 번복된 배경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미안함의 진정을 느끼게 하며, 지금껏 수행한 일의 의미를 소중히 하고, 직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일정을 새로 설정하는 것, 이것을 기억하고 실행한다면, '병가지상사'처럼 매일 일어나는 일의 번복 속에서 직원들의 동기 저하를 최대한 막고 일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알지만 말고, 오늘부터 바로 실천하기 바란다.


*참고논문
Ariely, D., Kamenica, E., & Prelec, D. (2008). 

Man's search for meaning: The case of Legos.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67(3-4), 67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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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4일의 읽을거리   

2020. 3. 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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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4일, 여러분이 읽으면 좋을 4편의 아티클을 소개합니다.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는 데 필요한 역량은 수학이나 엔지니어링 스킬이 아니라, 언어 스킬이라는 연구
https://www.fastcompany.com/90470552/surprising-study-reveals-what-makes-a-good-coder-and-its-not-math

 

Surprising study reveals what makes a good coder, and it’s not math

Math abilities explained just 2% of differences in student learning.

www.fastcompany.com

 

직원을 해고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4가지 단계
https://www.fastcompany.com/90469202/consider-these-4-steps-before-your-fire-an-employee

 

Consider these 4 steps before you fire an employee

Take the time to dig a little deeper.

www.fastcompany.com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3가지 방법
https://www.entrepreneur.com/article/346800

 

3 Ways to Make People Trust You

Your business relationships will flourish when you commit to the following guidance.

www.entrepreneur.com

 

팀원들의 업무 몰입을 높이고 훌륭한 리더가 되는 법
https://www.inc.com/hillel-fuld/how-to-engage-your-team-be-a-great-leader-not-just-a-manager.html

 

How to Engage Your Team and Be a Great Leader, Not Just a Manager

Follow these four tips and your team will increasingly follow your lead.

www.i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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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는 직원들, 유형별로 어떻게 대처할까?   

2020. 3. 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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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일 못하는 C-player는 있다. 농담이겠지만, "당신의 팀에 C-player가 없다면, 바로 당신이 C-player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C-Player의 정의는 무엇일까? 일을 못한다는 것은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의 역할에 필요한 역량 수준이 한참이나 뒤떨어진 경우이다. 둘째, 일하고자 하는 동기가 한참이나 모자르고 새로운 스킬을 배우기를 거부하는 경우이다. 셋째, 동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자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여러분 주위에서 발견되는 C-player를 살펴보고 어떤 유형인지 판단해 보라. 아마 하나나 그 이상의 유형에 해당될 것이다.(예를 들어, 역량도 떨어지고 동기도 떨어진).

조직의 리더가 C-player가 누구이고 그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C-player가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은 업무 수행 품질이 상당히 낮아서 리더가 관여하고 동료들이 뒷받침해줘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방어를 위한 반응인지 자신의 역량 부족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동료를 비난하고 리더의 리더십 부족을 탓하며 개선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이유는 모두 자신을 둘러싼 외부인들에게 있다고 간주한다. 이런 C-player와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은 '내가 왜 이 사람의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지?'라며 일할 동기를 잃는다. 오죽하면 '좋은 동료 직원과 함께 일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라는 소리가 나올까? C-player 한 명의 전염성은 아주 커서 두 번째 유형(동기 저하)의 C-player가 조직 내에 퍼질 수도 있다.

 


이때 리더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 잘하는 직원들의 동기와 성과를 저해하는 C-Player를 팀 밖으로 내보내야 할까, 아니면 잘 가이드하고 이끌어서 중간 이상이 되는 팀원이 되도록 해야 할까?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의 제이 콩어(Jay A. Conger)는 C-Player의 유형별로 대처법이 다르다고 조언한다. 

그는 담당 역할에 비해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첫 번째 유형의 C-player라면 가능하면 팀 밖으로 내보내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보내라고 해서 해고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담당 역할과 보유역량 사이의 Fit가 맞지 않는다고 간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팀에 가서 다른 업무를 맡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이는 어렵게 채용하고 어렵게 교육시킨 직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회사에게나 직원 개인에게나 옳다는 전제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 다른 팀으로 보낸 리더와 그 직원을 받아준 리더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해당 직원의 성과, 동기, 태도 측면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만약 개선될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직원에게 기회를 주거나 몇 번의 기회를 제공했는데도 C-player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권고사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

역량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일하고자 하는 동기가 매우 저조한, 두 번째 유형의 C-player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리더의 적극적인 코칭과 피드백을 통해 동기가 떨어진 이유를 발견함으로써 다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기 저하의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 수준보다 낮은 업무를 수행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어렵고 힘든 업무를 맡고 있어서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이다. 그런 직원들에게 어떤 업무가 동기를 일으킬지 살피고 적절하게 그 업무를 위임하는 것이 리더의 할일이다. 또한 동기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팀 의사결정에 두 번째 유형의 C-player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어떨까? 자신이 참여해 결정한 사안을 본인이 담당하게 된다면 소속감과 함께 일할 의지도 커질 것이다.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바람에 어떤 동료도 가까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세 번째 유형의 C-player에겐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보통 이런 유형의 직원은 언행이 거칠고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하며 팀워크를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오만하며 자기중심적인데, 이는 타인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직원을 붙잡고 리더가 코칭이나 멘토링을 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겐 '강하고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그들의 행동이 조직 전체에 어떤 '해악'으로 이어지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부정적인 언행을 하면 승진과 보상에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전달해야 한다.

C-player가 누구이고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일, 그리고 유형별로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일, 이것이 보통의 직원들이 리더에게 바라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 자신이 직원들을 'C-player화' 하는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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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들을 때 노트북PC로 받아적지 마라   

2020. 2.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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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의를 하거나 고객과 회의를 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PC(랩탑)를 들고 와서 강의내용과 회의 결과를 받아 쓰는(실은 타이핑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특히 강의할 때 수강생 중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타이핑하는 동작과 소리가 마치 볼펜을 딸깍거리는 소리처럼 거슬려서 다음에 해야 할 말을 잠시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래도 남들이 볼 때는 강의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서 뭐라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곤 한다. 어떨 때는 스크린만 쳐다보는 모습이 다른 업무(혹시 SNS?)를 하는 것 같아 의심이 들지만, 일일이 확인할 수 없거니와 다 큰 성인에게 지적한다고 해서 달라질까 싶어 관두고 만다. 기분만 상하게 만들 터이니.

 



하루 중 핸드 라이팅으로 글을 쓰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아마 10퍼센트도 되지 않을 것이다. 펜을 쓰기보다 노트북PC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마 손으로 쓰는 것보다 타이핑하는 게 속도가 빠르고 다른 자료를 만들 때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도 있으니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핑하면 거의 녹취하듯이 강사의 말을 받아 쓸 수 있지만, 손으로 글씨를 쓰면 요약할 수밖에 없어서 자칫 유용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PC로 타이핑하면 손으로 글씨를 쓸 때와 비교하여 강의나 회의의 전체적인 개요와 컨텍스트(context)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팸 뮐러(Pam Mueller)는 두 가지 방법으로 TED 강의 내용을 필기하게 한 다음, 실험 참가자들에게 강의에 대한 퀴즈를 풀도록 했다. 그랬더니 강의에서 나온 개별적인 사실들을 기억해내는 정도는 두 방법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강의 전체에 내재된 기본 개념을 설명하라는 문항에 대해서는 손으로 필기를 한 참가자들의 점수가 확실히 좋게 나타났다(아래 그래프 참조).

그림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핵심은 강의 내용을 생각하며 필기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였다. 노트북PC로 필기를 하면 강사의 말을 거의 그대로 받아 적는 데 급급하여 강사의 말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 반면 손으로 필기를 하면 모두다 받아적을 수가 없으니 오히려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해 강의의 전반적인 개요와 개념을 기억할 수 있고 자기 나름대로 정보를 해석할 수 있다. 또, 핸드 라이팅을 할 때면 중요한 부분에 동그라미나 밑줄을 치게 되는데 이 또한 강의 내용의 핵심에 보다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물론 워드 프로세서에도 그런 기능이 있지만 손으로 쓸 때만큼의 자유도를 주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핸드 라이팅할 때처럼 노트북PC로 중요한 부분만 요약해서 필기하게 하면, 노트북PC 사용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강사의 말을 노트북PC로 녹취하듯 받아적지 않도록 하면, 핸드 라이팅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뮐러는 이런 가설을 세우고 노트북PC 사용자들에게 일일이 받아적지 않도록 주의를 준 다음에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렇게 주의를 주었는데도 노트북PC 사용자들은 핸드 라이팅한 참석자들에 비해 강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적으려는 경향이 나타났고, 강의 내용의 개념에 대한 질문에 잘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개별적 사실에 대한 기억력은 두 방법 모두 비슷했다). 노트북PC 자체가 강의 내용을 좀더 많이 적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노트북PC로 필기를 해두면 나중에 들여다 보면서 강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복습할 수 있으니 효과가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뮐러는 참가자들에게 복습을 하라고 한 다음 1주일 후에 퀴즈를 다시 냈는데, 여전히 핸드 라이팅한 참석자들의 성적이 더 좋았다. 노트북PC로 필기하는 데 시간을 쏟으면 그만큼 생각할 시간은 적어지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필기할 때보다 무언가를 들을 때 집중력이 더 크게 발휘되고 인식 프로세스가 더 깊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뮐러는 설명한다. 

다른 이들에게 강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거나 녹취를 위한 것이라면 노트북PC로 필기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강의 내용의 개별적 사실들과 더불어 강의 전체에 흐르는 기본적인 개념과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핸드 라이팅이 훨씬 낫다. 나중에 기술이 고도화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러니 앞으로 강의를 들을 때는 노트북PC 대신 잘써지는 펜과 질좋은 종이를 가지고 강사의 대사 자체가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면서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고 밑줄 치고 동그라미 치기를 권해 본다. 그렇게 집중하는 수강생의 모습을 보면 강사도 힘이 나서 열심히 강의를 하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뮐러의 논문 제목처럼 "펜은 키보드보다 강하다." 


*참고논문
Mueller, P. A., & Oppenheimer, D. M. (2014).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keyboard: Advantages of longhand 

over laptop note taking. Psychological science, 25(6), 1159-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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