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개과천선을 기대하십니까?   

2024. 4.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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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를 아십니까? 많은 분들이 이미 시청했을 것이고 그래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이 드라마를 제가 추천하는 까닭은 플롯이 재미있거니와 '사람 경영' 측면에서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드림즈>란 프로야구단의 단장인데요, 저는 이 사람보다는 조연으로 나온 '임동규'와 '서영주'란 캐릭터를 주목했답니다. 한 시즌에 홈런을 40개 이상 쳐내는 4번 타자 임동규는 팀의 상징 같은 선수입니다. 그런데 단장은 임동규를 타 팀으로 트레이드한다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획을 발표합니다.

임동규는 당연히 반발했죠. <드림즈>에 영구 결번 선수로 은퇴를 희망했던 그는 엄청난 분노를 터뜨렸고, 그 분노를 단장에게 '물리적'으로 해소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밤늦게 퇴근하는 단장을 향해 여러 차례 배팅 공을 쳐내며 위협했던 것이죠. 그의 분노는 단장의 자동차 유리를 배트로 박살내 놓고 수리비랍시고 돈다발을 던져넣는 폭력, 깡패 둘을 고용해서 단장에게 린치를 가하는 폭력으로까지 급발진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걸 보며 임동규란 인물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야비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살인 미수에 가까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면에서 단장의 방출 결정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방금 제가 '본질적으로'란 말을 쓴 까닭은 임동규가 선하고 속깊은 자로 변모할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제 확신을 깨뜨리더군요. 시간이 지나 임동규가 '팀 플레이어'가 되어 개과천선한다는 흐름으로 극의 스토리가 전개됐으니 말입니다. 폭력배와 다를바없는 이기주의의 총아라 할 만한 임동규가 팀 고참으로서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간다는 식의 줄거리라니! 저는 TV 화면에서 사람 좋은 얼굴을 하는 임동규에게 "이제 와서 좋은 선배 노릇을 하다니, 못된 놈 같으니!"라고 욕을 퍼부었답니다.

개과천선은 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판타지입니다. 살인 미수자가 팀 플레이어로 바뀔 수 있다고 여러분은 믿습니까? 폭력을 일삼던 자가 일시적으로 '차카게 살자' 모드로 전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는 본인의 입지가 불안해지거나 불리해지면 다시금 본모습으로 돌아가 폭력이란 무기를 들지 않을까요? 연봉 제시액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주전에서 벤치 선수로 강등 당하면 또다시 비열하고 초이기적인 짓을 반복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상대 인격을 무시하고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스스럼없이 했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과거에 못된 행동을 일삼던 사람이 개과천선한 경우가 얼마나 됩니까? 몇 번이나 봤습니까?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그는 잘못을 깊이 깨닫고 착한 사람이 됐습니다'란 판타지에 기대는 '도시전설' 같은 드라마입니다. 

누군가의 됨됨이를 평가하려면 그의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보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현재는 미사여구나 변명으로 '잘 포장'될 수 있고, 미래는 '잘 하겠다, 잘 될 것이다' 식의 장미빛에 사람보는 눈이 실명될 수 있어요. 오로지 과거만이 그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사람일지를 95%의 정확도로 일러줍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고쳐 쓰지도 못한다는 가장 비근하면서도 누구나 동의할 만한 예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 알만 한 그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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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때문에 팀의 '성격'이 바뀐다?   

2024. 4.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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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십니까? 올 여름에 파리에서 33회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데요, 전 이 소식을 최근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올림픽 끝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또 올림픽을?' 물론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에 열리려던 도쿄 올림픽이 2021년에 개최되는 바람에 생긴 착각이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2020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훅 지나가 버렸다', '코로나 터진 지 4년이나 됐다니!' 하며 새삼 놀랍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2020년과 2024년 사이의 시공간이 반으로 접힌 걸까요? 코로나는 우리 생의 시간감각마저 마비시킨 바이러스는 아니었을까요?

이제 팬데믹은 종료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지만,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여러 유형의 상흔은 아직 지워지지 않은 듯 합니다. 단적인 예로 '코로나가 우리의 성격을 변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보니 그렇습니다.

심리학에서 인정하는 성격 유형으로 'Big 5(빅 파이브)'가 있습니다. '외향성', '성실성', '신경증', '친화성', '개방성'이라는 다섯 개 요소로 한 사람의 성격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이 다섯 개의 요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연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분석을 해보니, 개인의 88~97%는 성격 특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코로나가 성격 변화의 동인은 아니었다는 뜻이죠.

그런데 개인이 아닌 집단 수준에서 보니까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집단의 '성실성' 수준은 증가했고 '외향성' 수준은 감소했던 것이죠. 특히 팬데믹 초기라서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의 공포감에 휩싸이던 2020년 3월부터 7월 사이에 '외향성'이 뚜렷하게 감소됐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팬데믹 상황에 익숙해진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는 '성실성' 수준이 증가했죠.

상상해 보면 이 같은 성격 변화는 당연합니다. 팬데믹 초기에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물리적, 심리적 록-다운(Lock-down) 상태에서 외향성을 제대로 발산하기 어려웠을 테죠.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팬데믹 시대를 건강하게 견디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손 닦기 등을 '성실'하게 준수해야 했기에 '성실성'이 늘 수밖에 없었겠죠.

이 연구는 '집단 심리'의 관점에서 저에게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가설이 제 머리 속에 떠오르더군요. '환경이 집단의 성격을 지배한다.'  다시 말해, 환경의 변화가 개인 수준의 성격 변화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집단 전체의 성격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입니다. 

여기에서 환경이란 코로나 같은 거시 환경만은 아닙니다. 직장이라면, 나와 함께 일하는 주변 동료와 리더가 나를 둘러싼 환경이겠죠. 어떤 리더가 우리팀을 이끄느냐에 따라 팀원 전체 수준의 Big 5가 변화하지 않을까요? 팀이나 회사 같은 조직에서 리더십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환경은 없으니까요.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리더를 만나면 직원 전체의 성실성은 증가하겠지만 외향성과 개방성 등은 낮아지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물론 개인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 연구도 개인 수준의 성격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니까요. 문제는 개인과 개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의 성격은 환경 변화에 따라 밀물과 썰물처럼 바뀐다는 것이죠.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고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말을 또 한 번 해 봅니다.

이 나라의 리더라 불리는 이를 보며...  

 

*참고논문
Kyle, K. M., Ford, B. Q., & Willroth, E. C. (2024). Personality Trait Change Across a Major Global Stress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4122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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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할 때는 무조건 만나야 합니다   

2024. 4.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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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반드시 생기죠. 아주 비일비재하게 말입니다. 아무리 혼자서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리고 남에게 신세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자일지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늘 발생하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타인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움을 요청할까?’, ‘요청을 거절 받을 가능성을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까?’가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거절의 확률을 낮추고 수락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면’으로 부탁하라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대면으로 부탁하기보다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부탁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요? 

연구자들은 대면, 화상 통화, 음성 통화, 영상 메시지, 음성 메시지로 5명의 친구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도록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면 부탁이 다른 채널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수락율이 가장 높았던 것이죠.

 



그런데 실험 참가자들은 화상 통화와 영상 메시지가 대면 부탁 만큼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대면 부탁의 효과를 과소평가했다는 뜻이죠. 대면 요청이 화상 통화나 영상 메시지보다 더 좋은 부탁 수단임을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 실험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그렇다면 부탁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이메일이란 채널은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연구자가 이 의문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참가자들은 5명 중에 3명은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5명 정도만 오케이했습니다. 생각보다 수락율이 굉장히 낮죠. 이메일로 무언가를 부탁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러려니 해야 합니다. 

직접 만나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부탁하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거니와 설득의 기본입니다. 여의치 않으면 화상통화도 좋고 영상 메시지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대면해야 한다. 특히 어렵고 복잡하며 상대방의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야 하는 요청일 때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이메일 '띡' 보내 놓고 아무런 답신이 없다고 투덜댄다면 그것은 본인 잘못입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시죠? 

(덧붙이는 글)
하나의 팁을 더 드린다면, 중요한 사안의 경우 대면을 하거나 전화로 부탁을 하기 전에 요청할 내용을 간단하게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보내 놓는 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입니다. 상대방이 준비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밑도끝도없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들이대면' 안 되겠죠.

*참고논문
Roghanizad, M. M., & Bohns, V. K. (2021). Should I Ask Over Zoom, Phone, Email, or In-Person? Communication Channel and Predicted Versus Actual Complianc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21106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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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 해결'은 가성비가 좋아요   

2024. 4.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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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마리너 1호(Mariner 1)라는 우주선이 있었는데요, 이 우주선은 해와 달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금성을 연구할 목적으로 1962년 무렵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만든 마리너 1호는 발사되자마자 경로를 이탈했고 그게 지구 표면에 떨어질 경우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NASA 관제센터는 어쩔 수 없이 '자동 폭파'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 순간 1,850만 달러가 공중 분해되고 말았습니다(당시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돈이죠).

당연히 문제의 원인을 조사하는 위원회가 꾸려졌고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반지름(radius)을 뜻하는 R이라는 기호 위에 '막대기 표시'를 누락한 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었습니다. R 위에 막대기 기호를 표시하면 '평균 반지름(average radius)'이라는 뜻인데, 막대기 표시가 없는 R값이 마리너 1호의 컴퓨터에 입력되는 바람에 궤도 이탈이 발생했던 겁니다. 이것은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문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이던 1776년,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독일 용병으로 구성된 적을 공격하려고 델라웨어 강을 건너 부대를 진격시켰습니다. 이 모습을 관찰한 어느 농부가 독일군에게 쪽지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미국 군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독일군 지휘관이었던 요한 랄(Johann Rall)은 왠일인지 그 쪽지를 읽지 않았고, 영어를 잘 아는 부하에게 번역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미군이 온다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죠. 결국 워싱턴의 기습을 받은 독일군은 패배하고 말았고 랄은 전사했습니다. 죽은 랄의 호주머니에서 농부가 전달한 메모가 펼쳐지지 않은 채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랄의 작은 실수, 아니 무시는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어이없이 패배하고만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비행기가 원래 가려던 항로에서 0.1도 벗어나면 도착할 시간이 될 쯤에는 원래 목적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처음의 사소한 오차가 누적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비효과'가 발생해 엄청난 문제가 벌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죠. 헌데 이 말은 큰 문제가 되기 전에 해결하면 아주 적은 노력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 옆에서 까불거리는 사소한 문제 하나를 해결해 보세요. 사소한 문제는 물건 정리일 수도, 수치 확인일 수도, 헐렁거리는 문고리를 조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올지 모를 커다란 문제를 막아만 준다면 사소한 문제 해결은 정말로 '가성비 높은' 방법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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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말할 것을 5분으로 줄이세요   

2024. 4.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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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때, 쉽게 말해 '혼을 낼 때' 몇 분 정도 이야기하시나요? 1시간 정도, 아니면 3~4분 정도로 짧게? 이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너무 오래 말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까 봐 가능하면 짧게 끝내는 편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상대방이 나의 말을 지루해 하거나 짜증내 할 것을 감안하여 말하고 싶은 시간보다 빨리 대화를 끝낸다고 여길 텐데요, 사실 상대방은 그보다 더 빨리 이야기를 끝내주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빨리 끝내야겠다고 해서 10분만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방은 속으로 '왜 이렇게 말이 길어?'라고 불만을 가진다는 것이죠.

어느 연구자가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252명의 참가자들을 둘씩 짝지은 다음, 각자가 원하는 만큼 대화를 나누도록 했어요. 연구자는 대화를 마친 참가자들에게 "딱 적절한 시간에 대화를 끝냈다고 보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실제 대화 시간의 50% 정도면 족하다는 통계가 나왔어요. 예를 들어 20분 동안 실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10분만 이야기해도 충분했을 거라고 참가자들이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불편한 대화가 오가는 시간은 50%만 해도 충분하다는 점, 그보다 넘어가면 '주로 들어야 하는 입장'의 사람에게는 반감과 고통을 준다는 점입니다. 스스로를 잘 통제해서 가능한 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게 화자와 청자 모두에게 좋은 대화입니다.

그러면 상대방에서 '싫은 소리'를 해야 할 시간이 과도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언가 시간을 제한할 장치를 자연스럽게 설정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공원 한바퀴 돌며 이야기하자."라고 말이죠. 공원 한바퀴 도는 데 드는 시간으로 대화를 제한하면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 있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요, 상대방은 그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겁니다.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미리 마련한 다음에 상대를 만나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떤 말을 꺼내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핵심을 전달하고, 이유의 근거를 어떻게 제시하고, 앞으로 원하는 바를 어떻게 말할지 등을 '시나리오'로 짜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게 만들 수 있죠.

우스갯소리로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는데요, "나이와 상관없이 10분 말할 것을 5분으로 줄여라"는 말도 기억해 두면 좋겠네요. 그저 말을 적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말을 경제적으로, 효과적으로 하라는 뜻임을 여러분은 아시겠죠? 

*참고논문
Mastroianni, A. M., Gilbert, D. T., Cooney, G., & Wilson, T. D. (2021). Do conversations end when people want them to?.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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