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실패를 학습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실패’란 어떤 뜻일까요? 실패란 단어를 한 문장으로 어떻게 정의할까요? 너무 자주 쓰는 말이라 정의가 쉽지 않은데요,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실패 = 이루고자 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
개인 경영이든 조직 경영이든, 경영이란 ‘목표 달성을 하기 위한 활동의 총합’입니다. 이런 경영 활동들이 ‘잘 안 되는 상태’가 바로 실패죠. 아마 실패란 단어를 듣자마자 부정적인 감정이 곧바로 들 텐데요, 실패는 나쁜 것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패를 한다'라는 말 대신에 ‘실패를 저지른다’란 말을 자주 쓴다 싶습니다. ‘잘못을 저지른다’라는 말과 같은 뉘앙스로 말이죠.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이라고 실패의 정의가 나와 있는데요, 이는 우리가 실패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인식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실패를 하면, 아니 잘못을 저지르면, 조직의 리더는 그런 ‘실패를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사자에게 지시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조직들이 실패 건수를 0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죠.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를 잘 구분한 다음, 나쁜 실패를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직에서 정해 놓은 규칙, 그것도 어겨서는 절대 안 되는 규칙을 위반해서 벌어진 ‘일탈적 실패’는 누가 뭐라고 해도 비난 받아 마땅하고 처벌까지도 해야 하는 실패입니다.
또, 업무에 집중하기는커녕 부주의한 바람에 발생한 실패 역시 나쁜 것이죠. 일탈까지는 아니지만 업무 체크리스트에 명시된 단계를 건너 뛰었다든지, 수행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든지 등의 부주의로 발생한 실패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실패는 큰 것부터 소소한 것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죠.
‘능력 부족'으로 인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 역시 나쁜 축에 속하는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능력이 없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좀 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이의를 제기합니다. 잘하려고 하는 의도, 그러니까 일을 성공시키려는 의도가 충만하다면 능력 부족은 눈감아줘야 한다고 반론하죠.
하지만 본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일이 끝나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리더에게 상황을 설명해서 지원을 받는다든지, 아니면 본인은 “곧 죽어도 수행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으니 다른 직원이 담당하는 게 좋겠다”든지, 실패라고 판명내리기 전에 뭔가 선행 조치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든 알아서 처리해 보겠다는 감투정신은 인정할 만하지만 리스크를 미리 대비하려는 ‘스마트함’은 없었기에 나쁜 종류의 실패라고 구분해야 합니다.
실패한 개인이나 부서를 비난하거나 벌을 줄 필요까지는 없지만, 반성이 필요한 실패 유형도 있습니다. 프로세스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미흡하고 약한 부분에서 ‘빵꾸’가 났다든지, 업무과제 자체가 아주 어렵고 과제를 해나갈 프로세스가 복잡해서 애초에 실패할 가능성(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확률)이 컸다라든지, 국제 분쟁과 같은 돌발변수가 갑자기 발생해서 일이 어긋나 버린 실패(즉 불확실성에 의해 발생한 실패) 등이 그렇죠.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에서 반전이 있습니다. ‘일탈’, ‘부주의’, ‘능력 부족' 처럼 나쁜 유형의 실패들은 전체 실패 중에 2~5%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게, 즉 비난 받아 마땅한 실패는 생각보다 적다는 게 실패를 연구하는 이들의 공통적 의견이죠.
그럼에도 많은 조직이 실패의 70~90%를 비난하고 벌을 주려 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패를 학습하자고 외치기 전에 어떤 실패가 나쁘고, 어떤 실패가 긍정적인지 판단하는 기준부터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조직엔 그런 기준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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