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문'을 외워두세요   

2024. 9.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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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여러분의 자기소개는 얼마나 섹시한가요?'란 제목으로 경영일기를 발송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자기소개를 할 때 그저 '저는 OO전자에 다닙니다' 혹은 '저는 경영 컨설턴트입니다'라고 말하지 말고, 자신이 주목하는 '분야나 문제'를 먼저 언급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한 다음, 자신의 일로 얻고자 하는 '효과'를 말하면, '섹시'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글이었습니다. 

잊었거나 다시 읽고 싶다면 https://infuture.stibee.com/p/284/ 이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약간 다른 방향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방법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 그 중에 사회자 격인 사람이 자연스레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기 마련인데요, 이때를 개인 브랜드를 강화할 기회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에서 언급한 프레임워크도 좋지만 '과거-현재-미래'라는 단순한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죠.

[현재]
시간순으로는 과거를 말하는 게 먼저이겠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여러분의 과거보다는 현재를 더 궁금해 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안녕하세요? 홍길동입니다. 여의도에 있는 OOO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ㄴ다."라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혹시 좀 길게 소개할 시간이 허락된다면 현재 수행 중인 프로젝트, 전문지식, 혹은 지리적 위치 등을 언급해도 됩니다.

[과거]
이제 과거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의 배경이 될 만한 두세 가지 사실을 간단하게 소개하세요. 이것으로 친밀감과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근무했던 곳, 전공, 과거에 수행했던 프로젝트 등을 상대방이 흥미있어할 만한 포인트를 짚어주면 좋겠죠.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요, 과거 OOOO사에서 일할 때 빅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서비스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했습니다. 그 덕에 병원 진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죠."라고 말입니다.

[미래]
마지막으로 미래에 여러분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등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장대한 포부를 밝히면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어요. 상대방에게 미래지향적인 의지를 느끼게 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여러분과 OOO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OOO의 발전에 열심히 기여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이 '과거-현재-미래' 프레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매번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여러분의 '자기소개문'을 한번씩 읽고 들어가기를 권합니다. 제가 저번에 그랬잖습니까! 암기하라고, 말이죠. 자기소개문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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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둘 때임을 알려주는 6가지 신호   

2024. 9.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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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면서 뭔가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까? 회사에서 제시하는 비전이 미덥지 않고, 더 의미있는 곳에서 일하고픈 욕망이 듭니까? 이런 욕망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러분이 일하는 목적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좀더 고차원적인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죠.

모든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번 자신이 한때는 중요시했던 조직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합니다. 지금의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이럴 때 여러분이 현재의 조직을 떠나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신호가 있다면 결정이 좀더 쉬워지겠죠.

경영작가인 존 콜먼(John Coleman)은 다음과 같이 6가지 신호를 살피라고 조언합니다.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따져보세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지금의 일이 더 이상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면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거나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바로 회사를 그만두기보다 현재 상태에서 업무에 변화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세요. 그렇게 해도 변화가 어렵다든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다면 다른 조직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루고자 했던 바를 이미 이루었다
계획했던 것을 성취했기에 더 이상 열망할 것이 없다면 현재의 직장을 떠나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갈 때인데요, 그래도 낯선 회사에서 새 시작을 하는 것보다 현 직장에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적극적으로 현재의 일을 회피하려 한다
현재의 일에 싫증이 나서 어떻게든 그걸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거나 게으름을 합리화한다면 자책하지 말고 '이제 이 직장을 그만둘 때가 됐다'고 결심하는 게 낫습니다. 호기심과 기대가 있어도 일을 잘할까 말까인데, 적극적으로 회피하려 한다면 어떻겠습니다. 미련없이 그만두는 것이 회사에게도 여러분 본인에게도 좋은 선택입니다.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일을 한다
한때는 즐겼지만 이제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할 때마다 두려움이 압도한다면 그 일에서 빠져 나오거나 뒤로 미루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입니다. 인생은 짧고 소중합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면 떠나는 게 낫습니다.

나쁜 습관에 물들었다
갑질, 폭언과 폭행, 소소한 횡령 등 나쁜 조직문화 속에 젖어 버려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들에게 비윤리적이고 부적절하게 행동하고 있음을 자각한다면 그곳을 떠나야 할 때입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세요.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여러분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개인적으로 모욕하고 시기하는 동료(혹은 상사)가 있는 조직,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강도 높은 업무를 강제하는 곳이라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제가 콜먼의 '회사를 그만둬야 할 때를 알려주는 6가지 신호'를 말씀 드리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로 퇴사를 주저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지만, 사실은 '퇴사병'에 걸려 있는 분들, 즉 '객관적으로 별 문제없는 조직인데 퇴사를 열망하는 분'들에게 "이런 6가지 문제가 아니라면 국으로 회사를 다니세요."란 말씀을 드리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후회없는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사이트
https://hbr.org/2022/02/6-signs-its-time-to-leave-your-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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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리더가 되기 어려운 이유?   

2024. 9.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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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여성이 대기업의 고위 임원직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저는 좀 의아해집니다. “이게 왜 특별한 기삿거리지?” 그 일이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여성이‘유리 천장’을 깨고 고위직으로 승진한 일을 '예외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아직 존재한다는 게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임원진을 남성으로 채우는 조치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으면서 어쩌다 여성이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을 두고 ‘유리 천장’ 운운하는 행태를 볼 때면 ‘일터에서 성평등’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성 인력이 조직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린 게 사실이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로 이런 가설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말입니다. 이 가설은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끌고 가는 리더십이 ‘남성적 특성’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기에 남성이 조직의 리더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로 이어집니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저 가설을 이야기할 뿐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논리가 맞다고 봅니까? 여성이 기질적으로(혹은 본성적으로) 유약하고 섬세하며 수동적이고 관계지향적이라서 목표를 달성해 생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조직의 생리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합니까?

혹시나 동의한다면, 이렇게 바꿔 질문해 보죠.그동안 남성 위주로 조직이 굴러왔기에 여성은 리더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편견이 굳어진 게 아닐까요? 공격적이고 카리스마적이며 목표 지향적이고 과업 지향적인 남성들이 절대적으로 지배해 왔기에 ‘남성적 리더상’이 옳은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게 아닐까요? 리더십의 잣대가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진 탓에 “여자는 리더가 되기엔 미흡해”라는 편향이 무의식적으로 뇌리에 새겨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여성이 남성보다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가설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봅니다. ‘여성이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남성보다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다’라는 가설이라면 모를까. “여자가 팀장이나 임원이 되면 못 견디고 금방 떠나 버려.” 혹은 “여성 리더를 두는 것은 외부 홍보용이지.”라는 인식을 가진 조직이라면 자신들이 ‘마초 지향의 조직문화’에 찌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돌아볼 일이죠.

실제로 여성은 '리더로 육성되는 데 별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상사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피드백을 분석했는데요,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피드백의 특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상사들은 남성 직원에게는 “사소한 것은 무시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라”, “운영적 관점이 아니라 전략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라”는 식으로 피드백을 했는데요, 반면에 여성 직원에게는 “재무 관련 지식을 쌓아서 활용하라”, “복잡한 이슈 해결을 위해 좀더 분석 능력을 키우라”는 피드백을 했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는 줄 아십니까? 네, 남성 직원에게는 ‘거시적 관점의 비전 설정’을 강조한 반면, 여성 직원에게는 ‘일상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강조한 것이 커다란 차이입니다.

또한 상사들은 남성 직원에게 “힘을 가진 사람과 폭넓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라”, “언어를 배우듯 정치력을 개발하라” 등 ‘사내 정치를 활용하라’는 식으로 피드백을 주었지만, 여성 직원에게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불쾌하더라도 잘 견뎌라”라고 피드백 했습니다. 

여기서도 어떤 차이가 발견되나요? 남성 직원에게는 주도성과 야망을 강조한 반면, 여성 직원에게는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와 관용을 요구한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사는 남성 직원에게 리더의 자질을 강조하고, 여성 직원에게는 직원의 자질을 요구한다." 이것이 바로 여성 직원들이 리더로 육성되는 데 있어서 별로 지원을 못받는 이유, 그래서 리더로 선발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유입니다. 사소하고 미묘한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여성 직원은 '나는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고 자신도 모르게 '설정'되고 말죠.

그렇다면 여성 직원들에게 어떻게 피드백해야 할까요? 직원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떠나서 ‘리더라면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하고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동등하게 피드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십을 표출하라는 조언과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라는 조언을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 모두에게 동등하게 해야 합니다. 상사가 임의로 성별에 ‘어울릴 법한’ 조언을 편향적으로 해서는 곤란합니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의의 피드백이 사실은 일종의 '가스 라이팅'일 수 있다는 걸 늘 경계해야 합니다. 자신이 성평등주의자임을 자부하는 리더일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논문
Doldor, E., Wyatt, M., & Silvester, J. (2019). Statesmen or cheerleaders? Using topic modeling to examine gendered messages in narrative developmental feedback for leaders. The Leadership Quarterly, 30(5), 1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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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옳다'고 고집 좀 그만 부리세요   

2024. 9.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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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방어하고 변호하며 타인에게 본인의 생각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욕구는 생존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서 뭐라 탓할 수 없고 탓해서도 안 되죠. 하지만 문제는 엄밀한 조건 하에 실시된 과학 연구 결과가 자신의 의견과 반할 때조차 자기 의견을 수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 그 연구는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고!’라고 반응하며 연구 결과를 무시하더고요.

저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매일 한 편씩의 논문을 읽고서 제 관점을 가미해 연구 결과를 블로그에 소개하는 것을 꽤 오랫동안 지속했었습니다(그 결과물이 <착각하는 CEO>란 책이다). ‘연봉을 많이 줘도 동기는 올라가지 않는다’, ‘일잘하는 사람을 아무 생각 없이 승진 시키지 마라’ 등 기존의 통념과 반대되는 연구나 누군가가 ‘기분 나쁠 만한’ 연구를 소개할 때면 어김없이 ‘난 안 그래. 그러니 너는 틀렸어’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곤 했습니다. 별다른 논리를 제시하지도 않고 ‘그냥 아닌 것 같다’라는, 뭐라 대꾸하기도 어려운 댓글도 달렸죠. 자신의 신념에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면 즉각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것이 인간의 습성처럼 보일 정도로 저는 그런 댓글을 자주 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논리나 개념에 반대되는 것이 출현하면 그것은 우리의 울타리 밖에 존재하는 이방인들의 관점이라고 보는 걸까요? 이방인들은 우리의 안락한 삶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생존력을 보존하려면 이방인을 경계하고 강하게 거부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DNA 어딘가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건 아닐까요? 이방인들의 관점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라 해도 일단 거부함으로써 방어할 시간적 여유를 갖고자 함은 아닐까요?

 



지금까지의 글을 읽고 이렇게 반응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나는 명백하게 옳다고 증명된 것이라면 바로 내 의견을 수정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야."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삼단논법이라는 개념을 다들 아시죠? 삼단논법의 전개가 논리적으로 옳은지는 '보통의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삼단논법의 내용이 자기 신념과 다르다 해도 '논리적으로 옳은지'의 여부는 맞혀야 하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연구가 있어요. 연구자는 낙태 찬성파와 낙태 반대파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각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문장과 '낙태 찬성'을 지지하는 문장을 각각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유효한 삼단논법인지를 맞혀 달라고 요청했죠. 

연구자가 "자기 신념은 잠시 내려놓고 삼단논법이 논리적이냐 아니냐만 따져 달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에 관한 자기 신념과 반대되는 내용을 가진 삼단논법에 대해서는 논리적 유효성을 잘 맞히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자기 신념에 경도됐던 겁니다. 심지어 논리학을 배운 참가자들이 더 경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참 어이없죠?

이러한 경향을 ‘우리편 편향(My-side bias)’라고 부릅니다. 나의 신념은 무엇인가, 내가 어느 편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판단하려는 경향이 바로 ‘우리편 편향’입니다. 우리편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말하죠.양팀의 팬들이 격하게 응원하는 축구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반칙처럼 보이는 행동을 한다면, 그걸 당한 팀에서는 “왜 저런 행위에 반칙 휘슬을 불지 않느냐!”며 심판을 욕하고, 상대팀에서는 “우리가 반칙을 한 게 아니라 쟤네가 헐리우드 액션을 하는 것이다. 심판은 뭐하냐! 시뮬레이션 파울을 선언해야 할 거 아냐!”라고 하는 게 우리편 편향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나는 토론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예 보려고 하지 않죠. 첨예한 주제를 놓고 찬성측과 반대측이 벌이는 논쟁은 의견 차이를 좁히고 공통분모를 찾아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결론으로 절대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이죠. 토론은 각자가 가진 신념을 더욱 강화할 뿐이고 양측은 토론 전보다 더욱 적대적인 눈빛을 교환하며 등을 돌리니까요.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적'이 있습니다. 그를 떠올리면서 '내가 혹시 우리편 편향에 빠져 있지 않는지', '그 사람의 논리 중에 옳은 것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면 어떨까요? '내 논리가 맞아!'라고 고집은 좀 그만 부리자고요. 우리편 편항을 줄이려는 노력이 첨예한 양측의 대립을 풀고 화해하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참고논문
Čavojová, V., Šrol, J., & Adamus, M. (2018). My point is valid, yours is not: myside bias in reasoning about abortion. Journal of Cognitive Psychology, 30(7), 65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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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걸' 잘했기에 지워지지 않는 사람   

2024. 8.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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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레트로 카페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타자기는 20세기만해도 펜을 대신해 규격화된 글을 쓸 수 있는 세기의 발명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20세기초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하게 했던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을 탄생하게 했죠.

베티 네스미스 그레이엄(Bette Nesmith Graham)은 평범한 주부였지만 2차대전 이후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편과 이혼하게 된 후 홀로 아이를 양육해야 했습니다. 생계 유지를 위해 타이피스트로 일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녀는 뛰어난 타이피스트는 아니었지만 책임감이 강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여성들에게 요구하던 전통적이고 의존적인 성향이 아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성격 덕분에 조직에서 책임자로 승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승진을 해도 직장여성에게 주어진 일은 '남자'를 보조하는 업무,  그저 타이핑뿐이었습니다.

당시 IBM이 출시한 새로운 모델은 기존의 타자기보다 빨랐고 먹물이 아닌 탄소 필름 리본을 사용하는 새로운 전자 타자기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새 타자기에 익숙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민감하고 빨라진 키패드 때문에 타이핑에 그다지 재주가 없었던 그녀는 더 많은 오타를 만들어냈죠. 오타가 많다보니 상사(남성)로부터 질책을 자주 받았겠죠?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처지이기에 보통의 타이피스트라면  밤새 타이핑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었겠지만 그녀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부업으로 은행 창문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때 그레이엄에 머리 속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쩍거렸습니다. 타이핑 오타를 감쪽같이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죠. 그녀는 매니큐어병에 수성 페인트를 담아 오타가 생길 때 마다 위에 덧칠을 했고 이런 방법 덕에 그녀는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수정 페인트를 사용하던 그녀는 다른 비서들에게도 자신이 제조한 수정액을 ‘미스테이크 아웃- mistake Out’이란 이름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 수정액은 비서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구세주 같은 제품이었지만 수정액을 사용하고 공급하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한 직장 상사는 그녀를 해고해 버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티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명한 수정액 탓에 직장을 잃고 말았죠.

다행히 그녀는 여기서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믹서기 한 대만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비서들 사이에 필수품이 된 수정액을 제조, 공급하는 ‘리퀴드 페이퍼(Liquid Paper)’란 이름의 회사를 창업했던 거죠. 그리고 1979년에 회사를 질레트에 매각하기 전까지 연간 2,500만병의 수정액을 판매하는, 5천만 달러 가치의 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아쉽게도 1년 후인 1980년 5월에 그녀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녀가 그저 자수성가한 기업가이기에 유명한 것은 아닙니다. 알다시피 1960년대에는 그 어떤 대기업들도 직원의 복지에는 관심이 전무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싱글맘으로 살아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진보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했습니다. 

회사에 보육원(어린이집)을 설치했고 직원 소유의 신용조합을 신설했으며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작업 현장을 디자인했습니다. 피부색에 따라 차별하는 문화도 철폐했죠. 예술 분야의 여성을 지원하고 불우한 여성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했고요.

지금은 우리가 흔히 '화이트'라고 불렀던 수정액을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자리를 수정 테이프로 대체했으니까요 하지만 '지우는 걸' 누구보다 잘했던 베티 그레이엄이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자였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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