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를 수행한 학자입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평범한 인간들이 악인의 모습을 나타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원래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상황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죠. 그는 '자신이 나약함이 상대에게 노출될 것을 불안해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를 간단하게 '노출 불안'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지배자의 위치에 있을 때, 그리고 심지가 박약할수록 자신으로부터 지배 받는 사람들로부터 약한 사람이라고 평가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이 커집니다. 만약 자신의 나약함이 드러나면 그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나아가 공격까지 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죠. '나약하게 보이면 저들이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폭동을 일으킬거야' 라는 경직된 사고방식에 휘말립니다. 특히 돌아가는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노출 불안은 극에 달합니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도 노출 불안의 현상이 가끔씩 나타납니다. 내외부 환경이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때,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거나 여러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할 때 노출 불안을 보이는 리더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들은 '구성원들에게 현 상황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서는 안 돼. 그렇게 하면 분명히 나를 우습게 볼거야. 강하게 나가야만 해' 라고 결심하고 소위 '강경책'이라는 카드를 구성원들에게 내보입니다.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유화책보다는 강경책이 더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강경책이 문제 해결의 속도와 효과가 크다고 착각하기 때문인데요, 속을 파고 들어가면 리더 자신의 위신과 신뢰감을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신과 신뢰감이 한번 무너지면 권위가 약화되고 권력을 잃고 만다는 사고의 악순환이 머리 속에서 끝없이 순환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단절, 협상 불가, 무리한 억제 등 강경 일변도의 정책에 더욱 천착하게 됩니다.
피지배 계층의 반발을 강경 진압하거나 협상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 외에 노출 불안의 심리가 일으키는 악효과는 한번 결정한 사항은 절대 수정하지 않고 밀고 가려는 독단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됐다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어와도 이미 실행 중인 계획을 수정하거나 중단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조직에 반하는 내부의 적으로 규정짓기도 합니다.
노출 불안이 이런 잘못된 행동과 의사결정을 야기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상황이나 난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노출 불안 심리를 걷어낸다면 강경책이 아니라 유화책이, 억압보다는 화합이, 일방통보보다는 협상과 설명이 조직(회사, 지자체, 국가 등)의 안정과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테니까요. 존 F. 케네디는 "정중함은 나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남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인정 받고자 나약함을 감추지는 않는지, 그로 인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지 리더는 매순간 스스로를 성찰해야 합니다. 12월 3일, 그 자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분은 다 알 겁니다. 그 짓을 저지른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노출 불안이라는 어두운 심리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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