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데 도움이 되는 15가지 팁   

2024. 7.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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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쓰고 싶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개설한 '짧은글도 논리적으로 써보자' 강좌는 1시간도 안 돼 마감될 정도인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책은 잘 안 팔리는데 왜 글쓰기에 관심이 많을까?’ 참 의아했습니다. 곰곰이 따져 보니 도서 판매량과 글쓰기는 사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군요. 요즘엔 책이 글을 담는 유일한 그릇은 아니니까요.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블로그 등 자신의 견해, 주장, 지식, 노하우 등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넘쳐나는 세상이잖습니까? 그렇기에 그 어느때보다 글을 잘쓰고 싶다는 욕구가 높아진 게 아닐까요? 

그간 여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한, 자칭 ‘작가’로서 제가 알려드리고픈 ‘글 잘쓰기 팁’ 30가지 중 15가지를 공유합니다. 여러분의 멋진 글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의상 '하라체'로 쓴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글을 잘쓰고 싶다면 글쓰기가 인생에 매우 중요한 스킬임을 스스로에게 설득하라.
  2. 글쓰기는 곧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문장도 논리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수필이나 소설, 시에서 쓰이는 문장이 왜 논리적이어야 하냐고? 어떤 글이라도 글쓴이의 감성을 ‘설득’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3. 책 읽다가 나온 마음에 드는 문장 구조나 표현을 기록해 뒀다가 꼭 써먹어라. 자주 써야 손에 익는다. 손에 익어야 표현이 발전한다. 독서할 때 ‘좋은 표현 노트’를 한켠에 두라.

  4. 모든 문장은 하나의 주제를 향해야 한다. 오직 하나의 주제를! 그러니 다른 방향을 향한 문장은 과감히 삭제하라.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쓰면 절대 안 된다. 괜히 ‘글짓기’가 아니다. 글짓기는 집짓기와 같다.

  5. ‘서두’ 쓰기에 온힘을 집중하라. 서두로 독자를 끌어 당겨야 한다. 서두를 잘 쓰면 그 다음부터 본문은 술술 써진다. 여러 작가들이 서두를 어떤 패턴으로 시작하는지를 모방하라.

  6. 내 앞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써라. 그에게 내 말을 이해시켜라. 그가 궁금해 할 것이 무엇인지 상상하며 써라. 글의 목표독자에 해당하는 지인을 그 누군가로 설정하라.

  7. 육하원칙을 무시하지 마라. 가독성 떨어지는 글 대부분은 육하원칙이 엉망이다. 주어와 목적어 등을 멋대로 생략 마라. 행간을 친히 읽어주실 독자는 없다.

  8. 쓰고 나서 소리내 읽어라. 잘 읽히지 않으면 못쓴 글이다. 문장에서 리듬이 느껴지도록 수정하라. 가능한 한 ‘음보’를 맞춰라.

  9. 다 쓴 다음 바로 퇴고하지 말고 며칠 묵혀뒀다 나중에 다시 보라. 안 보이던 게 보일 것이다. 찢고 싶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 서론부터 순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마라. 서-본-결 상관없이 쓰고싶은 내용부터 써서 문장의 ‘블럭’을 만들라. 레고 조립하듯 그 블럭들을 잘 조립하라. 이것은 글쓰기 속도를 높이는 비결이기도 하다.

  11. PPT를 버려라. 논리적 사고를 저해하고 문장력을 낙후시키며 독자의 이해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가능한 한 ‘긴 글’을 써라. 글머리표나 차트 같은 시각적 표현이 가독성을 높인다고? 천만의 말씀! 회사에서 PPT 사용을 금하고 긴 글을 쓰게 하라.

  12. 웬만하면 두괄식 혹은 양괄식으로 글을 쓰라. 미괄식은 독자에게 인내를 요구한다. 흥미진진하고 스포일러가 없어야 하는 글에만 미괄식을 적용하라.

  13. 서론에 개인적 에피소드를 넣었다면 결론에서 그 뒷이야기를 살짝 언급하며 끝내라. 수미쌍관의 글이 한결 세련돼 보인다.

  14. 대명사를 남발하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대명사 사용을 최소화하라. ‘그’가 누구인지, ‘그것’이 무엇인지 독자가 추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여러 명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가급적 인칭 대명사 대신 고유명사(이름)를 사용하라.

  15. 주어와 서술어가 잘 호응하는지 살펴라. 주어와 서술어를 너무 떨어뜨리지 마라. 특히 복잡한 문장에서는 더더욱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에 주의하라. 
(예시) 그는 보너스가 벌어들인 수익에 따라 지급되도록 일일이 확인했다.
--> 벌어들인 수익에 따라 보너스가 지급되도록 그는 일일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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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보다 의미있는 삶을 사는 방법   

2024. 7.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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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클레어 부스 루스(Clare Boothe Luce)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사람은 한 문장이다." 위대한 사람의 삶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문장을 납득한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다음의 문장은 누구를 가리킬까요?

"그는 미국을 지켰고 노예를 해방시켰다."

바로 답이 나오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은요?

"그는 대공황에서 우리를 구했고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가리키는 한 문장입니다.

루스 의원은 케네디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은연 중에 '대통령으로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물었던 겁니다. 시대정신에 맞게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충고였습니다. 케네디는 루스의 질문에 머뭇거렸다고 하네요. '케네디'라 하면 '젊은 대통령'과 '암살로 사망한 대통령'이라는 것 외에 제 머리에 떠오르는 한 문장이 없는 걸 보면 위대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처럼 위대하거나 유명한 사람은 분명 아니지만, '위대한 사람은 한문장이다'란 루스의 말을 여러분에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어디까지나 가정인데요, 여러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 사람들은 여러분을 '한 문장'으로 어떻게 설명하거나 정의할 것 같습니까? "그 분은 평생 이런이런 삶을 살려고 애쓰셨지." 혹은 "그 분은 OOO과 XXX를 추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후세 사람의 평가를 상상하기 어렵다면 여러분 스스로 '내가 살면서 해온 여러 가지 일들과 성과'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나타낸다면 어떤가요? 만약 루스가 "유정식을 한 문장으로 말하시오."라고 묻는다면 저는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할지 상관없이(아니, 저의 존재조차 모를 테지만) 이렇게 대답하렵니다.

"그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새로운 관점 제시에 애썼다."

제 목적의식은 이것입니다. 첫 책인 <경영유감>을 시작해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착각하는 CEO>, <나의 첫 경영어 수업> 등으로 이어진 저서들은 이 목적의식에 따라 쓰여졌죠. 남들이 미국식 성과주의를 맹신하는 분위기에서 비록 작은 목소리지만 '평가를 없애라'고 서슴없이 주장해 왔습니다. 

경영 컨설팅을 하든, 글쓰기 수업에 전념하든, 아예 엉뚱한 새 직업을 갖든 앞으로도 이 목적의식은 큰 틀에서 계속 유지될 겁니다. 뼛속 깊이 꽉찬 제 '반골' 기질이 어디 가겠습니까? 선입견과 편견, 상식과 법칙의 빈틈을 공략해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재미있는 일인 걸요.

후세의 사람들이 여러분을 가리키며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다행히도 여러분은 또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없다면 정해진 방향 없이 수동적으로 시류에 휩쓸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간 한 일이 워낙 많고 다양해서 한 문장으로는 도저히 함축할 수 없나요? 반대로, 뭘 하긴 했는데 한 문장으로 요약할 만한 가치가 없는 삶이었다고 스스로를 폄하하기 바쁜가요?

그런 자기비하는 '멈춰!' 

없긴 왜 없습니까? 여러분의 재능, 욕구, 재미, 성과가 그동안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 잘 관찰해 보세요. 뭔가 일관된 큰 줄기를 발견할 겁니다. 그간 몰랐던 거지 없었던 게 아닙니다. 그게 바로 여러분의 목적의식임을 공식적으로 자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적어도 케네디보다는 의미있는 삶을 살 테니까요.


*참고기사
https://hbr.org/2009/07/how-to-sum-up-your-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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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실패의 어머니'입니다   

2024. 7.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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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에 일본 해군은 청나라와 전쟁을 벌이던 중에(‘청일전쟁’) 중국 산둥반도 웨이하이 해전에서 청나라 북양함대를 크게 궤멸시키면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승리의 규모가 엄청났는지 일본은 당시 중국의 실권자인 이홍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서 청나라와 조약을 맺었어요. ‘시모노세키 조약’은 전쟁 패배국이었기에 청나라로서는 아주 굴욕적인 조약이었죠. 청나라 1년 예산의 2.5배에 달하는 전쟁 배상금을 내야 했고 중국 영토인 랴오둥 반도, 타이완, 펑후섬을 일본에게 내줘야 했으니까요.

사실 대승리의 원인은 청의 북양함대가 일본 해군에 비해 턱없이 약했다는 데 있었어요. 청나라는 영국과 벌인 아편전쟁의 후유증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만약 해군력이 막강한 영국와 싸웠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승리에 도취된 일본 해군은 자기네 전력이 막강했기 때문에 청나라를 압도할 수 있었다고 믿었습니다. “일본은 역시 강해!”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뚫었죠.

10년 후에 벌어진 러일전쟁에서도 이런 일본의 신념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일본이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 발트 함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둠으로써 러일전쟁의 승리국이 되었으니까요. 청나라에 이어 유럽의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를 꺾었으니 자기네 해군력의 수준이 얼마나 자랑스럽겠습니까? 이제는 어느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더라도 능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고양됐겠죠. 

그러나 러시아를 이긴 이유 역시 행운이었습니다. 바로 러시아 전함들은 발트해(지도에서 찾아보세요.)에서 멀고 먼 바닷길을 헤치고 쓰시마 유역까지 도달했어야 했습니다. 군인들이 얼마나 지쳐겠습니까? 전쟁에서 피로로 인해 먼저 무너져 있던 군대를 상대로 싸우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있을까요? 대승의 원인은 막강한 해군력이 아니었고 지친 군대를 맞이해서 싸운 행운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일본 해군은 자기네가 최강이라는 자만심을 축적해 갔는데요, 자만심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유용하게 써먹은 ‘거함 및 거포’ 위주의 전략을 계속 고수했다는 것입니다. 즉, 과거의 성공전략이 미래에도 성공하리라 굳게 믿은 거죠. 미래에는 전쟁 환경이 바뀔 것이고 그에 따라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겁니다. 

나중에 일본이 미국과 일전을 벌이게 되는 태평양 전쟁 무렵에는 거대한 전함에 거대한 함포를 탑재해서 공격하는 전략보다는 항공기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습니다. 잠수함을 잡는 데 항공기가 무엇보다 효과적이었고, 적 함대를 공격하거나 육군의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입체적 전략에도 항공기 운용은 필수적이었죠). ‘거함 거포 주의’는 이미 한물간 전략 전술이었습니다. 일본 해군은 가면 갈수록 미국에 밀렸고 결국 패망했죠.

일본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원인은 ‘완전한 행운’에 가깝고, 좋게 봐줘서 ‘경쟁자 약화’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자기네 해군력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은 망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일본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과거의 성공 전략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리지 못하는 경향인 거 같아요.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대부분 그럴 겁니다. 

미래의 성공을 기대한다면 일부러 화려했던 과거와 결별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자칫 소 뒷걸음 치다가 쥐잡은 행운을 실력이라고 착각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과거 성공의 진짜 원인이 행운이었다면 그때 썼던 방법을 과감하게 버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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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제안하려면 본인 덩치부터 키우세요   

2024. 7.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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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메일로 이런 식의 요청을 받곤 합니다. "저희와 같이 협업을 하시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의 역량과 저희의 OOO 역량이 결합되면 큰 시너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을 덧붙입니다. (누군지 알 수 있을 듯 하여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런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무척 난감합니다.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할지 늘 갈피를 잡을 수 없죠. 언젠가는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따져보기도 했습니다. 고민 끝에 다다른 대답은 그들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내온 업체나 개인들은 거의 모두가 '비기너(beginner)'였습니다. 이제 막 회사를 서너명이 설립했거나 1인 기업으로 첫발을 나선 이들이었죠. 제품과 서비스의 이미지가 아직 불분명하고 고객 기반도 취약한, 말 그대로 '초짜'인 그들이 저에게 "협업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다니요? 어디서 그런 패기가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오해 않기를 바랍니다. 제 역량이나 인맥이 그들에 비해 월등해서 '어디서 같이 놀려고 해!' 혹은 '내가 너희랑 같은 급인 줄 알아?'라고 그들을 야단치커가 하대하려는 게 절대 아니니까요. 저 같은 '영세 지식 노동자'에게 급 같은 게 있을 리가요? 어쩌면 저를 협업 파트너로 여겼다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하게 "저희가 아직 일천하여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왜 협업이란 단어를 굳이 써가며 '당신은 우리와 동급'임을 은연 중에 강조하는지 모를 일이라서 제가 살짝 발끈하는 겁니다. 

그들이 저에게서 바라는 것은 많은데 제가 그들에게서 받을 것은 별로 없는 상황이 분명한데, 서로 협업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나올 거라니요? 도움을 바란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자존심이라도 상하는 걸까요? 어떨 때는 '당신에게 필요한 걸 우리가 가지고 있어. 당신 그거 없지?'라는 뉘앙스가 느껴져 매우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협업은 '기브 앤 테이크(give-and-take)'가 공평할 때 이루어질 수 있고 오래갈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줄것이 별로 없지만 상대방이 가진 것을 원할 때는 협업이나 시너지란 말을 운운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에게 줄것이 실제로는 없는데도 자신의 배경(학력이나 직장 경력)에 취해 본인에게 상당한 역량이 있다고, 상대방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착각해서도 안 되겠죠. 

실력이 없는 자신감이나 패기는 허풍이나 허언에 지나지 않습니다. 협업을 제안하려면 먼저 자신의 덩치(역량)부터 키우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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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세요. 이번에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번 회사가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습니다. 일괄로 지급하지 않고 직원 각자의 기여도를 평가해 지급했죠. 

하지만 평가라는 게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 아닙니까? 일을 못해서 보너스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보너스가 지급된 경우가 있었고, 보너스 받을 자격이 있음에도 어쩐 일인지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 보너스 받을 자격이 없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했음
(2) 보너스 받을 자격이 있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음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여러분이 이런 '잘못된 결과'를 발견한 관리자나 경영자라면,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대응은 2가지가 있을 거에요. 하나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된 결과를 바로 '시정'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방'보다는 '시정'이 더 적극적인 조치겠죠.

자, 곰곰이 따져보고 결정하세요.

 



아마 여러분은 십중팔구 이렇게 결정했을 겁니다.

(1) 보너스 받을 '자격이 없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했음 
     --> 예방해야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2) 보너스 받을 '자격이 있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음 
     --> 시정해야 한다. 이 직원에게 바로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

(1)번의 경우를 시정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줬다가 뺏어야 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어쩔수없이 다음에 동일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수밖에 없죠. 반대로 (2)번의 경우를 예방하기로 한다면 어떨까요?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데도 못받은 직원은 아마도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하거나 일을 게을리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러니 이들에게는 없는 돈이라도 끌어와서 보너스를 당장 지급해야 할 겁니다.

지금껏 설명한 상황은 그저 '사고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진행된 연구 결과이기도 합니다. 

저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곤 했습니다. "(1) 나보다 일 못하는 직원이 나와 같은 연봉을 받을 때와 (2)나와 능력이 동일한 직원이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때, 둘 중 어떨 때가 더 기분이 나쁩니까?" 둘다 기분이 나쁜 일이겠지만, (1)번이 더 기분나쁜 경우라는 대답이 많더군요. (1)번일 때 직원들의 불만이 더 클 거라 짐작할 수 있죠.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직원 개개인의 입장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의 강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몇몇 조직은 (1)번엔 즉각 시정을, (2)번은 예방하고자 하더군요. 조치를 거꾸로 취하는 바람에 일 못하는 직원과 일 잘하는 직원 모두에게 불만을 사고 맙니다. 이런 조직이 가끔 눈에 띠긴 하지만 다수는 아닙니다. 대다수 조직은 어떤 경우에든 예방에만 초점을 맞추더군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시정을 해주면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옹색한 변명을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보상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를 수정하려면 직원 개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조망하는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직원 불만에 휘둘려서는 안 되죠. 비록 (1)번일 때 직원 불만이 상당히 크더라도 그 일을 즉각 시정하기보다는 예방을 해야 합니다(평가보상을 공정하게). (2)번일 때의 직원 불만이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예방하기보다는 바로 시정 조치해야 합니다('내 연봉'을 인상). 두 경우 모두 즉각 시정하거나, 모두 예방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예전에 컨설팅펌을 다닐 때 저보다 일 못하는 후임 컨설턴트가 저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 걸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열받을 일이었죠. 저는 상사에게 "내가 기여하는 만큼으로 연봉을 맞춰달라"며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내딴엔 '예방'을 요청했지만 상사는 즉각 시정은커녕 예방도 약속하지 않았죠. 어찌했겠습니까? 퇴사했을 수밖에요.


*참고논문
Rude, E. D., & Shaddy, F. (2024). People Endorse Harsher Policies in Principle Than in Practice: Asymmetric Beliefs About Which Errors to Prevent Versus Fix. Psychological Science, 35(5), 529-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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