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요청할 때는 이메일을 보내지 마라   

2019. 2. 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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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이메일이 의사소통의 도구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2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첫 입사하던 해에 직원들이 이메일 사용법을 몰라 해맸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도구로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1)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업무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직원들도 상당히 많죠. 그래서인지 상대방을 찾아가서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면 빠르게 처리될 것 같은데도 이메일로 업무를 요청하고 자료를 주고 받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곤 합니다. 


대면으로 요청하거나 논의하면 금방 끝날 것 같은 일을 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진행하느냐, 이메일을 보내고 답신을 받느라 시간을 지체시키는 건 아니냐라고 물으면, 여러 답변이 나오지만 대략 두 가지로 정리가 되더군요. 하나는 '이메일로 증거를 남겨야 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메일로 요청하는 게 얼굴 보며 부탁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서로 업무의 책임 소재를 다투는 경우라면 어느 정도 타당한 주장이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두 번째 이유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메일이 마음도 편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효과도 대면 요청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메일로 기록이 남기 때문에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추가적인 근거를 댑니다. 




하지만 그런 근거는 과연 신빙성이 있는 걸까요? 워털루 대학교의 M. 마디 로가니자드(M. Mahdi Roghanizad)와 코넬 대학교의 바네사 본스(Vanessa K. Bohns)는 이메일 요청이 대면 요청보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효과, 즉 상대방으로부터 '예스(yes)'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높을지를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두 연구자들은 495명의 참가자들을 45명의 요청자(requester)와 450명의 대상자(target)으로 나누었고, 요청자들을 다시 '대면요청 그룹'과 '이메일 요청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10명의 낯선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하도록 지시했죠. 


로가니자드와 본스는 요청자들이 설문지 작성 요청을 하기 전에 대상자들이 얼마나 요청에 응할지 예상해보라고 함으로써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고자 했습니다. 실험 후에 분석해 보니 이메일 요청 그룹의 참가자들이 이메일의 설득 효과를 과신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대면 요청은 예상보다 설득 효과가 좋은 반면, 이메일은 그 효과가 형편 없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근소하긴 하지만, 이메일 요청 그룹이 대면 요청 그룹보다 '예스'라는 답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볼 수 있죠.


(출처(source); 아래에 명기한 논문)



48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조건을 약간 달리했습니다. 요청자들은 대상자들에게 설문지를 완성하면 1달러의 보상을 주겠다고 말한 다음 설문지를 완성하고 나서 1페이지 짜리 글의 문법이 맞는지를 '공짜로' 점검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부탁하는 '공짜' 작업을 덧붙임으로써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 보려 한 것이죠. 각각 대면 요청 조건과 이메일 요청 조건으로 실험한 진행한 결과,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대면 요청 그룹은 대면 설득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이메일 요청 그룹은 이메일의 설득 효과를 과신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대상자들은 이메일 요청자들보다 대면 요청자들을 더 신뢰하고 더 '공감(empathy)'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간단한 실험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정보 전달 도구로서가 아니라 요청 혹은 설득의 도구로서 이메일은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메일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비대면 도구인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편리하고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준다 해도 상대방이 요청에 응하리라는 기대까지 높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메일 뿐만 아니라 메신저, 사내 SNS 등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반의 의사소통 도구가 일상화되면서 비대면이 주는 안락함에 기대는 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이 되게 하고' 상대방에게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대면 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이메일은 정보 공유를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이 실험이 주는 시사점입니다. 미래에는 대면 소통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도구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예상하건대 그런 도구는 궁극적으로 대면 소통 방식을 완전히 '모사'하는 쪽으로 발전하리라 봅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공간에 있다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영화 '킹스맨'의 홀로그램을 통한 원격화상 회의처럼 말입니다).


(출처: 영화 <킹스맨>)



오늘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일을 요청한다면 이메일보다는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랍니다. 그게 어렵다면 전화가 차선책입니다. 이메일에 적힌 차가운 문장이 아니라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소통 방식이 우선입니다. 인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주1) 이메일은 1978년에 시바 아야두라이(Shiva Ayyadurai)가 개발하고 저작권을 등록했다. 일상적으로 활발하게 쓰이기 시작한 건 그 후 20년 정도가 흐른 후였다. 


*참고논문

Roghanizad, M. M., & Bohns, V. K. (2017). Ask in person: You're less persuasive than you think over email.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69, 22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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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가 먼저냐, 성과가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9. 1. 3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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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이제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직문화가 좋아지려면 먼저 성과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몇몇 CEO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회사의 성과가 좋아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분위기가 생기지 않겠나? 어느 정도 재무적인 성과가 축적되어야 조직문화에도 신경 쓸 여력이 있지 않겠나?" 이들은 조직문화가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지만, 성과 역시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이는 조직문화가 성과에 끼치는 영향(culture to performance, C2P)보다 성과가 조직문화가 끼치는 효과(performance to culture, P2C)가 더 크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무엇이 우선순위가 더 큰 원인(causal priority)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하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성과를 올리려면 먼저 조직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구축해야 할까요, 조직문화를 바람직하게 형성하려면 먼저 성과를 끌어올려야 할까요? 다시 말해, 조직문화가 우선일까요, 반대로 성과가 먼저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조직문화와 성과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제3의 원인이 조직문화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이처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이 경영 현장에서 지금도 한창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논쟁을 끝내도 될 만한 연구 결과가 이미 201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에이온 휴잇(Aon Hewitt)이라는 컨설팅 회사를 다니는 앤서니 보이스(Anthony S. Boyce)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자 '조직 행동 저널(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동료 학자들과 공동 발표한 논문을 통해 "조직문화가 먼저다"라는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보이스는 동일 자동차업체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판매하는 95개의 딜러샵으로부터 2000년부터 2005년까지(6년간)의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각 딜러샵이 진행한 조직문화 설문조사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수집하고 자동차 판매 데이터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판매부서(sales department)와 서비스 부서(service department)로 대상을 구분하고, 성과를 '고객만족도'와 '자동차 판매'로 구분함으로써 좀더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했죠.


다소 복잡한 통계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론은 이러했습니다(분석 과정과 결과는 아래 명기한 논문을 참조).


(1) (판매부서와 서비스 부서 공히) 조직문화가 고객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고객만족도가 조직문화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2) 조직문화가 자동차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가 조직문화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3) 조직문화가 자동차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고객만족도가 매개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약하면, 조직문화가 성과 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존재하지만, 성과가 조직문화 개선에 끼치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즉, C2P는 존재하지만, P2C는 없다는 뜻입니다. "회사에 돈이 많으면(풍족하면) 조직문화는 저절로 나아진다"라는 주장이 근거 없음이 밝혀진 셈이죠. 또한 "돈을 먼저 좀 벌고 나서 조직문화에 신경 쓰겠다"라는 발상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조직문화와 성과 사이의 '상호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조직문화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한쪽 방향의 화살표'만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는 "조직문화가 좋으면 성과가 좋아지고, 성과가 좋아지면 다시 조직문화가 좋아진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는 뜻이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잡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아래의 그림이 이러한 관계를 나타내는 도표입니다.


(출처: 아래 명기한 논문)




이 도표를 보면 또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바로 '시차(time lag)'입니다. 조직문화가 고객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려면 1~2년 가량의 시간이 걸리고, 이것이 다시 자동차판매에 좋은 영향으로 이어지는 데에 2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조직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구축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손에 잡히는 성과로 (특히 돈으로) 나타나려면 최소 2~3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이는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주의해야 할 대목입니다. 1년 단위의 단기 경영 방식에 함몰되어 있다면, 조직문화 혁신 활동이 무용한 일이라고 너무나 성급히 판단한 나머지 "성과가 좋아야지, 조직문화가 중요한가"라면서 직원들에게 성과 창출을 강요하는 관행으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효과가 발생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조직문화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 성과가 뒤따릅니다. 성과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 조직문화가 뒤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에 빠져 있는 조직이라면 이 결론을 지나치지 말기를 바랍니다. 성과를 높이려면 나빠질대로 나빠진 조직문화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차등보상을 앞세운 성과주의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참고논문

Boyce, A. S., Nieminen, L. R., Gillespie, M. A., Ryan, A. M., & Denison, D. R. (2015). Which comes first, organizational culture or performance? A longitudinal study of causal priority with automobile dealership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6(3), 339-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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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되려면 먼저 팔로워가 돼라   

2019. 1. 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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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지능 2.0>이란 책을 쓴 트레비스 브래드베리(Travis Bradberry)는 포브스 지에 기고한 <당신은 리더인가 아니면 팔로워인가?>라는 글에서 팔로워는 다른 사람의 재능과 성취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리더는 그걸 자산으로 바라보고, 팔로워는 변화를 문제로 받아들이는 반면 리더는 그걸 기회라고 여기고, 팔로워는 매일의 업무에 묶여 있지만 리더는 미래의 가능성에 집중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사람들은 리더와 팔로워를 서로 반대되는 유형으로 이분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리더처럼 행동하라. 팔로워처럼 굴지 마라'고 흔히들 조언하곤 하죠. 팔로워처럼 행동하면 리더십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리더 대 팔로워' 혹은 '리더십 대 팔로워십'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퀸즈랜드 대학교의 킴 피터스(Kim Peters)와 그의 동료 알렉스 해즐럼(Alex Haslam)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그들은 영국 해병대의 신병훈련소에서 관찰한 결과를 통해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먼저 훌륭한 팔로워가 돼라'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팔로워십이 없으면 리더십도 없다'는 것이죠.




피터스와 해즐럼은 218명의 신병(모두 남자, 평균 20.9세)들에게 설문을 돌려 스스로 본인을 얼마나 리더로 생각하는지(리더 정체성, leader identity), 얼마나 스스로를 팔로워라고 평가하는지(팔로워 정체성, follower identity)를 평가했습니다. "나는 천성적으로 리더라고 생각한다"와 같은 문항으로 리더 정체성을, "다른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나는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할 준비를 한다"와 같은 질문으로 팔로워 정체성을 평가한 것이죠. 또한 지휘관들에게는 각자 통솔하는 신병들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신병들에게는 동료들의 리더십을 평가해 달라고 했습니다. 신병 훈련이 진행되는 32주 동안 이러한 평가가 모두 5번 진행되었죠. 


신병 훈련이 종료되고 나면 신병들과 지휘관들 모두가 참여해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한 자'를 투표로 결정하여 '특공대 메달(Commando Medal)'을 수여하는데, 피터스와 해즐럼은 과연 스스로를 리더라고 여기는 자가 표를 얻는지, 아니면 자신을 팔로워라고 생각하는 자가 많은 표를 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석해 보니, 스스로를 천성적인 리더라고 여기는 신병들(자신의 리더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은 동료들에게 그리 느껴지도록 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본인은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하더라도 동료들은 그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팔로워라고 생각하는 신병들(자신의 팔로워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이 동료들로부터 리더십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리더가 되기를 원하면 동료들에게 '봉사하는' 팔로워가 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에 지휘관들은 리더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즉 리더처럼 행동하는 신병들)에게 더 높은 리더십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동료들의 평가 경향과는 달랐죠. 집단 내부에 있느냐(동료들) 집단 외부에 있느냐(지휘관)에 따라 리더십을 다르게 평가하는 건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동료들은 팔로워 정체성이 높은 사람을 리더로 여기지만, 집단 밖의 지휘관은 리더 정체성이 높은 사람을 리더로 생각하니 말입니다. 




피터스와 해즐럼의 연구 결과는 기업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 번째 시사점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리더가 되려면 먼저 좋은 팔로워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료들에게 좋은 팔로워라는 평가를 받아야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고 리더가 되어서도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리더로 성장하려는 꿈을 지닌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입니다. 동료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동료들을 도우며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리더가 진정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기업에서 행해지는 리더십 교육의 방향도 리더로서가 아니라 팔로워로서 정체성을 먼저 형성하도록 만드는 쪽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조금은 안타까운 현실을 드러냅니다. 최고경영자들은 리더처럼 행동하려는 자를 리더로 선발하려고 하는 반면, 직원들은 그런 사람보다는 팔로워로 좋은 면모를 보이는 자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고경영자가 리더로 선발하는 사람을 직원들은 리더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직책자 임명 결정이 덜 민주적일수록(최고경영자에게 집중되어 있을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리더 임명에 동료들과 부하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이런 괴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미국 육군사관학교(West Point Military Academy)는 교육의 방향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팔로워가 되라는 가르침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합니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기꺼이 책임을 지며 집단에 봉사하려는 팔로워가 동료들로부터 리더로 인정 받고, 그렇게 해서 실제로 리더가 된 사람이 신뢰를 통해 동료들을 훌륭하게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았던 것입니다. 리더가 되려면 먼저 팔로워가 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https://www.forbes.com/sites/travisbradberry/2015/08/18/are-you-a-leader-or-a-follower/#2f1cbc136091


Peters, K., & Haslam, S. A. (2018). I follow, therefore I lead: A longitudinal study of leader and follower identity and leadership in the marine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DOI: 10.1111/bjop.1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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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나쁜 행동이 팀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   

2019. 1.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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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고객사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제법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식의 말들입니다. "팀장의 문제를 윗사람(그 위의 임원)이 잘 모른다", "문제가 많은데도 CEO는 팀장이 아주 일을 잘하고 능력이 있는 줄 안다.", "팀장은 아랫사람한텐 나쁜 행동을 서슴지 않지만 윗사람들에게는 아부를 잘해서 그런 것 같다" 


성희롱이나 언어 폭력, 부당한 업무 지시, 은근한 따돌림 등 나쁜 행동을 저지르는 팀장이 있다면 분명 그 위의 임원이나 CEO가 분명 알아차릴 만도 한데, 그러지 못한다고 털어놓는 직원도 간혹 접하곤 합니다. 분명 뭔가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펴는 직원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이미 팀내 혹은 팀 주변에서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이 된 팀장의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을 윗선이 모른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젓기도 하죠.


팀장(여기서는 단위조직의 장을 의미함)의 나쁜 행동이 윗선까지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말처럼 아랫사람들에게는 매우 부적절하게 행동하면서 윗사람들에게는 그런 행동을 정당화시키거나 눈에 띄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감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수직적 위계구조의 특성상 애초부터 그런 '악행'을 발견해 내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행동과학자 인시야 후세인(Insiya Hussain)가 제시한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일 겁니다. 후세인은 윗사람들이 팀장의 나쁜 행동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직원들 모두가 그런 악행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 외에 다른 직원들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수록 팀장의 악행은 팀 외부로, 회사의 top management로 고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 이게 바로 방관자 효과입니다. 


후세인은 수브라 탄지랄라(Subra Tangirala)와 함께 진행한 여러 번의 실험으로 방관자 효과가 가장 그럴듯한 이유임을 밝혔습니다. 후세인은 서로 거리가 먼 학교 건물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부족하다는 이슈를 163명의 학부생들에게 읽게 한 다음, 그런 문제를 학교 이사회 측에 제기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줬죠. 그런데,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다른 동료들도 이 이슈를 잘 인지하고 있다고 전한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본인만 알고 있는 이슈라고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책임감의 분산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혼자만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 참가자들이 2.5배나 많이 학교 이사회 측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했으니까 말입니다.


44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실험에서는 자기네 조직에서 만드는 실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읽도록 한 다음, 이전 실험과 같은 실험조건을 조성해 봤습니다. 예상했듯이, '나 말고 다른 팀원들도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라는 조건의 실험참가자들이 제품상의 하자를 경영진에게 자발적으로 보고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할 만한 책임감을 덜 느꼈다는 것이죠. 포천 지 선정 500대 기업 중 하나인 전자회사(인도 지사)에서 근무하는 132명의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면밀한 분석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한 후에 자신이 감당해야 할 주변의 시선과 스트레스, 해당 팀장의 반격 혹은 보복, 혹은 문제를 제기했다라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처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예상되는 상황일수록(즉, 조직문화가 위계적이고 보수적일수록) 이런 방관자 효과는 더욱 강해집니다. "나 말고 다른 직원들도 잘 알고 있으니 누가 나 대신 문제 제기를 하겠지"라고 말입니다. '나 말고 다른 직원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괜히 내가 나섰다가 나만 바보되는 거 아니야?" 이것이 바로 팀장의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이나 단위조직 내의 이슈, 아니 회사의 문제가 외부로 고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방관자 효과를 피하기 위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방관자 효과는 나 말고 누군가가 말하겠지, 혹은 누군가가 이미 말했을 거야, 라는 '지레 짐작'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지레 짐작을 하지 않도록 경영자는 "문제가 있다면 뭐든지 바로 말하라. 다른 사람이 이미 문제 제기를 했다고 간주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말하는 직원의 목소리에 늘 귀를 열어야 합니다.


또한 직원들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문제 제기한 사람을 조직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사람으로 오인하여 벌 주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죠. 문제 제기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을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조직이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 사람들 중 하나가 문제 제기를 해서 조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떠나야했습니다. 문제 제기가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귀중한 자가치료라고 인식하고 그에 보상하는 조직문화가 방관자 효과를 몰아낼 수 있겠죠.


따지고 보면, 팀장의 나쁜 행동이 팀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까닭은 직원들이 외부에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직원들을 탓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입을 막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경영자와 관리자의 도리이겠죠.



*참고논문

Hussain, I., Shu, R., Tangirala, S., & Ekkirala, S. The Voice Bystander Effect: How Information Redundancy Inhibits Employee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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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입니다.


제가 번역하여 2018년 6월에 출간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앤드루 S. 그로브 저, 유정식 역, 청림출판)의 요약본을 여러분에게 공유합니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


표지를 제외하고 모두 12페이지로 구성된 파일에는 인텔의 전설적인 CEO였던 앤디 그로브가 전하고자 하는 '관리'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배경과 사례를 보려면 이 파일만으로는 부족하니 반드시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앤디 그로브가 관리자로서 경험하고 축적했던 관리의 노하우를 직접 담은 명저로 평가되는 이 책에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성과를 창출하는 데 있어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관리의 기본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크고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 관리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말하고 싶네요.




본 자료는 배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변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일 때만 배포가 가능합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라도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예: 자료 판매, 캡처하거나 내용을 복제하여 강의자료에 사용 등)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High Output Management.pdf


파일을 열면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infuture 라고 기입하시면 파일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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