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즐거움을 찾다간 금방 퇴사한다   

2018. 11. 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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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는 어느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열정이 피어날 것입니다!" 윈프리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할 때 열정이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직업 선택을 고민하면 "네가 좋아하는 일(즐거워 하는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주장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할 때 열정이 자라난다고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그 일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일을 싫어하게 될 거라고 충고하는 측이 있죠.


대립되는 두 가지 관점 중에 무엇이 옳을까요? 콜럼비아 대학교의 존 자치모비츠(Jon Jachimowicz)와 동료들은 어떤 관점이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데 있어 옳은 생각인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졸업식 축사 117개를 수집하여, '일에 대한 열정(Work Passion)'에 대한 여러 연사들의 생각을 '즐거움(enjoyment)'의 관점과 '가치(values)'의 관점으로 정리하여 설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생각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향후에 이직할 의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질문했죠.


(졸업식 축사를 하는 오프라 윈프리.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px8uNzRdew 캡쳐)



그랬더니 일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재미있는 일을 하자!")일수록 일에 대한 열정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고,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의미있는 일을 하자!")일수록 열정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에 대한 열정이 낮을수록 '이직 의향(turnover intention)'이 높았는데, 이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현재의 일에 만족하지 못해 어딘가로 이직을 꿈꿀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두 관점(즐거움 vs 가치) 간에 이직 의향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 이직률의 차이'는 과연 있을까요? 이직을 희망하는 것과 실제로 이직을 감행하는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치모비츠는 거대 기술기업에 근무하는 994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정에 관한 두 가지 관점을 설문조사했습니다. 9개월이 지나 이 회사를 찾아가니 그동안 총 90명이 퇴사를 했는데, 일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직원일수록 이직 의향이 높았고 실제로도 퇴사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열정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에서 생겨난다고 믿을수록 일에 대한 열정이 낮고 이직 의향 뿐만 아니라 실제 이직률이 높습니다. 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일이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고 믿을수록 일에 대한 열정이 높고 이직 의향과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의 즐거움은 사실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언제나 꽃길만 걷을 수는 없는 일이죠. 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딛치는데 어떻게 늘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을까요? 재미가 떨어지고 더 이상 즐겁지 않으면 '일의 열정은 재미있는(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데에서 나온다'라는 관점에 따라 "아, 이 일은 내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 아니구나.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겠죠. 반면, 일의 가치와 사명으로 열정을 찾는 사람이라면, 난관이 찾아와도 극복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으려 할 겁니다. 이들에겐 '어느 조직에서 일하는가'보다는 '무엇을 위한 일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 직업이 되면 더 이상 그 일을 즐기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네가 재미있어 하는 일, 네가 열정을 느끼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라"는 조언을 할 때는 상대방이 얼마 후에 다시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할 겁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각자가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일이 진정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고 그 열정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네요.



*참고문헌

Jachimowicz, J., To, C., Menges, J., & Akinola, M. (2018, June 28). Igniting Passion from Within: How Lay Beliefs Guide the Pursuit of Work Passion and Influence Turnover. https://doi.org/10.31234/osf.io/qj6y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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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배우는 팀워크의 비밀   

2018. 11. 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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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퀸(Queen)의 리드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음악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돌아온 듯한 마지막 20분 간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장면은 자리에 가만 앉아 있는 것이 죄책감이 들고 타이틀롤이 모두 끝나도 자리를 뜨기가 못내 아쉽습니다. 프레디가 "We are the champion of the world!"를 부르며 퇴장하는 느린 화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퀸과 함께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세대가 2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자신들의 '동시대성'을 잠시 부활시켰다가 떠나보내야 하는 쓸쓸함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솔로 앨범을 내기 위해 팀을 이탈했다가 좌절을 경험하고 다시 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팀 멤버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화가 난 멤버들(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존 디콘)은 프레디에게 "용서할게. 됐지. 이만 가도 돼?"라고 쏘아 붙이죠. 이때 프레디는 이런 말을 합니다. (정확한 한국어 대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정말 내가 시키는데로만 했어. 로저 너처럼 잘못된 걸 말해주지도 않았지."


솔로 앨범 제작에 참여한 뮌헨 출신 드러머와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잘 따라준 것이 좋았다기보다 오히려 문제였다고 프레디는 말합니다. 그런 건 진정한 팀워크가 아니라는 듯한 눈빛을 하며 멤버들에게 간절하게 부탁하죠.


"나에겐 너희가 필요해. 그리고 너희도 내가 필요해."


그러고는 라이브 에이드 자선 공연에 참가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멤버들을 설득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무대에 서는 건 미친 짓이야. 하지만 우리가 이 무대에 서지 않았는데, 공연이 끝난 다음날 아침 눈을 뜬다면, 이 무대에 서지 않은 걸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될거야." 


사람들에게 팀워크의 의미가 뭔지 물으면 대부분은 머리 속에서 이런 모습을 떠올립니다. 


'카리스마 있고 능력 있는 리더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지시를 내리면 역시나 실력이 뛰어난 멤버들이 리더의 지시에 맞춰 각자의 일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한다. 노닥거리거나 딴청을 피우지 않는다. 동료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웃으며' 협력하며 일을 완료한다. 절대 동료의 요청을 모른 채 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난관을 겪어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궁리한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팀원들은 박수를 받으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영화 속 프레디는 이런 모습은 팀워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따라 준 세션맨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왠지 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고 그는 고백합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고집에 '딴지'를 걸며 잘못을 지적해 주고 때로는 서로 욕하며 싸움을 걸기까지 한 퀸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가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힘의 원천이었고 그것이 진정한 팀워크라는 의미를 그의 수줍은 고백 속에서 찾을 수 있죠.


실제로 그는 1984년에 뮌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본인이 얼마나 퀸 멤버들을 그리워하는지 인터뷰어에게 살짝 털어 놓습니다. 멤버들이 각자 개성이 강해서 그룹을 결성한 첫날부터 싸우기 시작했고, 음악에 있어서는 늘 그래왔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가죠. 


(출처 : https://youtu.be/ieZHZj55ack  '조가비'의 '프레디 머큐리 1984년 뮌헨 인터뷰 "음악적 매춘부" (한글자막)'에서 캡처)



"하지만 그 싸움들이 저희를 하나로 만들어요. 왜냐하면 보통 밴드들은 한 멤버가 너무 고집이 세서 해체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멤버들이 위축돼서 그럴 거에요. '이 자식 때문에 못해 먹겠다. 차라리 다른 밴드로 가야겠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 4명의 멤버들은... 다들 성격이 강하거든요. 절대로 서로 봐주지 않아요."


"저희가 이렇게 끝까지 함께 한 이유는 아무도 밴드를 나가기를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밴드는 나가는 것은 졌다는 걸 인정하는 거 잖아요. 그래서 계속 함께 있어요. 음악을 계속 만들 수 있고 음반이 계속 팔리기만 하면, 뭐 상관없죠. 더 이상 팔리지 않으면 음악을 관두고 다른 일을 할 테니까요. 스트리퍼를 하거나 그랬겠죠."

(이상 유튜버 '조가비'의 한글 자막을 조금 수정하여 인용)


비록 인터뷰에서 그가 팀워크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함께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대중에게 판다'라는 공동의 목표와 책임을 위해서라면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다투고 서로를 교정하며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진정한 팀워크임을 느끼게 하는 장면입니다. 추측컨대, 어쩌면 그가 솔로로 활동하고 나서야 팀워크의 본질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에 의하면 그가 팀을 박차로 솔로 활동을 선언할 때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은데 팀 멤버들이 방해가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영화는 어디까지나 허구인지라 아닐 수도 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경험을 통해 깨달은 팀워크의 본질은 구글이 'Project Aristotle(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밝혀낸 팀워크의 비밀과 깊은 연관성을 갖습니다. 구글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모토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팀워크가 좋은 팀의 비결을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을 통해 구글이 밝혀낸 '팀워크가 뛰어난 팀의 5가지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대인관계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약한 모습(실패, 멍청한 대답 등) 을 보여도 괜찮다고 느끼는 것


- 의존성(Dependability)

   동료들이 정해진 기일까지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업무를 완료할 거라고 믿는 것


- 구조 및 명확성(Structure & Clarity)

   동료들의 역할, 계획, 목표 등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


- 의미(Meaning)

   자기 업무가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 영향력(Impact)

   자기 업무가 회사 성과에 매우 중요하고 변화를 일으킨다고 믿는 것


이 중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은 특징은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구글은 주장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내가 어떤 발언이나 행동을 해도 팀원들로부터 비난 받거나 조롱 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며, 다른 팀원의 언행이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함을 뜻합니다. 또한 팀원들의 비판을 들어도 그걸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머나 조언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의 특징이죠. 


구글의 연구 결과를 그룹 퀸에 연결시키면, 프레디가 말하는 퀸의 팀워크는 서로의 음악적 견해 차이를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제기하고 다툴 수 있었던(그러면서도 별로 상처 받지 않았던) '높은 심리적 안전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팀워크의 가장 본질적인 조건인 이유는 서로 어떤 말이라도 자유롭게 개진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학습은 실패를 편안하게 인정하고 실패의 원인을 직시할 때 이루어집니다. 자신이나 남의 결점, 실수, 실패를 지목하지 못하고 또한 인정하지 않으면, 그런 결점, 실수, 실패를 감추거나 거부하느라 진정한 학습은 요원해지죠.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야 서로 기꺼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과 더 높은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떨어지는 팀은 자신의 결점, 실수,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타인을 비난하는 데 힘을 낭비하고 그때문에 서로 다른 의견과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지 못합니다. 결국 문제가 발생해도 예전에 해오던, 소위 '검증된' 방식(다르게 말해, 관행적인 방식)을 동일하게 반복하는 바람에 또다시 실패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이끄는 팀, 일사불란한 태도를 강조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팀은 겉으로는 팀워크가 좋은 팀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심리적 안전감이 떨어지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팀에게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내 말을 정확히 잘 따라줬어.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어."


프레디 머큐리의 이 말은 '내 말 한 마디면 팀원들이 군소리없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면 좋겠어'라고 기대하는 리더들,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팀워크가 착각에 불과함을 일깨웁니다. 그런 팀워크는 팀업무가 상당히 '정형적이고 기계적이며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일 때는 좋은 팀워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업무가 '비정형적이고 추상적이며 변화무쌍하고 늘 새롭게 요구되는 경우, 그리고 그런 일을 스스로 발굴해야 하는 경우에는 매우 적합하지 않죠. 


심리적 안전감을 갖추려면 갈등과 충돌은 '악'이라고 규정하기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동력'이라는 관점을 받아들이고 이를 팀 의사소통으로 준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팀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적극적으로 의사결정하며,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마인드를 심어야 합니다. 팀 리더이든, 팀원이든 자신의 결점을 서로 인정하고, 어떤 사안이든 호기심을 드러내고 질문을 많이 던지려는 마음 자세도 필요합니다. 다른 왕도는 없습니다. 이것이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 팀워크가 높은 팀을 구축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참고문헌

- https://youtu.be/ieZHZj55ack  '조가비'의 '프레디 머큐리 1984년 뮌헨 인터뷰 "음악적 매춘부" (한글자막)'


- Google re:Work “Guide: Understand team effectiveness”

https://rework.withgoogle.com/guides/understanding-team-effectiveness/steps/help-teams-determine-their-needs


- World Economic Forum, “Is your team in 'psychological danger’?” 

https://www.weforum.org/agenda/2016/04/team-psychological-danger-work-performance/


- Amy Edmondson’s TEDx Talk, “Building a psychologically safe work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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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온라인 교육 사업에 뛰어 들다   

2018. 11. 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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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온라인 교육사업에 뛰어 들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저께 페이스북은 '런 위드 페이스북(Learn with Facebook)'이란 사이트를 오픈하며 2020년까지 미국 내에서 100만 명의 사업주들을 교육사업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사이트 주소는 https://learn.fb.com 입니다.


접속하면 아직까지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업로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을 어떻게 시작하고 심화해 가는지, 경력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으로 모두 13개의 과목이 올라가 있죠. 한 과목은 4분에서 11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1~2시간 만에 모든 과목을 수강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Learn with Facebook의 첫화면. http://learn.fb.com 에서 캡쳐)



처음에는 미미하지만 SNS의 거대기업인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라서 프로그램의 양과 질은 점차 강화되리라 보여집니다. 페이스북의 정책 마케팅 책임자인 파티마 살리우(Fatima Saliu)는 '런 위드 페이스북' 사이트의 목표고객은 경력 단절 이후에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 디지털 경제 부문에서 입문 수준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스킬을 습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런 위드 페이스북이 '경력 개발의 포털'이 되겠다는 것이죠.


런 위드 페이스북의 론칭은 링크드인이 자리잡고 있는 영역으로 페이스북이 깊숙이 진입한다는 강력한 도전장이기도 합니다. 링크드인도 2015년부터 '링크드인 러닝(LinkedIn Learning)'을 운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해부터 기업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취업 정보를 포스팅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고 밝힙니다. 또한 페이스북은 멘토십(Mentorship) 도구를 개선하여 사용자들이 타 그룹 멤버들의 특정 경력과 전문영역을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전문가 서칭을 보다 쉽고 빠르게 하도록 해주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런 사업들 모두 링크드인과 상당히 중복되는지라 두 거대 SNS 공룡기업 사이에 벌어질 앞으로의 싸움이 흥미진진하리라 예상되네요.


많은 사람들의 페이스북의 해가 저물어 간다고 이야기합니다. 때가 되면 다른 SNS가 페이스북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2018년 9월 기준으로 월간 이용자수가 22억 7,1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사용자 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죠. 거대한 사용자 베이스를 기반으로 온라인 교육 사업까지 뛰어드 페이스북이 과연 '경력 개발 영역'의 강자가 될 수 있을까요?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는 예측은 할 수 없지만, 저는 페이스북에게 승산이 충분하다고 봅니다(적어도 북미 시장에서는). 플랫폼 규모 그 자체가 페이스북의 강한 경쟁력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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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은 어떻게 '직원 경험'을 향상시켰을까?   

2018. 11. 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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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의 새로운 흐름인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약자로 EX)'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회사는 아예 HR이라는 말을 버리고 기존의 인사 부서를 '직원 경험' 부서라는 이름으로 바꾸기도 했죠. 직원 경험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직원들을 'Human Resource(인적 자원)'로 간주하지 않고 인간 그 자체(Human Being)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직원들이 채용되어 조직에서 일하며 보상 받고 승진하며 퇴직하는 일련의 수많은 장면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모든 경험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로 직원 경험이라는 관점이죠. 


직원 경험은 예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신경을 써온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로부터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전에 직원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고객 경험에 대한 그동안의 현장 실천 과정 속에서 '좋은 고객 경험은 좋은 직원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HR부서와 고객만족(CS) 부서가 별개로 움직이지 않고 직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프로세스를 통합시켜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죠.




조직이 직원 경험을 향상시키려면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게 하고 무료 음료를 잔뜩 제공하는 등 달콤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닙니다. 그런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뿐만 아니라 나중에 금전적인 부담이 되기도 하니까요. 5,200개 사이트를 지니고 4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Hilton)은 직원 경험 향상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호텔은 직원 경험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직원들의 이직률을 4% 포인트 이상 감소시키고, 포천 지의 '일하고 싶은 직장 100곳' 중 3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17년에 힐튼은 'Thrive@Hilton'이라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자인 에리안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이 이끄는 이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정신 및 육체 건강, 행복감을 향상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을 직원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원들이 소진(Burn-out)되지 않도록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고객만족의 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죠. 이 프로그램 덕분에 24시간 고객 대응을 하기 위해 직원들이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는 조직문화가 상당 부분 개선되었죠. 또한, 힐튼은 라커룸을 리모델링하고 '구내식당' 같은 직원식당을 고급 레스토랑처럼 분위기를 바꾸는 등 물리적인 업무 공간을 변경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오래된 호텔의 경우, 이런 리모델링에 10만 달러 정도 돈이 들었다고 합니다. 


힐튼은 고급 원단으로 옷을 만드는 언더 아머(Under Armour) 사로부터 직원 유니폼을 공급 받음으로써 직원들이 유니폼을 선택하는 폭을 넓혀 주었습니다. 부부 중 육아를 전담하는 쪽의 육아휴가를 10주로 확대하고 그 배우자에겐 2주의 휴가를 주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복리후생스러운' 프로그램에서 그쳤다면 힐튼의 직원 경험 향상 노력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 겁니다. 힐튼은 채용 과정부터 직원 경험이 시작된다고 믿었습니다. 채용 과정을 질질 끄는 것은 지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갖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이고 1차, 2차, 3차로 이어지며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원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가 끝나면 합격 여부는 2~3일 내로 결정되는데 일부러 지원자에게 늦게 알려주는 기업들도 종종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갑질이죠. 갑질을 즐기느라 좋은 인재를 다른 회사에 빼앗기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합격인지 아닌지를 지원자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알려 주는 것이 향후에 그 지원자가 직원이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좋은 경험'의 시작입니다.


힐튼의 HR팀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과감히 수용함으로써 채용의 스피드와 '질'을 향상시키고 신입직원들이 빠르게 업무에 안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AI를 통해 수많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가려냄으로써 HR부서가 인터뷰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을 확보했던 것이죠. 또한 챗봇(chatbot)으로 지원자들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한 것도 지원자들이 직원이 되기 전부터 회사에 대한 좋은 경험을 느끼도록 한 조치 중 하나였습니다. 화상 인터뷰 역시 대규모로 인력을 뽑아야 하는 부담을 경감해 주었죠. 채용 과정의 여러 가지 노력 덕분에 힐튼의 채용 속도는 85% 가량 향상되었습니다. 6주 걸리던 것이 1주 안에 이루어진 것이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직률이 4% 포인트 감소되었는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1년에 400만 달러의 비용이 절감된 것이라고 힐튼 측은 설명합니다. 이직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 결원 채용에 따른 비용과 소요시간 등을 따지면 그렇습니다.  이러한 힐튼의 성과는 경영자들이 직원 경험 향상에 투자하면, 인재 채용, 생산성 향상, 우수인재 보유(retention) 차원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가지 제도(굳이 인사제도 뿐만 아니라)가 직원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각 제도가 직원 경험 차원에서 서로 충돌하지는 않는지, 직원 경험 향상을 위해 각 계층의 리더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부단히 노력하는 기업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를 겁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자원(resource)가 아니라 인간 자체로 보려는 관점의 전환부터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참고문헌

http://hrexecutive.com/are-you-delivering-a-great-employee-experience/


https://www.hrdive.com/news/hilton-hotels-to-upgrade-staff-spaces-to-improve-the-employee-experience/5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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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거꾸로' 변화한다   

2018. 11.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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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에서 '본성(nature)이냐, 양육(nuture)이냐'라는 학문적 논쟁(혹은 대립)이 계속되는 것처럼, 심리학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립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성격은 바뀔 수 있다. 아니다. 바뀌지 않는다'입니다. 성격 변화의 가능성에 일반인들도 두 파로 나뉘어 대립하는데(어떤 사람들은 '성선설' 혹은 '성악설'을 꺼내며 지나치게 거창하게 이 문제를 논하려 하기도 함),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인간의 기질은 안정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심리학계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림들이 동의하듯이 성격의 변화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지, 그저 단순히 성격이 변화되기를 '바란다(desire)'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겁니다. 예전에 한창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던 <시크릿>이란 책에서 주장하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뼈를 깎는 듯한 실천이 전제되지 않으면 헛된 바람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런데, 성격의 변화 노력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는다면, 즉 단순히 바라기만 하면 오히려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로' 성격이 움직인다는, 조금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이선 허드슨(Nathan Hudson)과 동료들은 377명의 심리학 전공 학생들의 성격을 '빅 5(Big Five)' 관점으로 측정하여 알려준 다음, 각자가 변화시키고 싶은 성격 요소를 두 개 정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신경증성(Neuroticism)'은 낮추고 싶고 '외향성(Extroversion)'은 높이고 싶다고 답했죠.


이 연구는 15주 동안 진행되었는데, 학생들은 매주 성격 테스트(총 60문항)를 받아야 했고, 매주 초에 성격 변화를 위한 실천 과제를 최대 4개씩 선택해야 했습니다. 실천 과제들은 성격 요소 하나당 50개씩이었는데, 11명의 성격 전문가들이 제시한 것들로서 난이도가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적으로 성격을 바꾸고 싶을 경우에 마트의 계산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쉬운 과제와 '동료나 이웃에게 함게 저녁을 먹자고 청한다', '자청하여 리더 역할을 맡는다'처럼 어려운 과제가 있었죠. 매주 말에 학생들은 각자가 선택한 실천 과제를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를 보고해야 했는데, 허드슨은 학생들이 점점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실천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수록 학생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성격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실천 과제의 난이도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과제라고 해서 쉬운 과제보다 성격 변화의 효과가 크지는 않다는 의미였죠. 어쨌든, 15주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도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이 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성격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적어도 빅 5 관점에서)은 이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의미있는 시사점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따로 있었습니다. 성격 변화를 바랐지만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성격 특성이 '후퇴'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향성을 높이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든지, 리더 역할을 자청하는 등의 실천을 '게을리 한다'면, 외향적이 되기는커녕 내향성이 오히려 강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자신이 실천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실망하는 탓에 자신의 성격을 좀더 가혹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실험 설계상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배경지식이 있는 심리학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점, 성격 측정을 설문 응답에 의존한 점 등), 이 연구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단순한 바람'은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 단순히 바라고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거꾸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연하고 수평적이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조직문화를 꿈꾸는 리더들이 많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 과제가 없거나 제대로 실천되지 않을 경우, 그래서 늘 언급만 되고 리더 본인부터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실천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구성원들의 냉소만 얻게 되거나 '우리 회사는 글러 먹었어'라는 패배주의 혹은 '변화하면 뭐 해. 그냥 지금이 낫다'라는 보수주의가 '굳건히' 자리를 차지하고 말 겁니다. 변화하려면 변화하려는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말로만' 변화할 거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연구에서 빅 5 요소 중에 '개방성(Openness)'라는 성격 요소에 대해서는 실천 과제를 꾸준히 실천한 사람은 개방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아무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사람의 개방성은 높아지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논문에는 없네요.



*참고문헌

Hudson, N. W., Briley, D. A., Chopik, W. J., & Derringer, J. (2018). You have to follow through: Attaining behavioral change goals predicts volitional personality chang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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