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면 직원은 그 지시를 거부하기가 어렵습니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이면 더 그럴 텐데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평가, 보상, 승진 등 인사권을 쥔 상사의 말을 어기면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당할 거라는 우려 때문에 부당한 지시를 쉽사리 거부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지시는 절대 따라서는 안 됩니다. 중요하면서도 꼭 필요한 질문은 ‘부당한 지시를 정당하고 안전하게 거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입니다. 오늘 경영일기에서는 그 방법 5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1. 거부할 ‘근거’를 찾으세요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하면 일단 ‘이 무슨 미친 짓인가?’라는 분노가 올라와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먼저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상황을 객관화해야 합니다. 지시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법(혹은 사규)을 위반하는지, 혹은 어떤 점에서 부당한지를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관련 법령, 회사 규정, 윤리 강령 등을 찾으세요. 단순히 “이건 틀렸다”고 말하기보다는 “○○법 제○조에 따라 이 지시는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준비하기 바랍니다.
2. 기록을 남겨 두세요
상사가 구두로 지시를 했다면 그 지시를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놓으세요. 이메일, 메신저, 회의록, 음성 녹취 등의 방법을 사용하세요. 상사가 구두로 지시해서 미처 그걸 기록하지 못했다면, 상사에게 보내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에 “아까 하셨던 지시가 이러저러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라고 자연스럽게 적으면 됩니다. 나중에 법적 문제가 발생할 때 이게 여러분의 방패가 될 겁니다.
3. 예의를 갖춰 말하세요.
위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상사가 여러분의 거부로 모욕을 느끼면 더 강압적으로 굴 가능성이 큽니다. 상사에게 무례하게는 대응하지 마세요.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소통하기 바랍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법적 문제 소지가 있으니 재검토를 부탁 드립니다.”라는 식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어투로 말씀하세요.
4. 동료들과 함께 대응하세요
부당한 지시가 반복적으로 내려지면 여러분 혼자서 맞서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때는 동료들과 함께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세요. 그렇다고 뒷담화와 같은 감정적 연대는 지양해야 합니다. 사내 규정, 법적 근거, 대응 방식 등을 동료들과 사전에 정리한 다음, 그들과 함께 상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무력화시킬 것이고 상사가 직원을 사병처럼 여기는 분위기를 깰 수 있을 겁니다.
5. ‘하는 척’만 하세요.
여러 가지 노력을 했는데도 상사가 으름장을 놓거나 물리적으로 위협을 가한다면, 그리고 여러분이 입게 될 손해가 매우 커서 겁이 나는 경우라면, 일단 그 지시를 하는 척만 하세요. 그 일을 진척시키지 마세요. 진척이 안 되는 이유를 부각시켜서 여러분의 ‘해태’를 합리화하세요. 이렇게 상사의 지시를 ‘묶어’ 놓은 다음, 외부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 보세요. 작년 12월 3일, ‘계엄의 밤’에 몇몇 지휘관이 상관의 불법 지시를 소극적으로 따랐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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