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앱에는 음식에 관한 불만 포스팅을 여럿 볼 수 있는데요, 그 중에 이런 평이 있었습니다. (기억에 의존하는 거라 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
“분명 고기만두를 주문했는데 (색깔이 다른) 김치만두 하나가 껴 있습니다. 확인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음식을 팔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 사람은 고기만두 한 개가 부족해서 음식점 주인이 김치만두 하나를 대신 넣은 거라고 판단한 듯 했습니다. 누가 먹다 남겼을지 모를 만두를 고기만두 대신 껴넣었다고 봤을 수도 있겠죠. 어쨌든 이 사람은 이 음식점이 아주 낮은 평점을 주었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김치만두 하나는 음식점 주인이 ‘서비스’로 더 넣어주었던 것이었죠. 김치만두 하나를 더 넣어줌으로써 ‘다음에도 우리 음식을 주문해 주십사’ 혹은 ‘김치만두를 맛보시고 다음엔 김치만두를 주문해 주십사’ 했던, 좋은 의도였겠죠.
음식점 주인은 손님의 악평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선의를 베풀었는데 그것이 칭찬은커녕 악평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을 겁니다. 상처받은 주인은 괘씸한 마음에 ‘다음엔 내가 만두 하나를 더 넣어주나 봐라! 내가 성을 갈고 말지.’라고 다짐했을지 모르죠.
어느 회사에서 직원들의 문화 생활을 돕는 차원에서 한 달에 한번 영화 관람비를 제공하는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둘이서 영화를 보라고 월 2만원(당시 물가 기준)을 지원했는데요, 처음엔 무조건 2만원을 주다가 노골적인 현금성 보상인 것 같아서 영화 티켓 영수증을 가지고 오면 정산해 주는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랬더니 ‘쫌스럽게 왜 그래?’라는 불만이 곧바로 터져 나왔습니다. 회사가 째째하게 그런 것에서 비용을 아끼려고 하냐는 식이었습니다. ‘영화 관람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그냥 돈으로 주면 우리가 알아서 쓸게.’라는 대담한 불평도 있었죠.
CEO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직원들의 소소한 문화 생활을 도우려던 본인의 선의가 이렇게 왜곡되는 것에서 꽤나 상처를 받았고 직원들의 ‘이기심’에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호의를 베풀었더니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죠? 그는 결국 이 제도를 없애버렸고, 그 예산을 일잘하는 직원 몇 명에게만 특별히 보너스를 지급하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고자 할 때는 스스로에게 잠시 브레이크를 거세요. 그게 자칫 비난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그 예상되는(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비난을 감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 때, 그 비난에 너그러울 수 있을 때만 선의를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이나 저나 감정에 민감한 보통사람들이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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