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좀 가져. 열정을 가지면 안 될 일이 없어.”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채근하거나 응원할 때 ‘열정’이란 단어를 말합니다. 역량이 부족해서 어떤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성격이나 기질상 그 일에 도전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열정만 있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덧붙이죠.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들여다 봐도 열정의 필요성은 어디에나 등장하는데요, 열정을 갖는 것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되는 ‘쉬운’ 일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조언은 모두 열정을 장착한 상태를 전제로 하죠. 헌데 열정을 갖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일까요?
열정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영어 ‘passion’의 어원을 따지면 생각치 못한 의미와 만납니다. 10세기에 쓰인 라틴어 passionem은 십자가의 매달린 예수의 육체적 고통을 의미했습니다. 우리가 열정의 뜻으로 보통 알고 있는 ‘열광’이나 ‘환호’, ‘선망’과 같은 뉘앙스는 17세기에 가서야 덧붙여졌을 뿐 ‘육체적인 고통과 괴로움’이 passion의 본래 의미였죠. 어원으로 봐도 열정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이고, 그렇기 때문에 열정을 갖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그야말로 ‘도전적인’ 일입니다.
열정의 동반자가 고통이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열정이 부족한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열정이 ‘없어야’ 고통이 없기 때문이죠. 사실, 열정을 갖지 않으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책임을 덜 질 수 있고 좀더 많은 자유시간을 누리고 개인 활동을 더 많이 즐길 수 있죠.
또한, 열정이 적은 사람들은 그래서인지 본인의 열정 부족을 문제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일이 자기와 맞지 않는다든지, 상사가 제대로 이끌어 주지 않는다든지, 보상이 따라주지 않는다든지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본인의 열정 부족을 합리화하곤 하죠.
열정은 일종의 재능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열정을 가지겠어.’라는 다짐으로 쉽게 생겨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호통을 치면서 ‘열정을 좀 가져 봐!’라고 해도 그때뿐입니다. 열정 없는 사람에게 열정을 가지라고 말하지 마세요. 알아서 하겠죠. 본인 삶이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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