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나 <채근담> 같은 고전을 읽다보면 '군자'와 '소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군자'에서 '군'은 한자 그대로 '임금'이란 뜻이라기보다 행실이 어질고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반대로 '소인'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두 단어의 뜻은 이렇게 큰 차이를 갖는데요, 사실 누군가를 보며 '이 사람은 군자인가, 아니면 소인인가?'란 의문에 무엇을 기준으로 딱 떨어지게 판단해야 할까란 질문에는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단 하나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제 밤에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고전 <명심보감>을 풀이한 책을 우연히 집어들었는데요, 페이지를 이리저리 들춰보다가 바로 오늘의 주제인 '군자와 소인의 차이'란 글을 접했습니다. 그 글에 소개된 <명심보감>의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방군자 율방소인
禮防君子 律防小人
이 말은 이렇게 해석됩니다.
군자의 잘못은 예의로 막고
소인의 잘못은 법률로 막는다.
군자든 소인이든 사람이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데요, 군자는 자신의 잘못으로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부끄러워 합니다. 그래서 혼자 있더라도 마음가짐을 바로하고 행동을 조심하죠. 만약 의도치 않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부끄러운 행동이 밝혀지만 잘못을 바로 고하고 깊이 반성하며 처벌을 감수합니다.
반면, 소인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법에 저촉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두려워 합니다. 그래서 걸리지만 않으면 좋아합니다. 설사 걸리더라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죠. 이처럼, 잘못이 드러날 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가 바로 군자와 소인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작금에 여러 '나쁜 뉴스'를 장식하는 인사들 중 군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일이면 바로 드러날 거짓말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내뱉으며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합니다. 그리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무척 강조합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임에도 법이 지고지순한 도덕률인 양 발언하는 '소인배'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을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인정해야 하는지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부끄러움을 뜻하는 한자어 '치(恥)'는 '귀 이(耳)'와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음에 귀를 기울였을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부끄러움입니다. 카메라 앞에 나와 '나는 법적으로 깨끗하다. 그러니 잘못 없다'고 외치는 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소인배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부끄러움이 없기에 그들은 절대 군자가 되지 못합니다. 군자가 아니라면 그 위치에 있으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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