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제가 군대에서 분대장으로 근무 중일 때 중대장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매우 고압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그는 대대장이나 그 위의 상급자들에게 잘 보이고자 중대원들을 이용했습니다. 각종 작업에 끊임없이 동원하는 일이 잦았거든요. 게다가 조금이라고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반 병사는 물론이고 소대장들에게 ‘쪼인트 까는 일’이 빈번했죠.
하루는 제가 취침점호를 하다가 중대장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중대장이 여러분을 힘들게 해도 조금만 참자, 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지나가던 중대장이 들은 모양이에요. 전 바로 완전군장을 한 채 연병장을 뛰어야 했죠.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저는 하루종일 연병장 뺑뺑이라는 얼차려를 받았는데, 한여름이라 얼마나 힘들던지 나중에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습니다. 제가 그리 심한 뒷담화를 한 것도 아닌데 너무한다 싶은 마음에 저는 그 작자가 빨리 다른 곳으로 전근되기를 빌고 또 빌었죠.
그런 제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 일이 있고 한 달 후에 중대장은 다른 여단으로 옮겨 갔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얻은 영전이었으나, 중대원 전부가 만세를 부르는 기쁨이 순간이었습니다. 파면 선고가 나던 며칠 전의 모습과 비슷했달까요?
그 후 새로운 중대장이 부임했는데, 그는 전임과 달리 매우 민주적이었고 병사들을 동생처럼 아끼는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그가 부임하고 중대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중대장에게 잘못 보일까 전전긍긍하며 실수를 감추기에 급급하던 분위기가 싹 사라졌고요, 무엇보다 병사들의 표정이 밝아졌죠. 그 정도면 군대 생활도 할만 하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리더 한 사람이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그때 저는 실감했습니다. 물론 그땐 조직문화라는 용어 자체도 모르던, 경영이라는 분야로 밥벌어 먹고 살 줄은 까맣게 모르던 21살 청년이었지만요.
아마도 여러분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바로 위 직속상사가 누구냐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을요. 조직문화란 간단히 말해 “칭찬을 듣느냐, 야단을 맞느냐를 결정하는 암묵적인 기준”인데, 그 기준을 설정하는 데 가장 큰 힘을 행사하는 자가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직원들이 “우리는 원래 그래왔다. 그러나 리더인 당신도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리더에게 거꾸로 압박을 가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겠지만, 평가권을 비롯한 인사권을 리더가 쥐고 있다는 면에서 볼 때 리더 한 사람이 조직문화를 확확 바꿀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6월 3일은 우리나라의 리더가 다른 이로 바뀌는 날입니다. 누가 그 자리에 오르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의 분위기와 문화에도 분명 변화가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변화를 원하십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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