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을 제안하려면 본인 덩치부터 키우세요   

2024. 7.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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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메일로 이런 식의 요청을 받곤 합니다. "저희와 같이 협업을 하시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의 역량과 저희의 OOO 역량이 결합되면 큰 시너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을 덧붙입니다. (누군지 알 수 있을 듯 하여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런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무척 난감합니다.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할지 늘 갈피를 잡을 수 없죠. 언젠가는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따져보기도 했습니다. 고민 끝에 다다른 대답은 그들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내온 업체나 개인들은 거의 모두가 '비기너(beginner)'였습니다. 이제 막 회사를 서너명이 설립했거나 1인 기업으로 첫발을 나선 이들이었죠. 제품과 서비스의 이미지가 아직 불분명하고 고객 기반도 취약한, 말 그대로 '초짜'인 그들이 저에게 "협업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다니요? 어디서 그런 패기가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오해 않기를 바랍니다. 제 역량이나 인맥이 그들에 비해 월등해서 '어디서 같이 놀려고 해!' 혹은 '내가 너희랑 같은 급인 줄 알아?'라고 그들을 야단치커가 하대하려는 게 절대 아니니까요. 저 같은 '영세 지식 노동자'에게 급 같은 게 있을 리가요? 어쩌면 저를 협업 파트너로 여겼다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하게 "저희가 아직 일천하여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왜 협업이란 단어를 굳이 써가며 '당신은 우리와 동급'임을 은연 중에 강조하는지 모를 일이라서 제가 살짝 발끈하는 겁니다. 

그들이 저에게서 바라는 것은 많은데 제가 그들에게서 받을 것은 별로 없는 상황이 분명한데, 서로 협업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나올 거라니요? 도움을 바란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자존심이라도 상하는 걸까요? 어떨 때는 '당신에게 필요한 걸 우리가 가지고 있어. 당신 그거 없지?'라는 뉘앙스가 느껴져 매우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협업은 '기브 앤 테이크(give-and-take)'가 공평할 때 이루어질 수 있고 오래갈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줄것이 별로 없지만 상대방이 가진 것을 원할 때는 협업이나 시너지란 말을 운운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에게 줄것이 실제로는 없는데도 자신의 배경(학력이나 직장 경력)에 취해 본인에게 상당한 역량이 있다고, 상대방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착각해서도 안 되겠죠. 

실력이 없는 자신감이나 패기는 허풍이나 허언에 지나지 않습니다. 협업을 제안하려면 먼저 자신의 덩치(역량)부터 키우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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