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클레어 부스 루스(Clare Boothe Luce)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사람은 한 문장이다." 위대한 사람의 삶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문장을 납득한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다음의 문장은 누구를 가리킬까요?
"그는 미국을 지켰고 노예를 해방시켰다."
바로 답이 나오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은요?
"그는 대공황에서 우리를 구했고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가리키는 한 문장입니다.
루스 의원은 케네디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은연 중에 '대통령으로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물었던 겁니다. 시대정신에 맞게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충고였습니다. 케네디는 루스의 질문에 머뭇거렸다고 하네요. '케네디'라 하면 '젊은 대통령'과 '암살로 사망한 대통령'이라는 것 외에 제 머리에 떠오르는 한 문장이 없는 걸 보면 위대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처럼 위대하거나 유명한 사람은 분명 아니지만, '위대한 사람은 한문장이다'란 루스의 말을 여러분에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어디까지나 가정인데요, 여러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 사람들은 여러분을 '한 문장'으로 어떻게 설명하거나 정의할 것 같습니까? "그 분은 평생 이런이런 삶을 살려고 애쓰셨지." 혹은 "그 분은 OOO과 XXX를 추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후세 사람의 평가를 상상하기 어렵다면 여러분 스스로 '내가 살면서 해온 여러 가지 일들과 성과'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나타낸다면 어떤가요? 만약 루스가 "유정식을 한 문장으로 말하시오."라고 묻는다면 저는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할지 상관없이(아니, 저의 존재조차 모를 테지만) 이렇게 대답하렵니다.
"그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새로운 관점 제시에 애썼다."
제 목적의식은 이것입니다. 첫 책인 <경영유감>을 시작해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착각하는 CEO>, <나의 첫 경영어 수업> 등으로 이어진 저서들은 이 목적의식에 따라 쓰여졌죠. 남들이 미국식 성과주의를 맹신하는 분위기에서 비록 작은 목소리지만 '평가를 없애라'고 서슴없이 주장해 왔습니다.
경영 컨설팅을 하든, 글쓰기 수업에 전념하든, 아예 엉뚱한 새 직업을 갖든 앞으로도 이 목적의식은 큰 틀에서 계속 유지될 겁니다. 뼛속 깊이 꽉찬 제 '반골' 기질이 어디 가겠습니까? 선입견과 편견, 상식과 법칙의 빈틈을 공략해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재미있는 일인 걸요.
후세의 사람들이 여러분을 가리키며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다행히도 여러분은 또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없다면 정해진 방향 없이 수동적으로 시류에 휩쓸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간 한 일이 워낙 많고 다양해서 한 문장으로는 도저히 함축할 수 없나요? 반대로, 뭘 하긴 했는데 한 문장으로 요약할 만한 가치가 없는 삶이었다고 스스로를 폄하하기 바쁜가요?
그런 자기비하는 '멈춰!'
없긴 왜 없습니까? 여러분의 재능, 욕구, 재미, 성과가 그동안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 잘 관찰해 보세요. 뭔가 일관된 큰 줄기를 발견할 겁니다. 그간 몰랐던 거지 없었던 게 아닙니다. 그게 바로 여러분의 목적의식임을 공식적으로 자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적어도 케네디보다는 의미있는 삶을 살 테니까요.
*참고기사
https://hbr.org/2009/07/how-to-sum-up-your-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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