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잘 알지 못한다'가 공감의 시작   

2024. 3.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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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필수 역량으로 요즘 중요시되는 것이 바로 ‘공감 능력’입니다. 직원들이 “팀장님은 우리와 잘 공감하는 분이야.”라며 공감 능력에 높이 평가할수록 직원은 리더를 적극적인 사람, 포용적인 사람, 혁신적인 사람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 공감 능력이 높은 리더와 함께 일할수록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죠(우수인재의 이탈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공감’이란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한자어 뜻을 그대로 풀면 ‘함께 느끼는 것’이 공감입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 등을 ‘비슷한 수준으로 느끼는 것’이 공감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래서 누군가 속내를 털어놓으면 “내가 그 마음 잘 알지.”라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공감 잘하는 스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그 마음 잘 알지’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꽤 정확한 신호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예전에 발표된 심리 연구에 따르면, 가족이나 친구, 팀 내의 상사와 직원들은 서로 ‘붙어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경험과 감정을 다른 이들보다 자주 공유하는데 이렇게 가까운 사이일수록 ‘공감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경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잘 아는 사이이기에 ‘내가 그 마음 잘 알지’라고 말하며 상대방의 감정이나 경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단하고 속단하는 거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세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털어놓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몇 마디만 듣고서 “내가 그 마음 잘 알지.”라고 딱 선을 긋듯 말하면 못다한 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상대가 다 안다는데 계속 말을 이어가면 불평분자로 인식될까 우려하여 속으로 ‘내가 말을 말지’라며 마음을 닫고 맙니다. 직원과 리더처럼 상하 관계에서는 빛의 속도로 마음의 문이 닫히겠죠.

 

공감을 잘하는 리더는 ‘내가 그 마음 잘 알지’라고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겪는 경험이나 사건을 본인이 겪었으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반응’해 줍니다. “정말 짜증스러운 일이었구나.”라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져서 상대방이 더욱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격려할 줄 알죠. “그래서 어떤 감정이 생기던가요?”라고.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해서 상대방의 감정과 경험까지 속속들이 알 수 없습니다. ‘내가 그 마음 잘 알지’는 ‘내가 공감을 잘하지’란 말처럼 속빈 강정일뿐만 아니라 직원들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듭니다. ‘나는 너를 잘 알지 못한다’라는 마인드. 대화할 때 이것만 염두에 두면 지금보다 공감 능력을 20~30%쯤은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참 쉽죠?  (끝) 

 

 

*참고논문

Savitsky, K., Keysar, B., Epley, N., Carter, T., & Swanson, A. (2011). The closeness-communication bias: Increased egocentrism among friends versus stranger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7(1), 26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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