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나쁘게 만드는 사소한 말   

2024. 3.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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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 매매 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립니다. 고장품(정크)으로 나온 워크맨이나 카세트 플레이어를 ‘득템’하기 위해서죠. 운이 좋을 때는 ‘정상품이면 고가’였을 제품을 아주 싼 가격에 들일 때도 있기에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 놓으며 장터에 ‘매복’ 중이죠.

 

엊그제 일이었습니다. 빈티지 카세트 플레이어가 장터에 나왔다는 알림이 뜨길래 그걸 보자마자 접속했습니다. 요즘에는 나오기 어려운 색상의, 80년대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소형 카세트였습니다. 모노(Mono)이긴 하지만, 음질이야 감성으로 듣는 것이고 장식장에 올려두면 옛날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아 바로 구매욕구가 솟구쳐 올랐죠. 고장품이었지만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고치면 그 가격의 두 배 이상의 가치를 할 것 같았죠.

 

하지만 그가 써놓은 멘트를 보고 구매욕이 싹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검색하면 그가 누구인지 드러날 수 있기에 실제 워딩을 쓰지는 않겠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장난치면 가만 안 둔다!” 

 

 

보아하니 그는 전문으로 중고품을 판매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동안 ‘찔러나 보는’ 구매자들에게 질린 모양이었습니다. 짐작컨데, 터무니없이 깎아 달라고 하거나, 구매 의사도 없으면서 이 질문 저 질문 해대거나, 구매하겠다고 했다가 ‘잠수’ 타는 등의 상황을 숱하게 접했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런 식의 험상궂은 멘트를 적을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판매자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혹시 저도 그 사람에게 장난치는 구매자로 찍힐까 싶더군요. 제품에 관해서 질문 하나 하기도 무서울 것 같더군요. 아무리 화가 나도 공개된 사이트에서 ‘가만 안 두겠다’는 말은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물론 악성 구매자에게 경고하는 차원으로 한 말이겠지만, 저 같은 ‘선량한 구매자’까지 ‘잠재적 악성 구매자’로 모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우습게도 그는 본인이 판매하는 모든 물건에 그 멘트를 똑같이 ‘복붙’해 놓고 있었습니다. (어이구, 상남자 나셨네!)

 

그래서 결국 저는 ‘잘됐으면 좋겠네.’라며 기원 아닌 기원을 해주고 그의 알림을 지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순간 몇 만 원의 돈을 벌 기회를 잃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판매자가 되어 불용품 하나를 당근에 싼 가격에 (눈물을 머금고) 올려놨습니다. 인기 있는 제품이라서 그런지, 십 몇 분만에 구매 의사 채팅이 들어왔습니다. 가장 먼저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게 중고장터의 불문율이지만, 저는 그에게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미 다른 분께 팔렸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죠. 

 

왜냐하면 그가 보낸 구매 의사 메시지가 이렇게 왔기 때문입니다. 

 

“님 아직 판매 중?”

 

‘뭐야, 왜 이리 말이 짧아?’ 기분이 확 상하더군요. ‘이런 무례한 사람에게 내 물건을 내줄 수는 없지!’ 그 순간 그는 인기 좋은 중고품을 싼값에 얻을 기회를 잃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로 인해 운이 들어오려다가 돌아나가 버립니다. 운이 좋으려면(아니, 적어도 운이 나쁘지 않으려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생각이란 걸 좀 해야’ 합니다. 이 말과 글을 듣고 읽을 사람은 어떤 기분일지를.  오늘은 ‘행운은 횡재가 아니라 이삭 줍듯 차곡차곡 쌓이는 것’임을 마음에 담아 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덧글: 저 역시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글을 무심코 내뱉는 바람에 내가 얻을 운이 다른 이에게 주어진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 앞으로는 특별히 조심하겠다는 다짐으로 사과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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