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2021. 7. 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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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만나지 말아야 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물난리에 전혀 피해 받지 않을 고지대의 뽀송뽀송한 집에 앉아 도로가 잠기고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위로 강물이 범람한다는 뉴스를 TV로 접할 때 느껴지는 이기적 안전감이랄까? 

 

원래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고, 하루라도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미는 더더욱 아니며(사람을 많이 만나면 나는 에너지가 급격히 고갈된다), 오래 전부터 혼자 일하며 ‘직주일체’의 업무 환경에 익숙해 있는 터이니 ‘대역병의 시기’는 내게 내적 지향의 삶을 고요하게 살아도 별 문제 없다는 윤허를 내린 듯 했다.  “코로나 때문에 이번 강의는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베트남 여행(2020년 1월)에서 돌아와 클라이언트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을 때는 마음 속으로 ‘아싸~’를 외쳤다. 갑자기 빈 시간을 어떤 호작질을 하며 놀지 궁리하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통장이 ‘텅장’이 될 때까지는.

 

신종플루나 사스, 메르스처럼 금세 지나가고 말 것이라 생각했던 코로나 19가 팬데믹으로 확대되면서 제법 차 있던 내 일정표는 어느새 새까만 취소선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아뿔싸, 일이 끊기고 만 것이었다! 대면을 해야 하는 강의나 워크숍을 코로나 시국에 누가 하려 하겠나? 컨설팅 역시 특성상 원격으로는 서비스가 곤란한 지라 뚝 끊기기는 매 한가지였다. 곧 나아지겠지,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놀기에 전념했지만, 4월에 이르러 역대급의 최저 한 달 소득(몇 십만 원)을 손에 쥐고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정지출 규모가 제법 되다 보니 이러다가 마이너스 대출 한도까지 다다르는 건 아닐까, 위기감이 엄습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놀아도 노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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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 - 교보문고

“일이 끊겨서 글을 쓰고 책을 냈습니다”『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는 코로나 19로 인해 한순간에 일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글쓰기로 견뎌야 했던 1년 6개월 남짓의 기록이다. 직업이 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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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은 재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은 줌(Zoom) 강의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 시작했고 제법 많은 강의를 수주하는 듯 보였다. 유튜브를 지렛대 삼아 수십,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며 코로나 때 새로운 스타로 등극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일이 끊긴 시대에도 돈 벌 사람은 돈을 버는구나 싶었던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며 동시에 시기했다. 그리고 고민했다. “난 뭘 해야 먹고 살지?”

 

몇년 전부터 나는 컨설팅이나 강의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고 싶었다. ‘유 대표’라는 진부한 직함 말고 ‘유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체력도 딸리기 시작하고 워낙 빛나는 재능을 지닌 이들이 많기에 컨설팅과 강의라는 궤도에서 천천히 하강하여 ‘유 작가’라는 활주로로 연착륙할 생각이었다. 그간 내가 낸 책과 번역서들이 연착륙에 도움이 되는 안정된 기류를 만들어 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고 했던가? 코로나 19라는 돌발변수가 튀어 나와 3 ~ 4개월이라는 단기간에 경착륙를 시도하라고 강제할 줄 누가 알았나? 나는 지면과의 충돌을 대비하며 작가로서 첫 헬멧을 급히 뒤집어 써야 했다.

 

내가 쓴 헬멧은 「주간 유정식」이었다. 경영을 주제로 한 글을 써서 주간지 형태로 발간하고 싶다는 생각은 사실 오래 전부터 가졌던 계획이었는데, 게으르기도 하고 다른 일로 바쁘기도 해서 미뤄두고 있었다. 어렴풋한 의도만 가졌던 터라 구체적인 발간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했다. 어떤 컨텐츠를 담을지, 외양 디자인은 어때야 하는지, 구독자는 어떻게 모집해야 하는지, 또 구독료는 얼마로 설정해야 하는지 등 막상 시작하려니 고려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하니 못할 것은 없었다. 내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글쓰기가 큰 돈이 될 리는 만무했으나, 도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텅장’이 울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 달을 좌충우돌하다가 2020년 4월 21일 화요일, 「주간 유정식」 1호가 200여 명의 구독자들에게 처음으로 발송되었다(나중에 구독자 수는 270여 명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 지나 50호(2021년 4월 13일)를 끝으로 시즌 1이 무사히 완간되었다.

 

매주 3편의 칼럼(200자 원고지 60매 이상)을 쓰는 일은 예상보다 매우 고됐다. 주중에 자료 조사를 하고 주말에 3편의 글을 쓰는 패턴이 50회나 반복됐고 휴일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게다가 도중에 출판사로부터 번역서 3권을 의뢰 받는 바람에 매일 토 나올 정도로 워드 프로그램과 씨름해야 했다. 무리를 한 나머지 나는 두어 번 크게 앓았고 구독자들께 양해를 구해 휴간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를 악물고 글을 썼다. 책 제목 그대로, 일이 끊겨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는 글쓰기를 주무기로 꺼내 들었다. 독립해 컨설팅을 시작할 때 이름을 알리고 입지를 다질 목적으로 첫 책 『경영유감』을 썼고, 2007년에 무리해서 집을 사는 바람에 가계를 꾸려 나가기가 어려웠을 때는 단 3개월 만에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를 써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한눈 팔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쳐 모든 산업이 불확실성에 휩싸일 때는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책을 씀으로써 경영계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하면 유정식’이라는 네임 밸류를 선점했다. 

 

슬슬 컨설팅 수주건이 줄어들어 매출의 50% 밑으로 떨어지자 나는 ‘컨설팅은 한물 갔구나.’ 판단했다. 그때부터 나는 블로그를 개설해 매일 한 편씩 글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영의 시사점을 주는 논문이라면 뭐든 읽고서 그 내용에 내 생각을 더해 글을 썼던 것이다. 무려 5년 이상 매일 글쓰기를 지속한 결과로 탄생한 책이 『착각하는 CEO』다. 지금껏 내가 낸 책들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이 책 덕에 나는 출판계에서 경영서를 제법 잘 쓰는 사람으로 인정 받았다.

 

위기가 닥칠 때 나는 홍보나 영업을 강화하거나 다른 쪽으로 사업을 전환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었다. 허나 그러지 않고(또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글을 썼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리고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추락시키는 상황에서도 나는 왜 하고많은 것들 중에서 「주간 유정식」이란 헬멧을 뒤집어 썼을까? 

 

나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글쓰기가 궁극적인 ‘내 일’임을 내 무의식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누가 “왜 글을 씁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내 일이니까요.”라고 답해야겠다는 것을.

 

 

일종의 직업병인지 아니면 놀고 있지 않다는 걸 만방에 변명하고 싶었는지, 나는 넷플릭스로 미드를 정주행하거나 누군가의 행동을 관찰할 때, 혹은 어딘가에서 우연히 글을 접하거나 지인과 일상적 대화를 나눌 때 등 그 모든 상황이 경영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으려 애썼다. 일이 끊긴 탓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는데, ‘열폭’하며 나를 까칠하게 만드는 것에 관해 쓰다 보니 까칠함이란 그저 삐딱한 감정이 아니라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감정 상태’라는 걸 차차 알게 됐다. 또한, 일이 끊겨 펑펑 남아 도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는 방법들 중 하나는 내 삶의 방식을 다시금 정리해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이런 탐색과 해석과 정리의 결과물들이 ‘경영 일기’라는 곳간에 쌓였다가 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잠깐! ‘경영’이라는 말을 보고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단어잖아!”라고 단정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영은 ‘목표 달성을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목표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그러니 기업 경영만 경영이 아니다. 가족에겐 ‘행복’이란 목표가 있기에 가족 경영 역시 경영이고, 개인에겐 각자의 목표가 있을 테니(돈, 명예,  권력, 행복 등) 개인 경영도 경영이다. 

 

일상의 오락거리나 이야기, 감정 등에서 ‘삶을 어떻게 경영할까?’란 질문의 답을 찾아 본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삶을 훌륭하게 경영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제 ‘유정식이 그간 어떻게 코로나 위기를 글쓰기로 견뎌냈는지’  펼쳐 읽어 보자. 보장하건대 술술 잘 읽히리라.

 

2021년 여름

연희동에서 

 

(이 글은 신간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에 수록된 머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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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 - 교보문고

“일이 끊겨서 글을 쓰고 책을 냈습니다”『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는 코로나 19로 인해 한순간에 일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글쓰기로 견뎌야 했던 1년 6개월 남짓의 기록이다. 직업이 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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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간이자 10번째 책인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이 2년 여의 집필 기간을 거쳐 6월 30일자로 출간되었습니다. 초고를 출판사에 넘긴 지 거의 1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 책이 나왔습니다. 당초 올 초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출간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상반기 끄트머리인 6월 30일이 되어서 마침내 탄생한 <나의 첫 경영어 수업>! 오래 기다린 만큼 출간의 기쁨도 큽니다.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의 집필 계기, 취지, 방향을 참고하시라고 책의 머리말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제가 오랫동안 준비한 신작 '나의 첫 경영어 수업'에 대한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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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한계가 당신 인생의 한계다

 

“자동차란 무엇입니까?”
대학교 3학년 2학기 때였다. 어느 자동차 회사에서 산학 장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교에 찾아와 나를 포함한 몇몇 지원자들과 일대일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관은 나에게 산학 장학생을 왜 지원하게 됐냐는 상투적인 질문 대신 이 질문으로 처음부터 나를 당황케 했다. 요식적인 과정에 가깝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한 면접이었는데 이렇게 근본적이면서도 어쩌면 철학적이기까지 한 질문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꽤나 얼버무렸다. 한참 생각한 끝에 이렇게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엔진을 통해 동력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구요? 아, ‘자동차(自動車)’라는 한자어 뜻을 풀이한 것이군요. 그런데 진짜로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나요? 스스로 움직이면 운전자는 왜 필요하죠?” 면접관은 즉각 되물었다.
“운전자가 제어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고 정의하려면 운전자가 없어도 ‘가고자 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움직인다’라는 조건이 전제돼야 할 텐데요, 운전자가 없으면 가고자 하는 곳을 알 수 없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고 정의할 수 없죠. 안 그렇나요?”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압박면접인가?’ 순발력을 발휘해서 면접관의 공격을 막아야 했건만 머리 속이 하얗게 된 나는 대답을 떠올리지 못한 채 바보처럼 “그렇군요.”라고 면접관의 말에 동조하고 말았다. 면접관의 표정은 자동차 회사의 장학생이 되려면 적어도 자동차의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라며 실망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진짜로 요식적인 과정이었는지 다행히 나는 산학 장학생에 뽑혀서 학비 걱정 없이 대학을 끝마칠 수 있었다.

“자동차가 뭐라고 생각해?”
졸업 후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해 준 회사에 입사해 팀에 배속된 첫 날 첫 회식 때, 팀장은 내게 술을 따라주며 툭 던지듯 물었다. 농으로 던진 질문이 아니라는 듯 그 눈빛은 아주 진지했다. ‘아, 또 물어보네. 이 회사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문화인가 봐.’ 술에 취해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꽤나 횡설수설했던 것만은 분명했다. 팀장은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자동차란 말도 정의하지 못하면 곤란하지.”라고 핀잔하며 내게 연거푸 벌주를 따랐다.

두 번의 창피 덕에 나는 자동차란 ‘원동기(엔진)의 동력을 사용해 바퀴를 돌려 도로를 달림으로써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이동수단’이라는 일반적 정의를 확실하게 암기할 수 있었고, 선배사원들이 신입사원을 골려 주려고 자동차의 정의를 물을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맞받아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무언가를 새로 접하거나 배우면 용어의 정의부터 찾아보았고 ‘정의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배우고 경험해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신조를 생각날 때마다 다짐하곤 했다. 나중에 경영 컨설팅사에 입사를 할 때 ‘경영’과 ‘컨설팅’의 정의와 그 이유를 미리 준비했던 것이 인터뷰 합격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의를 잘 알지 못한다. 그 용어가 자신이 몸담은 비즈니스와 자기업무의 핵심인데도 ‘그걸 꼭 정의해야 하나?’라며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멀리 찾을 것 없다. 인사팀이라면 ‘인사’, 기획팀이라면 ‘기획’, 고객만족팀이라면 ‘고객만족’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지금 말해 보라. 장담컨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열에 둘셋이나 될까? 아마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받아보거나 스스로 던져 본 적 있는가? ‘경영(management)’, 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고 하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답한다면 그것은 경영이란 단어를 조금 풀어 쓴 것이지 절대 정의는 아니다. 무엇을 위해 경영을 하는지, 어떤 행위가 경영의 활동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이란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의 총합’을 일컫는다. 목적이 없다면 경영이 아니고, 목적만 있고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으면 그 또한 경영이 아니다(여기에서 목적objective은 목표goal을 포괄한 개념이다).

경영이 이런 정의를 지니기 때문에 경영은 영리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만 쓸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자신의 성장 목적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계발에 열중하고 경력경로를 탐색하는 것을 ‘자기경영’이라 말할 수 있고, 가족의 행복과 건강이라는 목적을 위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헌신하고 희생하는 활동을 ‘가정경영’이라 부를 수 있다. 국가경영, 지역경영, 팀경영 등 목적의 주체가 나름의 목적을 설정하고 나름의 목적 달성 활동을 실천하면 그 무엇이든 ‘경영’이다. 단, 목적과 목적 달성 활동이 윤리적이냐, 효율 혹은 효과적이냐의 문제는 경영 자체와는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윤리적이지 않아도 비효율 혹은 비효과적이라 해도 경영은 경영이다.

내가 용어의 정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단순히 그 용어와 관련된 분야에서 먹고살기에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라는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말처럼, 정의가 사고와 행동의 방향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프랑스어 ‘빠삐용(papillon)’의 뜻을 ‘나비’로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나방’을 뜻하는 프랑스어가 따로 있을 거라 믿는다(빠삐용은 나비와 나방을 모두 일컫는다). 또한, 성공을 금전적 잣대로 정의하는 사람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 정의하는 사람의 행동은 확연하게 다르기 마련이다. 

몇 년 전, 모 자동차 회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나는 신입사원 때의 경험을 들려주고 나서 그들에게 자동차의 정의를 물었다.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들 역시 내 질문에 당황해 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대답은 여러 가지로 달랐다. ‘엔진으로 바퀴를 움직이는 운송수단’이라는 전통적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과 화물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수단’이라면서 안전에 초점을 맞추는 임원도 있었다. 어떤 이는 독특하게도 ‘이동하는 동안에도 집에 있을 때와 동일한 즐거움과 안락함을 느끼는 공간’이라고 말하면서 생활공간의 연장으로서 자동차의 가치를 인식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사적 관점이 아니라 각자의 소속부서가 자신들의 입장에 기초하여 설정한 개념을 자동차의 정의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기 입장에서 정의하고 자기 정의대로 행동하기 쉽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부분 최적화’라는 고질적인 병폐는 바로 전사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용어 정의에서 비롯되지 않을까란 통찰과, 통일된 정의를 구성원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다면 미션과 비전을 향해 구성원들을 올바르게 정렬시킬 수 있지 않을까란 아이디어를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이 책 <나의 첫 경영어 수업>에서 나는 전략, 혁신, 팀, 팀워크, 미션, 조직문화, 고객가치, 인사, 평가 등 조직에서 매우 자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 뜻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할 법한 용어의 정의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차례를 살펴보면, 자신도 모르게 하루에도 여러 번 언급하는 상투적인 용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등과 같은 ‘섹시한’ 주제가 아니라서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시쳇말로 ‘있어빌리티’가 있는 분야에 열을 올리며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미션이란 무엇인가’, ‘전략이란 무엇인가’ 등과 같은 근본적 질문을 고민한 적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이 든다. 그런 트렌디한 주제들은 과거에 한창 유행했다가 이제는 거의 잊혀진 BSC(Balanced Scorecard, 균형성과지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 6시그마 등의 전철을 밟을지 누가 알겠는가?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 크고 작은 조직의 리더를 꿈꾸는 자, 핵심인재로 성장하고 싶은 직원 모두에게 이 책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경영의 근본적 개념을 일깨우고 늘 상기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경영의 본질을 재정립하고 조직을 추스리려는 CEO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용어사전만 펼치면 바로 나올 법한 학술적이고 현학적인 정의를 나열하지는 않았다. 20년 넘는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용어의 핵심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풀어가는 방식을 취했다.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이라는 책 제목에 걸맞게 이 책 곳곳에는 나와 수강생 간의 토론을 대화체로 표현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독자 여러분도 토론에 동참하여 자신의 의견을 생각하면서 읽어가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경영어의 정의는 대부분 한 문장 이내이다. 그 이유는 긴 정의를 축약해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의미이고 반드시 해야 할 행동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짧아야 암기할 수 있고 ‘암기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란 또다른 나의 신조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혹자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의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말할지 모른다. 아니면, 전통적이고 교과서적인 개념과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이견을 환영한다. 용어의 정의는 고정적이지 않다.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전사적으로 통일만 되어 있다면(즉, 부서별로 용어를 제각기 다르게 인식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용어에 대한 각기 다른 정의는 각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대내외에 차별적으로 표현하고 구현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또한, 용어의 정의는 시대의 변화가 반영되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는 차’라는 자동차의 정의는 과거에는 상당히 과장된 의미였지만, 이제는 그렇게 정의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만큼 무인운행과 자율주행이 일상화되었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오랜 정의는 고객의 중요성이 떠오르자 ‘고객 혹은 팬(fan)을 창조하는 조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미션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대체되지 않았는가? 한번 정해진 정의를 고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정의를 갱신하고 이를 구성원 모두가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제2차 세계대전 등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를 보면 부대원들이 작전에 임하기 직전, 긴장이 한껏 고조된 상태에서 각자의 시계를 하나로 맞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서로가 약속된 공격을 약속된 시간에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화기를 보유하고 훌륭한 작전을 수립했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시계 맞추기가 전투 직전에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듯,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을 통해 서로가 다르게 알고 있는 용어의 정의를 맞추는 것이 경쟁이라는 소리없는 전쟁에 나서기 전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이제 그 교실의 문을 열어보자. 

 

2020년 초여름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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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andiiiboiii1.tistory.com BlogIcon 랜디보이 2020.06.29 22:38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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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대 출신이다. 처음에는 과학도가 되고 싶은 꿈에 생명과학과로 입학했지만 중간에 산업공학과로 과를 옮겼다. 군대 갔다 온 후에 갑자기 기운 가세 탓에 적어도 석사 정도는 따야 밥벌이를 할 만한 과학 분야에서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제일 컸다. 이렇게 외부적 이유로 공학의 세계를 접하게 된 나는 좀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웠다. 


가장 혼란스러운 단어는 ‘최적화’라는 개념이었다. 최적화의 뜻을 묻는 나에게 산업공학과 친구들은 “과학은 100퍼센트 옳은 정답을 구하는 학문이지만, 공학에서는 70~80퍼센트만 맞아도 정답이거든. 그게 바로 최적화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친구들의 말이 완벽한 정의가 아니라 70~80퍼센트 옳은 ‘공학적 정의’였지만, 공학은 현실세계의 여러 제약조건 하에서 트레이드오프를 규명하면서 ‘수용 가능한’ 해결책에 접근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친구들이 내린 정의는 충분히 납득이 갔다.




산업공학과로 전과가 결정됐을 때 나는 미래의 한국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학교 마당에 설치해 둔 빈 좌대를 보며 이제 내가 노벨상을 받을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고, 내딴에 심각한 비련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생명과학과에 있을 때의 확률이 0.0001퍼센트라면 이제 0.0000001퍼센트로 떨어졌다고 말이다. 돌이켜 보니 실력은 생각치도 않고 그날 비장했을 내 표정이 우습고 창피하지만 과학에 비해 공학을 경시하는 분위기를 어렸던 나도 느꼈던 바였다. 거의 모든 문헌에서 ‘과학과 공학’이라는 말을 ‘과학과 기술’이란 문구가 대체한다는 사실만 봐도 공학에 대한 경시가 뿌리깊음을 보여준다.


페니실린 발견자인 플레밍은 정작 절실히 필요할 때는 페니실린을 대량생산하지 못했다가 마거릿 허친슨의 대량생산 성공으로 페니실린의 효능이 널리 인정 받자 다른 두 명의 과학자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이들에겐 수많은 명예가 답지했지만, 허친슨과 그의 동료들은 페니실린의 역사책 속에서 간단히 처리돼 있을 뿐이다. 국가 영웅이란 칭호를 얻은 플레밍의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지만 허친슨은 자택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여성에 대한 차별도 한 몫 했겠지만 아마 공학(엔지니어링)을 과학보다 아래에 두는 시각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최초의 창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현실에 응용하고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공학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진 않을까? 구텐베르크가 포도 착즙기를 목판 인쇄에 활용하는 ‘공학적 발명’으로 지식혁명이 촉발됐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한 마디로 공학은 우리가 접하는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학문이다. 실험실에서는 깔끔하게 나오는 결과도 현실의 여러 가지 제약조건 때문에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공학은 허친슨이 그랬듯이 재조합하고, 최적화하고, 때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유용한 해결책에 접근하게 한다. 주위를 둘러보라. 장담컨대 공학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물건과 시스템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마거릿 허친슨



나는 지금 공학이 아니라 경영학의 세계에서 먹고 산다. 클라이언트에게 해결책을 조언할 때나 컨설팅 보고서를 쓸 때 내가 학습했던 공학적 접근방식이 꽤나 유용함을 여러 번 느낀다. 그렇다고 최선의 답을 찾지 않고 70~80퍼센트 가량 ‘대충 맞는’ 답을 준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직원, 경영자, 고객 등)의 요구사항들을 조율하는 과정은 공학자(엔지니어)들이 제약조건 하에서 최적화 모델을 구축하는 것과 유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공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시제품화(프로토타이핑)와 비슷하다. 심리학 연구 결과를 차용하고 ,타사의 사례를 조합하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이야말로 ‘경영공학’이 아니겠는가?


원제가 그렇듯 이 책은 ‘공학자들의 사고방식’, 즉 ‘공학적 사고’의 핵심을 다룬다. 아이작 뉴턴이 우주의 물리 법칙을 발견했지만 공학자들은 태양계 바깥으로 탐사선을 띄워 보냈다.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규명했지만 줄기세포 응용 기술은 공학자들의 업적이다. 이 책은 베일 속에 가려진 여러 공학자들을 소개하며 공학적 사고가 실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야 하는지를 웅변한다. 이 정도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이 글은 제가 번역한 신간 <맨발의 엔지니어들> (RHK코리아)에 실린 '옮긴이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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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을 쓰는가?   

2015. 11.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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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쓰세요?”

어느 날, 누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조금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책을 왜 쓰냐니?”라는 반문이 자동적으로 나갔지만, 책 쓰는 이유가 단박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쓰는 거지.”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정말 흐리멍텅한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껏 자기 책 8권과 번역서 6권을 쓴, 스스로를 ‘작가’라 칭하는 자가 왜 책을 쓰냐는 질문에 겨우 이렇게 답하다니! 나는 대화를 끝내고 조금 우울해졌다.

 

대체 나는 책을 왜 쓰는가? 지금까지 이 질문이 머리에서 계속 무한궤도를 돈다. 돌고 도는 질문을 멈춰 세우고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리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대니 질문은 내게 냉랭한 미소를 띠며 다시 궤도를 탄다. 몇 번이고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대어도 질문은 쓴웃음만 내던진다. 오늘 새벽에 이 질문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 그냥 블로그에 아무 생각이나 지껄여보면 어때?” 나는 말 잘듣는 착한 짐승인 듯하다. 이렇게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맥락 없고 주제 불분명한 글을 쓸 참이니까 말이다.


그렇다. 나는 저서 8권의 저자다. 난 ‘저서’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좀 낯부끄럽다. 그 어감이 ‘저택’에 사는 잘난 체 하는 부잣집 도련님 같아서다. 그래서 남 앞에서는 ‘저서’란 말 대신에 ‘책’이라고 간단히 말한다. 같은 이유로 ‘저자’라는 단어도 그렇다. 담백하게 ‘지은이’라고 불리기를 바란다. ‘저술하다’ 역시 ‘쓰다’라는 건조한 말로 대체하길 원한다. 적어도 나를 가리킬 때는 말이다. 이야기가 좀 딴 데로 센 듯하겠지만, 이 글은 아무 생각이나 뇌까리기 위한 용도라는 점을 양해 바란다. 허나 이유가 있다.  내가 이렇게 ‘저(著)’로 시작하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그렇게 고급스럽고 진지한 단어로 불리기엔 지금껏 써낸 8권 각각에 대한 나의 출판 의도들이 하나 같이 저급해 보여서다. 



내가 낸 책과 번역서들



내 첫 책은 <경영유감>이다. 2006년에 나왔으니 나온 지 10년이 돼 간다. 지은이로 첫 발을 내딛게 해 준,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당시 독립 컨설턴트로서 내 이름을 알리고 싶은 의도가 컸고 책은 그 의도에 가장 부합되는 수단이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던 터라 그것들을 잘 편집하면 한 권의 책이 나올 법 했다. 운 좋게 출판사를 만났고 양장본(이건 첫 책으로서 대단한 영광이다)으로 책이 나왔다. 불행히도 판매는 망했다. 출판사엔 미안했지만, 저서(아~ 난 이 단어가 부담스럽다)가 있는 컨설턴트가 드디어 됐다는 데 나는 만족했다.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는 거의 2개월만에 후다닥 쓴 책이었다. 내게 들려오는 컨설팅 업체들의 작태가 심히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같은 업계(그들이 날 동종업계 사람으로 보는지는 모르겠으나)에 있는 내가 그들을 고발해야겠다는 치기에서 책 쓰기가 시작됐다. 아마도 컨설턴트들은 내 책을 보면서 ‘컨설팅 업계에 있으면서 컨설팅을 절대 받지 마라니? 이 무슨 꼬장인가?’ 싶었을 것이다. 차별화하는 방법은 ‘다른 물에서 노는 것’이라 했던가? 나는 그들과 다르고 싶었고 그들이 가는 길과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그러면 너는 깨끗하냐?”라는 질문엔 “확실히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다”라고 당당히 대답하기에는 나 역시 모자른 컨설턴트였지만 이 책을 계기로 다른 길을 가고자 했다. 이 책으로 나는 호불호가 갈리는 컨설턴트가 되었는데, 난 호불호를 차별화를 다르게 표현한 단어라고 여긴다. 책 판매는 어땠냐고? 전작 <경영유감>과 같은 출판사에서 이 책까지 내주었는데, 컨설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던 모양이다. 조금씩 팔리다가 이제는 절판되고 말았다.


2007년 11월에 나온 세 번째 책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는 내게 각별한 책 중 하나다. 그 해 나는 경제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았다. 무리하게 집을 구입한 게 화근이었다. 나는 뭐라도 해서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책 머리말에 경영과 과학의 통섭 어쩌구 저쩌구하는 이야기는 겉포장일 뿐, 이런 속물적인 의도로 이 책을 썼노라 이제와 나는 고백한다. 잔뜩 기대를 품고 책 판매를 지켜봤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독자들에게 ‘경영’도 어려운데 거기에 ‘과학’이라니. 안 팔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과학에서 경영의 시사점을 끌어오는, 남들이 별로 하지 않은 시도를 했다는 것에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는 책이다. 다시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쓴다 해도 내 줄 출판사가 있을까?


네 번째 책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이 책은 팔기로 작정한 책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플래닝 강의나 워크숍 용도로 쓴 책이었으니까. 당시에 나는 예전 컨설팅사를 다녔을 때의 경험을 팔며 시나리오 플래닝 강의를 간혹 해오고 있었는데, 관련된 책이 있으면 확실하게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를 선점할 수 있겠다 싶었다. 선점하겠다는 욕심이 컸을까?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3개월 안에 책을 탈고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2009년 1월에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1쇄를 전량 폐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책에 소개된 어느 사례에 대해 모 업체가 문제 삼았기 때문이었다.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나는 1쇄분에 대한 인세를 받지 않기로 하고 다시 책을 고쳐 써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였을까? 연초부터 불길한 사건이 터지더니 컨설팅 요청도 별로 없어서 컨설팅 매출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먹고 사는 데 가장 큰 덕을 보는 책은 바로 이 책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출간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도 넘친다.


<문제해결사> 역시 <시나리오 플래닝>과 마찬가지로 강의와 워크숍 용도로 펴낸 책이다. 나의 매출 구조가 컨설팅보다는 강의/워크숍의 비중이 커가던 시기였기에 강의/워크숍 주제를 확장하고픈 욕구가 있었다. 물론 주제가 문제해결력이라서 시나리오 플래닝보다는 덜 ‘섹시’한 탓에 판매는 빛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강의나 워크숍 요청도 1년에 한 두 번 들어올까 말까였다. 의도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책이지만, 문제해결력에 관한 ‘교과서적인’ 책을 냈다는 주변 사람들의 평에 만족한다. 컨설턴트를 꿈꾸거나 조직 내에서 컨설턴트처럼 활동하고 싶다면 이 책을 부끄럽지만 추천한다.





여섯 번째 책 <착각하는 CEO>는 지금껏 낸 책들의 총판매량을 상회한, 개인적으로 ‘기념비적인’ 책이었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는 경영과 과학을 접목시켰고 이 책은 경영과 심리를 연결시켰다. 2차, 3차 자료를 인용하는 일부 국내 저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학술논문이라는 1차 자료를 매일 1편씩 읽고 경영의 시사점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렸다. 몇 해 지나니 600페이지에 가까운 책으로 펴낼 분량이 됐다. 이 책으로 인해 ‘유정식’은 학문적 근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저자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한마디로, 근거없이 뻥치는 컨설턴트는 아니라는 뜻일 게다. 저자 이름을 모른 채 책을 읽다가 번역서인 줄 알았다는 말을 간혹 들었다. 책의 퀄리티가 좋다라는 칭찬으로 들렸다. 외국 저자들의 저술 스타일을 흉내내고 싶었고 그들처럼 학문적 근거가 풍부한 책을 내고 싶었는데, 그 의도가 충분히 달성된 듯 싶었다. 책 나온 지 2년 반이 넘어가는데 스테디하게 팔리고 있다(그래 봤자 한달에 10권 안팎이겠지만).


<전략가의 시나리오>는 새로운 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출판사를 옮겨 전작 <시나리오 플래닝>을 개정해서 냈기 때문이다.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새로운 내용을 몇몇 첨해서 2014년 9월에 냈다. 판매는 별로 기대치 않았다.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는 어차피 읽을 사람만 읽으니까. 개인적으로 개정판의 저자가 됐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마지막으로 금년 11월에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를 냈다. <착각하는 CEO>가 CEO와 고위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일반 직원들(관리자 포함)이 지닌 착각을 짚어보는 책이다. <착각하는 CEO>와 동일하게 심리학 논문을 기초로 경영의 시사점을 서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착각하는 직원들>이란 제목으로 내고 싶었지만 어쩌다가 자기계발 분야의 책으로 올라가 있다. 책의 판매는 아직 모르겠다. 솔직히 책이 잘 안 나가서 나는 풀이 좀 죽었다. 이 책의 출판 의도는 무엇일까? 이 책을 내고 나서 ‘나는 왜 책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시달리고 있다(책이 생각보다 안 나가서 그렇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책의 출판 의도는 명예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비웃어도 좋다). 그동안 책을 여러 권 냈으니 이제는 나를 경영 분야의 저자로 좀 알아주길 바라는, 유아적인 발상이 없었던 게 아님을 고백한다.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충고를 새삼 깨닫는다.





‘나는 왜 책을 쓰는가?’ 나는 아직 이 질문에 적확하면서도 간명한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각각의 책을 쓰면서 가졌던 의도를 다시 되짚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았는데, 여전히 모호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책 한권 내면 그때문에 쓰러지는 나무들이 대체 몇 그루나 될까? 나는 쓰러진 나무들의 희생을 밟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당췌 모르겠다. 독자들을 ‘계몽’시킬 의도는 추호도 없다. ‘인류의 지식 발전을 위해서’란 이유는 낯뜨겁고 나 스스로 구역질이 난다. 돈을 벌고 싶어서(책으로 돈 벌 생각을 하다니!), 명성을 얻고 싶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싶어서, 강의나 워크숍의 도구로 사용하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뭐, 그냥 쓰는 거지.’라는 나의 대답엔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한데 헝크러져 있다. 그냥 그렇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괴롭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왜 책을 쓰세요?’라고 내게 질문하는 것이다(앞으로 이런 질문을 내게 던지면 나를 미워한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 농담이다). 질문에 이렇게 초라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니, 자괴감이 돋아난다. 이 글을 쓴 지 2시간이 지났다. 흐린 아침 하늘 위로 여전히 물음표가 떠다닌다. 출근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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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밝힌 직장생활에 관한 놀라운 진실 5가지


목표 설정, 성과 평가, 승진과 보상.. 직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동에는 심리가 작용한다. 조직은 사람을 떠나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성과 창출의 방정식을 풀 수 없다. 성과는 직원 개개인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서 창출된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직원과 직원 사이, 리더와 직원 사이, 부서와 부서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 그리고 심리를 의미한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1. 연봉은 무조건 비밀에 부쳐야 한다?


경우에 따라 연봉 비밀주의가 오히려 직원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봉이나 성과급이 평가 서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조직에서는 연봉 투명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연봉이나 성과급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결정되는 조직에서는 연봉 비밀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좋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2. 여러 사람 앞에서 질책해야 직원의 잘못된 행동이 교정된다?


반항심과 분노를 자극할 뿐이며 심각한 경우 상사에게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상사가 직원을 혼낼 때는 ‘인간은 평판을 먹고사는 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절대로 혼내지 말고 조용한 장소에서 단둘이 만나 얘기해야 한다. 과거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듯 직원을 혼낸 적이 있다면 조용히 그를 불러 사과하는 것이 좋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3. 회의는 꼭 회의실에 앉아서 해야 할까?


앉아서 하는 회의보다 서서 하는 회의가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이고 회의시간을 단축시킨다. 서서 회의를 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다리에 자극을 받아 두뇌회전도 빨라져서 조는 일도 없어진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까지 일본 캐논전자는 임원회의 때마다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이틀씩 회의를 했다. 지금은 오후 1시면 모두 끝난다. 사카마키 히사시(酒卷久) 사장이 취임하면서 회의실 탁자 다리를 30cm 높이면서다. 모든 회의는 서서할 수밖에 없고 다리가 아파서라도 마라톤회의는 할 수 없게 됐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4. 뚱뚱한 상사는 식사 후, 마른 상사는 식사 전에 보고하는 게 좋다?


비만인 사람은 식사 직전보다 식사 직후에 좀 더 리스크가 큰 의사 결정을 내리고, 반대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원래 많이 먹지 않는 사람들은 식사 직전에 리스크가 큰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신진대사의 균형을 맞추려는 신체의 본능적인 반응이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요하지만 리스크 부담이 큰 안건의 경우 상사가 뚱뚱하다면 식사 후에,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상사라면 식사 직전에 결재를 받는 게 유리하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5. 무능할수록 공격적이다?


‘무능함’과 ‘공격성’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조직 구성원은 조직의 위계 구조 속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승진한다’는 피터의 법칙에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무능함을 방어하려는 의지가 상대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되는데, 이처럼 무능한 사람이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그 사람 자체의 무능함뿐 아니라 직원들의 동기 저하로 인해 조직 전체가 여러모로 손해를 본다.


 유정식,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유정식

저자 유정식은 경영 컨설턴트이자 인퓨처컨설팅 대표다.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아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LG CNS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과 왓슨와이어트에서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인사 및 전략 전문 컨설팅회사인 인퓨처컨설팅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경영 분야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인생의 중요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전파하기 위해 연희동에 [중요한학교]라는 지식공동체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착각하는 CEO》《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전략가의 시나리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당신은 사업가입니까》《하버드 창업가 바이블》《디맨드》 등이 있다.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구매하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누르십시오.


(위 글은 알에이치코리아의 블로그에서 옮겨와 게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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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간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 <착각하는 CEO>에 이어 조직과 구성원들이 인간의 심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심리학 연구 결과를 근거로 조목조목 따져보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06년에 첫 책을 낸 이후로 벌써 8번째 책입니다. 어떤 분들은 신간을 낼 때 자식을 출산하는 느낌이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고 단지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독자들과 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이죠.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래는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입니다. 책 구매와 읽기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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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욕구한 것을 계획하지, 계획한 것을 욕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계획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을 욕구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직장생활에 적용한다면, ‘직장인들은 심리에 따라 행동하지, 행동에 따라 심리를 형성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크고 작은 착각을 하거나, 엉뚱한 미신에 사로잡히거나 혹은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이미 벌어진 행동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심리를 잘 아는 것이 항상 좋은 해결책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의 훌륭한 출발점임은 분명하다.


가장 바람직한 처세는 조직과 인간의 심리를 간파하는 데 있다

앞서 경영 현장에서 리더들이 빠지기 쉬운 조직관리, 인사, 전략 오류들을 고발한 경영 심리서로 호평을 얻은 저자가 이번엔 고발의 범위를 보다 확장했다. 성과주의 한계, 도덕성과 생산성의 관계, 보상과 평가의 역학 등과 관련해 대다수 직장인들이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과 그 이유를 혁신적인 심리 실험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여러 권의 경영서를 집필하고 해외 석학들의 저서를 번역하면서 경영 현장과 심리 연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온 저자는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 조직심리학을 접목해 직장인들이 저지르기 쉬운 심리적 오류와 관련해 무엇이 잘못된 판단을 불러일으키는지 그 요인을 탐구하고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인 잘못된 판단을 통제할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해결책 역시 인간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교육 몇 번 받고는 그것을 잘 안다고 믿고 자신의 실제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 여러 사람 앞에서 혼내야 직원의 잘못된 행동이 교정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엄하게 혼내는 것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라는 생각 등은 대다수 직장인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이고 오류다. 이외에도 외향적인 사람일수록 성과가 좋다, 높은 보상이 성과를 높인다, 피드백은 능력이 뒤처지는 직원에게만 필요하다 등도 직장생활과 관련한 대표적인 착각이고 오류다.





더 이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일할 의지를 잃어버린 직장인을 위한 조직의 심리학

그런데 왜 이런 지식들을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알지 못하는 걸까? 저자는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기업 경영을 ‘경영자의 예술’로 여기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자기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위대한 경영자의 참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런 탓에 직장인들은 올바른 경영의 방향을 알려주는 학문적 증거와 자료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둘째, 구태의연한 경영의 담론들이 경영 현장에서 동어반복되면서 직장인들이 현실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경쟁을 미화하고, 평가와 금전적 보상의 효과를 과신하며,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여전히 직원들을 ‘어린아이’로 간주하는 경영 기법들이 엄청난 텃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인간의 심리에 대한 관심, 특히 조직의 심리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성과주의에 휘둘리고 승진과 보상에 얽매이다 보니 당장 성과로 이어질 만한 교육에만 집중하느라 직원들의 심리 따위는 나 몰라라 한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됨에도 심리를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소위 ‘직장생활 심리학’의 A부터 Z를 총망라한 이 책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힌트를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직장생활과 관련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크고 작은 심리적 미신과 착각과 오해에서 벗어나 보다 큰 가치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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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매하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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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라디오에서 ‘연희동 한쌤(연희동 한선생)’으로 이름을 날리던 타로 마스터 한민경 선생이 처녀작 <무엇이 고민인가요>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른 49명의 사연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 한민경 선생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사정, 그리고 그 해의 연도카드 넘버에 따라 이들에게 맞고 꼭 필요한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합니다. 20년 넘게 수많은 고민을 수집해 온, ‘고민 수집가’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많은 구매를 바랍니다. 특히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시면 더욱 좋겠다는 출판사의 요청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책 구매하기



저자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따로 시간을 내어 ‘저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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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식:  타로 마스터라고 하는 특이한 직업 때문에 이 책을 타로점에 관련된 책으로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책을 훑어 보니까 상담 내용이 주를 이루더군요. 타로가 상담에 어떻게 활용되는 건가요?


한민경: 상담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부터 시작되죠. 타로는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자신들이 스스로 문제를 투사 하는 힘을 갖고 있어요. 그것을 통해 짧은 시간에 공감을 얻기가 쉬워지면서 스스럼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내담자들은 이야기를 하고, 전 그저 계속 질문을 할 뿐이에요. 결국 본인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 첫 문을 여는 게 타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정식:  그렇군요. 결국 타로는 상담을 위한, 유용한 보조도구란 말씀이군요. 아마 내담자들의 고민은 아주 다양할텐데요, 혹시 그들의 고민들에는 서로 공통점이 있나요?


한민경: 쓸데없는 고민이라는거죠. 


유정식: 쓸데없다? 왜 그렇게 보는 건가요? 내담자들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생님을 찾았을 텐데요. 


한민경: 고민을 오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기 인생에 소중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에 쓸데없다는 거에요. ‘신중한 것’과 ‘고민을 오래 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에요.


유정식: 어떻게 다른가요?


한민경: 신중하다는 것은 답을 안다는 거고 고민을 한다는 것은 답을 모른다는 거죠. ‘답을 안다 모른다’의 의미는 자기다운 선택이 무언지 어느 정도 안다는 뜻입니다. 그런 다음에 고민하면 신중하다 말할 수 있지만, 자신에대해 잘 모를 때 하는 고민은 그야말로 세상의 기준에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리다가 난파되기 딱 좋죠.


유정식: 선생님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고민만 하는 사람들인가요?


한민경: 자신에 대해 알려는 노력보다는 세상 혹은 현실이 옳다는 것들을 얻기 위해 고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그야말로 고민만 하는 거죠.


유정식: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런 내담자들이 많은가 봅니다?


한민경: 네, 그들이 하는 똑같은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신의 외부환경이 바뀌면, 혹은 좋아진다면 자신이 행복해지리란 거죠.


유정식: 그런 사람들에겐 특별히 해 줄 말씀이 없을 것 같은데요?


한민경: 특별히 같은 말만 합니다. “잘됐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하죠.


유정식: 하하, 상당히 중의적인 표현인데요?


한민경: 알아들으면 다행인 거고 못 알아 들어도 다행인 거죠.


유정식: 이 인터뷰 보고 내담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 어쩌시려고요?


한민경: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 사람은 올 겁니다.





유정식: 다행이군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직장인들 상담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요, 그들은 대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저도 가끔 상담을 하는데, 제 경우엔 이직 고민을 많이 토로하더고요.


한민경: 네. 가장 많은 질문이 직장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이직에 대한 고민과 창업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습니다. 


유정식: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민경: 지금 현재 직장이나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죠.


유정식: 집중하지 못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직을 생각한다는 말씀인가요?


한민경: 네. 현재의 상황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집중해서 파악하려는 노력보다는 외부환경을 변화해서 타개하고자 한다는 거죠.


유정식: 일개 개인이 외부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요?


한민경: 이직이라는 극적인 환경변화가 있죠.


유정식: 그런 극적인 이직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러니 고민하는 것일 테고요.


한민경: 네. 이직은 쉽지도 않지만 사실상 문제 해결의 핵심도 아니에요.


유정식: 문제 해결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한민경: 버티면서 찾는 거죠. 일하고 돈 벌면서 자신한테 무엇이 맞고 무엇이 안맞는지 정확히 알아야 이직을 하던 창업을 하던 결단을 내릴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일하면서, 버티면서’ 찾아야 해요.


유정식: 그렇군요. 저에게 상담 온 분은 현재의 일에서 열정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내 가슴을 뛰게 할 일을 찾고 싶다’고 하더군요. 흔히 ‘열정을 쫓아 가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민경: 직장에서 열정은 ‘진짜 내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직장 그 자체에서 열정을 찾으려고 하더군요.


유정식: 현재의 직장에서 충분히 자신의 진짜 일을 찾을 수 있는데도, 밖으로 나가야먄 자기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한민경: 네. 산만해질 때 열정은 생기지 않습니다. 집중할 때 생기죠.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서 볼록렌즈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집중해야만 무언가 작은 불꽃이라도 잡을 수 있죠. 외부의 어떤 것이 나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생각 역시도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겁니다.




유정식: 개인적인 질문인데, 선생님은 집중을 잘 하시는 편입니까?


한민경 : 아니요. 하지만 전 매사에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 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 한 달에 한 가지, 일년에 한 가지, 그런 식으로 집중합니다. 다른 액티비티들은 집중하고 있는 그 한 가지를 위해 멀티하게 하고 있을 뿐이죠. 이번 책 <무슨 고민인가요>는 바로 이렇게 한 해에 한 가지만 집중해서 고민하자는 내용이 주제이기도 합니다. 일년 지나면 열심히 살긴 산 것 같은데 딱히 기억나는 일도 없기 다반사입니다. 매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기억 안 나는 일들도 많고요. 


오히려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려고 애썼다면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남는 게 있을 겁니다. 혹시나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한 일은 별로 없거니와 자신이 놓친 게 무엇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뿐입니다.


유정식: 이 책을 쓰신 것도 금년에 집중하고자 한 그 ‘한 가지’에 해당했나요?


한민경: 네 , 올해 저로서는 매우 바쁜 한 해였습니다. 제가 상담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사용하는 "올해의 카드”, 즉 타로와 수비학으로 보는 방식에 의하면, 올해 제가 집중해야 하는 이슈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자"입니다. 예전 같으면 안 할 일도 열심히 하고, 무언가 제안이 들어오면 군소리 없이 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보고, 모든 면에 있어서 열심히 해보려고 했죠. 그래도 가장 큰 집중 대상은 책을 내자는 제안이었기에 다른 모든 활동을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조정했습니다. 그런 방식이 제가 올 한 해를 집중해 온 나름의 요령이라고 할 수 있겟죠.


유정식 : 첫 책이니까 부담도 컸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쓰실 때 특별히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한민경: 책을 쓸 때 제일 어려운 점은 진짜 내가 책을 써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팔이 많이 아팠거든요.


유정식: ‘진짜로 내가 책을 써야 한다’가 제일 어려웠다고요? ‘진짜로 내가 책을 안 쓰는’, 그런 사람이 있나요?


한민경: 가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은 직접 안 쓰더라구요.


유정식: 하하. 나중에 돈 많이 버셔야겠어요. 직접 ‘내가 쓰지 않으려면’ 말이죠. 작가로서 어떤 사람들이 이 책, <무슨 고민인가요>를 읽기를 바라십니까?


한민경: 현재에 딱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마음만 무겁고 답답하고 걱정이 되는 분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유정식: 처녀작이니 아무래도 책이 많이 팔리길 바라겠죠?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요?


한민경: 위로가 되고 싶어요, 고민이라 생각한 것들이 고민이 아니라는 말씀도 하고 싶고요. 현재의 현실적인 문제가 과연 나 자신의 실질적 문제인지 그것부터 고민해봐야 한다는 거죠. 그런 막연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괜찮다, 괜찮을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짜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상담 내용들을 많은 ‘고민남, 고민녀’들과 공감하고 교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유정식: 고맙습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한민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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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경 선생님이 국민TV라디오 <최동석 유정식의 경영토크>에 게스트로 출연하셔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면 그때의 방송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6240?e=2121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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