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한 글입니다.



2017년도 4개월이 흘렀다.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올해 세웠던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기다. 많은 이들이 여러 목표 중 하나로 살빼기를 설정했을 터인데 과연 그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아직 8개월이나 남았으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반복하며 여전히 치맥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내가 바로 허풍 떨듯 ‘기필코 다이어트!’를 밤마다 외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말을 하면 운동을 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운동은 오히려 입맛을 좋게 하여 뱃구레를 늘려 버린다. 그래서 운동을 중단하면 고스란히 살로 축적되어 다이어트고 뭐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섭취한 칼로리보다 운동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태워야 살이 빠지기 때문에 운동은 습관이 들기 전까지 괴로움 그 자체다. 조각 케이크 하나에 해당되는 칼로리(500Kcal)를 모두 연소시키려면 10Km 정도 뛰어야 한다.




분자생물학적으로 살찌지 않으면서 미식을 즐기는 방법은 한번에 먹을 양을 조금씩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떠올려 보면 이 방법은 이치에 맞지 않는 듯 보인다. 한번에 먹든 몇 번에 나눠 먹든 몸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양은 똑같으니까 축적되는 체지방도 같지 않을까? 1000Kcal를 섭취할 경우 100그램의 체지방이 쌓인다면, 100Kcal를 섭취할 때는 1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지 않을까? 그러니 1000Kcal를 10번에 나눠 먹어도 체지방이 모두 100그램 쌓일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그렇게 비례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들어간 양이 많아진다고 그에 따라 아웃풋이 ‘선형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디오의 볼륨 조절 다이얼을 돌려본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다가 나중에는 약간만 돌려도 볼륨이 갑자기 커지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간의 몸도 그렇게 ‘비선형’적이다. 1000Kcal을 한꺼번에 먹으면 10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더라도 100Kcal씩 나눠서 먹으면 10그램보다 훨씬 적은 체지방이 쌓인다. 




왜 그럴까? 섭취한 영양소는 몸 속으로 들어와 최종적으로 포도당으로 변하고 혈액에 스며들어서 모세혈관을 통해 각 세포에 공급된다. 그리고 지방세포는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시켜 혈액 속의 포도당을 안으로 흡수하고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바로 췌장이다. 췌장은 인슐린이란 물질을 통해 지방세포로 하여금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하도록 한다. 혈중 포도당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 췌장은 다량의 인슐린을 각 세포에 뿌려대는데, 이런 신호를 받은 세포는 인슐린의 양만큼 포도당 수용체를 만들어내어 다량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쌓아둔다. 포도당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걸 최소화하려면 인슐인의 대량 방출을 막아야 하고, 그럴려면 조금씩 적게 먹음으로써 췌장에게 ‘나 많이 먹지 않았어’라고 속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하거나 공부할 때 먹을 것을 옆에 두고 오며가며 조금씩 먹는 것이 고통을 동반하지 않으면서도 살을 빼는 방법이다. 치즈 케이크라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먹지 않으면 다이어트 걱정은 덜해도 괜찮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항상 음식을 꺼내 놓으며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된장찌개 백반을 옆에 두고 30분마다 두 세 숟갈씩 퍼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이어트의 관건은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칼로리의 흡수속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결책이 생긴다. 음식을 한번에 먹되 가능한 한 칼로리의 흡수속도가 느린 음식을 먹음으로써 혈당의 갑작스런 증가, 인슐린의 과다 분비, 포도당 수용체의 과다 활성화를 막는 것이다. 흰 쌀밥의 흡수속도가 85인 반면 현미는 50이니 똑같은 양을 먹더라도 현미로 식단을 바꾸면 적어도 살이 찌는 것은 막을 수 있다. 


2017년이 7개월 정도 남았다. 나눠서 자주 먹고 칼로리 흡수속도를 조절한다면 한달에 1Kg씩 감량하여 연말이 되면 7~8kg을 뺄 수 있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으면서 말이다.



* 이 글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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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으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다이어트하기, 담배 끊기, 영어 공부하기 등의 목표를 다이어리에 쓴다. 독자 여러분도 이미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리라. 하지만 그 계획들은 작년 다이어리의 첫머리에도 똑같이 언급됐을 테고 아마도 내년 다이어리의 첫장을 장식할 확률이 높다. 작심한지 삼일만에 죽어버린 계획들이 매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작심삼일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새해가 밝은지 벌써 여러 날 흘렀지만 이제라도 심리학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


우리는 목표 달성에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목표 자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섣불리 해선 안 된다. 심리학자 에일렛 피시바흐는 목표에 집중하면 오히려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체육관에 다니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운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예를 들어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한다’라는 결과에 집중하며 운동하도록 했다.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나는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러닝머신을 뛴다”와 같이 운동하는 과정에 몰두하면서 운동하라고 했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운동한 시간을 살펴보니 ‘결과에 집중’했던 사람들은 ‘과정에 집중’했던 사람들보다 10분 가량 적게 운동했다. 결과에 집중하면 오히려 동기가 오래가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에 집중하라’, ‘결과를 생생하게 그려라’, 이런 조언은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마라톤을 뛰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은 ‘완주했을 때의 너의 모습을 상상해 봐’가 아니라, ‘네가 뛰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라’란 말이다.


목표 달성의 동기를 높이는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심리학자 피터 골비처는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반드시 해야 할 과제를 2개씩 정하라고 지시했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각자가 정한 2개의 과제를 ‘언제’가 되면 실행할지, 그리고 ‘어디에 있을 때’ 실행에 옮길 것인지 제출하도록 했다.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과제 2개만 정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학생들이 얼마나 과제를 완료했는지 점검하니 때와 장소를 정했던 A그룹이 B그룹보다 어려운 과제를 실행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처럼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을 언제 실행에 옮길지’, ‘어디에 있을 때 수행할지’와 같이 구체적인 조건문으로 바꾸어 놓으면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다이어트하기’를 목표로 정했다면 “감자튀김을 보면 당장 그 자리를 피하겠다.”와 같이 “X이면, Y를 한다.”의 형태로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면 작심삼일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너무 많이 정하는 욕심도 작심삼일을 부추긴다. 심리학자 에이미 달튼은 한쪽 참가자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다른 그룹에게는 ‘즐겁게 책 읽기’, ‘건강에 좋은 음식 먹기’, ‘전화한 적 없는 이에게 전화하기’ 등과 같이 6개의 목표를 부여했다. 5일 동안 살펴보니 6개의 목표를 받은 참가자들의 달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목표에 대한 몰입도 훨씬 저조했다. 왜 그랬을까? 목표가 많으면 ‘언제 이걸 다하지?’란 생각에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그러다 보니 목표 외의 것들에 신경이 분산된다. 새해 목표를 여러 개 세웠다면 지금이라도 3개 이내로 줄일 것을 권한다. '목표가 많은 사람은 불행하다.'





목표를 한 두 개만 세웠다 해도 ‘담배 끊기’, ‘다이어트하기’ 등의 목표는 엄청난 의지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때 ‘한 발 들여놓기’ 전략을 쓰면 도움이 된다. 린 키베츠는 스탬프를 10개 찍어야 공짜 커피를 주는 쿠폰과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을 준비했다. 하지만 12개 짜리 쿠폰에는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혀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공짜 커피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똑같이 10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이미 도장 2개가 찍힌 쿠폰을 가진 학생들이 20퍼센트나 더 빨리 공짜 커피를 받았다.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힌 12개 짜리 쿠폰을 받으면 ‘벌써 2개나 찍혀 있네’라는 생각에 도장을 모두 찍고 싶다는 동기가 일어난다. 반면, 도장이 하나도 안 찍힌 10개 짜리 쿠폰을 보면 “이 빈칸을 언제 다 채우나?”란 생각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공짜 커피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옷을 잔뜩 입은 상태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에는 옷을 모두 벗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보라. ‘어, 벌써 2kg나 빠졌네? 앞으로 10kg만 더 빼면 되겠어’라고 자신에게 트릭을 쓰면 어떨까? 비록 꼼수지만 다이어트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책 많이 읽기’, ‘조깅하기’, ‘일기쓰기’처럼 분명히 삶에 도움이 되는 습관이지만 막상 하려면 귀차니즘에 발목을 잡히고 마는 목표는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딱 5분만 법칙’을 활용해보라. ‘딱 5분만 책을 읽고 그 다음엔 미련없이 책을 덮어 버리자’라고 마음 먹은 후에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 10분, 1시간 후에도 책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귀차니즘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을 때마다 ’딱 5분만’을 외쳐보라. 내년 다이어리 첫장에는 다른 목표를 적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월간 샘터 2014년 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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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포스팅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여러 개의 실행 의도문(if…then…)을 설정하는 것보다 하나의 실행 의도문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개 계획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확실하게 준수하는 것이 낫다는 'Less is More'의 관점을 제시했죠(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면 지난 포스팅을 먼저 읽고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하나의 설정 의도문이 여러 개의 설정 의도문보다 효과를 발휘하는 걸까요? 베르호에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후속실험에서 93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어떤 상황'에서 '어떤 군것질'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이런 상황'일 때 '이런 방법'을 쓰겠다"와 같은 형식으로 실행 의도문을 작성하게 했죠. 예를 들어 "심심할 때 과자 대신 사과를 먹겠다"라고 말입니다.



출처: www.bakeryandsnacks.com



베르호에벤은 참가자들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하나의 실행 의도문만을, 두 번째 그룹은 3개의 실행 의도문을, 세 번째 그룹은 군것질 퇴치를 위한 실행 의도문 하나와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 실행 의도문 하나를 작성하게 했죠. 세 번째 그룹의 경우 서로 관련이 없는 실행 의도문을 주었을 때 간섭이 일어나는지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네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이렇게 그룹을 나눈 후에 각 참가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단어 인식 반응'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스크린에 어떤 문자열이 빠르게 흘러갈 때 그것이 의미가 있는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즉시 키보드를 누르도록 하는 과제였습니다. 모두 24개의 문자열이 제시됐는데, 그 중에는 참가자들이 앞에서 스스로 제출했던 "군것질 욕구가 생기는 상황을 나타내는 단어(예를 들어, 심심하다)", "군것질거리", "군것질 대신 먹을 건강식품"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베르호에벤은 "군것질 욕구가 생기는 상황"을 나타내는 단어가 제시되고 나서 "군것질거리" 단어가 제시될 경우와 "건강식품"이 제시될 경우, 어떤 경우에 참가자들의 키보드 반응속도가 더 빠를지를 측정하고자 했습니다. 


측정 결과, 실행 의도문을 하나 작성한 참가자와, 서로 관련 없는 실행 의도문을 각각 하나씩 작성한 참가자들은 "군것질거리" 단어가 제시될 때보다 "건강식품" 단어가 제시될 때 훨씬 빠른 반응 속도를 보였습니다. 반면, 실행 의도문을 세 개 작성한 참가자들은 반응 속도의 통계적인 차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군것질을 하고 싶은 상황(심심할 때,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TV를 볼 때 등)에서 하나의 설정 의도문을 작성한 사람은 여러 개의 설정 의도문을 작성한 사람보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실행 의도문을 여러 개 설정한다고 해서 군것질을 줄여야 한다는 동기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 개의 설정 의도문을 설정하면 설정 의도문 간의 '간섭'이 증가하고, 여러 개의 방법을 설정했다는 만족감이 반대급부로 '군것질'에 대한 집착을 오히려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죠.


베르호에벤의 실험은 군것질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실행 의도문의 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였지만, 다이어트가 아닌 다른 목표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개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죠. 특히 그 목표가 군것질과 같이 나쁜 버릇을 줄이려는 것이라면 이 실험의 결과를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음을 말입니다. 의욕이 과해 여러 개의 방법을 설정하면 오히려 실패합니다.



(*참고논문)

Verhoeven, A. A., Adriaanse, M. A., Ridder, D. T., Vet, E., & Fennis, B. M. (2013). Less is more: The effect of multiple implementation intentions targeting unhealthy snacking habits.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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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계획 중이라면 오늘 읽는 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서 지방을 태워야 하지만 그보다는 습관적인 군것질을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운동을 한들 몸 안으로 들어오는 칼로리를 줄이지 않는 한 몸무게의 변화는 크지 않겠죠. 그렇다면 군것질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올린 글 중에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습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면 'If…Then…' 방식의 조건문을 설명하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죠. 실행 의도란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4시가 되면 슬슬 공복감이 찾아오고 '입이 궁금하여' 군것질거리가 생각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오후 4시가 되면, 과자 대신 몸에 좋은 과일을 먹자" 혹은 "군것질거리가 생각나면, 계속 물을 마시자"와 같은 조건문을 만들어두고 실천하면 목표를 훨씬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실행 의도 이론입니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실행 의도의 유용함을 증명했습니다.



출처 : www.nicolaiswallner.com



그렇다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건문을 하나만 설정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설정할수록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아마 여러분은 "오후 4시가 되면, 과자 대신 몸에 좋은 과일을 먹자" 뿐만 아니라 "군것질거리가 눈에 보이면, 무조건 그곳을 떠난다", "군것질하고 싶어지면, 명상에 관한 책을 읽자"와 같은 조건문을 더 설정해두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군것질하고 싶은 상황마다 실행 의도라는 장치를 설치하면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오크제 베르호에벤(Aukje A. C. Verhoeven)과 동료 연구자들은 조건문을 여러 개 설정할 때보다 오직 한 개를 설정할 때 실행 의도의 효과가 훨씬 높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베르호에벤은 체중이 평균 이상인 63명의 여학생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자신의 군것질 습관을 3일 동안 기록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모니터링 다이어리'에 언제 얼마나 많이 식사 이외의 음식(건강에 그다지 좋을 것 없는 음식)을 섭취했는지 기록하게 함으로써 군것질 회수와 칼로리 섭취량을 계산할 목적이었죠. 


베르호에벤은 모니터링 다이어이를 작성하고 모인 학생들을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그룹에겐 1개의 실행 의도문을 작성하게 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3개의 실행 의도문을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서 그들에겐 몸에 좋은 간식거리 10가지를 열거하도록 했죠. 이 작업이 끝나고 학생들에게는 다시 다이어리가 주어졌는데 실행 의도 조치 이후에 3일 동안 먹게 되는 군것질 회수와 칼로리를 측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먼저 대조군 학생들의 군것질 회수가 2.01회에서 1.47회로 줄었고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도 416Kcal/일에서 292Kcal/일로 감소했습니다. 1개의 실행 의도문을 작성한 학생들의 개선효과는 더 컸습니다. 군것질 회수는 2.45회에서 1.45회로 줄었고 칼로리도 420Kcal/일에서 243Kcal/일로 떨어졌죠. 반면, 실행 의도문을 3개 작성한 학생들의 개선효과는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군것질 회수는 1.95회에서 1.83회로 미미하게 감소했고 칼로리는 358Kcal/일에서 368 Kcal/일로 오히려 증가했죠(통계적으로는 변화 없음). 대조군보다도 못한 결과였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실행 의도라는 장치를 쓸 때는 조건문을 여러 개 설정하는 것보다는 오직 하나를 설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죠. 군것질과 같은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적은 것이 더 낫습니다(Less is More)'. 욕심 내지 말고 한 가지만 제대로 하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여러 개의 실행 의도문은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여러분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 단 하나의 조건문을 설정한다면 무엇을 채택하겠습니까?



(*참고논문)

Verhoeven, A. A., Adriaanse, M. A., Ridder, D. T., Vet, E., & Fennis, B. M. (2013). Less is more: The effect of multiple implementation intentions targeting unhealthy snacking habits.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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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freedomsquare.co.kr BlogIcon 전경련 자유광장 2013.08.23 10:17

    나쁜 군것질 습관을 고치는 것이 실제로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죠 ㅎㅎ 잘 읽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금년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목표가 '소식소식(少食少式)'이었습니다. 앞의 소식(少食)은 말 그대로 밥을 적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이고, 뒤의 소식(少式)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말이죠.

오늘 여러분에게 두 개의 소식 중 '앞의 소식'에 대한 목표를 달성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립니다. 지난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10주만에 10킬로그램을 감량했으니 말입니다. 당초 목표는 7킬로그램 감량이었지만, 살을 빼다 보니 재미(?)를 느껴 내친김에 10킬로그램을 뺐지요. 요요현상을 대비해 3킬로그램 정도의 버퍼는 마련해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2월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계기는 우습게도 크게 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설날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고 탈이 나서 며칠 동안 속이 안 좋아 제대로 밥을 못 먹었죠. 그 덕(?)에 이틀 만에 1.5킬로그램이 쑥 빠지더군요. 그래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라는 생각에 마음만 먹고 실행하지 않았던 다이어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겁니다.

다이어트의 적!



비결이랄 것도 없지만, 제가 실행한 다이어트법은 3끼 식사를 거르지 않되 예전 식사량의 2분의 1만 먹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성인남자 하루 권장 칼로리(2500 Kcal)의 50~60%에 해당하는 1300 Kcal 정도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한 끼당 450 Kcal만 섭취하는 꼴이죠. 그리고 저는 육류를 입에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기만을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다이어트법은 고기의 지방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근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기를 섭취하면 어쩔 수 없이 필요 이상의 지방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적이 되죠.

고기를 먹지 않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기 대신에 두부를 하루에 1~2모를 먹으면서 단백질을 보충했죠. 두부를 기름에 부치지 않고 물에 삶아 간장을 찍어 먹으면 다른 음식을 적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유도 하루에 2개 정도를 먹었고, 식간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되더군요.

갑자기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니 몸이 '이게 왠일이야!' 하면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배고픔이 끼니 사이마다 찾아와서 빨리 음식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더군요. 특히 밤 10시 이후의 시간은 배고픔을 참기가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쓴 방법은 배가 고파 고통스러울 지경이 되면 튀밥 한 주먹(대략 20Kcal)을 그릇에 담아 한 알씩 입으로 녹여 먹은 후 물 한모금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뭔가를 먹고 있다는 위안(?)을 주는 효과가 있었고, 인터넷이나 독서로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10분 정도 지나 배고픔이 조금이나마 가셨답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만 하는 다이어트는 근육량도 함께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어서 조그만 과식하면 금세 요요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운동도 병행했죠. 제가 한 운동은 하루에 1시간 정도를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었습니다. 별다른 운동은 아니지만, 지방을 연소시키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죠. 웨이트 트레이닝은 아니라서 근육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다리 만큼은 탄탄해지더군요.

매일 아침 속옷만 입고 저울에 몸무게를 재면서 어제보다 얼마나 빠졌는지 측정했는데, 몸무게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선형이 아니라 계단의 모습을 띠더군요. 처음 2킬로그램은 잘 빠지다가 2~3일간 더 줄지 않고 있다가 다이어트를 계속하면 다시 2킬로그램이 빠지는 패턴이더군요. 마치 몸이 "네가 어디까지 다이어트 하나 보자" 라는 것 같았습니다. 몸무게가 다이어트 기간에 비례해서 줄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다이어트를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적겠죠?

10킬로그램을 빼고나니 더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 때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아직 6킬로그램이나 더 남아서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단기간의 감량은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일단은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빼는 전략으로 전환할 생각합니다. 요요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몸이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야"라고 충분히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당분간 지금의 몸무게로 몸을 고정시켜야겠죠. 다이어트 성공의 축배를 드는 순간 요요가 찾아온다니 경계를 늦추지 않으렵니다.

10주에 걸쳐 10킬로그램을 감량하니 그전에는 몰랐던 내 몸의 선들이 드러나더군요. 무엇보다 10년 넘게 실종됐던 허리 라인이 살아 돌아와서 아주 반가웠지요. 아직 군살이 여기저기에 많아 더 뺄 여지가 있지만, 10주 전과는 달라진 몸을 보니 신기한 느낌마저 듭니다. 작년에 산 바지를 입을 때 흘러내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즐겁구요. 몸이 가뿐해져서 오르막을 오를 때도 발걸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다이어트를 계획하거나 시도 중일 겁니다. 하나의 팁을 드린다면 다이어트 초기에 살이 빠지고 있다는 거짓신호를 스스로에게 주라는 것입니다. 소위 'Quick Win'을 경험하라는 말이죠. 저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밤에 옷을 입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 아침에 속옷만 입고(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몸무게를 쟀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에 잰 몸무게가 1킬로그램 이상 덜 나갔겠죠? 옷의 무게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자신에게 몸무게가 빠졌다는 신호를, 몸무게를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거짓 신호라 해도 다이어트의 동기를 불태우는 데 좋은 방법임을 경험했답니다. 굶주리고 운동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니까 말입니다.

저의 10킬로그램 감량을 자축(?)하며, 여러분의 다이어트 성공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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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BlogIcon 10주였군요 2012.05.21 11:06

    한 달 걸어보고 큰 차이가 없어 실망하던 차입니다. 10주 지켜보셨군요.. 제 성급함을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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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9일 ~ 12월 21일 사이에 제가 구독하는  RSS에서 찾은 흥미롭고 유용한 글을 링크 걸어 봅니다. 즐겁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미국 군인들의 자살율이 일반인보다 높아졌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전투 훈련이 공포심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주장. http://bit.ly/68ZQd0

Why are suicide rates in the military going up? A new analysis suggests combat training meant to override feelings of fear and pain may be a key factor.

Suicide is the second most common cause of death in the U.S. armed forces, and recent reports suggest military personnel and veterans are taking their own lives at increasing rates. A new scholarly analysis outlines the combination of factors that lead to suicide, connects them with the experience of serving in the military and suggests ways to improve risk assessment and treatment programs.



좋은 아이디어를 찾으려면, 먼저 수없이 많은 나쁜 아이디어들을 찾아야 한다는. http://bit.ly/8pM9rB



박테리아들이 힘을 합쳐서 톱니바퀴를 돌리네요. 신기합니다. http://bit.ly/8TN6iW



RSS 리더 시장은 점차 줄어든다는... http://bit.ly/8hAZRd



 여러분은 이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맨 앞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지조가 강하신 분인듯.. ^^ http://thesituationist.wordpress.com/2009/12/19/situationist-comedy/



[강추] 프라하 시내를 파노라마로 보여주네요. 아, 다시 가고 싶네요. http://bit.ly/8nBLlI



색깔이 어두운 술이 투명한 술보다 숙취를 더 유발한다는... http://bit.ly/6aBHNb



2010년 새해에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결심 중 하나, '살을 빼자!'... 이 글이 도움이 될지도..



약으로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요? 가능할 거라는 주장. http://bit.ly/7dHp5s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주(州)는?...루이지애나라고 하네요. 가장 불행한 주는 뉴욕주. http://bit.ly/6WuaYb



'요리하는 인간', 호모 쿠크스(내 맘대로 조어)... 요리 관습으로 뇌가 커지고 성역할이 생겨났다는. http://bit.ly/6iOG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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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유머로 받아주시기를... 뒷북이어도 양해를... )

대학 졸업한지 꽤 됐지만 두 달에 한번씩 보내 주는 학보(대학신문)을 읽을 때마다 학창시절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오늘은 한쪽 귀퉁이에 나온 '공대적 사고방식'이란 코너의 글이 재미있어서 여기에 올려본다. 아시는 분도 있으리라.

1. 초코 함유량에 대한 증명

초코파이에는 초코가 몇 %나 들었을까? 계산을 해보자. 초코 함유량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초코 함유량(%) =  100 * ( 초코 /  초코파이 )

분자와 분모에 '초코'가 공통으로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약분된다.

초코 함유량 =  100 * ( 1  /  파이 )

파이는 곧 π 이므로,

초코 함유량 = 100 * (1 /  π)  ≒ 32 %

내가 알기로는 32%는커녕 1%도 안 되어 보이던데....(초코파이의 초코렛은 합성 초코렛이라는...)  이 문제는 사실 예상 가능한 해법이므로 재미가 덜하다. 하지만 다음의 문제 해법을 보고 나는 소위 '뿜고' 말았다! (나만 몰랐을지도...  -_-; )


2. 다이어트를 바라보는 공대 여학생의 시선

공대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다이어트(diet)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이어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느냐에 따라 성패 여부가 결정되므로 시간의 함수이다. 즉 t의 함수이다. 그러므로,

f(t) = diet

다이어트를 진행하는 매순간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함수 안에 숨어 있다. t 에 대해 미분하면, 매순간 느끼는 고통이 어떤 수준인지 알게 된다! 보라! 거의 죽음에 이르는 것과 같다!

f'(t) = die

하지만 이런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고도 살이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f'(t)를 적분해 보면(즉 다이어트를 계속 진행하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f'(t) dt = diet + C

죽음에 이를만큼의 고통을 겪지만 다이어트 후에 다시 C 만큼 더 찐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증명인가!

참고로 C가 음수일 경우도 있다고 항변한다면, 그사람은 공대 출신일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통계가 있다고 한다.


(보너스). 공대 남학생, 이 세마디만 할 줄 알면 된다.

   1) 밥 먹었냐?
   2) 숙제했냐?
   3) 저 여자 예쁘다.

공대생을 폄하하는 여러 가지 말이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말은 '공돌이'... 공부만 할 줄 아는 건조한 청년이란 이미지로 공대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왜들 그러십니까? 공대생들도 뜨거운 가슴과 펄떡이는 근육을 가졌다구요! 그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봐주길 바란다는 글로 신문은 끝맺는다. 나도 십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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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namu42.blogspot.com BlogIcon 나무 2009.05.21 13:11

    다이어트의 어려움과 요요현상을 단순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유수의 과학지에 실려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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