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오래 씹어 먹는 다이어트법   

2008. 4. 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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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몸이 점점 불어가고 체력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불과 2~3년 전에는 밤을 꼴딱 새우고나서 하루종일 연강(쉬지 않고 8시간 강의)해도 그리 힘든 걸 몰랐는데, 요샌 좀 힘에 부친다. 밤 한 번 새우면 그 여파가 3~4일을 가니 말이다.

떨어진 체력을 보강하고 살도 좀 빼고자 밤마다 공원을 1시간 가량 걷는 운동을 한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서 요즘 날씨는 운동하기에 딱 좋다. 조금은 차가운 밤공기가 코를 통해 폐 가득 쌓일 때 정신이 상쾌하고 맑아진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호흡을 하면서 싹 날아가는 듯하다.

그런데 몸무게는 좀처럼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한 끝에 며칠 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적게 먹기로 한 것이다. Output을 늘리는 방법(운동)에 Input을 줄이는 방법(다이어트)를 더하면 효과가 배증되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고통스러운 배고픔을 동반한다. 한창 일해야 할 오후 4~5시와 글을 쓰는 한 밤 중에 느닷없이 허기가 찾아온다. 그때마다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며 내 머리 양쪽에서 천사와 악마가 설전을 벌인다. 나는 중간에 앉아서 그 녀석들의 지루한 논쟁을 들을 기력도 없다. 헌데 애석하지만 매번 악마의 승리로 끝난다.

일단 배고픔을 잠 재워야 일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합리화해보지만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고통이 별로 없는 다이어트 방법은 없는 걸까? 충분히 먹으면서 편안하게 다이어트를 할 순 없는 걸까?

고민하던 차에, 어제 틱낫한 스님이 쓴 '화'를 읽었는데 거기에서 꽤 괜찮은 방법을 발견했다. 적게 먹으면서도 배고픔을 견디는 스님만의 다이어트법은 바로 '천천히 오래 씹어서 먹는 것'이었다. 별것 아닌 듯 하지만,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저녁까지 실천해보니까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천천히 오래 씹어 먹는 다이어트'는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1. 음식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최대한 천천히 꼭꼭 씹는다.
2. 음식의 맛을 혀 전체로 음미하면서 씹는다.
3. 50번 정도 씹는다. 그러면 입속의 음식은 거의 액체가 된다.
4. 더 이상 씹을 게 없다고 생각될 때 천천히 넘긴다.
5. 물을 마시면 잘 씹지 못하므로, 물은 식사 후에 소량 씹어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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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오래 씹어 먹으면 예전에 먹던 음식보다 적게 먹게 된다. 위는 포만감을 늦게 알아차린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위가 배부름을 느끼기 전에 이미 많은 음식을 먹은 상태라서 과식하기 십상이다. 식사를 천천히 하면 예전보다 적은 양으로 위가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 적당한 음식 양에서 식사를 마치려면 느리게 먹는 여유가 필요하다.

거의 액체가 될 정도로 음식을 곱게 씹으면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소를 몸이 더 잘 흡수할 수 있다. 대충 씹어서 넘기면 덩어리 속 영양분이 위나 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그냥 배설되거나 몸에 찌꺼기를 남긴다. 충분히 씹으면 음식물의 영양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적게 먹어도 배고픔을 덜 느끼게 된다.

'천천히 오래 씹어 먹는 다이어트'를 실천한지 겨우 만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체중 감량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속이 편안해지니 좋다. 그 전에는 밥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했다. 또한 머리가 맑아지는 듯해서 좋다. 음식을 천천히 씹으면서 맛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안정되고 부드러워진다. 이유없는 불안감도 증오도 가신다. 불가에서는 공양(=식사)도 명상이라고 말하는데,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좁은 사육장에서 비육과 산란만을 강요 받는 닭과 오리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열악한 사육환경 때문에 쌓인 가축들의 스트레스는 그것들을 섭취하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이전된다. 적게 먹으면 그것들의 부정적인 화기(火氣)를 적게 받아들일 수 있다. ( 요즘 조류독감 때문에 전국이 시끄러운데 어찌보면 인재(人災)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몸에 쌓인 부정적인 화기(火氣)가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만든 기폭제가 아니었을까? )

적게 먹고 오래 씹는 소식장작(少食長酌 ? )의 다이어트법, 과연 효과가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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