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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업무가 많은 편인가?"라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당연하다. 업무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할 정도다. 요즘은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야근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지만, 집에 가져 가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식의 답변을 하곤 한다. 나는 지금껏 20년 넘게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나는 일이 별로 없다." 혹은 "적절할 정도로 업무량이 주어진다"는 대답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업무량이 더해질까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신이 맡은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본인의 존재감이 미미하지 않음을 남들에게 적극 변호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홍길동은 일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일찍 퇴근한다."는 식의 이야기도 뒤따라 나온다는 점이다. 본인의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것인지, 그렇게 자신에게 일이 몰린 이유가 '일 못하고 일 안 하는 홍길동'이라고 하소연하고 싶은 것인지, 평소에 홍길동과 사이가 별로 좋은 않은 것인지, 팀장이 홍길동을 편애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는 없다. 홍길동의 업무능력이 출중하여 업무시간 내에 일을 훌륭히 끝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외부인인 나는 예단하기 어렵다. 어쨌든 나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비난을 동원하는 것이 인간사회의 어두운 면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업무량의 과도함을 호소하는 직원들에게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홍길동에게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해보지 그러세요?"라고 제안해 본다. 이 질문은 실제로 홍길동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라는 제안이라기보다 사실은 직원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다. 많은 직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한번 홍길동에게 도와 달라고 해 본 적이 있는데, 귀찮아 하더라구요. 자기일도 바쁘다고 핑계를 대더군요. 별로 일 없어 보이던데..." 그러고는 다시 일을 부탁하기가 싫어지더라는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절대적으로 업무량이 많든 그렇지 않든 홍길동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누구나 자기 기준을 적용한다) 일이 많다고 여길지 모르는 일 아닌가? 업무시간 내내 조금도 쉬지 않고 일을 끝마치느라 애를 쓰는 것은 아닐까? '칼퇴근'을 한다고 해서 할일이 별로 없다고 무조건 간주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상사에게 '얼굴 보여주는 시간(face time)'이 조직 충성도나 '열정'의 잣대로 평가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는 않을까? 나는 '동료들도 나만큼 업무가 많을 것이라고 '일단' 간주하는 것'이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지녀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정말로 놀면서 회사를 다니는 동료 직원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동료들은 '당신만큼' 일이 많다. 당신만큼 과도한 업무량에 허덕인다. 이런 마음가짐을 지닌 채 동료들에게 일을 부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일을 요청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이 사람이 나에게 일을 떠안기는구나'라고 느끼게 만든다면 누가 요청을 들어주겠는가? 당신이 해야 할 업무 중에서 동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 동료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나 동료가 해야 안심이 되는 일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요청하라. 그냥 "나 좀 도와줘"라고 푸념하듯 말하지 마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을 요청해야 동료가 자기 시간을 크게 빼앗기지 않는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동료가 '이 사람이 나에게 무슨 일을 부탁하는지 모르겠군. 나 보고 다 해달라는 건가?'라고 생각하게 되면 실제로 여유시간이 있더라도 "미안하지만, 나도 좀 바쁘거든"이라 대꾸하기 마련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동료의 거절을 수용하라. 동료에게 A라는 일을 부탁했는데 "미안하지만 A 전부를 할 시간은 없어. 대신에 A'를 해주면 안 될까?"라고 동료가 제안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속으로 '이 사람이 내 부탁을 거절하네. 섭섭하군'이라는 감정이 들겠지만, 상대방도 나만큼 바쁠 거라는 전제를 한다면 '최대한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군'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동료가 "나는 도와줄 시간이 없지만, 여기여기에 가서 문의해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 이 일을 마치고 난 다음에 도와주면 어떨까? 그때 다시 나에게 구체적으로 말해줘"라고 동료가 말한다면 일단 거절(혹은 핑계)을 수용하고 물러서는 게 좋다. 

악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남의 부탁을 거절할 경우 그것을 언젠가는 들어줘야 할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 부탁할 때는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프랜시스 플린(Francis J. Flynn)의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도움요청자(help-seeker)들은 잠재적 조력자(potential helper)가 과거에 자신의 부탁을 거절했다면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부탁을 거절할 거라고 예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조직 내에서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누구나 알지 않는가? 내가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나도 남에게 일을 부탁하기가 어려운 법인 말이다. 플린의 연구에서 실제로 잠재적 조력자들은 과거의 거절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부탁을 들어줄 용의를 보였다.

 



셋째, 동료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라. 부탁을 거절한 것을 부채로 느끼는 것처럼, 부탁을 들어준 것 역시 갚아야 할 부채로 여기는 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평소에 동료를 많이 도와주었다면 상호호혜라는 불문율에 따라 동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동료의 도움을 받으려면 평소에 동료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거나 내가 먼저 동료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할 것이다. 물론 사정상 동료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할 경우라면(이런 경우가 잦을 것이다), 이때는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최대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역으로 제안하는 것이 좋다. 문서 작성을 부탁 받으면 그와 유사한 샘플 문서를 건넨다든지, 나중에 프린트되어 나온 결과물의 제본과 배포를 돕는다든지 등 언제든지 가용할 경우에는 최대한 돕는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넷째, 동료의 도움을 고마워하라. 동료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면 그 결과물의 질이 어떤 수준이든 관계없이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 동료가 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부채가 있다고 해서, 또 내가 그동안 많이 도와줬으니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해서 고마움을 표하지 않는다면,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역시나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동료의 도움이 훌륭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유용하지 않더라도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동료는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는가? 또한, 그 동료에게 부탁을 한 것은 당신 자신이기 때문에 도움의 결과에 대해서도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당신은 동료의 상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시킨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이 동료에게 일을 구체적으로 부탁하지 못했고 동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팀워크의 성공은 협력에 있다. 그리고 협력이 잘 이루어지려면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팀원 각자가 능숙하게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상호호혜의 불문율을 각자 준수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동료들에게 먼저 도움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유 있는 거절' 역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거절을 '쿨하게' 받아 들이는 분위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도움을 주고 받을 때 지켜야 할 룰을 팀원들의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하나의 실천방법이 되지 않을까?

to be continued...


*참고논문
Newark, D. A., Flynn, F. J., & Bohns, V. K. (2014). 

Once bitten, twice shy: The effect of a past refusal 

on expectations of future complianc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5(2), 21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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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승진심사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현재의 직급에서 얼마나 일을 잘 했는가'일 것이다. 기본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그간 쌓은 업적을 취합하여 가장 높은 '평점'을 얻는 직원을 승진서열의 맨꼭대기 위에 둔다. 승진서열이 높아도 정치적인 이유와 전략적인 판단으로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하지만, 현재의 직급에서 일을 잘 해낸 직원(혹은 일을 잘했다고 자신을 잘 드러낸 직원)이라면 윗직급이나 관리자의 지위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는 승진을 일종의 '보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보상 수준이 직급과 강하게 연동되는 기업일수록 '하이 퍼포머'들을 보상하고 유지(retention)하는 차원에서 승진을 보상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물론 현재 직급에서 일을 잘한 직원이 그보다 높은 직급이나 관리자의 지위에 올라가서도 일을 잘할 가능성은 제법 크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승진해서 오히려 망가지는 경우)도 역시나 제법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윗직급이나 새로운 역할(특히 관리자 역할)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직원을 보상 차원에서 승진시키기 때문인데, 이는 조직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에게도 모두 손실이 되고 만다. 실적 높은 영업사원에게 영업소장 역할을 맡긴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라. 조직은 우수직원을 승진을 시키지 않고 현재의 직급을 계속 유지시켰을 때 나오게 될 성과를 잃어 버리고, 개인은 본인이 잘 수행하지 못하는 역할을 맡은 결과로 '큰일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경력 상의 낙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관리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지만 현재의 직급에서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해서 관리자 역할로 승진된 직원들 중에서 상당수의 마이크로 매니저가 나온다는 점이다. 관리자로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성하고 리더십을 키우려 노력하기보다는 밑의 직급에 있을 때처럼 행동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야 본인의 '능력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주위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수 있다는 자기만족적 착각, 그리고 여기에 관리자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 경영진으로부터 내려오는 성과 창출에 대한 물리적 압박 등이 더해지면 직원들에게 대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만다. 알다시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직원들의 일할 동기와 창의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 성과를 갉아먹는다. 

그렇기에 나는  승진은 보상이 아니라 '새로운 채용'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해오고 있다. 현재의 직급에서 제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낸 우수직원이라 해도 관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관리자로 '채용해서는 안 된다'. 우수한 평가 결과에 대한 어드밴티지는 줄 수 있을지라도 그 자체가 승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수직원들을 윗직급 혹은 관리자로 승진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까? 승진의 기본조건은 해당 직원이 비전 제시, 의사결정, 성과관리, 코칭 등과 같은 '관리자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승진심사관들은 해당 직원이 승진에 적합한 사람인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리더십 전문가인 진 해미트(Gene Hammett)의 조언을 내 관점으로 해석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첫째, '빅 픽처'에 집중하는 사람인지 살펴야 한다. 나무 위로 오를수록 좀더 넓은 영역이 눈에 들어오듯이, 위로 승진할수록 넓은 영역을 볼줄 알아야 한다. 해당 단위조직과 관련된 질문이 아니라, 전사적인 관점으로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산업 전반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조직 전체의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야 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빅 픽처를 제시한다는 것은 그저 커다란 꿈을 꾼다는 것과 구별되어야 한다. 거시적인 목표를 실천적인 목표로 상세화하고 그것에 도달할 현실적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빅 픽처'에 집중한다는 진짜 의미이다.

둘째, 직원의 동기가 승진하는 데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승진한다고 해서 일할 동기가 언제나 커지는 것은 아니다. 승진이 동기부여 수단이 되는 직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직원도 있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실무를 계속 집중하려는 직원들도 분명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 중에서는 신경써야 할 책임은 많고 권한과 보상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중간관리자로 '승진하기가 싫다'는 의견이 꽤나 많다. 전문 분야에 집중하면서 '워라벨'을 유지하는 것이 직원에게는 감투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문제는 있다. 보상이 직급에 강하게 물려 있는 경우엔 팀장이 되기 싫은 직원을 승진시켜야 하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관리자 path'외에 '전문가 path'를 만듦으로써, 계속해서 실무에 전문적으로 파고들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직급/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셋째, 대인관계에 어느 정도 능한 사람인지 평가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접촉해야 할 사람들이 많아진다. 본인이 관리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와 경영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과 협력업체, 정부 관계자 등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우수직원들 중에는 직무 전문 역량은 우수해도 대인관계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자가 제법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대인관계 역량은 성격의 내/외향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사람 좋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업무적인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할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

넷째,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관리자가 되면 리더십을 잘 발휘해야 한다는 것, 상위 조직으로부터 내려오는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 직원들의 알듯 모를듯한 저항,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크건 작건 조직을 대표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역시 관리자에겐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런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여기에서 생기는 분노를 직원에게 쏟아내거나 번-아웃되어 '될대로 되라'는 스탠스를 취할 위험이 있다. 평소 해당 직원이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돌아보면, 그가 승진되고 나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4가지 관점을 간과하고서 단순히 밑의 직급에서 일을 잘했다고 보상 차원으로 직원을 승진시킨다면, 마이크로 매니저를 계속해서 공급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마이크로 매니저가 많은 조직에서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승진이 효과적으로 엄격하게 잘 이루어진다고 믿지 않을 것이고, 일에 전념하지도 않을 뿐더러(마이크로 매니저의 지적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할 것이다. 

퍼포먼스(performance)는 포텐셜(potential)이 아니다. 하이 퍼포머가 아니라 하이 포텐셜을 승진시키는 것이 마이크로 매니저를 줄이는 근본적인 조치 중 하나이다.

to be continued....



(*참고 사이트)
https://www.inc.com/gene-hammett/should-you-promote-your-best-employee-here-are-4-questions-to-help-you-decide.html

https://hbr.org/2018/01/how-you-promote-people-can-make-or-break-compan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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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비전 설정, 전략 수립, 의사결정, 성과관리 등과 같은 '고차원적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목적 중 하나임을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 할까? 리더가 고차원적 업무에 집중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가지려면 직원들은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할까? (오해할까 덧붙인다면, 직원들은 '가치가 낮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가능한 한 가치가 높은 일을 해야 하고, 리더 역시 본인의 입장에서 저가치한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역할에 맡는 업무 분담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리더가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할 때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는 것이니까.)

커리어 및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피벗PIVOT>의 저자인 제니 블레이크(Jenny Blake)는 HBR에 게재한 아티클을 통해 리더가 직원들에게 위임해야 할 일을 '6개의 T'로 제안한다. 그녀는 '누구(who)에게 어떻게(how) 일을 시킬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어떤(what) 일을 시킬까?'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what을 알아야 who와 how가 자연스레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녀의 제안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사소한(Tiny) 업무
중요하지는 않지만 업무 수행을 위해 해야 하는 일(회의 참석자 파악, 비행기 예약, 기타 관행적 업무 등)은 실제로는 별로 시간이 들지 않더라도 합쳐 놓으면 전략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또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의지력을 감소시킨다. 물론 충분히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직원들이 중요하고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는 사소한 업무이더라도 리더가 담당하는 게 옳을 것이다.

2. 지루한(Tedious) 업무
단순반복적이고 아주 간단한 업무는 그다지 머리를 써도 되지 않는 일이라 편하기도 하지만, 금세 지루함을 유발시킬 뿐더러 리더가 해야 할 업무라 할 수 없다. 가끔 기분전환을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이런 업무는 담당자를 정해 일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Time-consuming) 업무
이런 유형의 업무들이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리더가 이런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블레이크는 이런 업무들이 80퍼센트 정도 완료되었을 때 리더가 개입하여 리뷰하고 피드백하며 다음 단계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런 조언의 이유는 그래야 직원들이 이런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며 스킬을 함양할 수 있고 노하우를 직접 체득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4. 가르칠 목적의(Teachable) 업무
리더의 입장에서 직원을 '가르칠 수 있는' 업무는 직원의 관점에서는 곧 '배울 수 있는' 업무가 아니겠는가? 자신에게 아주 익숙한 업무를 리더가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스킬과 노하우 전수를 게을리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직원이 실행을 통해 배워야 할 업무들은 각자의 역량 및 스킬 수준에 맞춰 적절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의 수행과정에서 리더가 적절하게 피드백해야 '가르치는'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5. 형편없을 정도로 못하는(Terrible at) 업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디자인, IT 스킬이 필요한 업무 등 리더 본인이 '끔찍할 정도로' 잘하지 못하는 업무나 직원들이 했을 때 더 나은 품질이 나오는 업무는 직원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다고 블레이크는 말한다. 물론, 직원들에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자기가 못하는 업무를 모두 떠넘기는 경우는 지양해야 하고, 리더 자신도 어느 정도 스킬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더 잘하는 업무는 조직 전체의 성과 관점에서 볼 때 직원들이 수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모든 일을 직원에게 시키고 리더는 아무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6. 분초를 다투는(Time Sensitive) 업무
아주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리더 혼자 수행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설령 그것이 리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라 해도 적절하게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보통은 여러 가지 일들이 리더에게 한꺼번에 떨어져 마치 저글링처럼 어떤 업무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정신이 없을 때' 혹은 그 모든 업무들을 동시에 수행할 것을 요구 받을 때,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리더의 위치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리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리더 본연의 입장에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 한 달 동안 어떤 업무를 리더 본인이 직접 수행했고 어떤 업무를 직원에게 위임했는지 살펴보라. 위의 6가지 T에 해당하는 일들을 본인이 대부분(70퍼센트 이상) 직접 수행했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리더의 업무위임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리더가 해야 할 고차원적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의미이다. 

to be continued....

 

(*참고자료)

How to Decide Which Tasks to Delegate, Jenny Blake, HBR.com, July 26, 2017

https://hbr.org/2017/07/how-to-decide-which-tasks-to-dele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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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할일이 많은 리더'는 직원들에게 일을 '잘못' 시키는 경향을 나타낸다. 직원들에게 올바른 업무지시를 내리도록 하려면 그 전제조건 중 하나는 리더의 업무로드가 과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집중력과 의지력(willpower)은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리더가 업무에 집중하면 그만큼 직원들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하게 개입하여 피드백할 여유가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리더에게 주어지는 업무로드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개인적인 고민과 걱정거리를 리더에게 털어 놓으며 감정적 부담을 가할 때에도 리더의 생산성은 부정적 영향을 받고 만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클로디아나 라나즈(Klodiana Lanaj) 교수는 직원이 리더에게 '개인적인 캐어'를 요구할 때 전달되는 감정적 부담이 리더의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하나의 원인임을 연구를 통해 밝혔다. 리더와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상하관계라는 벽없이 생활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여겨지지만, 결혼생활의 문제라든지 건강 문제, 아이들과 관련한 골치아픈 이야기를 리더에게 건네며 '인생 선배'로서의 해결책을 기대한다면 리더 본인의 감정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업무로드가 과중할 때와 비슷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생산성이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라나즈는 43명의 중간 및 고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3주에 걸쳐 매일 몇 개의 질문을 던졌다. 그는 관리자들에게 아침과 저녁에 각각 '지금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물었고, 그날 직속직원들의 업무 관련 요청과 개인적 요청에 얼마나 많이 응했는지도 질문했다. 또한 라나즈는 해당 관리자 휘하의 직원들을 다섯 명씩 만나 그날 본인들의 관리자가 얼마나 업무에 몰입했는지를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3주 동안 이루어진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리더가 직원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조언한 날에는 리더 본인의 감정 상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받았다. 이는 아직 리더로서 경험이 적은 신참 관리자에게 더욱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특히 리더가 업무로 바쁜 날에 감정적 전염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리더의 직원의 개인적 문제를 잘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오히려 리더의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직원들은 개인적인 문제를 도와준 리더의 업무 몰입도를 업무 관련 문제를 지원한 리더의 경우보다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것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개인적 측면을 캐어하는 것을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보면서도 그 역할의 가치를 업무 관련 문제를 서포트하는 가치보다는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서운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직원의 개인적 문제를 상담하느라 감정적으로 소모되어 자신의 업무가 지장을 받았는데도 직원들은 '우리 팀장님은 오늘 업무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업무 몰입도를 낮게 평가하니 말이다. 이것은 리더가 직원들에게 개인적 서포트를 하느라 업무 관련 서포트를 할 만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그만큼 적고, 감정적으로 소모된 상태라서 리더의 업무 조언이나 피드백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말하면 리더가 직원들의 개인적 문제 해결에 신경을 쓰지 말고 조언도 하지 말라는 소리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원하든 원치 않든 리더는 그런 개인적 요청에도 응답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리더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라나즈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자신이 조언이 직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면 부정적 감정의 전염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에서 '해독제'를 착안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도움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직원에게 직접 확인 받는 방법을 쓰는 것이 해독제 혹은 예방약이 될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문제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리더에게 전염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리더에게 감정을 마구 털어놓을 것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때처럼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조언을 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다. 문제 해결의 관점으로 말해야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며 직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감정적 전염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 리더의 집중력과 의지력의 저하를 최소화하고 리더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직원도 배려해야 한다. 결국 그런 배려가 직원들에게 일을 '잘못' 시키는 빈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올리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팔로워십이란 그런 것이다.

 

to be continued...

(*참고논문)
Lanaj, K., & Jennings, R. E. (2019). Putting leaders in a bad mood: The affective costs of helping followers with personal problem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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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킨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을 시킨다'는 우리말 표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직원으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하도록 지시한다, 혹은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요구한다, 가 될 것이다. 리더가 '일을 시킨다'를 이런 의미로 해석한다면 그 일은 자신에게 속한 것이고 직원은 그저 리더 본인이 그 일을 완수하도록 '돕는 존재'라고 인식하기 쉽다. 어디까지나 일의 오너십(ownership)은 리더에게 있으며 직원은 '몸으로 때우는' 힘든 일을 리더 대신 수행하는 '부하'라고 여기게 된다. 

'일을 시킨다'를 리더가 이렇게 인식할 경우에는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일의 오너십이 없는 직원들은 리더가 시킨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성취감을 경험하기도 쉽지 않다. 일의 결과가 직원 본인이 만든 '작품'이 아니고 그저 '잡일'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하기 십상이다. 둘째, 이렇게 직원의 몰입을 기대할 수 없다면 결과물(성과)의 품질을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리더가 모든 것을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 각각의 독특한 역량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일의 성과를 제고하는 주체로 역할해야 한다는 것쯤은 모두 알 터이다. 직원이 일의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역할을 스스로 맡을 수 있을까? 공은 리더가 가져가고 자신들에게는 일이 잘못됐을 때의 불이익만 감수해야 한다면 누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셋째, 리더가 일의 오너십을 모두 쥐고 있으면 설령 물리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시간은 많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엄청난 부담감에 휩싸일 수 있다. 이는 '번 아웃(burn out)'을 야기하는 기본적인 조건이 되고 만다. 넷째, 조직의 미래와 전략과 같이 리더가 집중해야 할 업무영역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를 놓지 않고 모두 쥐고 있는데(직원들은 그저 도울 뿐) 그런 고차원적 업무를 수행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는 자신도 모르게 남들이 모두 싫어하는 마이크로 매니저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원인이 된다.

다섯째, 리더 본인이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어 번 아웃 일보직전에 있다면 직원들을 책임감 없고 무능하다고 여기기 쉽다. 본인은 조직을 위해 누구보다 애를 쓰는데, 직원들은 무척 한가하고 수동적이며 자기 잇속만 챙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비뚤어진 시선은 직원들을 모욕하고 비방하며 고압적으로 구는 리더(bullying leader)의 행동을 촉발시킨다. 결국 직원의 몰입도와 만족도에 악영향을 끼쳐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일을 시킨다'는 말을 그저 직원에게 힘들고 귀찮은 일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든다는 왜곡된 의미로 리더와 직원 모두가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영어로 '일을 시킨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delegate는 15세기부터 '대표로서 비즈니스 거래를 수행할 권한을 준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즉, 권한을 위임하여 일을 수행케 한다는 의미였다. 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해당업무에 대한 권한(authority)와 책임(responsibility)을 부여하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시킨다'라는 말보다는 '맡긴다'는 말이 사실은 더 적절한 단어로 쓰여야 옳다. '직원에게 일을 시킨다'가 아니라 '직원에게 일을 맡긴다'라고 말할 때 리더와 직원 모두에게 느껴지는 뉘앙스는 일종의 '넛지(nudge)'로 작용하여 일의 오너십이 직원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한다. 요컨대 '일을 시킨다'는 말은 직원에게 일의 수행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 '권한 위임'이다.

물론 일의 최종적인 책임은 리더에게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을 직원에게 맡기되 일의 진행과정에 적절하게 개입하고 적절하게 피드백함으로써 원하는 성과물이 나오도록 기여할 책임이 리더에게 있다. 설령 이런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나온 성과물이 애석하게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의 책임은 결국 리더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는 그런 자리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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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할 때 상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마감시간을 조금 늦춰 줄 것을 요청하면 되겠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든 완료하려고 애쓰다가 마감일이 되어서야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말하거나 자신과 상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품질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만다. 그러는 바람에 서로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시간이 늘어지기도 한다.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마감일 전에 이야기를 하면 사전에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며칠 정도 더 여유를 주면 되는데, 마감일에 이르러서야 시간이 부족하여 완성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그보다 긴 시간을 더 주어야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직원들은 사전에 상사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네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 중 하나 이상일 것이다. 첫째,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면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둘째,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고 할 때 상사로부터 근거를 요구받을 텐데 뚜렷한 이유를 대기가 힘든 상황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상사가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서 직원의 수정 요구를 본인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넷째, 직원 본인의 마인드의 문제인데, 마감일을 업무의 완료일로 여기지 않고 상사에게 '1차 드래프트'를 제출하는 기한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사가 고쳐주겠지"라고 안일한 마음을 가지는 직원일 경우이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내가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고 하면 상사가 나를 능력 없다고 생각하겠지?"라는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윤재원(Jaewon Yoon)은 미국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그런 걱정은 기우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고 하는 직원의 요청에 관리자들은 평균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많은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완료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면 나에게 사전에 알려달라"고 이야기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겨우 10명 중에 1명 꼴로 그런 요청을 하겠다고 답했던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직원이 여성일 경우에 더 크게 나타났다고 윤재원은 밝혔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사가 자신을 남성직원들보다 더 능력 없다고 평가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재원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상사는 합리적인 이유로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는 직원을 아무런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는 직원보다 '일에 대한 동기와 의욕'이 더 큰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그 반대로 생각하여("마감일을 늘려달라면 나를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겠지?") 상사에게 마감일 연장을 요청하기를 꺼려 하는데 말이다. 아주 긴급한 업무가 아니라면 상사는 마감일 연장을 '직원의 능력 없음' 혹은 '일할 의욕 없음'으로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상사는 마감일과 관련한 직원들의 '우려'와 스트레스를 없애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마감일을 지키는 것 자체보다는 '업무의 품질'을 높이고 직원의 동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합당한 이유로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하는 직원에게 무턱대고 '프로답지 않다'고 야단부터 쳐서는 곤란하다. 두 번째, 업무를 지시하고 나서 마감일이 될 때까지 '알아서 하겠지'라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최초에 업무를 지시할 때 마감일 전까지 언제 만나서 어떤 것들을 중간 점검하자고 약속함으로써 지속적인 관찰과 피드백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직원의 마감일 연장 요청이 전혀 갑작스럽지 않고 합당할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윤재원의 제안인데, 상사가 먼저 "보고서의 질을 높이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직원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근거로 마감일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상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직원들이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마음 편히' 요청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은 언제든 마감일을 연장해도 좋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단, 상사가 지시한 업무를 마감일까지 완료하겠다는 다짐이 팔로워가 가져야 할 마인드셋이다. '일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마감일 연장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일의 일부를 상사가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직원이 종종 있는데, 이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마감일을 맞추려면 팀장님이 이 일을 하셔야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직원도 가끔 있다. 상사의 임무가 직원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일을 상사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상사 역시 그런 떠넘김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일의 품질을 위해 상사가 할일과 직원의 할일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둘째, 합당한 이유로 마감일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마감일 전에 '미리' 상사에게 알려야 한다. 마감일 당일에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아무리 결과적으로는 일의 품질이 좋다 하더라도 전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프로라면 일정의 50~75퍼센트 시점에 마감일 연장 요청을 해야 상사와 본인 모두 대처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to be continued....


(*참고논문)
Yoon, J., Whillans, A., & Donnelly, G. (2019). Why We Don’t Ask for More Time on Deadlines (But Probably Sho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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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상사'를 그만두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회사를 나가는 가장 큰 이유가 상사이기 때문에 나온 소리이다. 실제로 여러 설문조사 결과는 이것이 사실임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bambooHR에서 2018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이유로 상사를 꼽은 사람이 44퍼센트에 이르렀다. 

 

Bad Boss Index: 1,000 Employees Name Worst Manager Behaviors

Are you a bad boss? Or the one affected by bad boss behavior? See what 1,000+ employees said about their worst bosses and know how to handle it effectively.

www.bamboohr.com

 



스탠포드 공대의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교수는 그의 저서 <굿보스 배드보스>를 통해 나쁜 관리자가 보이는 가장 나쁜 행동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직원의 공을 가로챈다
- 직원을 신뢰하지 않고 자율권을 주지 않는다
- 직원이 힘들게 일하는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이상한 사람을 채용하거나 승진시킨다
- 직원의 장점보다 약점에 더 관심이 많다

 

 

굿보스 배드보스

『굿보스 배드보스』는 조직에서 보스들이 업무적, 감정적...

www.kyobobook.co.kr

 

경영 코치이자 칼럼니스트인 마르셀 슈완테스(Marcel Schwantes)는 서튼 교수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관점으로 나쁜 보스가 보이는 가장 나쁜 행동 5가지를 이렇게 말한다.

- 나르시시스트적인 경향을 보인다
-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 직원들을 '숫자'로 본다
- 너무 통제가 심하다
-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독점한다

여러분의 보스는 어떤 사람인가? 서튼의 의견이든, 슈완테스의 관점이든 각각 3개 이상 해당된다면, 뭔가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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