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할일이 많은 리더'는 직원들에게 일을 '잘못' 시키는 경향을 나타낸다. 직원들에게 올바른 업무지시를 내리도록 하려면 그 전제조건 중 하나는 리더의 업무로드가 과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집중력과 의지력(willpower)은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리더가 업무에 집중하면 그만큼 직원들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하게 개입하여 피드백할 여유가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리더에게 주어지는 업무로드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개인적인 고민과 걱정거리를 리더에게 털어 놓으며 감정적 부담을 가할 때에도 리더의 생산성은 부정적 영향을 받고 만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클로디아나 라나즈(Klodiana Lanaj) 교수는 직원이 리더에게 '개인적인 캐어'를 요구할 때 전달되는 감정적 부담이 리더의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하나의 원인임을 연구를 통해 밝혔다. 리더와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상하관계라는 벽없이 생활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여겨지지만, 결혼생활의 문제라든지 건강 문제, 아이들과 관련한 골치아픈 이야기를 리더에게 건네며 '인생 선배'로서의 해결책을 기대한다면 리더 본인의 감정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업무로드가 과중할 때와 비슷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생산성이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라나즈는 43명의 중간 및 고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3주에 걸쳐 매일 몇 개의 질문을 던졌다. 그는 관리자들에게 아침과 저녁에 각각 '지금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물었고, 그날 직속직원들의 업무 관련 요청과 개인적 요청에 얼마나 많이 응했는지도 질문했다. 또한 라나즈는 해당 관리자 휘하의 직원들을 다섯 명씩 만나 그날 본인들의 관리자가 얼마나 업무에 몰입했는지를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3주 동안 이루어진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리더가 직원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조언한 날에는 리더 본인의 감정 상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받았다. 이는 아직 리더로서 경험이 적은 신참 관리자에게 더욱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특히 리더가 업무로 바쁜 날에 감정적 전염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리더의 직원의 개인적 문제를 잘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오히려 리더의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직원들은 개인적인 문제를 도와준 리더의 업무 몰입도를 업무 관련 문제를 지원한 리더의 경우보다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것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개인적 측면을 캐어하는 것을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보면서도 그 역할의 가치를 업무 관련 문제를 서포트하는 가치보다는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서운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직원의 개인적 문제를 상담하느라 감정적으로 소모되어 자신의 업무가 지장을 받았는데도 직원들은 '우리 팀장님은 오늘 업무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업무 몰입도를 낮게 평가하니 말이다. 이것은 리더가 직원들에게 개인적 서포트를 하느라 업무 관련 서포트를 할 만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그만큼 적고, 감정적으로 소모된 상태라서 리더의 업무 조언이나 피드백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말하면 리더가 직원들의 개인적 문제 해결에 신경을 쓰지 말고 조언도 하지 말라는 소리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원하든 원치 않든 리더는 그런 개인적 요청에도 응답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리더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라나즈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자신이 조언이 직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면 부정적 감정의 전염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에서 '해독제'를 착안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도움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직원에게 직접 확인 받는 방법을 쓰는 것이 해독제 혹은 예방약이 될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문제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리더에게 전염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리더에게 감정을 마구 털어놓을 것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할 때처럼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조언을 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다. 문제 해결의 관점으로 말해야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며 직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감정적 전염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 리더의 집중력과 의지력의 저하를 최소화하고 리더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직원도 배려해야 한다. 결국 그런 배려가 직원들에게 일을 '잘못' 시키는 빈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올리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팔로워십이란 그런 것이다.

 

to be continued...

(*참고논문)
Lanaj, K., & Jennings, R. E. (2019). Putting leaders in a bad mood: The affective costs of helping followers with personal problem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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