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할 때 상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마감시간을 조금 늦춰 줄 것을 요청하면 되겠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든 완료하려고 애쓰다가 마감일이 되어서야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말하거나 자신과 상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품질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만다. 그러는 바람에 서로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시간이 늘어지기도 한다.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마감일 전에 이야기를 하면 사전에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며칠 정도 더 여유를 주면 되는데, 마감일에 이르러서야 시간이 부족하여 완성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그보다 긴 시간을 더 주어야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직원들은 사전에 상사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네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 중 하나 이상일 것이다. 첫째, 시간을 더 달라고 하면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둘째,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고 할 때 상사로부터 근거를 요구받을 텐데 뚜렷한 이유를 대기가 힘든 상황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상사가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라서 직원의 수정 요구를 본인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넷째, 직원 본인의 마인드의 문제인데, 마감일을 업무의 완료일로 여기지 않고 상사에게 '1차 드래프트'를 제출하는 기한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사가 고쳐주겠지"라고 안일한 마음을 가지는 직원일 경우이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내가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고 하면 상사가 나를 능력 없다고 생각하겠지?"라는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윤재원(Jaewon Yoon)은 미국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그런 걱정은 기우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고 하는 직원의 요청에 관리자들은 평균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많은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완료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면 나에게 사전에 알려달라"고 이야기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겨우 10명 중에 1명 꼴로 그런 요청을 하겠다고 답했던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직원이 여성일 경우에 더 크게 나타났다고 윤재원은 밝혔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사가 자신을 남성직원들보다 더 능력 없다고 평가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재원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상사는 합리적인 이유로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는 직원을 아무런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는 직원보다 '일에 대한 동기와 의욕'이 더 큰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그 반대로 생각하여("마감일을 늘려달라면 나를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겠지?") 상사에게 마감일 연장을 요청하기를 꺼려 하는데 말이다. 아주 긴급한 업무가 아니라면 상사는 마감일 연장을 '직원의 능력 없음' 혹은 '일할 의욕 없음'으로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상사는 마감일과 관련한 직원들의 '우려'와 스트레스를 없애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마감일을 지키는 것 자체보다는 '업무의 품질'을 높이고 직원의 동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합당한 이유로 마감일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하는 직원에게 무턱대고 '프로답지 않다'고 야단부터 쳐서는 곤란하다. 두 번째, 업무를 지시하고 나서 마감일이 될 때까지 '알아서 하겠지'라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최초에 업무를 지시할 때 마감일 전까지 언제 만나서 어떤 것들을 중간 점검하자고 약속함으로써 지속적인 관찰과 피드백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직원의 마감일 연장 요청이 전혀 갑작스럽지 않고 합당할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윤재원의 제안인데, 상사가 먼저 "보고서의 질을 높이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직원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근거로 마감일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상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직원들이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마음 편히' 요청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은 언제든 마감일을 연장해도 좋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단, 상사가 지시한 업무를 마감일까지 완료하겠다는 다짐이 팔로워가 가져야 할 마인드셋이다. '일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마감일 연장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일의 일부를 상사가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직원이 종종 있는데, 이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마감일을 맞추려면 팀장님이 이 일을 하셔야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직원도 가끔 있다. 상사의 임무가 직원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일을 상사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상사 역시 그런 떠넘김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일의 품질을 위해 상사가 할일과 직원의 할일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둘째, 합당한 이유로 마감일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마감일 전에 '미리' 상사에게 알려야 한다. 마감일 당일에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아무리 결과적으로는 일의 품질이 좋다 하더라도 전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프로라면 일정의 50~75퍼센트 시점에 마감일 연장 요청을 해야 상사와 본인 모두 대처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to be continued....


(*참고논문)
Yoon, J., Whillans, A., & Donnelly, G. (2019). Why We Don’t Ask for More Time on Deadlines (But Probably Shou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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