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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자동인출기, 즉 ATM이 없는 은행은 요즘에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은행 지점마다 24시간 계좌 입출금이 가능한 자동화 코너가 한밤 중에도 환히 불을 밝히죠. 이 ATM이 언제 처음 개발됐을까요? 놀랍게도 1970년대 말이었습니다.
1978년에 씨티은행은 자체적으로 ATM을 최초 개발했습니다. 다른 은행들 역시 그 무렵 이후부터 ATM을 속속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들이 ATM을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를 알았던 다른 은행들은 공동 네트워크를 운영함으로써 고객들이 어느 은행의 ATM을 사용하더라도 돈을 출금할 수 있도록 했죠. 그들은 씨티은행에게 ATM 공동망에 같이 참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씨티은행은 (지금도 그렇지만) 전세계적인 지점망을 보유한 거대 은행이었습니다. 게다가 ATM을 최초로 개발한 금융업의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래서 자존심이 셌던 걸까요? 씨티은행은 공동망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씨티은행이 규모가 큰 은행이라 만약 공동망에 가입하면 다른 은행들만 득을 보고 자신들은 별로 이득이 없으리라 판단했던 거죠. '고객들이 우리 은행에 계좌가 없어도 언제든 우리 은행의 ATM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왜 ATM을 개발하느라 고생한 거지?' 씨티은행으로서는 수용 불가능한 '굴욕적' 제안이었습니다.
씨티은행과 다른 은행들 간의 '기 싸움'에서 누가 승리했을까요? 눈치 챘겠지만, 다른 은행들의 ATM 공동망이 시장을 주도하게 됐습니다. 씨티은행은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1991년에 공동망에 참여하고 맙니다. 씨티은행은 다른 은행 고객들이 자신들이 구축한 ATM망을 이용하는 행위(비록 수수료를 받지만)가 경쟁사를 살찌운다는 생각만 했지, 자기네 고객들이 돈을 뽑으려면 씨티은행 ATM을 찾아 헤매는 불편은 생각하지 못했거나 무시했습니다.
'경쟁'이란 무엇일까요? 경쟁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아마 시장이라는 전장(戰場)에서 서로 칼을 휘두르는 전투 장면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경쟁사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이렇게 경쟁사를 적으로 간주하고 경쟁을 전쟁로 생각하는 이유는 경영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빼앗지 않으면 경쟁사가 우리의 것을 빼앗을 거란 인식이죠.
하지만 경쟁이 항상 제로섬 게임일까요? 경쟁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mpete는 라틴어인 competere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함께 구하다'란 뜻이었습니다.'좋은 경쟁'이란 경쟁사를 철저히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에서 빠져나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어원입니다.
시장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는 '넌제로 게임(Nonzero Game)'이 가능하려면 경쟁사와 전쟁을 벌이기보다는 때론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씨티은행이 초기부터 공동망에 참여했더라면 분명 경쟁사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꼴이었겠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오리라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은행의 공동망 이용이 편리하다고 느낀 고객들이 이탈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죠. 경쟁을 전쟁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관점이 더 큰 이익에 눈을 멀게 한 겁니다.
경쟁은 전쟁이 아닙니다. 경쟁은 경쟁사와의 싸움이기 이전에, 시장에서의 생존적응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육식공룡이 지상동물의 최강자가 되었지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듯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사를 제압한다고 해서 생존을 보장 받지 못합니다. 공멸할 뿐이죠.
경쟁을 전쟁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경영학자나 컨설턴트의 논리에 경도되지 않았습니까? 전쟁의 관점으로 보면 생존을 위한 장기적인 시각을 잃을지 모릅니다. 비즈니스에서의 경쟁은 경쟁자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적응력을 높이는 일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경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경영의 중용입니다.
(*참고도서 : '코피티션(Co-opetition)' )
씨티은행과 다른 은행들 간의 '기 싸움'에서 누가 승리했을까요? 눈치 챘겠지만, 다른 은행들의 ATM 공동망이 시장을 주도하게 됐습니다. 씨티은행은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1991년에 공동망에 참여하고 맙니다. 씨티은행은 다른 은행 고객들이 자신들이 구축한 ATM망을 이용하는 행위(비록 수수료를 받지만)가 경쟁사를 살찌운다는 생각만 했지, 자기네 고객들이 돈을 뽑으려면 씨티은행 ATM을 찾아 헤매는 불편은 생각하지 못했거나 무시했습니다.
'경쟁'이란 무엇일까요? 경쟁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아마 시장이라는 전장(戰場)에서 서로 칼을 휘두르는 전투 장면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경쟁사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이렇게 경쟁사를 적으로 간주하고 경쟁을 전쟁로 생각하는 이유는 경영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빼앗지 않으면 경쟁사가 우리의 것을 빼앗을 거란 인식이죠.
하지만 경쟁이 항상 제로섬 게임일까요? 경쟁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mpete는 라틴어인 competere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함께 구하다'란 뜻이었습니다.'좋은 경쟁'이란 경쟁사를 철저히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에서 빠져나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어원입니다.
시장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는 '넌제로 게임(Nonzero Game)'이 가능하려면 경쟁사와 전쟁을 벌이기보다는 때론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씨티은행이 초기부터 공동망에 참여했더라면 분명 경쟁사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꼴이었겠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오리라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은행의 공동망 이용이 편리하다고 느낀 고객들이 이탈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죠. 경쟁을 전쟁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관점이 더 큰 이익에 눈을 멀게 한 겁니다.
경쟁은 전쟁이 아닙니다. 경쟁은 경쟁사와의 싸움이기 이전에, 시장에서의 생존적응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육식공룡이 지상동물의 최강자가 되었지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듯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사를 제압한다고 해서 생존을 보장 받지 못합니다. 공멸할 뿐이죠.
경쟁을 전쟁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경영학자나 컨설턴트의 논리에 경도되지 않았습니까? 전쟁의 관점으로 보면 생존을 위한 장기적인 시각을 잃을지 모릅니다. 비즈니스에서의 경쟁은 경쟁자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적응력을 높이는 일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경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경영의 중용입니다.
(*참고도서 : '코피티션(Co-opet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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