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팔불출 아빠의 아들 자랑   

2008. 3. 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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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만 '수학'하다가 자면 안 돼요?  T_T "

9시가 넘었는데 잠자리에 들 생각을 안 한다고 아내가 야단을 치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아들녀석이 하는 말이다. 그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그렇게 하렴" 하며 아들녀석의 뺨을 살짝 꼬집어 주었다. 정말이지, 예쁜 녀석!

아들녀석은 12월생이라서 한국 나이로 6살로 불리지만, 실제는 이제 만 4년 3개월이다. 아들 자랑하는 팔불출 아빠란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지만, 벌써 한글을 다 뗐다. 책을 술술 읽고 어려운 글자 빼고는 받아쓰기도 척척이다.

유치원에 보내기는 하지만, 요즘의 '맹렬부모들'에 비한다면, 아내와 나는 아이를 거의 방치하는 수준이다. 책을 읽어주기를 하나, 끼고 가르치길 하나, 내 몸이 먼저 피곤해서 '에이, 귀찮고 힘들어'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드러눕기 무섭다. 아내도 자기 일이 많아 그럴 틈이 없다.

그런데 이런 '빵점 부모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한글을 깨우친 게 대견하면서도 신기하다. 아침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저 공부할래요."라고 책에 코를 박는 모습이 참 예쁘다. 요즘엔 더 나아가 덧셈, 뺄셈을 스스로 깨우칠 기세다. 점점 돈에 관심이 많아져서일까? 돈을 주면 장난감도 사고 녀석이 좋아하는 과자도 살 수 있으니, 돈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물체'란 걸 안 것 같다.

Hi, Yumi. Hi, Yujin, Can I join You? ..... 알 수 없는 노래를 알아 듣기 힘든 '원어(?) 발음'으로 하는 아들녀석을 바라보면, 자기가 알아서 쑥쑥 커주는 게 부모로서 얼마나 고마운 건지 새삼 느낀다. 남들은 끼고 가르쳐도 안 된다는데... (혹시나 해서 하는 사족 : 2MB 정부의 영어몰입교육은 절대 반대!)

앞으로 학원이다, 과외다, 하면서 아이를 괴롭힐 생각이 없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은 아내나 나나 맹렬부모가 될 의사도 열성도 별로 없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타고 났으니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 부모는 어디까지나 서포터이니까 말이다. 감독이 선수 부리듯, 부모 노릇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 자식이 공부든 운동이든 다른 아이들보다 잘 한다면, 기분이 어찌 아니 좋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저거하고 똑같애!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해야지."

아들녀석이 혼잣말로 뭔가를 '푸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녀석이 밤 늦게 공부하는 소리가 이처럼 낭낭하게 들리다니! 행복하다. 부모가 되면 이렇게 단순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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