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의원, 국민과 맞짱 뜨고 싶나?   

2008. 3. 1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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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라디오에는 개그맨 김미화가 진행하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방송되고 있었다. 요즘의 경제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과 전화로 대담을 나누는 내용을 듣게 됐다. 이한구 의원이 한나라당의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으니, 경제 문제에 대하여 당과 정부 차원에서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듣고자 마련된 대담인 듯 보였다.

사실 별 기대도 안 했다. 이한구 의원이 과거에 보였던 정책 입안의 수준으로 봐서 '규제 철폐와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 따위의 '공자님 말씀'만 나올 것이 뻔할 뻔자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가 누구인가? 대우경제연구소의 수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김우중 전 회장이 가열차게 휘날렸던 세계경영의 깃발 아래에서 연필에 침 묻혀가면서 세계경영의 논리를 짜던 이가 누구였을까? 암튼 간에...

이한구 의원의 답변을 듣다 보니 그 말하는 태도가 상당히 거북했다. 인터뷰를 하러 나온 것인지, 인터뷰어(김미화씨)를 공격하러 나온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훈계하시러 나온 건지, 모름지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닌 듯 했다. 택시기사님도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여러 번 뀌었다.

아래는 대담 내용 중 특히 '어이상실'스러운 대목이다.

☎ 김미화 : 아, 그 말씀이시군요. 관리는 아니다. 그런데 원래 새정부의 기존 경제원칙이 수출증대하고 경상수지 회복을 위해서는 물가가 어느 정도 오르더라도 이걸 감내해야 한다, 이런 거 아니었나요? 

☎ 이한구 : (같잖다는 말투로 따지듯이) 그런 정책이 어디 있어요?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정책이죠.

☎ 김미화  : (살짝 당황~)  아, 그런 게 아니었습니까?

☎ 이한구  : (무지 시덥지 않다는 말투로) 예, 어디서 그런 게 있어요. (다시 어색한 침묵...)


직접 소리로 들어 봐야 그가 얼마나 오만한 말투로 인터뷰에 임했는지 정확히 느낄 수 있다. (imbc.com에서 다시듣기를 해보세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여론이 불편한 모양으로 형성되니까, 친이명박계의 선두주자인 이한구 의원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나 보다. 그런 여론이 오해와 잘못된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가정한다 해도, 이 의원의 오만불손한 태도는 과연 그가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의원직에 어울리는 자인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나왔으면, 적극적으로 방어를 하되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논박해야 한다. '바보 같은 국민들아, 똑똑히 좀 알아 들어라' 식으로 국민들을 훈계하라고 만들어 준 자리가 아님을 이 의원 자신이 먼저 똑똑히 좀 알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전파 공해'할 생각이라면 다시는 인터뷰에 응하지 말기를 두 손 모아 부탁 드린다.

김미화씨도 어이가 없는 인터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전화를 끊고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예, 지금까지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었고요. 심기가 많이 불편하셨어요. 내일은 새정부에 경제대책하고 관련해서 통합민주당의 의견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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