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꿀맛, 책 읽기   

2008. 3. 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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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화장실에 갈 때마다 꼭 책을 가지고 간다. 적당히 읽을 만한 책을 찾기 전까지는 기꺼이 '참/는/다!' 이상하게 화장실에 읽는 책은 머리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더라도 화장실에 있는 동안에는 소설 읽듯이 술술 읽힌다. 희한한 일이다.

괄약근의 수축과 두뇌 활동에 어떤 연관관계라도 있는 것일까? 배설의 상쾌함이 뇌세포들을 연결하는 뉴런의 신호전달 체계에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암튼 화장실에서의 독서는 꿀맛(?) 같다. 일어나기가 아쉬울 때도 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 갈 때 신문을 들고 가는데, 난 이상하게 신문을 읽는 것보다 책이 더 좋다. 신문은 펼치고 있기도 힘들거니와 페이지 넘기기도 성가시다. 신문지를 들고 있어야 할 팔로 힘이 분산되니 쾌변 작용을 해야 할 괄약근이 맥을 못춘다.

게다가 요새 신문을 펼치면 '머슴론'이니 '대운하사업'니 하는 신조어들이 가뜩이나 아픈 배를 콕콕 찔러대서 쾌변이 방해 받기 때문에, 내 화장실의 동반자로서 자격미달이다.

사실 괄약근의 건강을 위해서는 화장실에서 책을 읽으면 안 된다. 5분을 넘지 말아야 하는데 책 때문에 10분이 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10분 이상 괄약근이 긴장을 하고 있으려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래도 화장실에 갈 때는 꼭 책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급해도 적당한 책이 없으면 다리가 꼬이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이 책을 고르게 된다. 화장실에서의 독서가 아주 꿀맛이니 어쩔 수 없다. 이쯤되면 참 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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