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이 말을 듣고 '어이가 급격히 상실'되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불과 2개월 전에 "과거의 관습이 있고 자기의 이해를 따지고 하니까 반대와 저항은 으레 있다. 인수위가 잘 하고 있다"라고 말했던 그가 이제 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보여 온 '정책 입안과 실행의 알고리즘'은 대강 이렇다.
1. 일단 질러 본다. 정권 잡으면 해 보고 싶었던 건 다 말해 놓고 본다.
2. 여론을 살핀다. 만일 반대 여론이 드세면, '새 정부의 철학이니 감행한다'라고 엄포를 한번 준다.
3. 엄포 놓은 다음에 또 여론을 살핀다.
4. 만일 전보다 더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 '그건 오해다.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라며 발을 뺀다.
그러면서 잘못 이해한 국민들을 조롱하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5. 총선을 위해 반대 여론이 생길 건덕지가 있는 공약을 감춘다.
6. 총선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면, 감춰 놨던 공약을 불도저 식으로 밀어 붙인다.
영어몰입교육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오늘 발언을 똑똑히 기억해 두자. 만일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는 또 어떤 발언으로 건너 탈까? "영어몰입교육이 아니라 영어강화교육을 하자는 말이었다. 강화한다면 모든 교과목까지 확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용어만 바꾼 정책을 밀고 나갈 태세로 돌변하지 않을까?
(아~~ 짜증 나!)
어제는 이한구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국민을 훈계하더니, 오늘은 대통령이 국민의 뒤통수를 친다. 국민이 떼쓴다고 야단치고 정책을 오해한다고 국민을 훈계하는 이명박 정부는 진정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 되고 싶은 건가, 아니면 주인 뒤통수를 퍽치기하고서 안방마님(권력)과 줄행랑을 치는 마당쇠가 되려는 건가?
머슴하라고 시킨 적 없으니, 이제 본색을 드러내시라! 그게 떳떳하지 않겠는가? 국민을 기만하는 '삐끼' 정치는 이제 그만 두시라!
노무현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힐난하던 사람들이 아마추어보다 못한 떡밥정치의 '선무당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꼬박꼬박 내는 내 세금이 머지 않아 '관광용 대운하 건설'의 삽질에 허무하게 쓰일까봐 다리 뻗고 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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