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공원에 앉아 쉬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제가 친구들이랑 쿠키를 먹다가 좀 남았는데 이것 좀 드시겠어요? 이거 꽤 좋은 쿠키라서요." 이럴 때 여러분은 쿠키를 드시겠습니까? 아마도 낯선 사람의 외모나 표정, 옷차림 등으로 쿠키를 받아 먹어도 되는지를 평가하겠죠.
그렇다면 그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가 친구들이랑 쿠키를 먹다가 좀 남았는데 이것 좀 드시겠습니까? 이거 꽤 좋은 쿠키라서요. 드신다면 제가 3000원을 드리겠습니다." 쿠키를 먹으면 돈까지 주겠다고 말하는 그의 제안을 여러분은 수락하겠습니까? 아마 결정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 바로 앞의 상황과 비교하면 결정의 난이도가 더 높습니까, 아니면 낮습니까?
아마도 대부분은 두 번째 상황에서 쿠키를 더 많이 거절할 겁니다. 쿠키에 돈까지 받으면 쿠키만 받을 때보다 더 이익인데 왜 더 많이 거절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쿠키를 먹어주는 행위에 자신도 모르는 비용이 숨어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유령 비용(phantom cost)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뭔가 속셈이 있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유령 비용 때문에 '더 나은 제안임에도 더 많이 거절한다'는 결과는 최근에 발표된 논문의 주제입니다. 연구자들은 임금 제안에 관해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요, 시간당 40파운드의 일자리를 찾는 사람에게 시간당 46파운드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A)와 시간당 120파운드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B)를 설정하고서, A와 B 중에서 더 많이 선택을 받는 케이스는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원하는 임금보다 세 배나 많은 B를 택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겠지 싶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시간당 46파운드를 주겠다는 제안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실험 조건은 제가 좀 변형했지만 맥락은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시간당 120파운드나 주겠다는 제안 안에는 유령 비용이 숨어 있을 거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입니다. 돈을 많이 주는 대신에 뭔가 부정적인 의도가 숨어있을 거라고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괜히 돈을 많이 주겠어? 나를 이렇게 저렇게 착취하려는 게 분명해."라는 식으로.
이 연구의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금전적 혹은 비금전적으로 꽤 좋은 제안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지는 않는다는 것, 오히려 선택을 덜 받거니와 나쁜 의도가 있을 거라 의심까지 받는 것입니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타인에게 후한 제안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죠. 그리고 '내가 이렇게 남들보다 후하게 제안하는데 왜 나를 선택하지 않지?'라고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알 수 있어요. 유령 비용이 존재할 거라는 의심을 해소시키지 못한다면, 선택을 덜 받는 상황이 계속될 겁니다.
'지나치게 후하지 마라! 적당하게 후하라!' 직원에게 연봉을 제안할 때, 판매 상품을 소비자에게 프로모션할 때, 거래 협상을 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염두에 둬야 할 시사점입니다. 이를 여러분의 일상에서 곱씹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Vonasch, A. J., Mofradidoost, R., & Gray, K. (2024). People reject free money and cheap deals because they infer phantom cost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4123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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