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페이스북에 '생각'이란 말을 가능한 한 쓰지 말라는 짧은 글을 아래와 같이 올린 적이 있습니다.
'생각하다'라는 표현을 되도록 쓰지 마라. 그 생각이 그리움인지 짐작인지 예측인지 상상인지 판단인지 등을 명확하게 표현하라. 생각이란 말로 뭉뚱그리면 문장이 재미없고 모호하다.
제가 왜 가능한 한 이 단어를 쓰지 말라고 권고했을까요? '생각하다'라는 단어가 사실상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이르는, 너무나 광범위한 뜻을 담은 단어입니다.
"나는 그녀를 생각했다."라는 문장을 보세요. 여기서 '생각'은 무슨 뜻일까요? 이 문장만 보고 정확한 의미를 유추할 수 있습니까? 그립다는 의미의 생각일까요, 아니면 그저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그녀의 실체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봤다는 뜻의 생각일까요?
"나는 그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한다."란 문장을 볼까요? 여기서 '생각'은 어떤 뜻입니까? 판단한다는 뜻인지, 옳다고 짐작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를 믿는다는 뜻인지 모호합니다. 물론 앞뒤 문맥이나 정황으로 '생각'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지만, 독자와 청자가 '생각'의 취지를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오해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생각하다'란 말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대충 뽑아봐도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 더 많이 있을 겁니다.)
- 그리워하다
- (과거를) 회상하다
- 상상하다
- 떠올리다
- 판단하다
- 결정하다
- 예측하다
- 구별(구분)하다
- 믿다
- 바라다
- 알아차리다
- 기대하다
- 기억하다
- 간주하다
- 짐작하다(추측하다)
- 유추하다
- 가정하다
- 지지하다
- 각인하다
- 공감하다
- 발상하다
- 눈치채다
- 깨닫다
....
여러분은 일상 대화나 문장에서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퉁쳐서' 사용하지 않나요? 순식간에 일어나는 대화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글을 쓸 때는 '생각하다'란 단어 대신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맞는 단어를 써 보세요. 아마 여러분이 그동안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다'란 단어 하나에 때려넣었는지 놀랄 겁니다.
겉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 모든 인지 활동을 '생각'이란 단어로 뭉뚱그리지 마세요. 이것 하나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보다 가독성 높은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글을 쓸 때만큼은 생각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마세요. 즐겁게 한 주를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연재] 시리즈 > 유정식의 경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소한 문제 해결'은 가성비가 좋아요 (9) | 2024.04.25 |
---|---|
10분 말할 것을 5분으로 줄이세요 (9) | 2024.04.24 |
어느덧 스물 한 권의 책을 번역하고 보니 (9) | 2024.04.22 |
'임원은 주6일 근무하라'는 기사를 보며 (4) | 2024.04.19 |
초기에 힘든 게 길게 보면 낫다 (4) | 2024.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