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데 만약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트에 가입을 할까요? 당연히 가입 절차가 쉬울 때보다 회원수 증가가 더딜 것이고 회원수 자체도 그리 많지 않겠죠.
질문을 좀 바꿔 보겠습니다. 가입 절차가 까다로운 사이트에 일단 가입을 완료했다면 사이트를 이용하는 시간은 어떨까요? 가입 절차가 쉬운 경우보다 이용 시간이 길까요, 아니면 짧을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진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27,000명의 참가자가 새로운 카풀(carpool) 플랫폼에 가입하는 실험 조건을 마련해 놓고서 가입 절차의 까다로운 정도에 따라 사용자의 이용 시간, 참여 수준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가입 절차가 어려울수록 해당 플랫폼을 계속 이용하는 정도가 컸고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했습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는 일종의 장애물이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을 획득했다' 혹은 '나는 이 사이트의 주인이다'와 같은 심리를 강화한다는 게 첫 번째 시사점일 겁니다. 이는 회원수보다는 회원의 충성도가 중요한 웹페이지나 앱이 관심을 가져야 할 시사점입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무언가를 꾸준히 하려면 초기에 약간의 장애물을 존재해야 하고 그걸 통과하려는 과정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초기 성공을 거두면 무언가를 계속하려는 동기나 도전 의지가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시사점은 우리가 목표를 대하고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입니다.
초기에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어야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하게 장애물을 제거하고 나서, 즉 장애물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목표를 추구하려는 것은 중도 포기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흔히 "초년의 성공이 삶에 독에 된다"란 말이 있는데, 괜한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유정식의 경영일기'에 가입하는 절차를 좀 까다롭게 할까요? 예를 들어 "유정식이 쓴 책을 적어도 1권 이상 읽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가입 절차를 어렵게 만들면, 현재보다 '이메일 오픈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까, 이 논문을 보며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 농담입니다. 여러분이 주위 사람들에게 가입하라고 권유 좀 해 주세요.
*참고논문
Dykstra, H., O'Flaherty, S., & Whillans, A. V. (2023). The Buy-In Effect: When Increasing Initial Effort Motivates Behavioral Follow-Through. Harvard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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