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시작된 '총선' 정국이 종료됐습니다. 여느 유권자처럼 저 역시 선거철이 되면 '정치 고관여' 상태로 전이되어 안 보던 정치 토론 프로나 각종 유튜브 채널을 일부러 챙겨보곤 하는데요, 투표도 하고 결과도 봤으니 이제는 일상에 보다 집중해야겠습니다.
이번 총선 과정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몇 가지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보렵니다. 자세히 서술하면 자칫 정치 성향을 드러낼 수 있기에 일부러 중립적인 어조로 짧게 서술한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가설일 뿐이라는 점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는 몇 가지 더 있는데, 중립적인 생각만을 공유합니다)
1. 손짓과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말로 속마음을 감추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감춰진 속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손짓이나 표정 등 바디랭귀지로 튀어나오려는 속성이 있나 봅니다. 조심한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속마음부터 진정성이 있어야 그런 이상한 손짓이나 표정, 말투가 나오지 않습니다.
2. 승리하려면 '중도층'을 투표장에 나오게 해야 한다
중도층에는 보수적 중도와 진보적 중도가 섞여 있는데, 보통은 투표 의지가 적습니다. 정치 저관여층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이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할수록 승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들을 투표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각 정당의 일.
3. '밴드웨건' 전략보다 '언더독' 전략이 효과적이다
밴드웨건은 '우리가 대세다'를 알림으로써 지지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고, 언더독은 '우리가 질 것 같다'라고 지지자들에게 읍소하는 것입니다. 둘다 선거 전략으로 자주 쓰이지만 각 전략에는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밴드웨건 전략을 쓰면 '내가 투표 안 해도 이기겠지'란 생각에 투표할 동인이 적어지고, 언더독 전략을 쓰면 '내가 투표해봤자 안 될 텐데'란 생각에 역시나 투표하기가 싫어지죠.
그런데 이번 총선을 보니(지난 여러 번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밴드웨건 전략을 쓰면 부작용이 커지는 반면에 언더독 전략을 쓰면 지지층이 결집해 투표장에 나가는 현상이 엿보였습니다. 우리 민족이 극난 극복의 후손이라 그런 걸까요? 중도층을 투표장에 이끄는 데에도 언더독 전략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4. 여론조사를 믿기 어렵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조작하고 호도하는 모습이 평범한 시민인 저에게도 보일 정도입니다. 여론조사가 있는 그대로의 표심을 반영해야 하는데, 밴드웨건 전략이나 언더독 전략의 전술로 이용되는 것 같습니다.
5. 전문가의 예측 역시 믿기 어렵다
4번과 같은 이유로 그렇습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예측을 내놓은 정치평론가들은 왜 계속 방송 매체에 출연하는 걸까요?
6. 출구조사 때 거짓으로 답하는 사람이 꽤 많다
출구조사 결과가 개표 결과가 완전히 딴판으로 나온 경우가 꽤나 많았습니다. 통계 오류는 아닙니다. 거짓으로 응답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제 가설입니다. 그렇다면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그저 장난으로? 보수 유권자와 진보 유권자 중 누가 더 거짓말을 많이 하는 걸까요?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7. 이기고 있다가 지는 게 더 고통스럽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지는 것'보다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지는 것'이 더 고통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없는 것보다 '있다가 없는 것'이 더 아쉽듯이.
당선자들께는 축하를(그리고 준엄한 책임감을),
낙선자들께는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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