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에서 <삼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난제로 일컬어지는 '3 Body Problem'을 소재로 한 SF인데요,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서 '삼체 문제'가 무엇인지 간략하게만 설명하겠습니다.
삼체 문제란 질량을 가진 세 물체의 인력에 따라 각 물체의 운동 주기와 거리가 어떻게 될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태양계에는 오직 한 개의 별(태양)이 있고 그 별 주위로 8개의 행성이 공전을 합니다. 태양계에서 태양이 차지하는 질량이 매우 크기에(99.86%) 태양과 각 행성과의 관계는 '이체 문제'라고 불리고 천재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정리한 깔끔한 수학식으로 풀 수 있죠.
하지만 만약에 태양계 내에 태양과 같은 별이 하나 더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 지구의 공전 주기를 계산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집니다. 태양 1과 태양 2에 사이에 놓인 지구의 공전 주기가 어느 때는 1년보다 짧았다가 또 어느 때는 더 길어질 수 있죠. 또한 지구가 태양을 타원으로 돌던 궤도 또한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각 태양과 아주 가까워져서 지구 상의 모든 게 불탈 수도 있고, 또 너무 멀어져서 빙하기보다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죠. 문제는 언제 어느 정도로 궤도가 변할지 계산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뉴턴은 이런 골치아픈 삼체 문제를 풀려고 평생 애를 썼지만 끝내 실패했습니다. 결국 수학자 푸앵카레에 의해서 삼체 문제의 '해(solution)'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중에 증명됐죠(푸앵카레는 삼체 문제를 이체 문제로 단순화시켜서 '특수해'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삼체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삼체> 드라마에서 외계에 전파를 발사하여 외계 문명을 찾으려는 프로젝트가 나오는데요, 전파를 증폭시키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기에 어딘가에 있을 외계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태양을 거대한 전파 반사판으로 사용하면 엄청난 크기로 전파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전파를 태양으로 직접 쏘면 그걸 태양이 반사하여 훨씬 강하게 먼 곳까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거죠(이제 실제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독재자 마오쩌뚱이 지배하던 중국의 여성 엔지니어였습니다. 칭화대에서 물리학을 배우다가 문화혁명의 피바람으로 어찌어찌해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또 어찌어찌해서 전파 천문대에서 일하게 되었죠(자세한 스토리는 스포일러일 테니 생략합니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1960~70년대의 중국임 배경임을 이야기한 이유는 당시 중국에서 마오쩌뚱은 인민의 태양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만큼 신격화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천문대장은 주인공의 요청을 단칼에 거부합니다. 태양에 정면으로 전파를 쏜다는 것은 마오쩌뚱의 존엄을 위협하는 불경한 짓이라는 게 거부의 이유였습니다. 태양을 거대한 증폭기로 사용한다는 매우 참신하고 놀라우며 '손쉬운' 아이디어가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거부 당한다는 게 어이가 없더군요.
'고작 인민의 태양이라는 은유적 표현이 실제의 태양을 무시해 버릴 만큼 강력한 것인가?'
이 장면을 보면서 권위주의가 시대의 발전과 혁신을 막고 오히려 후퇴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새삼스레 느껴지더군요. 비록 픽션이라지만 중국 작가의 작품이기에 당시 마오쩌뚱 치하의 '권위주의 포악성'을 이 장면으로 잘 캐치했을 겁니다. 무자비한 희대의 비극과 폭력을 문화혁명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할 만큼 마오쩌뚱을 위시한 위정자들은 무지하고 무도했고, 그놈의 문화혁명으로 중국은 몇십 년 뒤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조직이 가야할 올바른 길보다 윗사람 심기를 살피는 것이 최우선인 조직에서 희망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몰래 외계에 메시지를 보내 지구를 침공할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 세상은 희망이 없다는 말과 함께.
지금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요?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연재] 시리즈 > 유정식의 경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기에 힘든 게 길게 보면 낫다 (4) | 2024.04.18 |
---|---|
'상황 보면서 결정하겠다'란 말은 하지 마세요 (7) | 2024.04.17 |
이번 총선을 보며 든 몇 가지 생각 (18) | 2024.04.15 |
심플한 경영, 심플한 리더십 (12) | 2024.04.12 |
'취약한 리더'가 훌륭한 리더입니다미리보기 (10) | 202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