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위대한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1997년 9월에 자신을 쫓아낸 애플에 임시 CEO라는 타이틀로 복귀했을 때 그가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은 사업의 규모와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손을 잡고 첨단제품 개발에 나설 거라던 언론의 예상과 반하는 조치였죠.
잡스는 경영전략가인 리처드 루멜트와 나눈 대화에서 “제품군이 너무 복잡했고 회사는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가족의 친구 중 한 명이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 저에게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수많은 제품의 차이를 알 수가 없었던 거죠. 저도 명확하게 차이를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잡스는 여러 종의 데스크탑 PC를 하나로 줄이고 프린터와 같은 주변기기 부문을 과감히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거래하던 여섯 개의 유통업체를 하나로 줄임으로써 까다로운 요구로 인해 제품 모델이 난삽해지는 근본원인을 제거했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집중해야 할 아이디어에 ‘예스’라고 말하는 것을 집중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집중은 절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수백 개의 좋은 아이디어에 ‘노No’라고 말하는 것이 집중이죠. 저는 우리가 이룬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하지 않기로 했던 것에도 정말 자부심을 느낍니다.”
잡스의 이러한 ‘과거 단절 전략’이 오늘날의 애플을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것이 그에게서 배워야 여러 가지 교훈 중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개인이나 조직은 과거를 쉽사리 단절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할수록 더 그렇죠. 과거에 성공을 거둔 전략을 바로 폐기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전략을 탐색해야 할 것 같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히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옛 성공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옛 성공이 깊게 파놓은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공의 함정'이란 어떤 일에 성공을 거두면 그 일을 수행했던 방법이나 절차를 성공을 이끄는 비법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다음 번 일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사고의 관성을 말합니다. 전통적이고 안정화된 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면 과거의 성공전략이 앞으로의 전략 패턴을 고정시키고 ‘관성화’시킨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합니다. 항상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일, 그렇게 하여 관성이 미래의 전략을 구속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 이것이 전략의 보수화를 타파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인드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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