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편'이니까 다 옳은 건가요?   

2023. 9.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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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논법으로 전개된 말이 논리적으로 옳은지는 ‘보통의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백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삼단논법의 내용이 자신이 원래 가진 신념과 다르다고 해도 그것과 별개로 삼단논법이 ‘논리적으로 옳은지’는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폴란드 슬로바크 과학 아카데미(Slovak Academy of Sciences)의 블라디미라 카포요바(Vladimíra Čavojová)와 동료 연구자들은 387명의 실험참가자를 모은 다음, '낙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물어 '낙태 찬성(Pro-choice)파'와 '낙태 반대(Pro-life)파'로 구분했습니다. 낙태에 대한 각자의 신념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카포요바는 36개의 삼단논법 예시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서 삼단논법이 유효하게 전개됐는지를 맞히도록 했습니다. 두 개의 예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내용의 '유효한' 삼단논법).
- 대전제 : 모든 태아는 보호받아야 한다.
- 소전제 : 어떤 태아는 인간이다.
- 결론 :  어떤 인간은 보호받아야 한다.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내용이지만 '유효하지 않은' 삼단논법).
- 대전제 : 모든 태아는 인간이다.
- 소전제 : 어떤 인간은 보호받아야 한다.
- 결론 : 보호받아야 할 대상 중 어떤 대상은 태아이다.

카포요바는 참가자들에게 대전제와 소전제가 '참'이라고 '무조건 가정'하고서 제대로 된 삼단논법인지를 판단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순수하게 논리적 추론을 테스트하는 것이니 낙태에 대한 신념과 상관없이 삼단논법의 유효함을 가려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주의를 주었으니 참가자들 거의 대부분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어요. 낙태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내용을 가진 삼단논법에 대해서는 그 유효성을 잘 맞히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던 겁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런 경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했고요, ‘낙태 반대파’에서 좀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우리편 편향(My-side bias)’라고 부릅니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생각(신념)이 무엇인가, 내가 어느 편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바로 ‘우리편 편향’의 의미죠. 쉽게 말해, 우리편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는 편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양팀의 팬들이 격하게 응원하는 축구 경기에서 누군가가 반칙처럼 보이는 행동을 보인다면, 그걸 당한 팀에서는 “왜 저런 행위에 반칙 휘슬을 불지 않느냐!”며 심판을 욕하고, 상대팀에서는 “우리가 반칙을 한 게 아니라 쟤네가 헐리우드 액션을 하는 것이다. 심판은 뭐하냐! 시뮬레이션 파울을 선언해야 할 거 아냐!”라고 하는 게 우리편 편향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내리는 판단, 혹시 그것은 '우리편 편향'의 결과는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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