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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실증의 방법인 '분석'에 대해 다룰까 하다가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바로 "연역적인 논증'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제쳐 두었던 연역적 논증 또는 연역법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글에 걸쳐 설명한 논증의 구조(가설, 관찰, 실증 등), 즉 문제해결의 구조는 '귀납적인' 방법입니다. 이 논증 방법은 관찰과 실증을 통해 개별적인 사실(fact)들을 증명한 다음에 논거(basis)이라는 지렛대를 통해 '비약'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알다시피 귀납적인 논증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사실 1)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사실 2)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
(사실 3) 세익스피어도 죽었다
...
(사실 n) N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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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그들은 '인간'이라는 종(種)에 속한 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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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도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는 개별적인 사실로부터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논증이 귀납적 논증입니다. 그렇지만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인 허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일 아주 오래 전에 태어나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지구상 어딘가에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해도), 이 논증은 거짓으로 판명나 버립니다.
부부는 닮는다 / 우린 부부다 / 우린 닮는다 ?
개인의 문제든, 조직의 문제든, 문제해결의 구조는 거의 대부분 귀납적인 논증 구조를 취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반대되는 예(이를 반례(反例)라고 함)가 하나만 발견돼도 논증의 탑이 허물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제해결 구조의 논리적인 완벽성을 기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를 둘러싼 환경이 수학식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귀납적 논증에서 논리적인 결점을 0%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미 태어났고 앞으로 태어날 무한히 많은 사람들의 '사실들'을 수집하여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죠. 만일 그렇게 한다면 결론을 결코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문제해결의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인 정합성을 기하는 과정은 용인되는 수준에서 끝내고 논거를 사용한 '논리적 비약'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사실 1) 팀장이 CEO가 시킨 중요 프로젝트 때문에 직원관리에 신경을 못쓴다
(사실 2) 갑자기 직원을 많이 뽑았는데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실 3) 경쟁사의 판촉 때문에 고객을 많이 빼앗겨서 일이 줄었다
(사실 4) 손으로 하던 많은 업무들이 IT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수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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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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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위의 사실들은 모두 업무량이 감소될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만일 업무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 어딘가에서 발견되면 이 귀납적 논증은 성립되지 못하겠죠. 하지만 분석(실증)을 계속 해봐도 항상 업무량이 줄었다는 사실만이 발견되고 설령 업무량이 늘었다 해도 국지적이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면, 이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으로는 비록 결점이 존재하나 문제해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논증입니다.
그런데 이 귀납적 논증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연역적 논증'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해진다'라는 논거와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라는 결론은 연역적 관계입니다. 연역적 논증이란, 대전제에 소전제를 대비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추론을 말합니다. 말은 어렵지만 연역적 논증을 말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다음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대전제)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인간이면 죽는다)
(소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결론)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소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결론)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런 논증을 '삼단논법'이라고도 말합니다. 대전제와 소전제, 그리고 결론으로 이어지는 삼단논법의 전개방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두 개의 '참' 명제로부터 새로운 '참' 명제를 도출하는 과정은 논리학의 대단한 발견입니다.
삼단논법이 옳게 완성되려면, 아래와 같은 논리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A (C이면, A이다)
결론 : C --> B (C이면, B이다)
소전제 : C --> A (C이면, A이다)
결론 : C --> B (C이면, B이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삼단논법의 형태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삼단논법의 모양을 띠지만 들여다보면 논리적으로 엉망인 논법들이 많습니다. 아래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 포유류 동물이면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사람은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사람은 포유류 동물이다
(소전제) 사람은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사람은 포유류 동물이다
언뜻 보면 맞는 것도 같고 틀린 것도 같습니다. 여기에서 '사람'을 '파리'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파리는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다
(소전제) 파리는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다
대번에 이 논법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엉터리 논법을 명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B (C이면, B이다)
결론 : C --> A (C이면, A이다)
소전제 : C --> B (C이면, B이다)
결론 : C --> A (C이면, A이다)
연역적 논증(추론)을 할 때는 대전제, 소전제, 결론이 논리적인 단절이 없어야 하고 서로 상충되지 않아야 합니다. 위의 대전제와 소전제로부터 'C-->A' 라는 증거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들도 때론 이와 같은 엉터리 삼단논법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연역적인 논증을 할 때 이 점을 꼭 주의하기 바랍니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엉터리 삼단논법'의 형태로 써보겠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결론)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마찬가지로 언뜻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태만하다'는 것이 '줄어든 업무량'을 증명하지 못하므로 이 논법은 '명확하게' 틀렸습니다. 아래의 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전제) 고급인재는 성과가 높다
(소전제) 길동이는 성과가 높다
(결론) 길동이는 고급인재다
길동이의 성과가 높다 해도 그가 고급인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고급인재가 아닌데도 시장환경이 우호적이라서 그가 높은 성과를 나타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길동이를 고급인재라고 섣불리 결론 내리는 오류를 왕왕 범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해결사는 이러한 오류를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역적 논증에서 대전제는 이미 참이라고 증명된(혹은 거의 모두가 참이라고 인정한) 명제여야 합니다. 그리고 소전제는 실증을 통해 문제해결사가 참/거짓의 여부를 증명해야 할 명제인데요, 이것은 개별적인 사실(위의 사실1~4)로부터 귀납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만일 참이 아닌 대전제를 설정해 놓거나, 귀납적으로 참이 아닌 소전제를 설정하면,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는 결론을 참이라 말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문제해결의 전체 구조는 귀납적 논증 구조를 가집니다. 그리고 논거와 결론 사이에는 연역적 추론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전제는 논거가 되고, 인터뷰, 관찰, 분석 등의 실증을 통해 귀납적으로 증명되고 요약된 사실이 소전제가 되어 연역적인 추론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문제해결사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논리적 오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귀납적과 연역법을 시의적절하게 적용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라는 용어 자체가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필히 숙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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